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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온 영화감독
작가 : 신해강정조준
작품등록일 : 202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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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혈전
작성일 : 20-09-08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4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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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노베의 표정이 갑자기 싸해진다.

 “그건 파일럿이라 그래. 본편부터는 달라.”

 “웃기시네. 유능한 감독 데려가서 홍보 좀 때리고. 조회 수 올린 다음에 불지옥에 비싼 값 받고 트레이드 시키려는 거 누가 모를 줄 알아? 페이몬한테 다 들었거든?”

 ‘뭐야? 그런 거였어?’

 로노베가 날 쳐다보더니 당황한 듯 식은땀을 흘렸다.

 “감독님, 오해하지 마십쇼. 우린 무조건 종신계약입니다. 절대 트레이드 같은 거 안 해요.”

 안 궁금하다.

 그보다는 딴 게 더 궁금하다.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네, 뭐든지 물어보십쇼.”

 “조회수가 1인데 어떻게 소문이 나죠? 소문났으면 이미 대박 터진 거 아닙니까?”

 “그러게요. 그게 어떻게 된 일인지...”

 카이저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 1이 나거든? 콧구멍 후비는 것보다 재미없다고 내가 악마들한테 소문 쫘악 퍼뜨렸지롱~~ 크하하하!”

 “이런 야비한 도롱뇽 쉐이!”

 크아악!

 로노베가 붕- 날아와 분노의 주먹을 날렸다.

 동시에 카이저도 공중으로 날아가 거대한 꼬리를 휘둘렀다.

 퍼억! 콰악! 꾸릉! 꽝!

 “악플도 니가 달았지?”

 “그럼 조회수가 1인데 당연히 나지. 이 맹추야!”

 괴수와 헐크의 자존심을 건 공중혈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피가 튀기고, 천둥이 치고, 벼락이 쏟아졌다.

 그 무시무시한 광경에 놀라 오금을 저리며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때, 카이저가 힐끗 보며 소리쳤다.

 “뭘 꾸물거리고 있어? 빨랑 도망가!”

 “아... 알겠어.”

 출구를 향해 냅다 뛰었다.

 그러다 문득, 경기장 2층 VIP룸이 눈에 들어왔다.

 ‘맞다! 시연씨.’

 곧 시간이 다시 움직이겠지. 녀석들이 싸우고 있는 걸 사람들이 보게 되겠지. 난리가 나겠지. 시연씨가 위험해지겠지.

 ‘내가 구해야겠지!’

 난 방향을 바꿔 VIP룸을 향해 달렸다.

 그런데 연결통로는 어디지?

 내가 홈팀 덕아웃 앞을 막 헤맬 무렵,

 콰쾅!

 카이저가 내 앞에 추락해버렸다.

 감전된 것처럼 온몸을 부르르 떠는 게 부상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카이저! 눈 떠봐! 왜 그래?”

 “고추를 맞았어... 하악......”

 카이저는 짧은 신음소리를 남기고 털썩 기절해버렸다.

 “얌마! 너 왜 이리 쌈을 못해?”

 “제가 잘하는 겁니다. 이놈은 입만 산 거고.”

 쿵! 쿵! 쿵! 쿵!

 지축을 울리며, 로노베가 다가왔다.

 “법과 원칙의 화신으로서 약속드립니다. 감독님은 방출, 트레이드, 이런 거 절대 없습니다. 한번 감독은 영원한 감독! 앞으로 쭈욱 저랑 함께 하시죠.”

 턱수염 헐크가 자상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민다.

 ‘웃지 마. 그게 더 무서워...’

 내가 손을 벌벌 떨자, 로노베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화난 모습을 보면 누구나 그런 표정을 짓죠. 하지만, 전 어디까지나 법을 집행하는 것뿐입니다.”

 로노베가 손을 옆으로 뻗어 에너지 파장을 발사했다. 그러자, 벽에 커다란 블랙홀이 나타났다.

 “이제 가실까요?”

 난 고개를 저으며 뒷걸음쳤다.

 이놈한테 잡히면 절대 지옥에서 도망쳐 나오지 못할 거라는 강렬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뭐, 그럼... 멱살 잡아드리겠습니다.”

 로노베가 거대한 손을 뻗었다.

 내 목을 틀어쥐려는 찰나!

 녀석을 힘껏 밀치며 소리쳤다.

 “타임아웃!”

 로노베가 순간 멈칫했다.

 “웬 타임...?”

 “타임아웃을 부르면 경기를 멈출 수 있어요. 법과 원칙의 화신이니까 그 정도 룰은 알겠죠?”

 “아... 스포츠 말이군요? 잠시만요.”

 로노베가 태블릿을 켜더니 야구 룰을 확인했다.

 “뭐, 그런 조항이 있긴 하네요. 하지만 그건 경기 중인 선수와 감독한테 해당되는 거고. 우린 아닌데요?”

 윽! 꼼꼼한 놈.

 하지만, 여기서 물러서면 안 된다.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무조건 시간을 끌어야한다.

 잠시 후면 시간이 다시 움직일 거고, 이놈을 본 사람들이 난리가 날 거고, 경기가 중단될 거고, 경찰과 군대가 출동할 거고... 그 혼란 중에 도망치는 거다.

 “그... 그럼, 경기장에 들어온 것 자체가 문제죠. 무슨 훌리건도 아니고. 법과 원칙의 화신이 이래도 됩니까?”

 “그러니까 빨리 지옥으로 가자구요. 시간이 움직이기 전에...”

 순간, 로노베가 뭔가 깨달은 듯 고개를 갸웃했다.

 “아... 시간이 작동되길 기다리고 있는 거군요. 그럼 나도 이 세계의 법을 따라야 하니까.”

 윽! 이놈은 눈치도 빠르다.

 “잔머리 굴리느라 애쓰셨습니다. 그럼, 임의동행을 실행합니다.”

 로노베가 팔뚝에 힘을 주었다.

 꾸우욱-

 바위덩어리만한 주먹이 내 코앞에 다가왔다.

 “쥐포를 만들어서 숯불에 구운 다음에 통조림에 가둬서 냉동창고에 처박아드립죠. 이야압!”

 “으아악!”

 녀석의 주먹이 내 머리통에 내리꽂히는 찰나!

 “그건 반칙이야!”

 “뭐가?”

 로노베가 동작을 멈추며 힐끗 뒤돌아봤다.

 카이저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생각해보니까... 고추 때린 거 반칙이라고. 로우 블로우.”

 “그건 복싱이나 격투기에 해당되는 거고. 우린 막싸움이라 상관없어.”

 “그으래?”

 순간, 카이저가 입을 쩍 벌리며 로노베에게 빛의 속도로 달려들었다.

 크아악!

 수십 개의 날카로운 이빨이 로노베의 가랑이 사이를......

 콰직!

 아우... 이건 말 못하겠다.

 아무튼 카이저는 로노베의 어딘가를 꽉 깨문 채 미친개처럼 머리를 사방으로 흔들어댔다.

 로노베는 지옥의 고통을 맛보는 듯 입에서 거품을 마구 쏟아내며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아~~~”

 살육과 공포의 시간이 지나고.

 카이저는 고개를 홱 젖혀 로노베를 블랙홀 안으로 던져버렸다.

 “당분간 오줌에서 피 나올껴. 크하하하!”

 “너어어......”

 로노베는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검은 구멍 속으로 사라졌다.

 카이저는 힘이 다 빠졌는지, 숨을 헐떡거리며 쓰러졌다.

 그리곤 한마디 했다.

 “고깃덩어리 이빨에 꼈네. 퉤! 퉤!”

 ‘이런 잔인한 녀석...’

 카이저가 날 보더니 턱으로 위를 가리켰다.

 “가봐. 곧 시간이 움직일 거야.”

 “아... 알겠어. 고마워.”

 난 재빨리 관중석 2층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VIP룸에 도착하자마자 카메라 조리개부터 확인해보았다.

 아직 몇 초의 시간이 남아있다.

 “잠깐! 아까 뭘 하려고 했더라?”

 그때, 인상을 찌푸린 채 손을 뻗고 있는 박하일 기자가 보였다.

 “맞아! 이놈을 혼내주려고 했었지?”

 난 박기자를 들쳐업고 문 앞에 있는 여자화장실로 재빨리 뛰어갔다.

 화장실에는 여자들 몇 명이 거울을 보는 자세로 멈춰서있었다.

 박기자를 바닥에 반듯하게 내려놓고, 잽싸게 VIP룸으로 돌아왔다.

 5, 4, 3, 2, 1... 땡!

 시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박기자 어디 갔죠?”

 전시연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글쎄요...”

 “빨리 찾아봐요. 기사 나가면 안 된다구요!”

 경호원들이 놀라서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 순간,

 “꺄아악!”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시치미를 떼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박하일 기자가 여자들에게 두들겨 맞으며 화장실 밖으로 끌려나오고 있었다.

 “이런 변태 자식아!”

 “아... 아니, 내가 여기 왜 있는 거냐고?”

 “저기요! 사람 좀 불러주세요!”

 “누굴 불러요? 에잇!”

 박기자가 여자들을 뿌리치며 도망치려고 했다.

 그러자, 경호원들이 뛰어가서 박기자의 팔을 꺾어 바닥에 쓰러뜨렸다.

 잠시 후, 야구장 관계자들과 청원경찰이 뛰어와 박기자를 끌고 갔고, 박기자는 억울하다는 듯 고개를 내저으며 소리쳤다.

 “미치겠네! 눈 떠보니까 화장실이었다고!”

 전시연은 그 모습을 어이없는 눈으로 쳐다봤다.

 “뭐야? 진짜 변태 아냐?”

 “저런 놈은 콩밥을 먹어봐야 정신 차리죠.”

 전시연은 상황이 믿기지 않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자신의 입술을 만졌다.

 “그런데, 입술에 뭐가 닿았었나...?”

 앗! 내가 뽀뽀한 느낌이 남아있는 건가?

 난 부끄러워져서 재빨리 입을 오므리며 딴청을 피웠다.

 그때, 전시연이 내 팔짱을 꼈다.

 “감독님, 우리도 이만 가요.”

 “그럴까요?”

 그녀와 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야구장을 빠져나왔다.

 차는 이미 문 앞에 대기 중이었다.

 전시연이 차에 타며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야구 진짜 재밌어요. 감독님이 설명해주시니까 이해도 쏙쏙 되고. 우리 앞으로 야구 자주 보러 와요.”

 “하하하! 저야 좋죠.”

 전시연이 그윽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기대 되요. 감독님이랑 같이 만들 작품.”

 “어! 그 말씀은... 출연을?”

 “당연하죠!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놓치면 평생 잠 못 자고 후회할 텐데요.”

 배우한테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다. 이걸로 소원 하나 풀었다.

 “감사합니다.”

 난 그녀에게 허리를 구부려 인사했다.

 그때, 전시연이 갑자기 날 꽉 끌어안았다.

 “오늘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어요. 내일 봐요, 우리 감독님.”

 전시연은 부끄럽게 웃으며 차 문을 닫았다.

 ‘우리 감독님...?’

 그녀가 탄 차량이 서서히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더 가까이 들려온다.

 우리 감독님...

 우리 감독님...

 우리 감독님...

 난 그녀의 목소리를 음미하며 한동안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띠리리리~~~

 그때, 오유미 대표한테서 전화가 왔다.

 “으악! 왜 꼭 이런 순간에 전화를 하냐고?”

 투덜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네, 대표님...”

 “감독님, 야구는 즐거우셨어요?”

 “당연히 즐겁죠. 누구랑 본 건데.”

 “시연이한테서 방금 전화 왔어요. 출연 결정했다고.”

 “알아요. 저한테도 얘기했어요.”

 “그럼 이제 계약하셔야죠?”

 “무슨 계약이요?”

 “감독 계약 안하실 거예요?”

 “아...”

 “계약서 메일로 보내놓겠습니다. 내일 오전에 서명하시죠.”

 전화를 끊는 순간, 경기장 안에서 떠들썩한 함성이 들려왔다.

 “와아~~”

 “홈런! 홈런입니다!”

 팡! 팡! 팡!

 경기장 위로 오색찬란한 축포가 터졌다.

 그리고,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조요한’의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아이디어 : ★★★ → ★★★★]

 [스토리텔링 : ★★★ → ★★★★]

 오늘은 홈런이 많이 나오는 경기인가 보다.

 하지만, 페넌트 레이스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저녁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불꽃들을 보며 발걸음을 내딛었다.

 한걸음, 두 걸음... 어느새 발걸음이 빨라졌다.

 가슴을 펴고 그 어딘가를 향해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난 지금... 꿈을 향해 달리고 있다.

 ‘내 인생에도, 당신의 삶에도 짜릿한 홈런이 더 많이 터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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