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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중한, 소꿉친구
작가 : 도톨
작품등록일 : 2019.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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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좋아해 줄래, 날. (1부 끝)
작성일 : 20-07-23     조회 : 339     추천 : 0     분량 : 3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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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7. 좋아해 줄래, 날. (1부 끝)

 

 

 

  걱정을 가득 품은 네 표정이 날 향해 조심스럽게 손을 건넨다. 눈동자라는 그릇 속에 담겨 있는 것은 나 뿐. 바보같게도.. 그 사실이 살짝 기뻤지만, 나에게 그럴 자격이 없다는 걸 상기시킨 뒤 상기된 모든 것 들을 스스로 산산조각 냈다. 부서지는 감각들이 나를 멍하게 만들 때 즈음, 그 때의 상황에 서있는 내 모습이 눈 앞에 보여졌다,

 

  도로를 주행하는 차들의 소리가 저마다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알림을 반복한다. 눈 앞에 서있는 건, 어째선지 평소와 다른 느낌의 중 단발머리 사람. 눈 부근에 찰랑이고 있는 물방울과 슬픈 듯 허탈한 표정. 원래와 전혀 다른 분위기에 약간의 움찔함이 올라왔지만.. 나와는 별개의 일. 좀 전에 피부로 느낀 당황스러움 외에, 다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고개 숙인 채 무언가를 참는 듯 주먹을 꽉 쥔 눈 앞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예전에 내가 무언가를 참던 모습이 떠올라.. 상대가 슬픈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힘들때마다 항상 옆에 있어주던 해다 네가 떠올라, 그때의 너와 같이 바로 괜찮냐는 말을 꺼낼 뻔 했지만, ‘여태까지 봐왔던 행동을 생각하라며’ 다그치는 마음의 소리를 듣고, 다가가던 발을 빠르게 되돌렸다. 해다는 정말 좋은 녀석이지만.. 나는 아니다. 곱씹으면 곱씹을 수 록, 생각에 냉정함이 자리를 잡았다.

 

  그 사이 감정을 추스린 부반장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연기하며 고개를 들어 올린다. 빠르게 스스로를 안정시켜서 그런건지, 미처 닦아내지 못한 눈물자국이 아랫 눈썹에 남아 있었지만.. 저 마음을 잘 알고 있지만.. 저 모습이 연기인 줄 어떻게 알 까. 여태 봐온 모습을 보면 거짓임이 더 확실하다. 감정의 요동을 삼킨 채, 무표정을 이으며 들려오는 말에만 집중을 이었다.

 

  “얼른 둘이 사귀는게 좋아.”

  “안 그럼 너희 어머니 어떻게 되실 진.. 나도 몰라.”

 

  뒷 말을 듣자마자 ‘하.’라는 한숨소리가 삐져 나왔다. 모습이 그러든 말든, 들려오는 말은 평소와 같았다. 그래, 역시 이 아이는 좋은 녀석이 아니다. 반복된 말 들이었기에, 경계 정도는 하고 있었지만.. 정말로 이런 풍경이 펼쳐질 줄은 몰랐다. 당황스러우면서도.. 갑갑하면서도.. 알고 있음에도 전개를 바꾸지 못한 스스로에게 화가났다.

 

  “..왜 그래? 무슨 생각해?”

 

  하지만, 걱정 가득한 표정의 해다에게 이 상황을 알려 줄 수 있을 리 없다. 그 아이를 소중하다고 말한 너. 신뢰한다는 의미의 눈빛으로 부반장에게 미소를 짓던 네가.. 여러가지의 얽혀진 이야기들을 알게 되면.. 얼마나 상처 받은 표정을 지을까. 내가 상처받는 선에서 끝나는 거면 몰라도, 너는 상처받게 하고 싶지 않다.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은 뚜렷한데.. 나에겐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존재 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거라곤 허탈한 느낌의 공기만 바깥으로 내 뱉는 것 뿐.

 

  “..결국 내가 부족해서 그녀석이 원하는 대로 되는구나.”

 

  ..얽히고 싶게 하지 않았지만..

  상기되는 요소의 조각의 움직임조차 가까이 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지만..

  여느때와 다를 바 없이 나는 모든 순간에 완벽하지 못 한다.

 

  잘 못된 것이란 걸 알면서도, 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방법이 하나 뿐이라는 걸 알기에, 그물 사이로 벗어날 수 없다.

 

  “야,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으니까 일단 날 보면서 얘기..”

 

  녀석의 모습에 허탈감이 가득하다. 그렇게 자신의 말을 잇다, 드디어 나를 마주하는 녀석의 눈동자가 보여졌다. 힘든 한숨과 동시에 포기했다는 의미를 담은 슬픈표정이 적당한 웃음을 드러내고 있다. 대놓고 흘리는 눈물보다 더 힘들어보이는 표정의 무게에, 어떤 말을 해야할지 머뭇거리고 말았다. 그때. 녀석이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느낌의 말을 시작했다.

 

  “..미안하다.”

 

  “뭐? 갑자기 뭐가 미안하다는거..”

 

  깜빡임을 반복하던 녀석의 눈이.. 이내, 나를 향해 미안함을 드러내고 있다. 어떤 동물들은 눈만으로 소통을 이어간다던데.. 그 느낌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제대로 말하지 않아도 녀석의 감정이 충분히 피부에 닿아왔으니까. 이제 자세한 마음 속 글귀들만 알면 되는데.. 그 부분은 어째선지 읽어낼 수 없었다. 아니, 멈춰버렸다는 게 맞겠지. 녀석의 미안함이 더욱 짙어졌으니까.

 

  “..아.”

 

  자세한 내용을 찾지 못해 멍해진 내 표정사이로, 아까보다 더 큰 이상함을 품은 말이 침투해왔다.

 

  “..좋아해 줄래, 날.”

 

  아니, 이상한 말이라기 보단..

  이 말이 왜 내 귀에 닿아오는 지 궁금할 수준의 난이도.

 

  누가 무거운 몽둥이로 내 머리를 세게 친 듯한 느낌이다.

  ‘띵’하고 소리를 높인 머리가 이내 돌처럼 굳어 버린다.

 

  “..아? 으에?! 니예?!! ”

 

  뇌 속 저장고에 분명 한국어라는 카테고리가 있었을 텐데..

  뭘까, 글자가 아닌 도형으로 느껴질 뿐..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 지를 잊어버렸다.

 

  머리 속 번역 탭을 반복해 켜 보아도, 녀석의 말을 정확히 해석하지 못한다.

  그래서, 글자 하나씩 하나씩 집중을 거듭해 의미를 짚어보았다.

 

  ‘..좋.’

 

  그 다음은..

 

  ‘..아.’

 

  그..그 다음은..

 

  ‘..해?!!!’

 

  앞 글자 세개만 읽었을 뿐 인데 까무라칠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내가 알고 있는 그 단어가 맞단 말인가.

 

  뒷 말이 더 있었지만,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세 글자로 이미 100% 동요해 버렸기에, 뇌의 지분은 그 쪽에 전부 잡아 먹힌 지 오래.

 

  무 한대의 물음표가 몸 전체에 퍼져나갔고,

  상황을 파악하고자 생각을 굴리던 머리는.. 이내, 하나를 생각해냈다.

 

  ‘.설마 그 좋아해? 그렇군 그래..’

 

  생각 해낸 단서 하나가 마음에 들었던 건지, 나 녀석은 그 의미를 반복해 언급하며 정확도를 부여하려 하고 있었다.

 

  녀석의 말을 듣자마자 올라온 미묘한 감각이..

  대체 왜 그런지 몰라도, 살짝.. 부끄러웠다.

 

  ‘..뭐라고?!! 나 미쳤나?!!’

 

  거기에, 다른 느낌의 스스로를 마주한 나는.. 바보같이 자아분열을 거듭할 뿐 이었다.

  자아분열을 하는 모습도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 어떤 의미 인지도 모르면서 난 왜 이러고 있는 거지.

 

  그러던 중, 그때와 확실히 비교되는 내 감정을 마주하고.. 다시금 멍해졌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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