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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괴물인가?
작가 : 김지혜
작품등록일 : 202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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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화. 그들은 모두 괴물이었다.
작성일 : 20-09-12     조회 : 851     추천 : 0     분량 :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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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모든 것을 검게 물들인 소녀는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아아, 이런 날마저도 정말 안 어울리게 아름다운 하늘이라니까."

 

 소녀는 해사하게 미소를 지으며 검디 검은 자신을 이끌고 새하얀 곳으로 향했다.

 

 지금은 새까만 사람이지만, 한 때는 하얗던 사람이었으니 하얀 곳으로 되돌아가야지.

 

 ***

 

 "눈을 감아봐,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 그게 네 미래야."

 

 흔히들 이렇게 장난치고 놀기도 하죠.

 

 그런데, 제 눈 앞은 실제로 컴컴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마치 어둠 속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바라던 이상은 절대 현실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그 이상을 산산조각 낼 참담한 현실만이 존재할 뿐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손을 뻗어보아도 제 손을 잡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손과 입에 검은 칠을 하고 있었고, 항상 누군가와 같이 얘기를 하고 다녔습니다.

 

 그들은 비교적 하얀 사람들을 꺼려했고, 그렇다고 검게 그을린 듯한 사람들을 좋아하지도 않았습니다.

 

 비교적 하얀 사람들은 너무 하얘서 싫어하고, 검게 그을린 사람들은 '괴물'이라 부르며 그 옆을 피했습니다.

 

 그러면서 모순되게도 항상 아이들에겐 순수한 채로 있어달라고 말하더군요.

 

 어릴 때에는 좋은 것이 좋은 거라고, 하얗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을수록 제 옆에 있던 친구들은 점점 회색빛을 띄게 되었습니다.

 

 순진과 순수의 차이를 모르는 제가 할 수 있었던 건, 짙은 회색빛을 띠는 그들과 같아지는 것이었습니다.

 

 때로는 자의로, 때로는 타의로 검은 물을 마시고, 다른 이가 흘린 검은 물로 몸을 덕지덕지 칠했습니다.

 

 원하지 않았고, 바라지 않았고, 아무도 제게 강요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해야만 했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섞여 살아가려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모두가 그랬으니까요.

 

 제가 살고 있는 세계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로 모든 것이 결정되곤 했으니까요.

 

 썩 유쾌하진 않았지만 그들과 사는 세상에 제법 익숙해졌다 생각했지만, 사실 익숙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 스스로가, 온몸을 검게 물들이며 눈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죠.

 

 스스로 가린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수많은 괴물들과 또 다른 괴물인...... 저였습니다.

 

 그러니 제게 무어라 하지 마세요. 전 이미 괴물이 된지 오래입니다.

 

 당신들이 그리도 끔찍해하면서 동시에 동경하는 괴물로 말입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진겨울입니다.

 사이다를 몰고 다니는 지현의 섬뜩한 이야기,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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