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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디버스
작가 : 풍령인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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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화
작성일 : 16-07-19     조회 : 470     추천 : 0     분량 : 5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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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욱…….”

 세류는 아침에 일어나며 속이 매우 쓰렸다. 울렁거리기 까지 했다.

 “뭔 술을 그렇게 먹는 건지.”

 황보숭, 주준 두 장군의 취기가 거나하게 오르자 계속 권했다. 아마 그 자리에서 멀쩡하게 돌아간 사람은 관우와 세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나마 그 둘은 조금씩이지만 거절했기에 그럴 수 있었다.

 ‘익덕의 미래가 보이는 구나.’

 장비는 완전히 취해 군사들이 끌고 가야했다. 주사를 안 부렸기에 망정이지, 부렸다면 기분 좋은 연회가 아주 비참하게 끝났을 것이다. 유비의 미래 역시 더불어 형편없이 구겨졌을 것이고.

 어젯밤의 일을 되새기며 쓰린 속을 달래고 있을 때 누군가 그를 불렀다.

 “신원 있나?”

 “맹덕 형님?”

 찾아온 사람은 조조였다. 그리고 곁에는 손견도 같이 있었다.

 “하하, 어제 자네를 보고서 한번 찾아오고 싶었네.”

 “뭘 찾아오고 싶으셨습니까? 그냥 오시면 되지요! 하하!”

 세류가 기쁘게 웃으며 자리를 권하자, 이내 둘은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조조는 품어 뒀던 무언가를 꺼냈다.

 “근데…… 이건 뭡니까?”

 “뭐긴, 해장주(解腸酎)지.”

 “…….”

 자연스럽게 말하는 조조를 보며 세류는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봤다. 조조도 어제 그렇게 적게 마신게 아니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또 술타령이라니?

 “마시자고요?”

 “열은 열로 다스리지 않나?[以熱治熱] 그렇다면 술독은 술독으로 다스리는 걸세.”

 진리를 말하는 듯 엄숙한 그 표정에 세류는 가벼운 미소를 머금었다. 손견은 그런 조조를 보며 웃더니 말했다.

 “하하, 조 형은 뭘 그렇게 권하나? 속이 쓰린 듯 한데, 그런 사람한테 아침부터 권하면 안 되지.”

 “아, 손 형이시군요. 전 세신원입니다. 편하게 부르세요. 저보다 나이도 많으신데…… 하하”

 세류가 호쾌하게 말하자 천성이 호쾌하고 대범한 손견은 이내 죽이 맞았다.

 “하하, 좋네, 좋아!”

 “어제 소개가 너무 엉성한 것 같아 데려왔지. 자 그럼 마시세!”

 조조가 뚜껑을 따자마자 퍼지는 알싸한 주향(酒香). 매우 향기로운 것을 봐서는 고급스러운 술임이 분명했다.

 “이거 꽤 고급인 것 같은데…….”

 “천일취(千日醉)라네.”

 엄청나게 고급인 술이었다. 특히 전시에선 함부로 구할 수 없을 만큼의. 그런 술을 가져온 것이다.

 “이걸 어떻게?”

 “우연찮게 구했네. 하하!”

 조조는 그렇게 얼버무린 뒤 가지고 온 술에 가득히 따랐다.

 한참 주거니 받거니 하며 어느 정도 취하자, 조조가 진지한 얼굴로 세류에게 물었다.

 “그…… 유비라고 한 장수였지? 그 사람의 의제가 됐다고 했나?”

 조조가 물었다. 그가 난 곳을 알고 있으니 동생이라면 의제 외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하, 아닙니다.”

 “근데 왜 그는 그렇게 소개한 거지?”

 “관, 장 두 형님은 유 장군의 진짜 의제이고……, 전 유 장군보다 어리니까 그냥 동생이라고 소개된 거죠.”

 세류의 설명에 조조는 크게 웃었다.

 “아, 그랬군. 그냥 궁금해서 그랬네. 궁금해서. 하하!”

 세류는 그렇게 말하는 조조의 뜻을 알 수 있었다. 조조도 언젠간 세류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아직은 정하지 못했습니다, 형님.’

 무안한 기색의 조조가 그렇게 말하자 살짝 공기가 어색해졌다. 그것을 알아챈 손견이 크게 웃으며 다시 띄웠다.

 “하하, 어찌됐든 여기에 온 목적은 향기로운 술과 벗 삼을 인물의 함께함 아닌가? 그리하면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세!”

 “하하, 한번 천일동안 취해봅시다!”

 다시금 시작된 술자리는 셋이 모조리 쓰러지고 나서야 끝났다.

 

 

 

 전투가 다시 시작된 것은 삼일 뒤였다.

 관병은 총 삼만, 황건적은 약 팔만. 근 세배에 가까운 차이였다. 하지만 관병이 밀리지 않는 것은 낙양의 정병이고, 갑주와 무기가 조잡하기 짝이 없는 황건적에 비해 월등히 우수했기 때문이다.

 질서정연하게 정렬해 있는 관병과 달리 황건적들의 대오는 문란했다. 아무리 예하 부장들이 정렬시키려고 해도 쉽게 정렬되지 않고, 정렬되어도 금세 풀어졌다.

 일이 그렇게 되니 그들을 정렬시키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네 이놈! 나라의 역적아! 어서 칼을 거꾸로 쥐고 나와 자결하지 못하겠느냐!”

 황보숭이 준엄하게 꾸짖자 맞은편에서도 장보(張寶)가 코웃음을 치며 응대했다.

 “이미 누런 하늘(黃天)이 드높거늘 어디 망해가는 나라의 일개 장수가 감히 대드느냐!”

 장보의 기세는 그들의 숫자 많음과 봉기(蜂起) 초기의 기세를 믿는 듯싶었다. 그리고 아직 장각이 죽고 그 일당이 모조리 잡혀버렸다는 것을 모른다는 점 역시 도움이 되었다. 모르는 게 약이었다.

 “멍청한 놈! 누런 하늘은 무에 귀신 멱따는 소리냐! 이미 장각이 죽어서 부관참시(剖棺斬屍)를 당하였는데 네놈들이 어찌할 성 싶으냐!”

 황보숭의 말에 황건적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장각이 이미 죽고 그 시체가 갈가리 찢기었다는 말은 처음 듣기 때문이다. 장보와 장량은 섬뜩했으나 그 말이 거짓이라고 믿으며 자위했다.

 “믿지 마라! 저 말들은 다 거짓이다!”

 “무슨 소리냐! 너희들에게 올 구원병 따위는 없다!”

 “이익! 엄정(嚴政)은 뭐하느냐! 당장 저 헛소리 하는 놈을 베어버려라!”

 “알겠습니다!”

 장보의 명을 받은 엄정이 말을 몰아 똑바로 짓쳐나갔다. 그것을 보자 황보숭의 곁에 있던 손견이 맞서 나갔다.

 두두두두!

 채챙!

 말과 말이 엇갈리며 큰 쇠붙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양측의 군사들은 말발굽에 휘날린 모래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손에 땀을 쥐고 쳐다봤다.

 채채채챙!

 가히 용과 범이 어울리는 몸놀림이었다. 하지만 천하의 손견에게 엄정은 너무나 부족했다. 점차 손발이 하나로 어지러워지며 수세 일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손견은 그런 엄정에게 더욱 몰아쳐 공격해가니 엄정은 죽을 맛이었다.

 “하앗!”

 결국 때를 보던 엄정이 크게 칼을 휘둘러 손견을 물러나게 하고 뒤돌아 도망쳤다. 그것을 가만히 볼 손견이 아니었다. 말을 박차 달려가 칼을 던져 엄정의 등에 꽂으니, 엄정은 그 자리에서 즉사해버렸다.

 “우아아아!!”

 엄정이 고꾸라져 죽는 것을 본 관병의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그 기세를 탄 황보숭과 주준이 일제히 돌격령을 내렸다.

 두두두두!!

 삼만여 명이 일시에 달리니 수천기의 기마가 달리는 굉음이 달리랴. 그 소리의 무거움으로도 심약한 자는 실신할 지경이었다.

 황건적들은 엄정이 죽어서 기세가 상했으며 관병이 새카맣게 달려오니 맞서 싸울 의욕을 잃고 뒤로 물러서기에 바빴다.

 장보와 장량은 뒤로 물러서는 황건적들을 향해 나가서 싸우기를 재촉했지만 별 수가 없었다.

 “싸워라! 싸우라고! 고승, 주무! 나가서 싸우라!”

 “옛!”

 발버둥에 가까운 명령이었지만 장량의 부장, 고승과 주무는 불을 향해 뛰는 부나방처럼 관병들을 향해 뛰었다. 그 용감한 모습에 황건적들이 뒤로 물러서는 것을 멈추고 잠시 지켜보았다.

 고승과 주무가 달려 나오자, 관군에서도 관우와 장비가 재빨리 뛰쳐나왔다. 누가 대신 뛰쳐나올까 저어하는 듯 했다.

 “하앗!”

 “역적 놈! 죽어라!”

 관우가 한마디 큰 호통과 함께 청룡언월도를 내리 그으니 주무와 말이 혼연일체가 되어 베어 넘어갔다.

 일수에 주무를 베고 그 옆에 아름다운 수염을 흩날리며 있는 관우의 모습은 전신(戰神)이 따로 없었다. 그 모습은 관병이나, 황건적이나 마찬가지여서 비록 황건적에겐 적임에도 놀람과 경외를 받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장비 역시 뛰쳐나가 고승과 맞붙어 싸웠다. 장비 역시 일수에 고승을 베어 넘기고 싶었지만, 고승이 주무보다 강하여 한칼에 쳐 죽이지 못하였다.

 “죽어라!”

 “너나 죽어라!”

 서로서로 호통을 치며 공격해댔다. 하지만 고승은 주무보다 낫다 뿐이지 장비보다 나은 것은 아니었다. 결국 십 수를 넘기지 못하고 목이 꿰여 죽는 처지가 되었다.

 장비 역시 고승의 시체를 꿴 사모를 들고 의기양양하게 서있었지만, 그 모습은 두려울 뿐 경외를 주지 못하였다.

 “……?”

 자신을 경외하는 눈빛을 기대했건만 현실은 영……. 장비가 허탈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자, 관병들은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무서웠기 때문이다.

 “돌격하라!”

 어찌됐건 고승과 주무가 모조리 죽어나가자 관병들이 때를 놓치지 않고 달려들어 황건적들을 도륙 내어 버렸다.

 뒤로 피하려고 했지만 뒤에서 장보와 장량이 도망치는 황건적들을 베어 넘겼기 때문이다.

 “도망치는 자는 죽는다! 가서 싸우자!”

 그렇게 외친 장량이 먼저 달려드니 황건적들도 별 수 없이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본 관우가 여덟 자의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며 달려 나갔다.

 몇 가지를 첨언하자면 관우가 지금까지 들고 있었던 것은 창신(創身)이 달려있지 않은 단지 큰 도(大刀)일뿐인 청룡도였다. 도신이 넉자 밖에 안 돼 마상에서 쓰기에 불편해 했는데, 세류가 약간의 귀띔을 해주어 관우가 청룡도를 녹여서 도신을 작게 만들고, 거기에 사십 근의 철근을 녹여서 창신을 만들어 청룡언월도(靑龍偃月刀)가 된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청룡언월도를 든 관우가 장량을 이했다.

 “역적 놈! 내 언월도를 받아보아라!”

 “와보라!”

 장량이 칼을 들고 덤비니 무기가 긴 관우가 청룡언월도를 종으로 내리 그었다.

 파캉!

 “끄으……”

 칼을 들어 막았지만 칼마저 깨트려 버린 언월도가 장량을 반으로 갈라 버렸다. 가히 상상도 못할 괴력이었다. 하지만 관우의 선천적인 힘과 언월도의 무게를 생각한다면 한 칼에 사람을 죽이는 게 불가능할 것도 없었다.

 파삭!

 뇌수가 튀고, 장기가 흘러나오며 장량의 시신이 땅으로 떨어졌다.

 관우는 죽어버린 장량의 시체를 한 번 쳐다보고는 주위를 살펴봤다. 그의 눈에 장보가 들어왔다. 그리고 장보는 가까이에 있는 세류를 향해 덤벼들고 있었다.

 챙!

 장보는 장량보다는 나았는지 몇 번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하지만 장보 역시 장수감은 아니었다. 약간의 무재(武才)가 있다 뿐, 결코 목숨을 걸고 수련한 세류에게 미칠 수는 없었다.

 파삭!

 빛살 같은 세류의 칼에 장보의 머리가 둘로 쪼개졌다. 장보로서는 너무 허무한 죽음이었다.

 난세를 만든 주역 중 한 명이었고, 한때는 세상을 삼킬 기세였던 황건적의 우두머리 중 하나였지만, 끝내 죽는 운명을 면치 못했다.

 세류는 죽어 떨어진 장보를 일견하고는 이내 몸을 돌렸다.

 세류가 몸을 돌려 주위를 쳐다보자 그의 시선을 받은 관병들이 환호했다. 그리고 이내 황보숭의 명을 따라 다시금 돌격하기 시작했다.

 “우와아아!!”

 장각이 죽었다는 말과 눈앞에서 장보, 장량이 죽어 떨어지는 것을 본 황건적들은 반항의 기운을 버리고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황보숭과 주준에게 투항해 봤자 한 목숨 건사하기도 힘드니 도망가는 것이다.

 전투로 인해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칠 만에 달하는 인원이 일제히 탁 트인 사방으로 도망치니 관병도 어찌 할 수 없었다. 다만 최대한 쫓아가 잡고 도륙 낼 뿐이었다.

 그 모습을 딱히 여긴 유비가 주준에게 간했다.

 “항복하는 자는 살려 주는 게 어떻습니까?”

 주준은 유비의 조언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은 채, 강하게 황건적을 토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들은 역적이오. 어찌 살려줄 수 있겠소?”

 “고조(高祖)께서는 항복한 자를 거두어 쓰셨습니다.”

 “고조께서 그렇게 하신 것은 항우란 큰 적을 맞았기 때문이오. 하지만 지금은 한으로 천하가 통일된 상태. 이런 자들을 살려둔 다면 나중에 또 다른 화근이 될 것이외다.”

 주준의 단호한 말에 유비도 더 이상 말을 말았다. 확실히 주준의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황건동란(黃巾動亂)이 끝난 지 채 1년도 되기 전에 전국 곳곳에서 흑산적(黑山賊)이 나왔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주준은 그런 마음을 가지고 명을 내렸다. 그래서 죽인 황건적이 만 오천여명. 도주한 황건적이 나머지 쯤 되었다.

 죽여 버린 황건적의 시신을 수습해 주니, 전투가 끝난 지 이틀째 되던 날이었다. 그리고 세류는 결심하였다.

 ‘때가 되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사선을 넘나들며 쌓인 정이 있으니까. 그 시간을 이제 정리하기 위해서는 결심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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