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지옥에서 온 영화감독
작가 : 신해강정조준
작품등록일 : 202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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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최대오디션(1)
작성일 : 20-09-23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5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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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구장 그녀> 지상최대 오디션 개최!

 - 전시연의 남자는 누가 될 것인가?

 - 톱배우, 유명스타까지 오디션 지원, 경쟁률 폭등!

 - <야구장 그녀> 오디션 경쟁률 30,000대 1 예상!

 

 따르르릉~~

 따르르릉~~

 따르르릉~~

 전화에 불똥이 튄다.

 나를 포함한 전 직원이 하루 종일 전화기만 붙들고 있다.

 “연기경력 없어도 됩니다. 대한민국 남자는 누구나 지원가능 합니다.”

 “나이가 70이라구요? 네네, 연령제한 없습니다.”

 “No... english no no..."

 일반적으로 상업영화는 유명한 남자배우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고, 여배우는 신인을 선발하는 게 관행이다.

 그런데, 난 이 관행을 뒤집어버렸다.

 그랬더니 예상을 뛰어넘는 태풍이 불어 닥쳤고, 우린 지금 우린 그 태풍의 눈 한가운데에 있다.

 “지원자 수가 5만 명 넘었어요!”

 “6만 명, 7만 명, 8만... 으악!”

 “서버 마비 됐어요!”

 “복구팀 가동해!”

 “우리가 복구팀이 어딨어?”

 털썩!

 밤12시.

 모두가 입에 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동훈이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날 쳐다본다.

 “이 지옥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생각났어.”

 “뭔데?”

 “널 죽이는 거.”

 케켁!

 녀석이 인정사정없이 내 목을 조른다.

 “야야... 나도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어.”

 “그게 더 나빠. 왜 몰라? 왜! 왜! 왜!”

 그때, 오유미 대표가 날 구해줬다.

 “걱정 마요. 내일부터 콜센터 운영할 거니까.”

 “콜센터요?”

 “오디션 전담팀 만들기로 했어요. 지원접수부터 진행까지 다 그쪽에서 담당할 겁니다.”

 우와!

 살았다!

 오, 신이시여!

 다들 해방의 환호성을 질러댔다.

 하지만 난 일이 이렇게 처리될 줄 이미 알고 있었다.

 제작발표회 이전부터 오유미 대표와 함께 투자사 관계자들을 만나 향후 진행사항을 논의해왔기 때문이다. 처음에 반신반의하던 투자사에서도 막상 오디션이 언론의 주목을 받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다만, 이렇게나 빨리 인기가 솟구칠 줄 몰랐던 게지.

 ‘자, 그럼 2라운드로 들어가 볼까나?’

 “저한테 좋은 생각이 하나 있는데요.”

 “누가 생각하래? 하지 마!”

 동훈이가 내 입을 틀어막았다.

 오유미 대표가 동훈이를 잡아떼며 물었다.

 “뭔데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디션에 지원을 하는데, 우리가 뽑는 배우는 한명 뿐이잖아요. 떨어진 사람들이 억울하지 않을까요?”

 “그건 어쩔 수 없죠. 오디션이 원래 그런 거니까.”

 “제 말은 탈락한 지원자들도 최소한 자신의 연기를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 줄 기회는 줘야 한다는 거예요.”

 “어떻게요?”

 “오디션을, 실시간 생중계 하시죠.”

 미친...!

 안 돼!

 싸울래?

 안병태 피디가 다급하게 나섰다.

 “그건 무리입니다. 생중계를 하려면 방송국이랑 사전조율이 돼야하는데, 이미 시기가...”

 “너튜브로 하면 돼죠.”

 “너튜브?”

 오유미 대표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네, 굳이 방송국까지 끌어들일 필요 없어요. 우리끼리 자체적으로 진행해도...”

 “제 친구가 독립프로덕션 운영해요. 장비랑 진행은 그쪽에다 부탁해볼게요.”

 양미씨가 가볍게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러자, 안병태 피디가 진땀을 흘리며 말했다.

 “장소문제도 걸립니다. 전 국민 생중계를 하려면 그에 맞는 장소부터 마련해야 돼요.”

 “우리 투자사가 뉴턴 엔터테인먼트잖아요? 그 건물 지하에 3천석 규모 극장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잠시 고민을 하던 오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뉴턴 쪽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겠네요. 회사 홍보효과도 클 테니까. 그쪽은 제가 정리해볼게요.”

 난 안병태 피디에게 물었다.

 “피디님, 예상되는 문제가 또 뭐가 있을까요?”

 “글쎄요, 저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처음이니까 다들 두렵고 막막할 거예요. 하지만 전 충분히 시도해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움은 차차 겪으면서 극복하시죠.”

 결국, 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딱 한 놈만 빼고.

 “형, 복리후생 차원에서 접근해보자. 이렇게까지 해서 결국 우리한테 남는 게 뭐냐?”

 동훈이가 삐딱한 표정으로 물었다.

 오유미 대표가 나 대신 대답을 해줬다.

 “영화 천만 넘으면 차 한 대씩 뽑아드릴게요.”

 와우!

 대표님 짱!

 “2천만 넘으면요?”

 “...... 아파트?”

 브라보!

 가자! 2천만!

 사자! 아파트!

 다들 흥분에 들떠 환호성을 질러댔다.

 그 모습을 보니, ‘영화’는 참으로 살아있는 꿈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꿈에 끌어들일 또 한 사람이 생각났다.

 

 ***

 

 <중화요리 강동원>

 장발의 주방장 아저씨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메뉴판을 내려놨다.

 “뭐 드실라우?”

 “짜장면...”

 메뉴판을 펴보지도 않고 도로 가져간다.

 “동원씨는 어디 갔나요?”

 “학원 갔슈.”

 “무슨 학원이요?”

 “몰러유.”

 아저씨는 귀찮다는 듯 건성건성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30초도 되지 않아서 짜장면을 들고 나왔다.

 “혹시 동원씨 휴대폰 번호 좀 알 수 있을까요?”

 “동원이는 그런 거 없는디. 자유인이유.”

 “그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되요?”

 “있어봐유. 일 없으면 오겄쥬.”

 아저씨는 또 건성건성 주방으로 들어갔다.

 난 강동원을 만나지 못한 실망감을 안고 짜장면을 슬렁슬렁 비비기 시작했다. 그때,

 끼익-

 문이 열리며 강한 햇살이 눈을 자극했다.

 눈부시게 환한 빛 속으로 길쭉한 실루엣이 나타났다.

 ‘강동원이다!’

 강동원은 책가방을 아무렇게나 던지고는 카운터 옆 의자에 앉았다.

 뭔가 불만 섞인 그의 표정에서 청춘의 고독이 느껴졌다.

 난 재빨리 그에게 다가갔다.

 “동원씨, 저 기억 하세요? 저번에 봉만오 감독님이랑 같이 왔었는데..”

 “아, 예... 안녕하세요.”

 강동원은 나를 알아보는지, 슬쩍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혼자 있고 싶으니까 방해하지 말라는 표정이다.

 난 잠깐 시간을 두고 그를 뒤따라나갔다.

 강동원은 가게 앞 벤치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고개를 슬쩍 빼고는 그의 옆모습을 훔쳐봤다.

 매끄러운 콧날, 유려한 턱선, 그리고 우수에 젖은 눈동자.

 저건 누구나 반할 수밖에 없는 천상 배우 얼굴이다.

 그때, 강동원이 날 쳐다봤다.

 “담배 드려요?”

 “아뇨, 끊었습니다.”

 난 멋쩍게 웃으며 그의 옆에 살포시 앉았다.

 “근데, 무슨 학원 다니신다고...?”

 “뭐, 요리학원이요.”

 “요리는 왜?”

 “맨날 짜장면 먹는 것도 지겨워서... 근데 이것도 적성에 안 맞네요.”

 “아 네...”

 강동원의 손가락 여기저기에 칼로 베인 상처가 보인다.

 확실히 요리는 적성에 안 맞나 보다.

 강동원이 날 힐끗 보며 물었다.

 “뭐, 하실 말씀이라도?”

 “아... 저 영화 들어가요. 이번에 감독 입봉하게 됐어요.”

 “예... 축하드려요.”

 강동원은 영혼 없이 대답하고 계속 담배를 피웠다.

 난 그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제가 여기 왜 왔는지 아세요?”

 “짜장면 드시러...”

 “동원씨를 제 영화에 캐스팅 하고 싶습니다.”

 강동원이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빤히 바라봤다.

 잠깐의 침묵이 이어졌다.

 “푸흡! 짜장면 다 드셨으면 가세요.”

 강동원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재빨리 강동원의 손을 붙잡았다.

 “제가 저번에 얘기했죠? 당신은 최고의 배우가 될 거라고.”

 강동원은 이상하다는 눈으로 날 쳐다보더니 손을 뿌리쳤다.

 “농담이 지나치시네요.”

 “농담 아니에요. 난 미래에서 왔어요. 당신의 운명을 알아요.”

 강동원이 제법 놀란 눈으로 날 쳐다봤다.

 그때, 주방장 아저씨가 나와서 소리쳤다.

 “동원아, 배달이다!”

 “예, 알았어요.”

 강동원이 철가방을 내 앞에 들어보였다.

 “그럼 이거 한번 맞춰봐요. 이 안에 들어있는 게 짜장면일까요? 짬뽕일까요?”

 “당연히 짜장면이죠.”

 강동원이 철가방을 열었다.

 ‘오잉!’

 “아... 이 집에 짬뽕도 있었구나?”

 “그거 봐요. 짜장면, 짬뽕도 못 맞추면서 미래를 어떻게 알아요?”

 강동원은 날 미친 놈 보듯 쳐다보고는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난 재빨리 뛰어가 그의 앞을 막았다.

 “잠시 만요! 제 말 좀 들어보세요.”

 “그만 하시죠. 나 바쁜데.”

 “믿고 안 믿고는 본인이 선택하세요.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 이 삶이 당신이 원하는 삶은 아니잖아요.”

 순간, 강동원이 멈칫했다.

 “당신은 가능성이 있어요. 될지 안 될지는 시도해봐야 아는 거 아니겠어요?”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시는 건데요?”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건 이미 자기 인생에 실패한 거예요. 그리고, 실패한 인생은 지옥가요.”

 강동원의 눈빛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난 그의 손에 명함을 쥐어주었다.

 “지금 오디션이 진행 중입니다. 한번 도전해보세요. 물론 처음부터 주연은 힘들겠지만, 작은 배역이라도 따낼 수 있으면 배우의 길이 열릴 거예요.”

 강동원이 명함을 물끄러미 보더니 입을 열었다.

 “오디션 보면... 차비는 줘요?”

 “네, 드릴게요.”

 강동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달 없으면 한번 들를게요.”

 난 그제야 길을 비켜줬다.

 강동원이 날 보며 씩 웃었다.

 “감독님, 좀 미치신 것 같아요. 근데 멋있네요.”

 부릉-

 강동원은 내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오토바이를 타고 떠났다.

 뿌연 먼지 속으로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청춘.

 그리고, 그의 가능성을 알고있는 한 사람.

 언젠가 어느 길에서 둘은 다시 만날 것이다.

 난 그 소망을 가슴에 품고 강동원의 미래를 향해 크게 외쳤다.

 “동원씨, 꼭 오세요! 기다릴게요!”

 

 ***

 

 와아아-

 떠나갈 것 같은 함성이 쏟아진다.

 뉴턴 엔터테인먼트 사옥 주변으로 구름같은 인파가 몰려들고, 오디션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언론사들이 진을 치고 있다.

 “전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린 <야구장 그녀>의 오디션 현장입니다. 지금 수많은 배우들이 전시연의 연인이 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가슴에 번호표를 부착한 참가자들이 길게 줄을 서서 입장하고, 형광색 조끼를 입은 진행요원들이 무전기를 들고 바쁘게 뛰어다닌다. 그야말로 난리 북새통이다.

 나, 오대표, 양미씨, 동훈이까지 네 명이 심사위원석에 앉았다.

 현장 총괄지휘를 맡은 안병태 피디가 참가자 프로필을 나눠줬다.

 “5분 뒤에 시작하겠습니다.”

 3천석 콘서트홀의 불이 꺼지고.

 잠시 후,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참가인원 15만 8천여 명, 주인공은 오직 단 한명! 과연 누가 <야구장 그녀>의 주인공이 될까요? 스타탄생을 예고하는 드라마틱한 현장! 지금, 지상최대 오디션을 시작합니다!”

 빠바밤-

 시작을 알리는 팡파레와 함께,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심사위원석 가장자리에 앉은 동훈이가 마이크에 대고 지시했다.

 “첫 번째 참가자, 입장하세요.”

 둥! 둥! 둥!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북소리와 함께, 무대 위로 한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가 무대 중앙 마이크 앞에 서자,

 오오!

 우와!

 오 마이 갓!

 객석에서 놀라움의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심사위원석에 앉은 우리도 깜짝 놀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헉! 저 분이 여길 왜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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