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지옥에서 온 영화감독
작가 : 신해강정조준
작품등록일 : 202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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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을 만나다
작성일 : 20-09-02     조회 : 271     추천 : 1     분량 : 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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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감독이 내 손을 잡으며 침착하게 말했다.

 “걱정 마. 나한테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

 “뭔데?”

 문대표가 기대어린 눈으로 봉감독을 쳐다봤다.

 “일본 놈들 짓이야. 우리나라를 침략하려고 괴수를 보낸거지.”

 문대표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그딴 게 아이디어냐? 일본에선 상영 안할 거야?”

 “아... 그러네. 그럼 중국은?”

 “요즘은 중국 시장이 제일 커. 넌 왜 애가 그렇게 생각이 없냐?”

 “아 씨... 어쩌라고? 내 영화는 지구촌 70억 인구가 다 보는데!”

 봉감독이 버럭 화를 내며 의자를 발로 찼고, 문대표는 머리를 감싸쥐며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쏟아냈다.

 그들의 대화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나도 한마디를 보탰다.

 “외계인이 침공했나 보죠.”

 순간, 봉감독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외계인? 외계인이라...”

 봉감독이 눈을 감고 뭔가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럼 UFO도 있어야 되는건데...”

 “만들면 돼지! 백두산보다 UFO가 만들기 쉬워!”

 문대표가 자신의 이마를 빡! 치며, 흥분에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봉감독은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백두산 하나면 UFO 열대도 만들 수 있겠네.”

 “장난 쌈치기 하냐? 열대가 뭐야? 백대는 만들어야지!”

 아! 그냥 아무 말이나 던진 건데... 이들은 너무 진지하다.

 “형, 제작비는 문제없겠지?”

 “무시하냐? 나 문어준이야! 씨바, 오늘 비싼 거 먹자. 여기 탕수육!”

 으하하! 그들은 어린아이처럼 마냥 웃으며 좋아했다.

 뭐라도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시나리오가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가끔 이야기가 산으로 가기도 하고, 바다로 가기도 하지만, 좋은 영화는 이처럼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길을 가본 뒤에야 제자리를 찾는다. 봉만오 감독과 문어준 대표는 결국 그 길을 찾아낼 것이다.

 “짜장면 나왔습니다.”

 그때, 키가 길쭉한 청년이 짜장면 세 그릇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봉감독이 청년의 엉덩이를 툭 치며 말했다.

 “어이, 똥원이! 오늘 학교 안가냐?”

 “휴학했어요. 과가 적성에 안 맞아서.”

 난 청년의 얼굴을 무심코 쳐다봤다.

 ‘어? 강동원이랑 닮았... 아니다! 진짜 강동원이잖아!’

 이지적인 눈매, 오똑한 콧날, 부드러운 저음의 목소리.

 옷차림은 수수하고, 머리는 다소 덥수룩했지만...

 그는 확실히 강동원이었다.

 “맛있게 드세요.”

 강동원은 짜장면 그릇을 내려놓고 카운터로 가더니, 우수에 젖은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햇살에 비친 그 실루엣의 아름다움이란...

 아! 남자인 내가 봐도 반할 지경이다.

 “감독님, 저 분... 진짜 강동원이죠?”

 “응, 이집 아들이야. 애가 착해.”

 “강동원은 배우 아니에요?”

 “저 얼굴로 어떻게 배우를 하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그러자 문대표가 짜장면을 입에 한가득 넣은 채 말했다.

 “암... 송광호 정도는 생겨야 배우라고 할 수 있지.”

 이런! 세상이 꼬여도 너무 심각하게 꼬인 것 같다.

 강동원이 생긴 것 땜에 배우를 못하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난 강동원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뚫어져라 쳐다봤다.

 창밖을 보고 있는 그의 표정에서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졌다.

 ‘배우의 매력이란 저런 거지. 표정만으로 사람의 감정을 사로잡는...’

 그때, 강동원이 나를 힐끗 쳐다봤다.

 그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순간, 부끄러워서 고개를 돌렸고, 강동원도 그런 내 시선이 어색했는지 담배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난 서둘러 종이와 볼펜을 챙겼다.

 “잠깐 화장실 좀...”

 “그래, 갖다 와.”

 

 강동원은 가게 앞에 놓인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에게 종이와 볼펜을 내밀었다.

 “저기, 싸인 좀 해주시겠어요?”

 “싸인이요?”

 난 종이와 볼펜을 내밀었다.

 “네, 여기에 이름 좀 써주세요.”

 “왜요?”

 “그게... 동원씨는 나중에 배우가 되실 거예요. 미리 싸인이라도 받고 싶어서요.”

 “에...?”

 강동원이 멀뚱한 눈으로 날 쳐다봤다.

 그와 눈을 마주치고 있는 그때, 상태창이 떠올랐다.

 

 <강동원>

 역할 : 배우

 외모 : ★★★

 매력 : ★

 연기력 : ★

 잠재력 : ☆☆☆☆☆☆☆

 특성 : 아직 잠재력이 깨어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약점 : 자심감 부족, 의지 없음. 배우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끝없는 신뢰가 필요합니다.

 

 역시 잠재력이 깨어나지 않은 것 뿐, 외모의 문제는 아니다. 강동원이 배우가 되지 못한 것도 그의 가능성을 믿어준 사람이 여태껏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그를 백프로 신뢰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는가?

 바로 나.

 ‘강동원은 반드시 배우가 되어야 한다. 내가 그렇게 만들거다.’

 이런 내 결심을 비웃듯, 강동원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재밌는 분이시네.”

 “진지하게 말씀 드리는 거예요. 동원씨는 분명히 한국 최고의 배우가 되실 거예요. 싸인 부탁드립니다.”

 강동원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래요, 그럼.”

 강동원은 종이에다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써서 건넸다.

 “됐죠?”

 “감사합니다.”

 그때, 안에서 주방장 아저씨가 나와서 소리쳤다.

 “동원아, 배달이다.”

 “예, 알았어요.”

 강동원은 담배를 비벼 끄고 일어났다.

 나는 재빨리 그의 손을 잡았다.

 “배우가 되시면 꼭 좀 연락주세요.”

 난 강동원의 손바닥에 내 전화번호를 적었다.

 “제 영화에 당신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고 싶습니다.”

 강동원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날 한참 쳐다봤다.

 그리고 한마디 했다.

 “네, 군만두 서비스로 넣어드릴게요.”

 강동원은 한 손에 철가방을 들고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다.

 부릉-

 뿌연 먼지 속으로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잠재력이 깨어나지 않은 사람이 너무도 많다.

 난 지옥의 고통을 겪고 다시 태어나는 바람에 운명을 바꿔나가고 있다곤 하지만, 자신의 잠재력이 뭔지도 모른 채 실패한 인생을 살다가 불지옥에 떨어지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러니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알 것 같다.

 가능성 있는 사람을 찾아 그들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것.

 그리고 함께 성장하고 함께 인생에 성공하는 것.

 어쩌면, 그게 영화감독으로서 내가 진짜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중화요리 강동원>의 문을 열고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강동원이 내 영화에 출연한 광경을 상상하며 밤새도록 고량주를 마셨고, 새벽녘이 돼서야 집에 돌아왔다.

 비록 기대했던 광란의 파티는 없었지만, 오늘 강동원을 만난 것은 내 영화 인생을 통틀어 두고두고 간직해야 할 행운이다.

 강동원은 몇 년 안에 최고의 대배우가 될 게 분명하고, 난 그를 발굴한 위대한 감독이 될 거니까. 하하하!

 난 흐뭇하게 웃으며 강동원에게 사인받은 종이를 벽에 붙였다.

 그 순간, 눈앞에 빨간 빛이 보였다.

 레이저 광선같은 새빨간 직사광선이 벽을 뚫고 새어나오고 있었다.

 ‘잉? 이게 뭐지?’

 벽에 뚫린 구멍에 손가락을 대보았다.

 그러자 구멍이 점점 커지더니, 갑자기 벽이 종잇장처럼 불타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파악!

 순식간에 벽이 활활 타올랐다.

 “으악! 부... 불이야!”

 난 화들짝 놀라 뒤로 벌렁 넘어졌다.

 일어서려고 했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허둥지둥... 팔다리가 따로 놀며 온몸이 물에 잠긴 것처럼 무거웠다.

 ‘이런!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보다.’

 낚싯줄에 매달린 물고기처럼 방바닥을 허우적거리고 있는 그때...

 아! 이건 또 무슨 개꿈같은 광경이냐?

 불타는 벽 속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리고, 타오르던 불꽃이 사라지더니 원래의 벽으로 돌아왔다.

 “꿈이구나? 허허...”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그리고, 침대로 기어가서 벌렁 누웠다.

 ‘몸이 허해졌나? 가위에 눌리다니...’

 그런 생각을 하며 돌아눕는데,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내 앞으로 스윽 다가왔다.

 “조요한씨 맞습니까?”

 “뭐, 그럴 거예요.”

 “역시 배짱이 장난 아니군요. 날 보고도 놀라지 않다니.”

 “배짱이야 타고났죠. 그런데 아저씬 누구...?”

 그 순간, 남자의 등에서 거대한 박쥐 날개가 펼쳐졌다

 “지옥에서 왔습니다.”

 “지옥?”

 너무 놀라 벌떡 일어났다.

 남자의 눈동자가 이내 붉은 빛을 뿜어내며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에게서 불지옥의 유황냄새가 났다.

 ‘맙소사! 지옥에서 날 데리러 온 거구나!’

 남자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감 잡았으면 여기 보세요.”

 남자가 재킷 주머니에서 작은 카메라를 꺼냈다.

 “자... 잠시만요!”

 난 손을 내저으며 도망치려고 했다.

 그런데, 자석에 붙은 것처럼 옴짝달싹할 수도 없었다.

 남자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웃어요. 치즈~~”

 찰칵!

 카메라의 셔터 소리가 고막을 찢을 것처럼 날카롭게 울려퍼졌다.

 동시에 플래쉬가 팍! 터지며, 붉은 빛의 아우라가 폭풍처럼 쏟아졌다.

 빛의 아우라는 순식간에 사방을 휩쓸어버리고 내 몸을 휘감았다.

 ‘윽! 이건...’

 100만 볼트의 전기에 감전된 것 같은 강렬한 고통이 전신을 마구 찔러댔다. 빛의 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몸이 세포단위로 조각조각 흩어지는 것 같았다.

 “으아악!”

 

 ***

 

 터억!

 눈을 떠보니... 다리 난간에 적힌 자살방지 문장이 보였다.

 ‘많이 힘들었구나.’

 ‘아직 할 수 있어요.’

 ‘당신은 누군가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

 이곳은 내가 추락했던 마포대교 위다.

 몸서리 쳐지는 그 날의 공포를 떨쳐버리려 고개를 돌렸다.

 그때, 검은 옷의 남자가 다가오며 말했다.

 “여기 맞지?”

 “네?”

 “니가 예전에 떨어진 데 맞냐고?”

 난 벌벌 떨며 옆을 쳐다봤다.

 ‘이럴 수가!’

 다리 위를 달리던 자동차들이 모두 멈춰서있고, 인도를 걷던 사람들도 마네킹같은 표정으로 얼음땡을 하고 있다. 심지어 하늘을 날던 비둘기마저 공중에 못 박힌 듯 꼼짝하지 않고 있다.

 ‘시간이... 멈춰버렸다!’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것 같군. 그럼 뛰어내려.”

 난 뒷걸음을 쳤다.

 하지만 죽음의 공포는 날 옴짝달싹 못하게 붙들어 매었다. 나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겨우 입을 열었다.

 “왜...?”

 “흥!”

 질문만큼 대답도 짧았다.

 남자가 손을 뻗자, 강렬한 에너지 파장이 쏟아져 나왔다.

 “으악!”

 난 그 파장에 휩싸여 공중으로 들어 올려졌다.

 저 밑으로 시커먼 강물이 보인다.

 지금 악마가 날 강에다 던져버리려는 것이다!

 “죽을 때 죽더라도 이유는 말해줘야 될 거 아냐!”

 난 죽어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악마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몰라서 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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