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는 정말 걸어도 될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근처 순찰을 하시던 경찰관님이 나에게 오신 것 같았다.
경찰관님이 안내해주신 자리에 앉자 나는 이상하게 긴장이되기 시작했고 내가 가만히 앉아있자 경찰관님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 왜 거기 계셨던거에요? ”
“ 아. 네. 저는 30세. 평범한 직장인이며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빠입니다. 아까 그 카페 앞에 있던 이유는 아내를 몰래 보기 위해서 입니다. ”
나는 긴장한 탓에 물어보지 않은 것 까지 줄줄이 대답했고 경찰관님은 내가 말한 것을 컴퓨터에 입력하시며 다시 말씀하셨다.
“ 왜 몰래 보셨나요? 아내 분이신데. ”
“ 아 그.. 제가... ”
나는 어떻게 말을 해야하나 고민이되기 시작했다. 다 말하기엔 뭔가 너무 길것 같았고 짧게 말하기엔 이해를 못 하실 것 같아 잠시 멍 하니 있자 경찰관님께서 커피를 한잔 건내주시며 말씀하셨다.
“ 긴장하지마시구요. 모자랑 마스트 좀 벗어주시겠습니까? ”
“ 아. 네! ”
나는 빠르게 모자와 마스크를 벗었고 경찰관님은 어떤 종이를 바라봤는데 내 생각에는 수배자 명단을 확인 하신 것 같았다.
“ 다시 대답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
“ 아... ”
내 머리는 다시 바보처럼 멍 해졌고 그 순간 구세주같은 형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위암 3기 환자입니다. 아내를 힘들게하지 않기 위해 이혼을 결심했지만 아내가 너무나 보고싶어 몰래라도 지켜보기위해 찾아간 것 입니다. ”
형은 역시 글을 쓰는 사람답게 알아듣기 편하게 설명을 해 줬고 경찰관님은 고개를 끄덕이신 뒤 다시 말씀하셨다.
“ 신분증 좀 주시겠어요? 같이 오신 분도. ”
“ 네. ”
형과 나는 경찰관님께 신분증을 드렸고 경찰관님은 내 신분증으로 뭔가를 조회해 보셨다.
“ 다행이 범죄기록은 없으신데... 원래 이대로 보내드리지는 않거든요. 아까 카페에서 본 그분을 모셔서.. "
“ 안됩니다. ”
이번에는 경찰관님의 말이 끝나기전에 형이 먼저 말 했고 형의 목소리는 조금 화가난 듯 한 목소리였다.
“ 저희 둘 다 신분증으로 범죄이력도 조회해보셨을텐데 더 이상 다른게 필요한가요? ”
“ 아.. 죄송합니다. 요즘엔 성범죄 처벌이 강화되서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거든요. ”
“ 하.... ”
형과 나는 어떻게해야하나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 잠시 생각하기 위해 가만히 있었다. 서아를 부르는 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고...
그 순간 갑자기 내 핸드폰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고 확인하자 어머님께 전화가오고 있었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시간은 아직 오후 12시 밖에 안되어있었고 점심시간에 전화를 하신 것 같았다.
“ 네. 어머님. ”
“ 아들. 오늘 저녁에 먹고싶은 거 있어? 그분께도 좀 물어봐. ”
“ 다 좋습니다. 저도 빨리가서 도와드리겠습니다. ”
내 말에 어머님께선 아니라며 위치를 물으셨고 나는 어디라고 말하기가 애매해 대답을 하지 못 하고 있었다.
“ 왜 대답이 없어? 몸 안좋니? 엄마 오늘 일찍 퇴근해서 이사간 네 집 근처인데 같이 장 볼래? ”
“ 아... 네. 어머님. 사실 그게... ”
나는 어쩔 수 없이 어머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렸고 어머님께선 내 말을 들으신 후 바로 오시겠다며 전화를 끊으셨다.
“ 저.. 장모님께서 오셔도 신분확인이 되나요? ”
“ 네. 상관 없습니다. ”
잠시 후 어머님께선 뛰어서 경찰서 안으로 들어오셨고 나를 보시자마자 나에게 다가와 나를 안아주셨다.
“ 이놈아.. 아무리 보고싶어도 경찰서까지오면 어떡하니... ”
어머님께선 나를 안아주셨지만 나는 너무 부끄러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장모님과 경찰서에서 만나는 건 그 누구도 못 겪어봤을 것 이다...
“ 어머님... ”
“ 보호자 되시나요? ”
어머님께선 경찰관님의 물음에 날 놓아주셨고 처음보는 냉정하지만 예의있는 모습으로 경찰관님에게 말씀하셨다.
“ 네. 제가 장모에요. 카페에있는 아이는 제 딸이구요. ”
“ 아... 네. ”
“ 그런데요. 경찰관님. ”
“ 네? ”
어머님께선 이제 마무리를 지으려는 경찰관님을 부르셨고 경찰관님은 어머니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셨다.
“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고 신분까지 확실한 사람을 이렇게 죄인취급하며 앉혀놔도 되는 건가요? 오해 할 상황을 만든 건 제 사위 잘 못 이지만 피해도 없었고 신분도 다 확인하셨을 거 아니에요. ”
“ 아.. 그게. 요즘 성범죄 처벌이 강화되서요.. ”
어머님의 말씀에 경찰관님은 아까처럼 성범죄 처벌 강화에 대해 말씀하셨고 잠시 고민하시던 어머님께선 말을 이어가셨다.
“ 말 들어보니 제 딸이 신고한 것도 아니고 주민 신고가 들어 온 건데 그럼 성범죄가 아니죠. 자기 가족 보는데도 신고당하고 경찰서에 와야하나요? 그리고 왜 맘대로 성범죄자라고만 생각하시는 건가요? 신고하신 분께서 저 사람은 성범죄를 일으킬 거 같아요. 라고 신고했나요? 아니면 주변 cctv를 확인이라도 하셨나요? ”
“ 아니.. 그게.. ”
“ 성범죄자가 처벌을 받아야 마땅한 사람인 건 맞아요. 하지만 확실한 상황을 판단도 안 하시고 이러시면 안되죠. 바쁘신 건 알겠는데 확인 할 건 제대로 확인하셔야죠. ”
어머님 말씀대로 경찰관님은 나에게 이유와 신분만 물어보셨고 다른 건 물어보시지 않으셨다. 내가 아내와 결혼 한 사진까지 보여드렸지만 보지 않으셨고 믿지 않으셨다.
“ 네. 죄송합니다. ”
“ 본인 일을 하신거라 사과하실 필요는 없지만 확인이라도 해주셨어야죠. 카페에도 전화로 확인 안하셨죠? ”
“ 네.. ”
“ 아까 말씀드렸다싶이 성범죄자들은 처벌을 받아 마땅해요. 하지만 경찰관님이 조금만 다른 시선으로 확인해보셨다면 금방 해결됐겠죠. ”
경찰관님은 계속해서 어머님과 나에게 사과를했고 어머님께서도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말씀하셨다.
“ 항상 바쁘신 거 알고 시민분들을위해 노력해주시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딸아이를 가진 입장에서 걱정하면서 산 건 사실이에요. ”
“ 아. 거 좀. 그만 좀 하시지. ”
어머님께서 말씀이 끝나기전에 안쪽에서 지위가 높아 보이는 경찰관님이 우리에게 다가오며 말씀하셨고 어머님께 사과를 드리던 경찰관님은 아니라며 그 분을 막기 시작했다.
“ 잘 끝나면 된 거 잖습니까? 우리가 노는 것도 아니고. ”
귀찮다는 듯이 손을 흔들며 말하는 경찰관님을 보시던 어머님께선 갑자기 나조차 무서울 정도로 처음보는 표정을 지으며 말씀하셨다.
“ 노는 게 아니시라면 더 확실하게 확인하셨어야죠. 지금 10분이면 끝날 일을 1시간째 하게 된 건 이 아이들 잘 못이 아니잖아요. ”
“ 그러니까. 여하튼 어머니가 오셔서 다 끝났잖아요. 아니. 그리고 어머니께선 당신 사위가 성범죄자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십니까? ”
“ 뭐라고요? ”
“ 그렇잖아요. 요즘 멀쩡한 사람도 성범죄를 일으키는데 사위라고 아들이라고 너무 감싸주시는 거 아닙니까? 이런 거 요즘 진상이라고해요. 아줌마. ”
어머님께선 경찰관님의 말을 들으시다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핸드폰을 들었고 어딘가로 전화를 하셨다.
“ 네. 저에요. 요즘 어디 맡아서 관리하시나요. 아. 네. 네. ”
어머님께선 누군가랑 통화하셨고 여기 주소를 말씀해주신 다음 전화를 끊으셨다.
“ 제 말을 이해 못 하시네요. 경위님 말 대로 제 사위가 성범죄자라면 전 당장 구속을 시켜도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사람을 성범죄자라고 맘대로 인식하고 수사를하시면 안되죠. 전과가 있는 사람도 아니고. ”
어머님과 경찰관님은 잠시 더 대치하셨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높아보이는 경찰분이 경찰서 안으로 들어오셨다.
“ 아. 왔어요? ”
“ 총경님! 잘 지내셨습니까! ”
그 경찰분은 들어오시자마자 어머님께 90도로 인사를했고 나는 잘 모르지만 어머님의 계급을들은 다른 경찰관분들은 모두 놀란 눈을 하셨다.
“ 네. 잘 지냈어요. 그리고 이제 경찰도 아니고 아줌만데 총경이라뇨... ”
“ 아닙니다. 그때 저 도와주신 거 생각하며 아직도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있습니다. ”
“ 서장님...? ”
어머님과 말다툼을 하시던 경위라고 불린 분은 어머님의 지인분께 서장님이라고 불렀으며 나는 아직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제대로 상황이 파악되지 않았다.
예전에 아내에게 어머님께서 나랏일을 하신다고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게 경찰이었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 어떻게 된건가요. 전 총경님께서 아무 이유없이 이럴 분이 절대 아니신데... ”
그 후 경위분은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며 생각보다 빠르게 인정을한 뒤 사과를 하셨고 어머님께서도 그 뒤 별 말씀은 안 하셨다. 그저 사과를 받으며 차갑게 경위분을 노려보기만 하셨다.
“ 이제 서장이시구나. 축하드려요. 그리고 귀찮게 오시게 만들어서 죄송해요. ”
“ 아닙니다. 언제든 말씀만하세요. 총경님께서 어긋난 말씀을 하실 분은 아니시니까요. ”
“ 고마워요. 다음에 신랑이랑 같이 식사나 한번 해요. ”
“ 네. 그럼 전 들어가보겠습니다. ”
인사를 마친 뒤 서장님은 경찰서를 나가셨고 우리도 어머님을 따라 경찰서를 나갔다. 어머님께선 갑자기 차에 들어가시더니 언제 준비하셨는지 두부를 꺼내 웃으리며 우리에게 건내주셨다.
“ 이런 거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울 사위 덕분에 하게되네. ”
“ 죄송합니다... ”
나는 정말 너무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어머님께서 경찰이셨다면 그것도 높은 계급에 계셨다면 더욱 죄송스러웠다.
형은 옆에서 멍하니 두부를 먹고 있었고 어머님께선 멍하니있는 내게 두부를 물려주시며 말씀하셨다.
“ 내 딸. 네 아내 보고싶어서 보다가 잡혀간건데 뭐가 죄송해. ”
“ 그래도... ”
어머님께선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씀하셨고 나는 어머님을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 인사가 늦었네요. 준수 장모에요. 정말 꼭 뵙고싶었어요. ”
어머님께선 내 어깨를 두드리던 손을 멈추시고 멍하니 두부를 먹고있는 형에게 인사와 함께 악수를 건내셨다.
“ 아! 넷! 악...! 콜록콜록... ”
어머님의 인사에 멍하니 서있던 형은 크게 대답하려다 순간 두부가 목에 걸려 콜록대기 시작했고 잠시 목을 추스린 뒤 대답했다.
“ 안녕하십니까. 김성환이라고 합니다. ”
“ 네. 꼭 뵙고싶었어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
어머님께선 형의 손을 꼭 잡으며 말씀하셨고 형은 허리를 거의 90도로 세우며 인사했다.
“ 저야말로 저녁식사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형의 말에 어머님께선 밝은 미소를 지으셨고 나를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 이런 분과 함께라니까 엄마가 마음이 좀 놓이네. ”
“ 아닙니다. 준수도 저 많이 도와줬습니다. ”
“ 겸손도 하셔라. 우리 이럴게아니라 근처 카페라도 가서 이야기 할까요? 물론 서아네 말고. ”
어머님께선 장난스런 말투로 얘기하셨고 우리는 경찰서에서 조금 떨어 진 곳으로 차를 이동한 뒤 카페에 들어갔다.
“ 그래서? 둘이 어떻게 만나게 된거에요? ”
어머님께선 음료를 받아 자리에 앉으시자마자 질문하셨고 나는 형이 제발 담배나 술 얘기는 안 했으면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형에 입에서 처음으로 나온 말은 바로 이것이였다.
“ 제가 준서를 처음 본 곳은 집 앞 흡연하는 자리였어요... ”
형의 입에서 담배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어머님께서는 빠르게 나를 쳐다보셨고 나는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하지만 형이 이야기가 진행되면 될 수록 어머님 눈에는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고 형의 이야기가 끝나자 어머님께선 형을 손을 꼭 잡으며 말씀하셨다.
“ 감사해요.. 정말.. 정말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