“ 준수야. 이게 뭐니... ”
“ ...... ”
나는 어머님의 말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어머님께선 계속해서 진단서와 나를 번갈아가며 보셨고 나는 죄송한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 오늘 무슨 날이야? 서프라이즈 같은 건가? 서아는 어디있어. ”
어머님께선 믿기지 않으시는지 진단서를 바닥에 내려놓으시며 말씀하셨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버님께선 바닥에 있는 진단서를 들어 읽기 시작하셨다.
“ 준수야. 엄마 이런 장난 안좋아해. ”
“ 죄송합니다.. 어머님.. ”
나는 힘겹게 어머님께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렸고 어머니는 내 앞으로 다가오시며 말씀하셨다.
“ 장난이지? 저거 거짓말이지? ”
“ 어머님... ”
어머님께선 양 손으로 내 어깨를 붙잡으셨고 조금씩 날 흔들며 말씀하셨다. 나는 고개만 푹 숙인체 제대로 된 대답도 못 하고 있는 상태였고.
한순간 어머님께선 나를 확 끌어안으셨고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 안된다... ”
“ 죄송합니다... ”
“ 안돼... 안된다.. 안돼... 절대 안돼... ”
나는 제대로 된 설명을 하기위해 고개를 들었고 고개를 들자마자 보이는 것은 울고 계신 어머님의 얼굴이였다.
“ 어머님.. 저 위암 3기래요... ”
“ 아니야.. 우리 준수... 내 아들... 안된다... ”
“ 생존률은.. 30%이고요.. 이제 며칠 뒤에 수술해요... ”
나는 최대한 눈물을 참아가며 설명을 드렸다. 하지만 어머님께선 내 손을 잡고 안된다는 말만 하고 계셨고 아버님께선 진단서를 다 읽으셨는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셨다.
“ 어머님. 저 꼭 살아서 돌아올게요. ”
“ 준수야.. 어떡하니.. 우리 준수... 어떡해.. ”
“ 이런 말씀드려서 죄송해요.. ”
어머님께선 순간 다시 나를 끌어안으셨고 큰 소리를 내며 우시기 시작하셨다. 나를 안고있는 어머님의 몸은 나까지 떨릴 정도로 많이 떨고 계셨고 계속해서 내 등과 팔을 어루만지며 말씀하셨다.
“ 우리 준수... 안된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왜 착한 우리 준수를... ”
어머님께선 나를 안은체로 내 머리를 쓰다듬으셨고 어머님의 눈물은 고스란히 나에게로 떨어졌다.
“ 미안하다 준수야.. 미안해... 엄마가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미안하다... ”
“ 아니에요.. 어머님.. ”
“ 내 아들.. 아무도 못 데려가... 차라리 내가 죽고 말지.. 넌 절대 안된다.. ”
이 말을 마지막으로 어머님께선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고 울기만 하셨다. 그 작으신 몸으로 날 껴안고 계셨는데 내가 쉽게 못 풀 정도로 나를 꽉 껴안으셨다.
어머님께선 눈물을 멈추지 않으셨고 이대로라면 쓰러지실 것 같아 약간의 힘을 줘서 어머님께서 풀려난 나는 어머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 어머님. 저 꼭 살겠습니다. ”
어머님께선 내 말에 고개만 끄덕이실뿐 대답은 하지 않으셨고 나는 그런 어머님을 위로해드리기 위해 말을 이어갔다.
“ 제 담담 의사 선생님께서 엄청 유명한 분이세요. 그러니 걱정하지마세요. ”
“ 그래.. 꼭 살아야한다.. 꼭... ”
어머님께선 다시 한번 나를 안아주셨고 나는 어머님 품에 안겨 잠시 눈물을 흘렸다.
잠시 후 어머님께선 조금 진정이 되셨는지 안고계시던 손을 풀고 날 바라보셨는데 아직까지 어머님의 눈에선 많은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 가서 네 아빠 모셔와라.. 아직 할 이야기가 더 있잖니.. ”
“ 네. 어머님. ”
나는 눈물을 대충 닦은 뒤 밖으로 나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니 아버님께선 주차창 구석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계셨다.
“ 아버님.. ”
멍하니 담배를 피우시던 아버님께선 내 목소리가 들리자 나를 올려다보셨고 아버님의 눈가 역시 촉촉히 젖어있었다.
“ 죄송합니다... ”
“ ....... ”
아버님께선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신 체 자리에서 일어나셨고 일어나신 상태에서 가벼우면서도 세게 나를 껴안으시며 말씀하셨다.
“ 괜찮다. 괜찮아. 다 이겨낼 수 있어. 그냥 지나가는 감기 같은거라 생각하자. ”
아버님께선 내 등을 토닥거리며 말씀하셨고 나는 아버님의 그 진한 담배냄새가 그토록 향기롭게 느껴 질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 네. 아버님.. ”
잠시 후 아버님께선 안고 계시던 손을 풀었고 한숨을 한번 쉬신 뒤 말씀하셨다.
“ 들어가자. 오래 서 있으면 안 좋아. ”
“ 네. 아버님. ”
아버님께선 먼저 집쪽으로 걸어가셨고 나는 아버님을 뒤 따라 걸어갔다. 엘리베이터를타고 집으로 올라가면서 우리는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고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니 어머님께선 상을 치우고 계셨다.
“ 못 먹을 음식들 괜히보면 더 먹고 싶어진다. 다행이 곰국 푹 고아놨으니까. 이거 먹자. ”
어머님께선 상을 치우며 말씀하셨고 아버님과 나는 재빨리 상으로 다가가 상을 같이 치우기 시작했다.
“ 준수야. 넌 쉬고있어. 금방 밥 다시 줄게. ”
“ 아닙니다. 어머님 저도 같이 할게요. ”
어머님의 만류에도 나는 끝까지 같이 상을 치웠고 작은 상을 펼치고 곰국과 간이 약한 음식으로 다시 상을 차렸다.
“ 두분은 아까 음식 드시죠... ”
“ 네가 못 먹는데 우리가 어찌 먹겠니. 걱정하지말고 어서 앉아서 먹자. ”
“ 그래. 우리는 나중에 먹으면 되니까. 얼른 앉아. ”
그 후 나는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고 두분은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다. 대화가 없어서인지 식사를 빠르게 끝낸 우린 상을 치우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 보니까. 아메리카노는 마셔도 된다던데. 커피 마시면서 얘기 좀 하자. ”
어머님께서는 어느새 알아보셨는지 말씀하셨고 우리는 커피를 탄 다음 다시 자리에 앉았다.
“ 서아는 알고 있니? ”
“ 아니요. 아직 말 안했습니다. ”
“ 왜? 서아도 알아야지. ”
“ 서아에게는 알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
“ 왜? ”
어머님의 말씀에 나는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을 말씀드렸고 끝까지 다 들으신 어머님께선 알 수 없는 깊은 한숨을 내쉬셨다.
“ 준수야. ”
“ 네. 어머님. ”
“ 너도 사람이잖니. 물론 네가 한 말 서아를 위한거라면 틀렸다고는 말 못 하겠어. 하지만 너는 혼자서 어쩌려고. 서아를 생각하는 네 마음 알겠어. 우리에게 먼저 말 한 것도 나중을 위해서겠지. 하지만 너 혼자는 너무 힘들어서 안돼. ”
“ 그래. 누구든지 의지 할 사람이 필요한거야. ”
어머님과 아버님의 말씀에 나는 고개를 숙였다. 처음으로 내 말에 반대를 하지 않으셨고 내 걱정을 먼저 해주셨기 때문이다.
“ 어떻게보면 너 혼자 희생하는거라 생각 할 수도 있는데 네 선택이 이기적일 수도 있어. 하지만 서아도 성인이고 네 생각을 이해 못 할 아이는 아니야. 그리고 살 생각을 먼저 해야지. 수술을 해보지도 않고 이혼을 먼저 하는 건 아니야. ”
어머님께선 단호하게 말씀하셨고 나는 잠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어머님 말씀이 맞았고 굳이 지금 바로 이혼을 할 필요는 없었다.
만약 수술이 실패해 내가 죽게되면 사별 처리가 되고 자동적으로 혼인 해지 처리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수술에서 성공한다해도 그 다음이 문제였다. 항암치료가 남아있었으니까.
“ 하지만 어머님. 만약 제가 수술에 성공하더라도 제대로 된 생활을 못 하게 된다면 저 뿐만아니라 서아와 선우까지 힘들겁니다... ”
“ 이놈아.. 서로 결혼을 한다는건 어느정도 시련을 같이 극복해야한다는 뜻이야. 준수 너는 입장이 바뀌었을 때 서아가 너랑 같은 선택을 한다면 어떨 것 같니? ”
“ 싫을 것 같습니다... ”
나는 자신없이 고개를 떨구며 말했고 어머님은 내 손을 꼭 붙잡으며 말씀하셨다.
“ 서아에게 말 하지 않고 수술을 한다는 건 엄마가 허락해줄게. 하지만 이혼은 안돼. ”
“ 어머님.. ”
나는 어머님께 다시 말씀드리기위해 입을 열었고 그 순간 갑자기 아버님께서 말을 꺼내셨다.
“ 너를 처음 본 순간. 서아가 너에대해 설명한 순간. 준수 네가 우리에게 처음으로 밝게 웃으며 인사한 순간. 엄마 아빠는 너를 아들 삼기로 결정했다. ”
조용히 어머님과 내 이야기를 듣던 아버님께선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씀하셨고 어머님께선 조용히 나를 안아주셨다.
“ 우리에겐 이제 너와 서아. 둘 다 소중하단다. 누군가 혼자 짊어지는 건 안돼. 만약. 정말 만약에라도 네가 세상을 떠난다면 서아와 선우는 우리가 책임질게. 하지만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그런 선택을하는 너를 엄마 아빠는 허락 할 수 없어. ”
“ 네.. 알겠습니다.. ”
더 이상 말씀을드려 어머님 아버님 가슴에 못을 박을 순 없기 때문에 나는 알겠다고 말씀을 드렸고 어머님께선 안고 있던 손을 푸시며 내 뺨을 어루만지셨다.
“ 우리 착한 준수... 엄마 아빠가 다 도와줄게.. 그러니까 우리 꼭 함께 살아가자... ”
어머님께선 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셨고 이번에는 아버님께서 내 손을 꼭 잡으며 말씀하셨다.
“ 우리 말은 굳이 먼저 이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거야. 네게도 돌아 올 곳이 있어야 더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길거고. ”
“ 네. 아버님. 정말 감사합니다. ”
내 감사하다는 대답에 아버님께선 잡고 있던 손을 놓으시고 아까처럼 나를 안아주셨다.
“ 힘내자. ”
“ 네. 어머님. 아버님. 저 꼭 살겁니다. ”
나는 최대한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고 어머님 아버님께서도 웃는 얼굴로 답해주셨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시간은 벌써 9시가 다되어갔고 나는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기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 자고가지 그러니. ”
“ 아니면 아빠가 태워다줄게. 잠깐 기다려. ”
“ 아닙니다. 차 가지고 왔는걸요. ”
나는 차키를 주머니에서 꺼내 보여드리며 말했고 어머님께서는 작은 아이스 박스를 주셨는데 안을 확인하니 아까 먹었던 곰국이 소분되어 담아져있었다.
“ 이거. 그 도와주신다는 분이랑 나눠먹어. 반찬부족하거나 먹고 싶은 거 있음 엄마나 아빠한테 전화하고. 그 분도 체력 보충 잘 하셔야하니까. ”
“ 네. 어머님. 감사합니다. ”
“ 우리도 조만간 병원 갈테니까. 엄마 핸드폰에 주소랑 병실 호수 톡 보내놔. ”
“ 네. 아버님. 보내놓겠습니다. ”
“ 그래. ”
“ 들어가보겠습니다. 안나오셔도 됩니다. ”
내가 현관으로 걸어가자 어머님 아버님께선 겉옷을 입으셨고 나는 괜찮다고 말씀드린 뒤 재빨리 신발을 신었다.
“ 1층까지만 내려갈게. ”
어느새 두분 다 겉옷을 챙겨입고 나오셨고 내 만류에도 1층까지 나와 함께 내려와주셨다.
“ 차 바로 앞에 있습니다. 날 추우니 어서 들어가세요. ”
“ 그래. 조심히들어가고 도착하면 연락하고. ”
“ 네. 아버님. 오늘 정말 감사드립니다. ”
아버님께 인사를 드리고 어머님을 바라보니 어머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다. 어머님께선 내 손을 꼭 잡으시며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 힘내자. 우리 준수. ”
“ 네. 어머님. 들어가보겠습니다. ”
그 후 나는 차에 탑승했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어머님 아버님께선 결국 내가 출발하는 것 까지 보시고 집으로 들어가셨다.
병원에 도착하니 시간은 거진 10시가 되어갔고 조금 늦은 시간에 들어온게 마음에 걸려 조용히 병실로 들어갔다.
“ 왔어? ”
병실로 들어가니 누워서 핸드폰을 만지고있던 형이 일어나 날 바라봤고 나는 형에게 간단하게 인사 한 뒤 침대에 걸터 앉았다.
“ 너 왔다갔었다며? 왜 나 안보고갔냐? 그리고 커피는 왜 사왔어. ”
“ 형 엄청 바빠보이던데? 그리고 형 동생으로 가는건데 맨손으로 갈 순 없잖아. ”
“ 그냥 오지. 거기 커피 많은데. 수술도 해야하는 애가 돈 아껴야지. ”
“ 아... 형... ”
“ 알았어. 알았어. 고마워서 그러지. 다들 잘 마셨대. ”
형은 내가 불필요한 돈을 쓴게 마음에 안들었는지 툴툴거리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형 앞에 어머님께서 챙겨주신 아이스 박스를 내려놨다.
“ 이게 뭐야? ”
“ 장모님께서 형이랑 같이 먹으라고 챙겨주셨어. 곰국이랑 반찬이야. ”
“ 내 것 까지? 감사해서 어쩌지... ”
형은 아이스 박스를 무슨 신주단지를 모시는 듯이 조심히 들고갔고 냉장고 문을 열어 곰국과 반찬을 넣었다.
“ 장인장모님께선 뭐라고 하셔? ”
나는 오늘 나눴던 대화를 형에게 말해줬고 형은 역시 인생의 선배님들께선 틀리지 않으신다며 어머님 아버님 말씀을 잘 들으라고 말했다.
“ 알겠어. 나도 오늘 어머님 말씀듣고 생각이 좀 바뀌긴 했어. 형은 사인회 잘 마무리했어? ”
“ 응. 다 잘 하고 밥도 잘 먹었어. 나도 방금 들어왔어. ”
형과 나는 침대에 누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11시 정도가되자 나는 아픈 사람은 일찍자야한다는 형의 억지에 반강제로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