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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사를 소개한다냥!
작가 : 오단로봇
작품등록일 : 201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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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이 왜 두 개예요?
작성일 : 18-12-24     조회 : 427     추천 : 0     분량 : 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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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야. 너 나한테 시집올래?」

 

 「시집이 뭐야?」

 

 「음, 아직 너는 아직 어려서 모르겠구나. 너 조금만 더 크면 내가 다 설명해줄게. 그냥 지금은 알았다고만 해.」

 

 「알았어. 그러지 뭐.」

 

 「그럼 너 나한테 시집오기로 약속한 거다.」

 

 「응! 시집이 뭔지 몰라도 약속해.」

 

 보름 정도 먼저 태어나고 엄청나게 차이 나는 오빠인 척하는 배추였다. 공주가 아직 어리고 순진해서 배추의 말이라면 다 믿어 가볍게 대답했다.

 

 배추가 미래의 신부 공주의 얼굴을 핥으며 그루밍을 했다. 그러자 과일가게 안쪽에서 공주 엄마가 나왔다.

 

 “그림 그리는 총각이네. 오늘도 배추랑 산책 중이었어?”

 

 “예. 아주머니.”

 

 “그럼 이것 좀 가져가.”

 

 “아닙니다.”

 

 “아직 먹을만 한데 조금만 더 놔두면 못 팔겠어서 그래. 가져가서 누나랑 같이 먹어.”

 

 사람 좋은 공주 엄마가 딸기 한 팩을 건넸다. 지난번에도 그래서 현지의 입이 귀에 걸렸었다. 현수는 다른 과일을 더 사야 하나 고민했지만, 딱히 과일을 좋아하지도 않아서 좀 머뭇거렸다.

 

 “총각 누나가 잘 사니까 괜히 억지로 사려고 볼 필요는 없어.”

 

 “예? 아, 예. 그럼 딸기 잘 먹겠습니다.”

 

 “응. 산책 재밌게 해.”

 

 공주랑 떨어지기 싫어하는 배추를 억지로 끌고 다시 길을 걸었다. 일러스트레이터인 현수는 요즘 일거리를 많이 얻어 한가하게 산책을 즐길 여유가 얼마 없었다.

 

 누나에 도발에 넘어가서 평소에 보다 많은 일거리를 받긴 했지만, 배추랑 둘이 살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바쁜 지금에 딱히 불만은 없었다.

 

 과일가게를 거쳐 도착한 편의점에서 컵라면 두 개와 단무지 그리고 담배를 산 후 슬슬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때 바람결에 실려 오는 연이의 냄새를 맡은 배추가 또 꼬리를 바짝 들고 “야옹” 하며 달라기 시작했다.

 

 「수의사 누나야! 아니 수의사느님! 간식이, 간식이를 내놔라!」

 

 배추가 달리니 현수도 어쩔 수 없이 달려서 동물 병원 근처로 왔다. 마침 연이가 자신의 경차에서 내려서 잠긴 동물 병원 문을 열려던 순간이었다.

 

 “어! 배추야! 웬일이야. 어! 예쁜 하네스 했네. 집사님이랑 산책 중이었구나?”

 

 연이는 현수에게 고개를 까딱하면 가볍게 인사한 후 쭈그리고 앉아서 배추와 눈을 마주쳤다.

 

 “야아옹, 야아옹.”

 

 「간식이! 간식이 줘!」

 

 ‘으이구. 넌 나만 보면 간식이냐?’

 

 현수가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연이는 입 모양으로만 말했다. 물론 배추는 무리 없이 알아듣고 난리였다.

 

 「수의사 누님! 지금 간식이 주면 오늘은 또 간식이 타령 안 할게. 간식이 죠오옹!」

 

 ‘나 박배추 냥생 약 3개월,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안 한다. 고로 지금 먹고 내일 다시 달라고 해도 오늘 하는 건 아니니 약속을 어기는 건 아니다.’

 

 실현 가능한 약속만 말하며 스스로 대견스러웠던 배추는 기대감에 찬 눈빛으로 연이를 바라봤다.

 

 그러나 연이는 이렇다 저렇다 대답하지 않고 배추의 코를 손가락으로 살짝 튕겼다. 그리고 일어서며 현수가 가지고 있는 편의점 봉지를 봤다.

 

 “라면이네요.”

 

 “예. 아직 저녁을 안 먹어서요.”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긴 하군요. 근데 컵라면 드세요?”

 

 “누나가 오늘은 친구 만난다고 해서 그냥 저 혼자 간단하게 때우려고요.”

 

 연이는 그러고 보니 오늘 소화제 드링크와 소화가 안 됐던 사과 한 쪽밖에 먹은 게 없었다. 갑자기 배꼽시계가 격하게 울리면서 현수도 다 들릴 정도로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근데 라면이 왜 두 개예요?”

 

 “집에 지금 밥이 없어서 그냥 좀 모자랄까 봐 두 개 샀어요. 저는 밤에 일을 해서 먹을 때 많이 먹고 새벽에 안 먹거든요.”

 

 “그럼 저랑 같이 드실래요? 라면 두 개 중에 한 개 저 주시면 대신 제가 김밥 한 줄 쏠게요.”

 

 “예?”

 

 “잠깐만 여기서 기다리세요.”

 

 현수가 이렇다저렇다 말하지 않았는데, 연이는 바로 옆 김밥집에서 김밥 두 줄을 사서 나왔다. 현수는 컵라면 하나를 꺼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연이는 그런 현수에게 라면을 받을 생각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김밥을 꺼내주려 하지 않았다. 그저 연이를 보고 꼬리를 바짝 세우고 있는 배추를 봤다.

 

 배추는 여전히 ‘간식이’를 애타게 외치고 있었다. 그런 배추를 보자 연이가 설핏 웃은 뒤 동물 병원 문을 열고 들어서려 했다.

 

 그때까지 멀뚱히 서 있는 현수가 따라오려 하지 않자 이리 오라는 듯 고갯짓을 했다.

 

 “제 병원에도 전기 포트는 있거든요. 들어가죠.”

 

 “예? 아…….”

 

 현수는 이제 슬슬 집으로 돌아가 빨리 라면을 먹고 작업이나 하려고 했다. 근데 비록 라면과 김밥이지만 연이와 저녁이라니.

 

 기분이 왠지 묘해서 조금 머뭇거리는데 배추가 연이를 바짝 쫓아 들어갔다. 배추의 가슴 줄 끝을 잡고 있던 현수는 또 그렇게 반쯤은 억지로 배추에게 끌려 동물병원으로 들어섰다.

 

 “라면 이리 주시고 거기 앉아 계세요.”

 

 병원이 워낙 작아서 따로 테이블이 없었다. 그래서 현수는 어쩔 수 없이 연이의 책상 맞은편에 자리 잡고 앉았다.

 

 연이는 바로 전기포트에 물을 올리고, 배추가 먹을 저녁으로 키튼 습식사료 한 캔을 땄다. 배추는 이게 또 뭔가 코를 킁킁댔다. 아직 먹기 전이지만 냄새만으로도 황홀했다.

 

 「간식이, 간식이.」

 

 “이건 간식이 아니라 습식사료야. 배추야. 저녁 맛있게 먹어.”

 

 꼬리를 바짝 세우고 기대하는 배추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사료 캔을 배추 앞에 내려놓았다.

 

 “앞으론 그걸 먹여야 하는 건가요?”

 

 “평소에 배추가 물 잘 마셔요?”

 

 “네. 잘 마시는 거 같아요.”

 

 “그럼 꼭 줄 필요는 없는데, 그냥 가끔 한 번씩 특식으로 주세요. 습식사료가 건식사료보다 좀 비싸기도 하고, 치아엔 건식사료가 낫거든요.”

 

 “아…….”

 

 배추는 둘이 뭐라 하든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세상에 밥이 이렇게 맛있다니. 역시나 세상은 넓고 먹을 건 많았다.

 

 배추가 와구와구 습식사료를 먹으면서 간간히 누구도 못 알아들을 말로 감탄사를 내뿜었다. 간식은 감질나게 조금만 먹어야 했는데 이건 양껏 먹을 수도 있어서 지금 이 순간만은 간식보다 이 습식사료가 좋았다.

 

 “자식, 맛있나 보네.”

 

 “배추가 식성이 좋으니 나중에 살찌는 거 좀 조심하는 게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아도 집냥이들은 좀 저칼로리로 먹여야 하거든요. 지금은 한창 클 때니까 한동안 신경 쓰실 필요는 없고요. 근데 배추는 돼냥이로 커도 되게 귀여울 거 같네요. 그래도 건강한 게 좋으니까 정상 체중 유지해주는 게 좋죠.”

 

 “네.”

 

 “근데 되게 신기하네요. 배추가 산책냥이라니. 외출냥이가 될 줄은 알았어도 하네스하고 얌전히 주인 따라다닐지 몰랐네요.”

 

 “제가 사실은 끌려다는 편인데……. 근데 고양이가 산책하는 게 신기한 건가요? 다들 한 번씩 돌아보네요.”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제 구역 안에서만 지내려고 해요. 제 영역 벗어나면 겁먹고 안 움직이려는 고양이가 많아서 산책하기 힘들죠. 목줄이나 하네스 하는 것도 싫어하고요. 강아지랑 좀 달라요. 배추는 용감한 아이니까 외출냥이는 될 줄 알았는데, 하네스하고 얌전히 있는 거 보니 집사님을 많이 좋아하나 보네요.”

 

 “아, 그런가요?”

 

 현수는 쑥쓰러운 듯 웃었다. 그 사이 물이 끓어서 연이가 컵라면 두 개에 물을 붓고, 김밥을 꺼내 은박지를 풀며 말했다.

 

 “저는 오늘 첫 끼니예요. 좀 전까지 몰랐는데 지금 배고파 죽겠네요.”

 

 “왜 여태 안 드시고?”

 

 “가시방석에 앉아서 먹을 수 없었달까? 그랬거든요.”

 

 “불편한 자리 다녀오셨나 봐요.”

 

 “네.”

 

 “아…….”

 

 현수는 더 묻고 싶은데 물어도 되는지 몰라서 그냥 눈치만 보며 라면을 한 젓가락 들었다.

 

 “어디 갔다 왔는지 안 물어보세요?”

 

 “물어봐도 되나요?”

 

 “아니요. 안 돼요.”

 

 연이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도대체 왜 안 물어보느냐고 물어본 건지 몰라서 현수는 좀 당황했다. 왠지 누나만큼 이상한 여자 같았다. 괜히 시무룩한 표정으로 아무 말 하지 않고 라면과 김밥만 먹었다.

 

 어느새 배추가 양껏 습식 사료를 먹고 그루밍을 했다. 패셔니스타 냥이로서 식사 후 그루밍은 기본이니 꼼꼼히 침을 발라 닦아냈다.

 

 현수와 연이도 조용히 라면과 김밥을 다 먹고 치운 후 연이가 전기 포트에 불을 다시 켰다. 그 사이 배추를 위해 새로운 장난감 하나를 개봉해 배추에게 건넸다. 그루밍을 끝낸 배추의 눈이 새로운 장난감에 빛났다.

 

 장난감을 가지고 무아지경에 빠진 배추의 머리를 쓰다듬던 연이는 물이 끓자 인스턴트커피까지 두 잔 탔다. 한잔은 현수 앞에 내놓고 한잔은 자기 몫이었다. 연이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먼저 말했다.

 

 “오랜만이네요.”

 

 “뭐가요?”

 

 “다른 사람이랑 밥 먹으면서 눈치 안 본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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