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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자들의 변명
작가 : 이야기
작품등록일 : 202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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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실마리
작성일 : 20-08-02     조회 : 232     추천 : 7     분량 : 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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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단독] 시신 보고 그림 그리는 엽기 모임 ‘에스파라도’를 아세요?

 

 시신 영상 또는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린 뒤 이를 공유하는 모임이 있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해당 모임에 가입한 회원들은 소셜네트워크(SNS)에 문제의 사진 또는 영상을 수시로 공유하고 오프라인에서도 한 달에 두 번 모임을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에스파라도’ 홈페이지에 따르면 시체의 일부분을 그린 그림이 수년간 올라오고 있다. 올라온 게시물을 확인해 보면 사람의 손가락, 신장, 폐 등과 같은 신체 일부를 그린 그림들이 상당수 게재됐다. 이를 접한 회원들은 “너무 아름답다”, “또 올려 달라”, “더 나은 것은 없느냐”라며 자극적인 그림을 원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회원은 동물을 죽이는 영상을 올리며 “그려 달라”며 직접 요청하기까지 했다.

 

 문제는 사람이 죽는 영상까지 빠르게 올라온다는 점이다. 당장 지난 10일 경북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영상도 이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이 영상에선 6명이 현장에서 상처를 입어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반인이 관련 영상을 쉽게 구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특정 관계자가 문제 영상을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회원들의 요구에 따라 끔찍한 영상도 만들어지는 정황도 파악됐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에 올라간 영상을 보면 “망치로 머리를 치면 어떻게 되느냐”라는 물음에 바로 이틀 뒤에 그와 비슷한 그림이 올라왔다. 이는 같은 날 한강 주변을 지나가던 한 40대가 망치로 묻지마 폭행을 당해 의식을 잃었다는 사건과 유사한 모습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칼로 사람 몸을 찌르면 어떻게 되느냐”라는 물음에 이 역시 이틀 뒤에 그림이 올라왔다. 역시나 같은 날 한 30대가 묻지마 칼부림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정황이 많은 셈이다.

 

 이에 대해 모임을 운영하는 A씨는 서면으로 “회원들이 다양한 직업군을 가지고 있어서 영상을 쉽게 구하고 공유하는 것”이라며 “문제의 영상과 사건은 전혀 관계없으며 사고를 우연히 접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게 뭐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그런 식으로 몰아가지 말고 예술로 봐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강정신병원 신경정신과 관계자는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으로 자기 세계관을 더 확고히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상적인 생활을 방해할 정도로의 모임이 활성화 됐다면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강압적으로 이 모임을 막게 되면 수면 아래로 내려가 영영 찾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방송 이지현 기자

 

 ◇ ◇

 

 “박 형사, 이것 좀 봐봐.”

 

 강력 2반 정범철 반장이었다. 정 반장은 웃으며 본인의 휴대폰을 상인의 얼굴에 쓱 내밀었다. 자신의 자리에서 사건을 기록하고 있던 상인은 갑작스러운 휴대폰의 등장에 깜짝 놀라 해 하며 얼굴을 뒤로 쭉 뺐다.

 

 “반장님. 뭐하시는 거예요?”

 

 정 반장이 휴대폰을 허공에서 흔들자, 그제야 상인은 휴대폰의 내용을 읽어봤다.

 

 "에스파라도요? 나 원 참. 요즘 이런 모임도 있어요? 진짜 가면 갈수록 별별 게 다 튀어나오네."

 

 상인은 턱수염을 매만지며 물었다. 이에 정범철 반장이 웃으며 답했다.

 

 “직접 모임에 참여했나 보더라. 요즘 기레기만 있는 줄 알았는데.. 쓸 만한 기자네, 사건에 대해서 한 번 물어봐. 위에서도 전화 왔거든. 함 알아보라고.”

 

 정 반장의 말은 곧 이 사건을 내사한다는 말이었다. 신고 접수가 되지는 않았지만, 경찰이 사건의 중대성을 판단해 직접 수사한다는 의미였다. 상인은 깜짝 놀라 되물었다.

 

 "제가요? 제가 왜요?"

 

 상인의 물음에 정 반장은 놀리듯 말했다.

 

 "박상인이. 이제 승진해야지."

 

 정 반장은 웃으며 수십 장의 자료를 상인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상인은 그런 정 반장을 보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놈의 승진은.'

 

 한숨을 내쉰 상인은 책상 위에 있는 자료를 살펴봤다. 이 가운에 ‘국립과학수사대’라고 적힌 보고서가 상인의 눈에 띄었다. 용의자 장민수에 대한 사건이었다. 상인은 보고서를 한 장씩 넘기면서 자신의 휴대폰으로 어디론가 전화했다.

 

 “한강경찰서 강력2반 박상인 수사관인데요. 대한방송 이지현 기자의 기사에 대해서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해당 기자하고 통화할 수 있을까요? 아 취재 중이시라고요. 혹시 제 연락처를 전달할 수 있을까요? 네네. 에스파라도 모임 건에 대해서 알아볼 게 있다고 알려주시면 됩니다. 제 연락처는 010XXXX... 네. 수고하세요."

 

 상인은 자신의 연락처를 남긴 뒤, 인터넷 창을 바로 클릭했다. 그리고 이지현 기자의 기사 내용을 한 번 더 읽은 후에 화면 캡처를 했다. 동시에 관련 기사 댓글을 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했다. 댓글에는 “이런 모임이 있어?”, “세상에 별별 일들이 다 있네” 등의 반응을 보인 네티즌이 있는가 하면 “네가 뭔데 이런 기사를 쓰느냐”, “남들한테 피해만 주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니냐?”라는 반응을 보인 네티즌도 있었다. 상인은 한숨을 푹 쉰 채로 댓글 창을 닫았다. 그때 상인의 휴대폰이 울렸다. 등록되지 않은 번호였다. 상인은 재빨리 휴대폰을 받았다.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한방송 이지현 기자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한강경찰서 박상인 수사관입니다. 기사 잘 봤어요. 수사 협조 관련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네네. 말씀하세요.”

 

 “기사에서 나오는 에스파라도 라는 모임을 직접 나가봤는지 궁금해서 연락드렸어요.”

 

 “네, 나갔어요. 모임에 나가니 한 10명 정도 모였더라고요. 저도 두 번 나가고는 안 나갔어요.”

 

 “모임에 대해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먼저 무엇 때문에 연락했는지를 말씀해주셔야죠.”

 

 지현의 반문에 상인은 살짝 당황해 하며 답했다.

 

 “아 네. 최근 담당 지역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서요. 원한 범죄인 것으로 보이는 데 용의자가 이 모임 홈페이지를 자주 검색했더라고요.”

 

 상인의 말에 지현은 바로 답하지 못했다. 한동안 정적이 계속되자 상인은 헛기침을 했다. 그제야 지현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렇군요. 저도 취재하면서 느꼈는데.. 사람들이 좀 이상했어요. 뭔가 좀 홀린 것 같다고 해야 하나..”

 

 "홀렸다고요?"

 

 "네. 뭔가 말로 표현하기가 애매한.. 확실히 다가가기 힘든 사람들이었어요. 그들만의 세계가 확실히 있는 것 같았어요."

 

 지현은 자신이 봤던 내용을 상인에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상인은 지현의 말을 들으면서 장민수의 자료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어보기 시작했다.

 

 “당시 모임에 나왔던 사람들은 자기소개를 간단하게 했어요. 그런 다음 광진교 다리 밑에 위치한 카페로 향했죠. 저도 뭐 취재차 따라가게 됐어요. 그들은 새로 들어온 회원들을 오프라인 모임에서 확인하기를 원했어요. 구체적으로 얼굴을 드러내는 걸 원했죠. 어쨌든 다리 밑 카페에 들어가게 됐는데.. 그곳에 입구가 하나밖에 없어서 누가 오고 가는지를 파악할 수 있더라고요."

 

 '광진교 카페라..'

 

 상인은 턱수염을 만지며 물었다.

 

 "일반인은 없던가요?"

 

 "네. 장소를 다 빌린 것 같았어요. 다들 얼굴을 알고 있는 듯 서로 아는 체하며 인사를 하더라고요."

 

 “그렇군요.. 어떻게 됐어요?”

 

 “먼저 제 연락처를 물어봤어요. 그 자리에서 휴대폰이 울리는지, 안 울리는지를 확인하더라고요. 제 폰이 울리자, 이를 확인한 한 명이 저를 소개하고 환영 인사를 시작하더군요.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어봐서 아직 대학원생이라고 둘러댔죠. 아무튼 그렇게 환영 인사가 진행되는데... 행동이 좀 특이했어요. 이상하게도 그 사람들은 자신들의 목에 오른손을 올려놓고 왼쪽 손바닥을 들어 보이며 나를 가리켰어요. 이상한 ‘음’하는 소리와 함께요.”

 

 “소리요?”

 

 “네. 기분 나쁜 소리였어요. 하지만 소리도 소리지만, 단체로 이상한 자세로 저를 바라보니까 기괴하더라고요. 확실히 정상적인 모임은 아니었어요. 어찌 됐든 환영 인사가 끝나고 나니 자신들이 그린 그림을 소개했어요. 내용은 기사에서 나온 대로 잔혹한 그림밖에 없었고요."

 

 지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상인은 장민수의 국과수 파일을 보다가 순간, 눈을 떼지 못했다.

 

 ◇ ◇

 

 사인 : 과다 출혈로 인한 사망.

 범행도구 : 망치, 칼, 농약, 가위, 드라이버, 톱, 줄 등

 특이사항 : 장기가 없음.

 

 ◇ ◇

 

 상인은 지현에게 다시 물었다.

 

 “혹시 모임에서 장민수라는 이름도 나왔었나요?”

 

 “네. 나왔어요.”

 

 “프랑스에 간다고 하던가요?"

 

 “어머. 어떻게 알았어요?”

 

 상인의 말에 지현은 놀라 해하며 물었다.

 

 “네. 저도 용의자를 쫓고 있어서.. 저도 정보를 드릴 테니 협조 좀 구할게요. 어떠신가요?”

 

 “내용 먼저 들어보고 나서요.”

 

 지현의 말에 상인은 장민수 편지에 적힌 내용을 지현에게 요약해서 알려줬다. 상인은 다만 숨진 피해자의 상태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괜스레 겁을 주어서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상인의 말을 들은 지현은 그제야 사람들의 말을 이해하겠다고 맞장구쳤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최근 장민수의 작업을 극찬하더라고요. 저는 그 내용을 몰라 멀뚱히 서 있었지만.. 다들 그동안 본 적이 없었던 작품이라고 했어요. 아마 그 사건과 연관되어 있을 것 같아요.”

 

 ‘본 적이 없었던 작품이라...’

 

 상인은 장민수가 죽인 시신을 떠올렸다. 부패한 시신의 상처가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 그러면서 국과수 김재민 팀장의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아주 고통스럽게 죽은 것 같아. 입을 얼마나 꽉 물었는지...]

 

 상인은 이들의 작품이 어떤 것인지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상인은 이번 사건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침을 꼴깍 삼켰다. 상인이 물었다.

 

 “다른 특이한 사항은 없었나요?”

 

 “참.. ‘은지’라는 이름도 나왔어요.”

 

 “은지요?”

 

 펜을 든 상인은 눈앞에 놓여 있는 보고서에 ‘은지’라는 이름을 적었다.

 

 “네. 그들은 모두 은지라는 인물을 그리워했어요. 소위 ‘작업’을 잘했다면서요. 사실 은지라는 이 인물이 모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 같았어요. 형사님. 혹시 컴퓨터 앞이세요?”

 

 “네. 말씀하세요.”

 

 “그러면 트위터에서 ‘psycho-ji’ 라고 검색해보세요.”

 

 “잠시만요.”

 

 수화기 너머 타자 소리가 들렸다. 상인은 지현의 말대로 관련 아이디를 찾을 수 있었다. 상인이 찾았다고 말하자, 지현은 문제의 아이디에서 얻은 정보를 상인에게 전달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일어난 프랑스 살인 사건에 대한 댓글 내용들도 얘기했다. 상인은 지현의 말에 놀라워하며 해당 기사에 관련 댓글들을 찾아봤다. 지현이 본 ‘성지순례’ 등과 같은 댓글이 나오자, 상인은 지현의 말대로 에스파라도 모임에서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상인이 지현에게 말했다.

 

 “이 ‘은지’라는 인물은 어디에 있는 거예요?”

 

 “그들 말로는 파리에 있다고 해요.”

 

 지현의 말에 상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장민수와 ‘은지’라는 인물이 한 자리에..’

 

 상인이 물었다.

 

 “그렇다면 장민수가 '은지'라는 사람을 찾아갈 가능성이 있겠군요.”

 

 “아뇨. 이미 만났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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