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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
작가 : 나오유키
작품등록일 : 202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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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선고 1-4
작성일 : 22-01-22     조회 : 194     추천 : 0     분량 :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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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록빌 비올 에비뉴에 자리잡은 업튼 스트리트 한 귀퉁이에서 조그마한 리쿼샵을 운영하던 플리머는 밤새 한숨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뜬눈으로 하루를 지새웠다.

 

 요즘 따라 장사가 시원치 않아 비싸게 들여온 고급 술이나 담배를 헐값에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몇몇 단골들 덕분에 근근이 밥은 먹고 살수 있었지만 말이다.

 

 힘차게 불어대는 성난 바람소리가 피리를 불며 가게 안 벌어진 문 틈 사이로 흘러나왔다. 걱정스런 얼굴로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던 플리머는 골치가 아픈 듯 머리를 자주 주물렀다.

 

 ‘한 병에 2달러 이하로 팔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젠장.’

 이제는 눈엣가시처럼 여겨지는 금박 장식을 한 맥주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그 때 카운터 테이블위에 놓여있던 전화가 울렸다.

 

 [따르르릉]

 

 오후 여덟 시, 어김없이 이쯤 되면 전화가 울렸다. 플리머는 어쩔 수 없이 받기 싫은 전화를 받아야만 했다. 그래야 개죽음은 면할 수 있었다.

 

 “여보세요…”

 수화기를 잡은 플리머의 손이 떨렸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낮은 목소리의 남자가 무척이나 평온한 말투로 플리머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플리머씨? 잭슨 비어 컴퍼니에 바우어입니다.”

 

 “네. 바우어씨…”

 

 “사정은 알겠지만 내일까지 입금이 처리가 되지 않으면 우리가 강제로 받아 낼 수밖에 없어요. 아시잖아요.”

 수십번은 받았던 내용이라 충분히 알고 있었다.

 

 “알고 있습니다만 지금 들어올 돈이 갑자기 늦어져서 이렇게 됐습니다. 일주일만 시간을 주시면 바로 지불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 안 될까요?”

 플리머는 보이지도 않는 자세를 고쳐 앉고 두손으로 공손하게 전화기를 부여잡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며칠째 이러고 있는지 정신 불안증으로 병원신세라도 지고 싶었다.

 

 “몇 번째 같은 말을 하고 계셔서 저희가 믿을 수가 없군요.”

 수화기 너머 바우어는 여전히 냉정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아무런 감정없이 기계적인 말을 하고 있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번에는 정말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믿어주세요.”

 애원하듯 플리머가 말했다.

 

 바우어는 잠시 말이 없이 뜸을 드리다가 다시 말했다.

 

 “담보로 잡을 것 있으십니까?”

 순간적으로 플리머는 머리를 굴려보았다. 대금을 갚으려면 가게를 팔아야 하는데 쉽게 나가지도 않을 것 같고 그리고 잭슨 비어 컴퍼니 외에도 갚아야할 곳이 많이 있어 부족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다른 방법이 생각 나질 않았다. 어떻게든 담보로 잡힐 것이 필요했다.

 

 “없으십니까?”

 

 “아! 잠깐만요. 저… 가게를 내 놓았어요. 다음주까지 팔리니까 우선 바우어씨께 먼저 대금을 갚겠습니다. 그렇지 않을 시에는… 저와 제 가족을… 걸겠습니다.”

 미친 소리였다. 아무리 절박하다고 해도 가족을 담보로 걸다니 미치지 않고서는 도저히 생각해 낼 수 없는 소리였다.

 

 플리머는 자신이 뱉어 낸 말에 스스로 놀랬지만 당장 이 상황을 모면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했다. 받아들여 줄까라는 생각을 하던 플리머는 바우어의 뜻밖의 말에 한 번 더 놀랐다.

 

 “그럼 그렇게 하죠. 다음주까지 입금이 안되면 바로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집주소와 가족관계는 저희가 다 알고 있으니 괜찮습니다. 와이프분과 따님 두분 이시죠?”

 

 “네….”

 

 [딸깍]

 

 플리머의 답변을 끝으로 더 이상의 대화가 없이 전화가 끊겼다.

 

 플리머는 머리를 쥐어 뜯기 시작했다. 불안함에 크게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

 

 이년 전 알게 된 잭슨 비어 컴퍼니는 이탈리아계 마피아의 회사이다. 우연히 좋은 술과 여러가지 수입품을 불법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고 들여올 수가 있었다. 처음에는 돈에 눈이 멀고 호기심에 친구의 권유로 잭슨 비어 컴퍼니로부터 물건을 받아썼다. 왠지 모르게 대금을 조금씩 밀려도 절대 독촉이란 없었다. 오히려 기억을 못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 쌓여 더 큰 압박으로 칼날을 들이밀고 덮쳐왔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술과 수입품에 생산 하자가 생기는 바람에 소비자들도 더 이상 찾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가 결국엔 판매 금지 품목으로 지정되어 버렸다.

 

 분명 놈들은 가족을 헤치고도 남을 녀석들이었다. 플리머에게 처음 권유했던 친구녀석도 모든 것을 잃고 현재는 북유럽 어느 바다에서 어선을 타고 있다고 플리머는 들었다.

 

 플리머는 핸드폰을 켜고 급한 마음에 다시 공고를 올리기 시작했다. 가게마저 이제는 헐값에 팔아 치워야 했다. 안 그래도 서글프고 속상한 마음에 쌀쌀한 밤공기마저 속을 휘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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