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형은 이미 자리에 없었고 씻고 있는 것 같았다. 멍하니 앉아 잠을 깨고있을 때 형이 화장실에서 나왔다.
“ 어? 벌써 일어났어? 아직 8시야. 더 자. ”
“ 아냐. 푹 잔 거 같아. ”
내 말에 형은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며 대답했다.
“ 그래? 그럼 아침 준비해달라고 말하고 올게. ”
“ 형. ”
“ 응? ”
형은 머리를 말리며 밖으로 나가다 내 부름이 들리니 나를 쳐다봤고 나는 어제 밤 부터 지독히 날 괴롭히던 생각을 형에게 말했다.
“ 서아랑 선우가 보고싶어. ”
“ 아... ”
형은 내 말에 잠시동안 가만히 서 있었고 나는 그런 형을 다시 한번 재촉했다.
“ 잠깐이라도 좋아... 멀리서라도 보고싶어. ”
“ 에휴... 기다려 외출증도 끊어올게. ”
형은 잠시 내 눈을 바라보다 수건을 목에 걸고 밖으로 나갔고 나는 형이 나간곳을 멍하니 쳐다보다 화장실로 들어갔다.
소변을보고 간단한 세수와 이를 닦고 나오니 형이 아침 식사를 가지고 들어오고 있었고. 나는 형에게 식사를 받은 뒤 자리에 앉았다.
오늘도 역시 죽과 반찬이었는데 다행이도 어머님께서 싸주신 곰국과 반찬이 있어서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 장모님께서 음식을 정말 잘 하시는 거 같아. 진짜 맛있다. 꼭 감사하다고 전해드려줘. ”
“ 응. 알겠어. 형. ”
식사를 다 하고 그릇을 가져다 놓으니 시간은 8시 30분정도가 되어있었고 내가 초초하게 형을 바라보자 형은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
“ 뭐해? 선우 등원시간이 9시 아냐? 빨리 가야지. ”
“ 아.. 응! ”
나는 형의 말이 끝나자마자 밝게 웃으며 대답했고 빠르게 옷을 갈아입었다. 얼굴을 가려 줄 모자와 마스크까지쓰니 모든 준비가 끝났고 우리는 병원 밖으로 걸어나왔다.
“ 내가 운전 할게. 형은 아직 다리 불편하잖아. ”
우리는 내 차 말고 형 차를 끌고가기로했다. 내 차를 끌고가면 서아나 선우가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에 형에게 부탁을 한 상태였다.
“ 내 차인데. 내가 해야지. ”
“ 아냐. 형. 아직 다리에 무리가면 안되니까. ”
“ 그래. 알겠어. ”
형은 어제 사인회를 하기 전에 발에 불편하고 보이 안좋다며 감고있던 깁스를 풀었다. 조금 빨리 푼거라 걱정했지만 형은 오히려 답답하지 않다며 멀쩡이 걸어다녔다.
“ 혹시 모르니까. 나 혼자 보고올게. 형은 왠만하면 다리쓰지마. ”
“ 야. 내가 너 간병인인데...? ”
형은 내가 계속 다리 이야기를 꺼내자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고 형의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나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을 더 힘들게 하고싶진 않았다.
“ 간병인이전에 형은 내 형인데 어떻게 아픈 걸 보고만있어. ”
내 말에 형은 감동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날 바라봤고 나 역시 진심으로 말 하는 거 였다. 형과의 대화 장인장모님과의 대화로 나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배우게 되었다.
“ 그래. 대신 너도 힘들면 바로 차로 돌아와. ”
“ 응. 걱정하지마. ”
그렇게 우리는 선우의 어린이집으로 출발했고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시간은 8시 50분정도가 되어있었다.
나는 조금은 초조하게 아내와 선우를 기다렸다. 하지만 9시 30분이 될 때 까지 아내와 선우는 나타나지 않았다.
“ 왜 안오시지? ”
형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고 나 역시 궁금했다. 평균적으로 아내와 나는 9시에 선우를 등원시켰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단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한 뒤 차에 앉있었고 결국 10시가 될 때 까지 아내와 선우는 보이지 않았다.
“ 조금 일찍 등원시키신 거 아냐? ”
“ 아냐. 선우가 늦잠을 많이자서 9시 이전에 등원하는 건 힘들어. ”
나는 잠시 차에 앉아서 생각을하다 한가지를 깨달았다.
“ 내가 다녀오면 되잖아. 난 선우 아빠니까. ”
바보 같이 뒤 늦게 깨달은 나를 탓하며 나는 근처에있는 카페로 차를 이동했고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 등을 사서 어린이집으로 다시 이동했다.
“ 형. 나 다녀올게. ”
“ 응. 알겠어. ”
나는 차 문을 열고 어린이집으로 걸어가 이상할만큼 긴장을하며 벨을 눌렀다.
“ 선우 아빠에요. 드릴 게 있어서요. ”
잠시 후 어린이집 문이 열렸고 선우의 담임 선생님께서 밖으로 나오셨다. 나는 선생님에 커피를 드렸고 선생님은 내가 안을 들여다보자 말씀하셨다.
“ 아버님. 감사합니다. 잘 마실게요. 선우 잠깐 보고 가실래요? ”
“ 네..! 그래도 될까요? ”
“ 당연하죠. ”
나는 선생님의 안내에따라 안으로 들어갔고 창문을 통해 본 선우는 친구들과 아주 즐겁게 놀고 있었다.
“ 선우 몇시에 등원했어요? ”
“ 8시 20분정도에요. ”
선우은 생각보다 빨리 등원을했고 예전과는 다른 시간에 조금 의아해 하고 있을 때 선생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 어머님께서 맞벌이 가정 신청하셨더라구요. ”
“ 아.. 네.. ”
맞벌이 가정 신청이란 말 그대로 맞벌이를하는 부모들이 아이를 조금 더 일찍 등원시키고 늦게 하원 할 수 있게해주는 것 이였다.
아내가 이걸 신청했다는 건 일을 시작했다는 것 이었다. 선생님은 잠시 멍하니 생각하는 나를 잠시 바라보시더니 말씀하셨다.
“ 선우 불러드릴까요? ”
“ 아.. 아니에요. 다음에 다시 올게요. ”
담임 선생님께 인사를 드린 뒤 나는 차로 돌아왔고 분명 아까만해도 있던 형은 차에 없었다. 핸드폰으로 전화를하니 차 안에서 벨소리가 울렸고 나는 잠시 차에서 기다렸다.
잠시 후 아메리카노 2잔을 들고 형이 차에 탔고 한잔을 나에게 건내주며 말했다.
“ 왜 우리껀 안샀어? 목 마른데. ”
“ 아 맞다. 왜 깜빡했지. ”
나는 정말 깜빡하고 있었기 때문에 형을 빤히 바라봤고 형은 남은 한잔을 나에게주며 말했다.
“ 선우는? ”
“ 어린이집에있어. 아내 일 다시 시작했나봐. ”
“ 엥? 그럼 어쩌지... ”
형 말대로 선우는 봤지만 아내는 못 본 상태였기 때문에 뭔가 허전했다. 아내에게 연락해서 회사를 물어 볼 수도 없는 상황이여서 조금 답답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 장모님이 떠올랐다.
나는 바로 핸드폰을 들고 장모님께 톡을 보냈다.
- 어머님. 통화 가능하십니까?
다행이도 어머님께선 톡을 보내자마자 바로 읽으셨거 잠시 후 전화가왔다.
“ 어. 그래. 성보야. ”
“ 네. 어머님. 일하시는데 죄송합니다. ”
“ 아냐아냐. 말해. ”
“ 어머님. 혹시.. 서아 일 하는 곳 아십니까? ”
“ 일? ”
“ 네. ”
어머님께서도 처음 알게되셨는지 아무말도 하지 않으셨고 잠시 후 답을 주셨다.
“ 내가 서아한테 전화해서 대충 둘러대고 알아볼게. 잠깐 기다려. ”
“ 네. 어머님. 감사합니다. ”
전화를 끊고 잠시 기다리자 어머님께 전화가왔고 나는 형에게 잠시 조용해달라는 사인을 보낸 뒤 바로 전화를 받았다.
“ 네. 어머님. ”
“ 준수야. 서아 예전 회사 들어가기전에 친구네 카페에서 잠깐 일 한데. 주소는 톡으로 보내줄게. ”
“ 네. 정말 감사합니다. ”
“ 그런데 서아는 갑자기 왜? ”
“ 보고싶어서요... ”
내 보고싶다는 말에 어머님은 통화로도 아주 작게 들릴만큼 웃으셨고 나는 조금 부끄러웠다. 아무리 어머니라 생각하는 장모님이라해도 이런 말이 부끄러운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 그래. 몸은 좀 괜찮고? ”
“ 네. 어머님. 만들어주신 곰국하고 반찬 정말 맛있습니다. ”
“ 정말 감사합니다. ”
옆에서 가만히 듣고만있던 형은 갑작스레 어머님께 인사를 드렸고 잠시 후 자신도 놀라고 황당했는지 자기 입을 때리며 미안하단 표정을 지었다.
“ 옆에 그 형분이시니? ”
“ 네.. 죄송합니다. ”
“ 아냐. 같이 있구나. 잘 됐다. 오늘 그 분 모시고 집으로와. 같이 저녁먹게. ”
“ 네? ”
갑작스런 어머님의 말에 형과 나는 당황했고 형은 바보같이 멍한 표정을 지으며 날 바라보고 있었다.
“ 괜찮으시다니? ”
“ 네!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
형은 멍해져있다 어머님의 말씀에 갑자기 이등병처럼 앉은 상태로 차렸하며 큰 소리로 대답했고 나는 형의 입을 막은 뒤 어머님께 말씀드렸다.
“ 밖에서 드실까요? 어머님 아버님 힘드실텐데... ”
“ 아냐. 고마운 분이신데. 오늘은 7시 정도까지 집으로 오렴. ”
“ 네. 어머님. 감사합니다. 이따 뵙겠습니다. ”
“ 그래. ”
어머님께선 전화를 끊으셨고 형은 옆에서 계속 멍 한 상태로 앉아있었다. 이런 형의 모습을 처음 본 나는 조심히 형을 건드렸고 형은 내가 건드리자 심하다 생각 할 정도로 놀라며 나를 쳐다봤다.
“ 형. 괜찮아? ”
“ 어쩌지? 응? 어떡해? 나 옷 어때? 아침에 제대로 씻지도 못 했는데... 옷도 후줄근하고.. 우리 목욕탕갔다 옷 사입을래? 응? 아... 진짜 어째.. ”
형은 혼자 옷을 쳐다보다 거울로 얼굴과 머리를 쳐다보다하며 또 랩을 뱉기 시작했고 나는 바보같은 형의 모습에 잠시 한숨을 쉰 뒤 형에게 말했다.
“ 형 많이 불편하면 다음게 뵙자. 내가 잘 말씀드릴게. ”
“ 아냐! 그건 절대 예의가 아냐! 괜찮아. 긴장되서 그래. 내가 이런 식사자리가 처음이라... ”
“ 알겠으니까. 긴장 좀 하지마... ”
며칠동안 형을 보며 느낀건데 형은 긴장을하면 목소리가 커지고 제대로 된 판단을 못 하는 것 같았다.
“ 응... 우리 일단 서아씨 부터 보러가자. ”
“ 응. ”
형을 진정시키고 핸드폰을 확인하니 이미 어머님께 톡이 와 있었고 나는 어머님께서 보내주신 장소로 차를 이동했다.
다행이 아내가 일하고 있는 카페는 어린이집에서 멀지 않았고 나는 근처에 주차를 한 뒤 그 카페로 천천히 걸어갔다.
벽에 기대어 몰래 안쪽을 바라보니 앞치마를 한 아내가 손님에게 주문을 받고 있었다.
며칠만에 본 아내는 정말 아름다웠다. 살이 조금 더 빠진 것 같았지만 저번에 봤을 때 보다 혈색은 더 좋아져 있었다.
아내가 10명정도의 손님을 받았을 때. 그러니까 거의 20분이 넘는 시간동안 나는 아내를 바라보고 있었고 아내가 내 쪽을 바라보면 빠르게 숨었다.
결국 나는 아내에게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로 자리를 옮겨 계속해서 아내를 몰래 지켜봤고 잠시 후 누군가 뒤에서 내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 당신 뭡니까? ”
낮선 남자의 목소리에 나는 깜짝놀라 뒤를 바라봤고 뒤에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한 형이 서 있었다.
“ 아.. 형. 소리지를 뻔 했어. ”
내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지만 형은 내 말을 무시한 체 카페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 형...! 형! ”
내가 뒤에서 소리쳤지만 형은 내 말을 무시 한 체 카페로 들어갔고 아내에게 음료를 주문했다.
“ 부럽다.. ”
“ 당신 뭡니까? ”
형을 부러워하고 있을 때 또 다시 누군가 아까보다 강하게 내 어깨를 두르렸고 나는 당연히 형이라 생각하며 뒤를 돌아보려고 했다.
“ .......? ”
뒤를 돌아보기 전 나는 잠시 생각을했다. 분명 형은 카페에 들어갔으니 내 등을 두드릴 수 없었고 그러므로 내 뒤에 있는 사람은 형이 아니었다.
“ 당신 뭐하는 사람이냐구요. ”
낮선 남자의 목소리에 놀란 나는 빠르게 뒤를 돌아봤고 내 뒤에는 경찰복을입은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서 있었다.
“ 오해에요. ”
나는 살짝 뒤로 물러나며 이야기했지만 경찰분은 내가 도망치려한다고 생각했는지 내 팔목을 붙잡았다.
“ 주민분께서 신고하셨습니다. 일단 서로 가시죠. ”
나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화가 날 정도였다. 이러면 안되지만 경찰분께 따지려 고개를 돌렸고 고개를 돌리며 창문쪽을 바라보곤 바로 사과를 드렸다.
“ 아.. 죄송합니다. ”
창문을 통해 본 내 모습은 검은색 위 아래 옷에 검은색 마스크와 검은색 모자를 푹 눌러쓴 누가봐도 수상해보이는 남자였다.
“ 서에가서 이야기하시죠. ”
“ 네... ”
경찰분이 수갑을 꺼내기전에 나는 경찰분께 손목이 잡힌체로 순순히 끌려갔고 얌전히 경찰차에 올라탔다.
이 앞에서도 설명이 충분히 가능했지만 밖이 소란스러워지면 아내가 밖으로 나와서 확인 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나는 아무 말 없이 얌전히 차에 올라탔다.
“ 저. 혹시 일행에게 톡 하나만 보내도 될까요? ”
“ 네. ”
경찰분의 대답에 나는 형에게 나오면 근처 경찰서로 와달라고 톡을 보냈고 처음 타보는 신기한 경찰차를 여기저기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찰서에 들어가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