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회색빛 동화는 끝났다.
시들어가는 꽃, 그렇게 끝내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이 사랑하는 동화의 주인공, 제국의 황후가 된 지 5년.
백마 탄 왕자는 다른 여자를 자신의 백마에 태웠고,
황후라는 자리는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은 허접한 가면이 되었다.
-참으로 궁금하오. 황후가 내 첫 번째 정부에게 무어라 축언을 해줄지.
-황후 마마의 행실이 적절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명백한 황후 마마의 실책입니다. 마땅히 책임을 지셔야죠!
구질구질하고 비참한 하루의 연속, 거기에 꿈꾸던 동화는 없었다.
황후는 시들어가고 있었고, 그녀에게 현실은 음울한 회색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나타났다.
그의 이름은 카마인.
그의 입술이 그녀의 하얀 손등에 닿자 몸이 먼저 반응했다.
움찔했고, 잘게 흔들렸고, 콩닥거리며 뛰었다.
그리고... 그녀의 뺨에 붉게 장미가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