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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심장을 주고 싶어
작가 : May0821
작품등록일 : 201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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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작성일 : 19-11-04     조회 : 357     추천 : 0     분량 : 3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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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주혁 우리 치콜할까?]

 

 [유채 30분후 가게 앞으로 갈게]

 

  유채는 주혁에게 톡을 전송하고는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아서 집중했다. 오타는 없는지 천천히 오늘 쓴 챕터를 읽어 보았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귀한 사연들이기에 조금이라도 왜곡되지 않게, 사연의 당사자의 마음이 독자나 청취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공감을 얻을 수 있게 쓰자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

 

 

  각자의 사연이 모두 소중하고, 어떤 사연은 웃음이 나고 어떤 사연은 눈물이 날 만큼 가슴 저리고 ‘사랑’이란 이름으로 다양한 빛깔의 이야기들.

 

 

  유채는 이 이야기들을 엮어 책을 펴내고 음악으로 만들어 콘서트를 연다고 생각하니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유채는 다음 회의 때 가져갈 사연들을 프린트하고 방송국을 나섰다.

 

 

  ***

 

 

  엘리베이터를 내리자, 주혁이 환한 얼굴로 유채를 마중 나와 있었다. 잡티하나 없이 뽀얀 피부에 작은 얼굴, 눈, 코, 입 반듯한 이목구비가 늘 환한 인상을 주는 그는 그저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남자였다. 아이보리 후트티에 청바지, 편안한 옷차림에도 큰 키에 비율마저 좋아 그저 가만히 서 있어도 모델핏을 뽐내고 있었다.

 

 

  지금의 몸을 만들기 위해서 그가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그 노력의 이유가 오로지 송유채였을 만큼 주혁에게 그녀는 중요한 사람이었다.

 

 

  주혁은 자연스럽게 유채가 들고 있는 짐을 들어주며 그녀에게 따뜻한 유자차를 건넸다.

 

 “너 감기 기운 있다며? 목 아플 땐 따뜻하고 달달한 유자차가 최고야.”

 

 

  “나 목 아픈 건 어떻게 알았어?”

 

 

  “라디오국에 내 편이 좀 많거든.”

 

 

  “김피디님 아니면 정작가님이겠지? 별 얘길 다하셨네. 고마워, 잘 마실게.”

 

 

  “고맙긴. 그럼 갈까.”

 

 

  주혁의 차를 타고 그의 단골집으로 갔다. 편안한 어쿠스틱 음악들이 창밖의 불빛들과 어울러져 하루의 피로를 녹여주는 기분이었다. 두 사람은 특별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어떠한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둘 사이에는 이미 ‘편안함’이 존재했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2층 창가 자리가 때마침 비어 있었다. 운 좋게도 좋은 자리가 났다며 좋아하는 유채를 보며 주혁은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너랑 있으면 항상 운이 좋아. 뭐랄까. 기운이 좋다고 할까.”

 

 

  “그럼 평생 네 옆에 있을까?”

 

 

  평소 같으면 장난치지 말라고 맞받아쳤을 유채인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주혁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 예상했던 반응이 아닌데? 무슨 일 있어?”

 

 

  유채가 무슨 말을 꺼내려하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무슨 일은. 그나저나 여기 치킨 진짜 맛있어. 같이 나오는 요거트도 입에서 살살 녹고. 요즘처럼만 먹음 진짜 살 엄청 찔 거 같아.”

 

 

  “살 좀 쪄도 되니까 걱정 말고 많이 먹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인상좋고 덩치 큰 남자가 유채와 주혁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남자는 주혁과 막역한 사이로 보였다. 주혁이 남자를 유채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여기 치킨집 사장님이자 헬스장 친구, 김동석. 운동 후에 나를 매번 치킨으로 유혹했던 아주 못된 녀석이야.”

 

 

  남자는 호탕하게 웃으며 자기소개를 했다. 잠시 앉아도 되겠냐며 주혁의 옆에 앉았다. 넉살좋고 개그감 넘치는 그로 인해 세 사람은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젊은 남녀가 모이면 꼭 한 사람쯤은 이성문제에 대한 고민이 있는 법. 동석이 여자 입장에서 상담을 하고 싶다며 유채에게 털어 놓았다.

 

 

  “제가 종종 우리 묘숙이랑 애견카페에 가거든요. 우리 묘숙이가 집보다는 밖에 나가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요.”

 

 

  “묘숙씨가 외향적이신가봐요.”

 

 

  “묘숙씨요? 묘숙이는 우리집 고양이인데요?”

 

 

  동석의 말을 듣고 있던 유채는 웃음이 터질 뻔했다. 하지만 동석이 진지하게 말을 이어나갔기에 차마 웃을 수 없었다.

 

 

  “아무튼 묘숙이랑 평소와 다름없이 늘 가던 애견카페에 갔는데 제가 첫눈에 어떤 여자분께 반해버렸지 뭡니까. 그분도 자주 오시는 분이고 용기를 내서 인사정도는 하는데 더 이상 용기가 안 나더라구요. 근데 보시다시피 제가 생긴 것도 우락부락하게 생겼고 그 여자 분의 반려 견은 심지어 그분처럼 자그마하고 귀여운 강아지인데 우리 묘숙이가 개라면 질색을 해서 근처에 가기만 해도 햘퀴고 난리를 쳐요.”

 

 

  “재밌는데요?”

 

 

  “네? 재밌다고요?”

 

 

  “죄송해요. 제가 요즘 라디오 사연들을 엄청 많이 읽다보니 저도 모르게 사연처럼 생각했나 봐요. 아,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는데요.”

 

 

  유채는 번뜩이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대부분의 채택한 사연들이 무거운 감이 없지 않아 고민중이었는데 동석의 사연이라면 어느 정도 가벼우면서도 귀여운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희가 사연들을 모아 노래를 만들고 책으로 엮어 편찬해요. 동석씨 사연이 꼭 뽑힌다고 보장할 순 없지만 제가 북낭송회 티켓은 무조건 드릴게요. 사연의 주인공들이 직접 사연을 읽기도 하고 조촐하지만 공연도 있을 예정이에요. 자연스럽게 여자분께 티켓 드리면서 데이트 신청하시는 건 어떠세요?”

 

 

  “좋은 생각이긴 한데, 여자 분께서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요?”

 

 

  “싫으면 거절하겠죠.”

 

 

  “아, 거절할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그 여자분은 평생가도 동석씨 마음을 모를 거예요.”

 

 

  “그렇죠? 좋습니다. 작가님께서 이렇게 좋은 기회도 주셨는데 까짓꺼 사나이답게 용기 내보죠!”

 

 

  “잘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텐데, 저도 꼭 잘 되길 빌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작가님. 근데 저한테 하신 것처럼 가까이 있는 누군가한테도 용기내서 사랑을 쟁취하라고 좀 말씀 좀 해주세요.”

 

 

  “누구?”

 

 

  “누구긴 누구겠습니까. 작가님, 우리 주혁이 한 번 제대로 봐주십쇼. 제가 여태 본 남자중에서 주혁이만큼 괜찮은 놈 못 봤습니다. 그럼 저는 가게 일이 바빠서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동석은 주혁의 등을 화끈하게 한 대 후려치고는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당황한 주혁이 헛기침을 해댔다. 당황한 주혁과 달리 유채가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좋으신 분 같아. 잘 됐음 좋겠다, 그 여자분이랑.”

 

 

  “그러게. 근데 라디오 사연으로 동석이 얘기 괜찮을까?”

 

 

  “물론이지. 귀엽잖아. 노랫말로 쓰기에도 통통 튈 거 같고.”

 

 

  주혁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회식을 갖고 강빈과 유채가 자리를 떠난 후, 분명 주혁이 묻고 싶은 게 많을 것인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밤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은 주혁이 아닌 다름 아닌 유채였다.

 

 

  “근데 왜 아무 것도 묻지 않아?”

 

 

  “물어보면 말해줄 거야?”

 

 

  “아니.”

 

 

  “그럼 안 해도 돼.”

 

 

 “무슨 얘긴 줄 알고?”

 

 

 유채의 굳은 얼굴을 보고 주혁도 마음을 굳힌 듯, 속마음을 꺼내보였다.

 

 

 “회식 끝나고 강빈씨랑 너랑 나갔잖아. 나 사실 신경 엄청 쓰였다?”

 

 

 “근데 왜 말 안했어?”

 

 

 “네가 곤란해할까봐.”

 

 

 주혁이 맑은 얼굴로 대답했다. 유채는 이유도 없이, 주혁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괜히 마음에 없는 소리를 했다.

 

 

 “넌 어쩜 그렇게 바보같냐?”

 

 

  “그 사람, 너한테 완전히 과거형은 아니란 거 그 사람이랑 마주할 때마다 네 반응보고 이미 알고 있었어. 근데 혹시 흔들려?”

 

 

  “흔들리다니 무슨 말이야?”

 

 

  “나한테 흔들리냐고.”

 

 

  평소 주혁에게서 보지 못한 눈빛이었다. 단호하면서도 확고한 얼굴로 그가 말을 이었다.

 

 

  “만약 나한테 조금이라도 흔들린다면 그냥 나한테 그냥 넘어올래? 그 사람, 떠올리기만 해도 아프다며. 난 네가 웃었으면 좋겠어.”

 

 

  그동안 늘 한 발자국 뒤에서 바라만 보던 주혁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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