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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휘파람
작가 : 혜성처럼
작품등록일 : 20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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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작성일 : 22-02-05     조회 : 290     추천 : 0     분량 : 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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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인왕산 등성이 사이로 해가 어둠에 지기 싫은 앙탈을 부린다.

 있는 힘껏 빨간 성질을 부리며 온 산에 불을 지른다.

 이 아스라한 불길 덕에 귀가길 총총이는 발걸음들에 힘이 돋는다.

 산자락의 불길은 이제 옹기종기 웅크린 초가들 안마당까지 물들인다.

 

 인왕산에서 달려온 붉은 땅거미는 계속 달린다.

 달음박질 끄트머리에 위엄있게 서있는 돈의문.

 돈의문을 감싼 성곽길을 에둘러 능수버들 늘어진 고마동

 단아한 아홉간 기와집들 속에 우물가에 능수버들 유난히 치렁한 집 하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땅거미는 공기중에 흩어지고 세상은 어둠이 된다.

 

 “함길도!”

 “함길도로 가요!”

 “일단 목숨부터 지켜야 해요!”

 

 한 번도 그 아이 이마에서 잔머리 흐르던 걸 못 보았는데

 오늘따라 귓불 아래로까지 늘어진 경비의 머리카락이 거슬리는

 장군 김종서.

 장군은 머리가닥을 모아 경비의 귀너머로 넘겨주고는

 힘써 몸을 일으킨다.

 컴컴한 광의 문을 열었다.

 창날같은 은빛이 번쩍이는 걸 보았다.

 

 “가지 마세요.”

 김종서는 순간 자신의 눈을 비빈다.

 “함길도는 안됩니다!”

 버선발로 내려와 마당을 딛고 선 여인 자미.

 너무도 그리운 아내의 얼굴이다.

 손을 뻗어보는 종서

 “이대로 한양을 떠나시면 이제 대감의 관운도 끝입니다. ”

 “부인, 미안합니다. ”

 종서는 꼭 쥐고있는 손을 폈다.

 낡아서 살짝 녹이 슨 화잠이 들어있었다.

 화잠을 다시 손으로 감싸면 어느새 김종서는 말고삐를 잡고 있다.

 자신을 뒤에 태우고 힘써 말을 몰고 있는

 옥골선풍의 청년이다.

 “이것봐 원찬! 날 데릴러 온거야?”

 “절제사또, 정신 똑바로 차리십시요!”

 조금만 더가면 두만강입니다!. 경흥이 멀지 않았습니다!“

 원찬이 저렇게 매끄러운 얼굴을 하고 있을 리 없지.

 마마로 얽은 얼굴을 면포로 가리고 살던 죽마고우.

 메마른 강바닥을 흔드는 말발굽 소리가 청명하게 하늘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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