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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중한, 소꿉친구
작가 : 도톨
작품등록일 : 2019.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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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장롱 판타지 (2)
작성일 : 20-07-14     조회 : 336     추천 : 0     분량 : 4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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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4. 장롱 판타지 (2)

 

 

  다가오지 말라는 절규에도 불구하고 점점 소리를 높이는 발 걸음. 높아져가는 숨소리와 비례를 이루는 속도가 심장의 이성을 주체할 수 없도록 자유롭게 풀어놓아 버렸고, 나는 눈을 부릅뜨다 못해 숨을 참기까지 이르렀다.

 

  ‘으아아악!! 어떡해!! 어떡하냐고!!’

 

  무음으로 악을 지르던 나는 이렇게만 있다간 큰 일 나겠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목표물이 닿기까지 아직 시간이 미세하게 남아있는 걸 발견하고 당장 주변을 둘러 보았다. 눈에 띄지 않게 상대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방법.. 그 계획에 도움이 될 만한 도구가 기적적으로 발견되지 않을까 고개를 두리번 댔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없었고, 공간에 남아있는건 나 자신이라는 주인공 하나 뿐이었다. 어쩔 수 없겠다 싶어, 보이지 않는 힘이라도 붙잡고자 이상한 주문을 스스로에게 불어 넣었다.

 

  “그..그래, 내가 선택받은 전설의 용사 일 수도 있잖아!”

 

  보이지 않는 마력이 내 몸에 순간적으로 퍼져있을 수 있다 라는 희박한 가능성을 머금은 채 말도 안되는 상상 속, 머리끝까지 기를 끌어 모아 틈사이로 기공파를 날렸으나.. 그런 판타지 세계관이 갑자기 눈 앞에 펼쳐질 리 없었다. 꼼지락 대고 있는 손가락이 처량함을 드러내며 꿈틀대고 있을 뿐. 가까워져오는 그림자는 여전히 날 향해 눈을 빛내고 있었다.

 

  ‘으아아!! 안된다고오!!’

 

  모든 발악이 부정당한 지금.. 이 상황에서 할 수있는 방법은, 현실을 부정하는 것 밖에 없었다. 눈 앞의 티저영상이라도 막아보고자 눈꺼풀이라는 장막을 빠르게 닫았다. 벌써부터 상상되는 미래 내 모습.

 

  “..?”

 

  이쯤 되면 불빛이 나를 감싸야 하는 게 맞는데.. 어째선지 바람도.. 밝기도 그대로 였다. 귀에 닿아오는 것은 일정한 속도의 발자국 소리 뿐. 두려움을 아예 없애진 못했기에, 실눈을 사용해 다가올 상황을 미리 조금 훑어보았는데.. 대체 뭘까, 바뀐게 하나도 없었다.

 

  ‘..뭐..뭐지?’

 

  궁금함이 보글보글 차오르려 했으나, 그보다 앞서 다행이라는 의미의 한숨이 옷장에 걸려져 있는 녀석의 옷 끝부분을 펄럭이도록 만들었다. 생각보다 숨의 힘이 거셌는지.. 앞 쪽으로 날아간 옷 끝이 부메랑처럼 돌아와서는 내 이마를 약하게 살짝 때렸다. 그와 동시에.. 무언가 하나를 깨달아버렸다. 생각해보면 잘못한게 있는 것도 아닌데 난 왜 장롱에 숨어있는 거고.. 뭐가 찔려서 이렇게 움찔대고 있는걸까. 회의감이라는 단어가 나를 빠르게 사로잡기 시작한다.

 

  “..그러네, 나 뭐하고 있는거지..?”

 

  그냥 녀석한테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어버렸다’ 말하면 되는 건데..

  왜 나 혼자 제발 저려서.. 이렇게 장롱안에 들어와 있는거지?

 

  “….”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몸의 행동, 빠르다 못해 솔직하기까지 해서 가끔은 나 스스로도 당황할 때가 많다.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서 그랬던 건지.. 결과가 장롱 안 인걸 보면, 순발력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와중에, 녀석이 입혀준 옷을 입고 바로 자버려서 지금 녀석의 후드티를 입고 있는 상황이니까..

 

  “보호색 아닌가..? 허허허..”

 

  뭐지, 끝 부분에 흘려보낸 웃음소리를 알아채고 소름이 돋았다.

  지금 상황에서 웃음을 흘리다니.. 장롱 속의 즐거움을 찾지 못 해, 나 녀석.. 좀 이상해진 것 같다.

 

  그러던 중,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 살짝 손을 넣었는데..

  이럴수가.. 잘 알고 있던.. 주머니에 있어야할 부스럭 소리가 귀에 닿아오질 않았다.

 

  ‘어..어디갔어?!!’

 

  한정적인 평 수의 좁은 장롱을 최대한 뒤져보고 더듬더듬 눌러보았으나.. 그 어디에서도 부스럭소리가 닿아오질 않았다.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 하고 고개를 흔들대고 있을때, 파밧하고 찾아온 생각하나가 고개를 신속하게 틈 새로 돌렸다. 살짝 열린 불빛 사이, 서있는 녀석 앞.. 자는 모습을 바라보던 과거의 내가 앉았었던 침대 위.. 구김을 잔뜩 드러내고 있는 노란색의 종이가 보였다.

 

  “아..안돼!!”

 

  내가 발견함과 동시에 녀석도 노란 종이에 눈을 맞춘다. 포스트잇을 향해 다가가는 녀석을 말리고 싶었지만.. 이 자리에서 벗어나면 그것도 그거 나름대로 오해의 여지가 장난 아니었으므로 섣불리 걸음을 옮길 순 없었다. 머뭇거리고 있는 생각의 시간이 조금 흘러갔고,, 그 사이 부스럭소리를 내며 종이가 녀석의 손에 쥐어졌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는 갸웃거림이 천천히 종이의 내용을 마주했고..

  멈칫하며 놀란 표정을 드러내는 녀석의 모습엔 혼란스러움이 가득 표현되고 있었다.

 

  “..이거,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왜 여기..”

 

  “..아이고..”

 

  어떻게 해야하나 싶어, 지끈거리는 이마를 한 쪽 손으로 살짝 짚었는데..

  생각을 이을 새도 없이, 녀석의 멍한 표정이 갑자기 내가 있는 장롱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 가..갑자기 왜 여길 보는데?!”

 

  점점 가까워지는 녀석의 그림자.

  점점 가까워지는 녀석의 손.

  점점 가까워지는 녀석의 발걸음.

 

  예고없이 다가온 공격에 아무행동도 취하지 못한 채 멈춰버리고 말았다.

  장롱의 손잡이에 녀석의 손이 턱하고 올려 질 즈음, 다시금 눈을 꽉 감아버렸는데.. 기적적으로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하아.. 진짜 숨막혀서 사람죽겠네.”

 

  장롱에 닿아있던 손이 느릿하게 스르륵 떨어져나갔고, 방 바깥으로 시선을 옮긴 녀석이 천천히 걸음을 이동해 거실로 목표를 바꾸었다. 안심해도 괜찮다는 신호가 몸 속에 퍼졌고, 긴장이 한 꺼번에 아래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심장 박동이 원래 속도로 회복 되었을때 즈음, 제대로 닫히지 않은 녀석의 방문을 통해 바깥의 소리가 새어 들어왔다.

 

  “..엄마?”

 

  목소리만 들었어도 녀석의 감정을 대략 알아차릴 수 있었다.

  놀람 뿐만 아니라 불안함까지 포함 되어진.. 자연스레 걱정을 품을 수 밖에 없는 녀석의 상태.

 

  당황 스러움을 잔뜩 머금은 녀석의 목소리가.. 어떻게든 이성을 유지하기 위해 현실과 관련된 물체를 찾기 시작한다.

 

  “지금.. 시간이..”

 

  “아들, 엄마가 미안..”

 

  갑작스레 들려온 사과가 이해되지 않는지, 녀석이 답을 잇지 않은 채 숨만 반복해 쉬고 있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거..”

 

  “있잖아, 엄마 오늘부터 다른 일 하려고 하던 일 관둬버렸어!”

 

  “….”

 

  “어머, 뭐니 그 표정? 엄마가 스스로 관둔거라니까?”

 

  “….”

 

  “뭐.. 걱정할까봐 말하는 건데.. 엄마 일 곧 구해질거야.”

 

  어떻게든 미소를 드러내려는 아주머니의 목소리와 달리, 녀석의 대답은 정적만 머금을 뿐이었다.

 

  “우리 아들 소꿉친구 어머님께서 잘 알아봐 주신대. 걱정마렴.”

 

  아무 말 없는 녀석의 반응이 어색했는지, 조그만 틈없이 바로 무언가를 만지는 소리가 들렸고.. 아주머니께서 빠르게 다음 행동을 읊으셨다.

 

  “자~ 장바구니 챙기고~”

  “잠깐 엄마 장보고 올테니까 쉬고 있을래?”

 

  “..아.”

 

  드디어 뱉어진 녀석의 소리.

  멍함 속, 반사적으로 자신의 할 일을 찾아 아주머니께 한마디를 건넨다.

 

  “제..제가 다녀올..”

 

  “으이구! 됐네요!”

  “간만에 느끼는 엄마의 여유로움을 뺏으면 어떡하니! 엄마 혼자 다녀올게!”

 

  “….”

 

  자세한 상황을 알 수는 없었지만..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온 뒤, 한 동안 녀석의 말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낮은 온도의 바람 속, 녀석의 흔들림이 전해진다. 제대로 된 표정을 마주하지 않았기에, 확실하게 표현하기엔 어려운.. 추상적인 분위기. 약간 충격을 받았던 걸까. 아니면.. 큰 충격을 받았던 걸까. 혹은,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유추되는 느낌이 대부분 이런 분위기 인 걸 보아, 적어도 녀석이 동요하고 있는 건 확실한 것 같았다.

 

  시계소리만 찾아오는 적막어린 공간. 잠시 후, 달려오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이 얼굴을 내밀었고.. 다시 찾아온 그림자가 녀석이 방에 돌아왔다는 걸 알렸다. 자연스레 움직이는 시선에 녀석의 불안함이 비춰져 온다. 미세하게 떨고있는 손이 감정을 드러내다 못 해 벅차오르고 있다. 떨림이 옮았는지, 목소리에 까지 번진 울림.

 

  “..왜.. 어째서..!! 진짜로..”

 

  다급한 표정이 빠르게 핸드폰을 손에 쥐었고, 검지손가락을 이용해 빠르게 스크롤하며 터치하기를 반복한다. 동작을 다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선지 녀석의 표정엔 근심이 가득했다.

 

  “전화번호가 없어.”

  “그래.. 하아.. 없어..”

 

  의자에 녀석의 무게가 풀썩하고 소리를 냈다. 힘없이 내려앉는 몸과 고개에 왠지 모를 슬픔까지 느껴졌다. 불 투명해지고 있는 녀석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허공에 손을 뻗었으나, 녀석에게 닿을 수는 없었다. 무슨 사정이 숨겨져 있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녀석이.. 매우 힘들어 보인다. 힘이 빠져 흐트러진 몸 사이, 가슴만 위 아래로 요동치는 걸 보면.. 적당한 당황과 힘듬이 아닌 듯 했다.

 

  “….”

 

  아무 생각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힘들어보이는 녀석을.. 마음대로 유추하거나 단정짓는 건 잘못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다가가 토닥여줄 순 없었기에.. 걱정 담아 힘 빠진 녀석을 한 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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