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무협물
壬辰倭亂
작가 : 미스테리
작품등록일 : 202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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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립의 출동~
작성일 : 20-09-25     조회 : 319     추천 : 0     분량 : 3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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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일이 이렇게 비참하게 져서 패주할 때… 여기는 백여리 바깥에 와 있던 신립의 진지.

 이 무렵에 임금에게 생사여탈권을 가진 보도까지 하사 받아 내려온 신립은 충주에 도달해 있었다.

 놀랍게도, 서울서 몰고 온 경군과 여기 근처에서 소집한 병사들을 모두 모으니 그 병력은 거의 1만에 달하여 있었다.

 

 “오, 이 정도라면 한번 왜군들과 해볼 만 하겠다.”

 

 신립은 신이 나서 그들을 태동하고 문경새재인 조령까지 단숨에 내려갔다. 여기에 진을 치면 적군을 막기 더욱 쉬울 것이라고 여긴 때문인데…?!

 내일이면 조령에 도착해 거기에 진을 칠 거라고 여기고 일단 충주 관아에서 잠이 들었는데… 더욱 놀랄 일은 자고 난 후에 일어났다. 그것은 왜군의 공격이나 전투력 때문이 아니었다. 너무 황당한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아니? 이 놈들이?”

 

 아침에 일찍 나와 군사점고를 하려던 신립은 억장이 탁 무너졌다. 군영에 있던 장막이나 객사마다 가득 차 있던 병사들이 밤새 절반도 남지 않게끔 텅텅 비어 있었다.

 신립은 적지 않은 군사들이 이미 도망쳤다는 걸 깨달았다.

 어제 여기 도착해 진을 쳤는데… 저녁 무렵에 먼저 이 곳에 내려와 왜군과 대적하던 이일 장군의 휘하 병사들과 경상도 지역 백성들이 조령(문경새재)을 넘어오는데, 온통 피투성이고 처참한 부상을 당한 걸 보고서는 모조리 겁을 먹고 달아난 것이다.

 워낙 오랜 세월의 평화에서 완전히 전란의 모습을 잊고 산 겁쟁이들의 마음가짐이 저러한 건 당연한 것일까?~

 

 신립은 왜군보다 더 무서운 적은 이쪽의 공포심과 자기만 살겠다는 더러운 이기심이란 걸 깨닫고 애국심이 정말 장하게도 없는 백성들과 군병들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 어떻게 이렇게 성의와 사명감이 없단 말인가?? 초반에 정발이나 송상현 등이 그렇게 쉽게 무너진 원인 중 가장 중요한 [백성들의 애국심이 전혀 없다는 상태]는 이때에도 물귀신처럼 조선 제일 명장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던 신립의 발목마저도 잡았던 것이다.

 

 “이대로 놔두면 내일은 더 도망갈 겁니다.”

  “그렇겠지요.”

 

 마침 이일과 함께 퇴각해 여기까지 온 경상도 관찰사 김수와 나란히 앉은 신립은 정말 곤란한 문제에 봉착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 문제는 그리고 단시일 내 그냥 단순한 방법으론 어떻게 해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발적인 마음이 없이는 어떻게 해도 생기는 게 아니기에~

 백성들의 애국심이 이렇게 없을 지는 정말 꿈에도 몰랐다. 충효라는 사상이념을 국시로 삼고 있는 이 나라에서 나라 및 임금에 대한 충성심이 이처럼 없는 인간들만 살 줄이야… 역시 국시와 실제 백성들 개개인의 생각은 아무 상관도 없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신립은 최근 저잣거리를 지나칠 때 백성들이 이렇게 불평하는 것을 자주 들었었다.

 

  [세금은 무겁고, 온갖 잡세로 뜯어가기만 하니 우린 뭘 먹고 살란 거야? 이 나라가 착취자야 아니면 우리 조정이야?]

  [부역도 자주 나오고, 특히 군역은 없는 놈 제사보다 더 자주 나오니 우리가 이 나라의 백성이야 노예야?? 노예는 적어도 먹고 살 염려는 없지.]

  [할 수만 있다면 왜놈땅이건 되놈땅이건 어디건 휙 날라버리고 싶은 심정이야.]

  [그럼. 이 나라가 왜 우리 나라야? 양반놈들과 벼슬아치들 나라지. 난 무슨 전쟁이라도 나면 당장 도망쳐버릴 거야.]

  [그렇고 말고. 이 나라가 망하건 말건 우리 같은 사람들이 뭔 피해가 있을라고? 설마 지금보다 더 팔자가 나빠질라고?]

  [이 나라는 우리나라가 아니니까 우린 난리가 나면 도망쳐버려도 돼.]

 

 이런 넋두리를 수시로 들었던 그였다. 그땐 그들을 나무래자니 수도 너무 많고, 하도 생활에 짓눌린 백성들이 짜증이 나서 해대는 넋두리다 생각해 그냥 주워 넘기고 못 본체 그냥 갔었는데…

 이제 보니 그건 모두가 본심 그대로였던 모양이었다.

 ‘백성의 나라가 절대 아닌 양반과 벼슬아치들 나라’ 인 조선 정부에 목숨과 신체를 잃을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싸워댈 조선백성은 단 한명도 이 시점에선 없었던 것이다. 하긴 실제로 ‘남의 나라’ 에다 그런다면 그건 한낱 또라이지 애국자도 아니었다.

 그걸 수시로 들으면서도 거기에 교훈을 얻고 조금이라도 백성을 위한 정책을 임금에게 주청드리지 못한 게 이처럼 후회되는 일로 돌아올 줄이야.

 고민에 빠져 있던 신립, 그에게 갑작스레 사색을 깨게 만든 건 옆에 앉은 김수의 큰 목소리였다.

 

 “대감, 신립 장군.”

  “!!~”

 

 그는 그제야 문득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그리 깊게 하시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 얼른 대책을 강구하셔야죠.”

  “휴… 그래. 당신이 일단 좀 말해보시오. 당장 어떻게 하면 좋겠소이까?”

  “이거 철저히 경비를 갖추고 달아나는 자는 즉참에 처하는 등 군기를 철저히 하심이~”

  “소용없소이다!! 언제는 안 그래서 병사들이 다 달아났나요? 어제도 모두 모아놓고 그렇게 한다고 했습니다. 근데도 이렇게 많이 달아났는데?? 탈주를 막아야 할 경비병 자신들부터 모조리 달아나는데 무슨 소용이 있소이까? 군기가 엄정한 것도 병정들이 오합지졸에다 지독한 이기주의자가 아닐 때만 통하는 원칙이지요.”

  “하긴 그렇군요. 그럼 어떡하오리까? 이러다간 자꾸 도망쳐 우리만 남게 될 터인데…”

  “할 수 없지요. 이렇게 된 이상…!!”

  “어찌 하올 것이온지요?”

  “서둘러 왜군과 교전을 치러야 승산이 있소이다. 그리고 병사들이 도망치기 어려운 곳에다 진을 쳐야만 하겠소이다.”

 

 즉시 신립은 그 말을 마치고, 김수와 함께 모든 병사들을 집결해 조령에 진을 치고 왜군을 공격하려던 작전을 대폭 변경하고 말았다. 조령을 버리고, 조금 더 북서쪽에 떨어진 곳에 있는 낙동강 지류가 길을 가로막고 있는 탄금대에 진을 치도록 지시했다.

 여기는 깊은 강이 뒤를 가로막아, 병사들이 도망치고 싶어도 갈 곳이 없는 지형이었다. 그래서 무단 탈영과 도주는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더구나, 여기는 사방이 탁 트인 초원지대이므로 기병이 절대다수인 자신의 병력으로 왜군을 공격하기에 좋은 지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도주하는 놈들은 별 도움도 안되는 보병이고 그 작은 배에다 말까지 싣고 올 수는 없는 문제기에 왜병들도 보병이 대부분이라 믿은 고로 그들을 기병군단으로 깔아뭉개면 충분히 그들을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한 원인인데…?!

 

 오늘날의 역사기록에선, 신립이 무능하여 조령을 버리고 탁 트인 개활지인 탄금대에서 적을 맞아 싸워서 전쟁에 졌다는 전후 사정을 전혀 모르는 어이없는 기록이 있지만?? 알고 보면 그건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신립의 결정은 너무나 당시 현실을 잘 쳐다본 진법이었다.

 

 신립도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었다면 분명 완전무결하게 거기 조령에서 왜군을 맞아 싸우려 했을 것이다. 만약 그 조령의 언덕 위에서 조선군이 매복하고 있다가 지나가는 왜군들에게 돌과 통나무, 끓는 물을 퍼부었다면 왜군은 전멸당했을 것이고, 고니시가 그걸 설혹 눈치챘다 쳐도 감히 조령을 넘질 못해 한양으로 진군하는 데 지장이 심해 충분히 후방의 조선군이 무장을 할 시간을 벌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너나없이 막 병사들이 앞다퉈 도망쳐버리는 바람에 신립이 아무리 용장이라도 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조령에 진을 쳤다면, 바위와 수풀이 울창한 곳에서 더욱 탈영병이 많아졌을 것이고 그러면 신립은 그나마 싸워보지도 못하고 대패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적군의 공격보단 아군의 도망을 통제하기 쉬운 탄금대에 진을 칠 수밖에 별 다른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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