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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신이 된 뉴비임당
작가 : 강알리
작품등록일 : 2019.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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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첫 번째 접속 그 다음 날 (2)
작성일 : 19-11-06     조회 : 302     추천 : 1     분량 : 3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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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마다 그런 녀석들이 있다. 약한 녀석들만을 골라 괴롭히는 하이에나 같은 녀석들. 태주 역시 그런 녀석들 중 하나였다. 하이에나 보다는 사자에 조금 더 가까웠지만. 아무튼 모두가 그와 부딪히고 싶지 않아 했고, 그들은 그걸 즐기며 학교라는 생태계의 포식자가 되어 만만한 사냥감들을 찾아 괴롭혔다.

 

 그런 생태계의 포식자가 나를 불렀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의 목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태주였다. 그리고 태주 옆에는 두 명의 호위무사인 성만과 준하가 함께 있었다. 학교 주차장 구석에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그들을 향해 나는 손을 들었다.

 

 ‘하필 담배를 피워도 내 주차 자리 근처야. 평소엔 학교도 잘 안 나오더니.’

 

 하여간 맘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 나와는 맞지 않는 녀석들이다.

 

 “안녕.”

 

 그들과 가까워지자 나는 무미건조하게 다시 한 번 인사를 건넸다. 순간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내 표정이 궁금해졌다. 설마 싫은 티가 얼굴에 그대로 묻어있는 것은 아니겠지. 그럼 곤란하다. 괜한 분란을 일으키긴 싫으니까.

 

 태주 녀석도, 태주의 옆에 있는 두 호위무사인 성만과 준하도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 수준의 체격은 아니었다. 그러니 그 덩치를 믿고 애들이나 괴롭히는 것이겠지.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그들이 그렇게 커 보이지 않았다. 어젯밤 오우거 수호자를 가까이서 봐서 그런가?

 

 “그래~”

 

 태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인사에 답하고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 다행스럽게도 녀석은 나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너무나 평범한 나는 그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먹잇감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운행을 종료합니다.”

 

 나는 퀵돌이의 전원을 끄고, 최대한 소리를 죽이며 조심히 내렸다. 내가 내리든 말든 태주 무리는 별 관심을 보이진 않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말없이 퀵돌이의 잠금 장치를 서둘러 설정하고 있는데, 태주 무리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내 귀로 흘러들어왔다.

 

 “... 내가 그 암흑신 녀석이 그 지랄할 때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어.”

 

 “그러니까 병신 같은 게 이왕 죽을 거면 우리 손에 죽지. 제대로 노리고 있었는데.”

 

 “태주 정도의 템이랑 레벨이면 암흑신 정도는 할 만하지 않아?”

 

 “야, 말은 바로 해야지. 할 만할 정도가 아니라 태주 앞에서는 암흑신이든 태양신이든 그냥 다 껌이야, 껌. 가볍게 제압한다고.”

 

 “이 새끼, 하여간 아첨은.”

 

 ‘응? 이게 무슨 소리지? 암흑신? 설마 <월드 오브 판타지아>의 암흑신을 말하는 건가?’

 

 평소라면 빠르게 퀵돌이의 주차를 끝내고 그 자리를 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구미가 당기는 그들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내 손은 점점 느려졌다.

 

 “그나저나 암흑신의 검은 어떤 새끼가 가져간 거야?”

 

 “모르지. 아직까지도 새 암흑신을 본 사람은 없다는데. 그 운 좋은 새끼, 검을 줍고 심장마비라도 걸렸나?”

 

 “푸하하하. 심장마비라니. 개드립 연구할 시간에 컨트롤이나 연습해.”

 

 “아니거든. 이제 컨트롤도 죽여주거든. 그리고 말이야 내가... 응?”

 

 갑자기 그들의 대화가 끊어졌다. 무거워진 주위의 공기가 느껴졌다. 등에 땀이 났다.

 

 아... 내가 너무 오래 엿듣고 있었나. 최대한 자연스럽게 이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뭐야, 저 새끼는. 설마 우리 말 엿듣고 있는 거야? 기분 더럽네.”

 

 “누구?”

 

 고개를 돌려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나를 이야기하는 것이 분명했다. 하여간 태주의 오른팔이라고 자처하는 준하 녀석은 눈치가 빠르다. 그러니까 저 자리까지 올라갔겠지. 일단 무조건 자연스럽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해야 내가 산다.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뒤돌아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그들의 시선은 나를 향하고 있었다. 곱지 않은 그들의 시선에 나는 자연스럽게 위축이 되었다.

 

 “응? 나? 아니야. 이게 잘 안돼서 말이야.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빨리 마무리하고 자리를 비켜줄게. 이야기들 나눠.”

 

 당황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말이 길어졌다. 젠장, 이건 내가 생각해도 자연스러움과는 거리가 있다.

 

 “후~”

 

 준하가 자신의 몸속 깊은 곳까지 넣어두었던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 그는 담배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그는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표정을 보아하니 들은 거 맞네. 우리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었어?”

 

 준하는 확실히 눈치가 빠르다. 솔직히 재미있긴 했다. 너희들의 이야기.

 

 “저 녀석이 우리랑 같이 놀고 싶은가 봐.”

 

 성만이 침을 바닥에 뱉으며 준하를 거들었다. 이 녀석은 호위무사치고는 눈치가 없다. 나는 너희들과 같이 놀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거든.

 

 “그게 오해야. 오해. 나는 진짜...”

 

 험악해지는 분위기를 가라앉혀야 한다. 나는 어색한 웃음을 연기하며 두 손을 내저었다.

 

 ‘워~ 워~ 진정해라. 이 쓰레기들아.’

 

 하지만 내 손짓과 표정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진정될 기마기 보이지 않았다. 준하와 성만은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 나는 한 발 뒤로 물러서며 계속해서 어색한 미소를 보냈다.

 

 ‘망했다.’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아 걷잡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손이 벌벌 떨렸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였다.

 

 “야, 됐다. 그만 가자.”

 

 태주의 목소리였다. 호위무사인 준하와 성만의 오버를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태주의 한 마디에 준하와 성만은 발걸음을 멈췄다. 내게 다가오던 녀석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왜? 이번 기회에 이 자식도 좀 손보려는데.”

 

 성만. 하여간 눈치도 없는 주제에 성격도 이상한 녀석이다. 누굴 손본다는 거야. 정말 마음에 안 든다. 성만의 말에 태주는 쥐고 있던 담배를 손가락으로 튕기고는 그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나와 호위무사들은 태주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살았다.’

 

 시선이 향한 곳에는 이쪽을 향해 당당한 걸음걸이로 다가오는 혜진이 있었다.

 

 “쳇! 똥이군.”

 

 “태주야, 가자.”

 

 성만과 준하는 혜진을 보고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서 멀어졌다.

 

 “여~ 다음에 보자.”

 

 태주는 나를 향해 한 마디 말을 던지고 그들과 함께 사라졌다. 태주를 따라가면서도 나를 노려보는 호위무사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큰 고비는 넘겼다. 나는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차례 몰아친 태풍에 아침부터 몸과 마음이 지쳤다.

 

 “어휴, 저 꼴통들. 아주 대놓고 피는구먼.”

 

 내가 정신을 추스르고 있는 사이에 다가온 혜진이 바닥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주우며 한 마디 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동경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어쩜 이렇게 멋질까. 혜진은 언제나 당당했다. 고등학교의 무법자인 태주 무리에게 저런 이야기를 쉽게 내뱉을 수 있는 것은 그녀를 제외하고는 몇 없었다. 그렇다고 그녀의 덩치가 태주 무리보다 더 큰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평범한 애들보다 조금 작은 편? 그래서 혜진은 예쁘다. 아니, 멋지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예쁜 혜진을 보고 똥이라고 부를 수가 있는 것인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넌 쟤들이랑 어울리지 마. 별로 질이 좋지 않으니까.”

 

 “어?... 어... 어... 어?”

 

 갑자기 훅 들어온 혜진의 말에 나는 정말 내가 생각해도 한심한 반응을 보였다. 어휴. 난 정말 답도 없다.

 

 “그럼 수업 시간에 보자.”

 

 내가 자책하고 있는 사이에 혜진은 한 마디 말을 더 남기고 자리를 떴다. 그녀와 더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뒤늦게 그녀를 향해 사랑을 가득 담아서 더듬거리며 조그맣게 말했다.

 

 “응. 그래.”

 

 어휴. 난 확실히 답이 없다. 아무튼 태주 무리 덕분에 아침부터 혜진이와 이렇게라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대화라기에는 조금 짧았지만. 아무튼. 쓰레기가 그렇게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계를 보았다.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다. 나는 서둘러 학교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걸어가는 동안 대영이가 했던 이야기와 방금 태주 무리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뒤섞여 머릿속을 맴돌았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가 마치 내 이야기가 같다는 생각.

 

 설마?

 

 ‘혹시 죽었다는 암흑신이 어제 그 녀석?’

 

 정말? 리얼리?

 

 ‘에이... 아닐 거야...’

 

 일단 최대한 빠르게 게임에 접속해야한다. 나는 얼른 <월드 오브 판타지아>에 로그인을 해서 모든 것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큰일이다. 오늘 하루, 수업에 집중하기는 다 틀렸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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