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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l소녀상상연애
작가 : 바코드1001
작품등록일 : 202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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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어둠속에 인형사
작성일 : 20-10-16     조회 : 113     추천 : 0     분량 : 6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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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진호. 너 오늘 죽자.”

 

  “형님!”

 

  “팀장님!”

 

 정박을 말리라는 수찬의 명령을 받고 잽싸게 뛰쳐나온 바니 2,3호가 그를 붙잡을 위치까지 따라잡았는데,

 

  “으악!”

 

  “어어?!.............. 망했다.”

 

 바니2호의 머리 위로 떨어진 검은 정장재킷에 결국은 그를 놓치고 만다.

 

 진호의 하얀 벤 앞에 다시 선 정박이 뒷문 손잡이를 부서져라 움켜쥐는데,

 

  “어쭈?”

 

 그새 잠가버린 듯 열리지 않자, 조수석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헉!!! 아, 하하... 하하하.....”

 

  “여시죠? 뒷문.”

 

 입 안 가득 고인 침을 꿀꺽 삼키는 장호가 고개를 세차게 가로 젓는다.

 

 정박과는 겨우 2주 남짓한 짧은 인연이지만 직감적으로 알겠다.

 

  “정팀장님, 일단 진정을.... 그게 그냥 기산데? 우리 형이 잘못한 게 아닌데?”

 

 이대로 두면 제 아티스트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것을.

 

  “하아.....”

 

 길게 한숨을 내쉬며 지그시 눈을 감았던 정박이 번쩍! 새까만 눈동자를 다시 드리운다.

 

  “매니저님 내리세요. 제가 지금 친.구랑 중요하게 할 얘기가 있어서.”

 

  “예?... 어... 저...”

 

  “안 돼! 장호야, 너 내리면 나 죽어!”

 

 생명의 위협을 느낀 진호의 목소리가 어디서 나오나 했더니 맨 뒷좌석 아래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잔토끼 수 백마리가 뛰어 노는 카시트를 부여잡고 눈만 빼꼼 내밀고 있는 진호가 또 다시 외친다.

 

  “뭐해?!! 시동 걸어!!! 고고!!!!!”

 

  “저기. 티, 팀장,”

 

  “내리시죠.”

 

 정박의 무거운 말투야 무시하고 넘겨보겠는데, 잡아먹을 듯한 눈동자는 도무지 이길 자신이 없는 장호다.

 

  “살살... 해주세요.”

 

 슬그머니 발을 빼듯 운전석에서 내려버리고 만다.

 

  “선장호, 안 돼! 안 돼! 선장님!!!!”

 

 콰앙!!!!!!!!!!!

 

 장호가 내리자마자 조수석의 문을 부셔져라 닫으며 올라타는 정박이다.

 

 하나, 둘, 세....... 엣.

 

  “으아아아아악!!!!”

 

 3초가 채 지나기도 전에 지진이라도 난 듯 세차게 흔들리는 진호의 벤이다.

 

  “그걸 확대를!”

 

  “내가 확대 한 거 아니잖아!!! 악!!!!! 얼굴! 얼굴!!!”

 

 퍽! 퍽! 퍽! 시트를 내려치는 소리에 진호의 외침도 묻히는 것만 같고.

 

  “죽어, 이 토끼새끼야!!!!”

 

  “아아아악!!!!!”

 

  ‘꿀꺽.......’

 

 뒷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바니팀 대장 수찬과 팀원 둘, 그리고 장호가 그의 처절한 절규에 침만 삼킨다.

 

 잠시 후, 달칵 소리와 함께 삐- 삐- 소리를 내며 뒷문이 열리고 임무(?)를 마친 정박이 내린다.

 

  “에이, 씨. 실밥 다 붙었네.”

 

 투덜거리며 좀 전의 참극에서 몸에 들러붙은 실밥이며, 솜털을 털어내고 있다.

 

 속 시원한 모양새로 그러고 있는 정박의 뒤에서 눈물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잔인한 새끼... 넌 사람도 아니야.... 흑...”

 

 그 와중에 참극이 궁금한 수찬이 슬쩍 고개를 꺾어 벤 안을 보는데,

 

  “어휴, 저 먼지.......”

 

 벤 안 가득했던 토끼시트며, 소품들이 모두 사망해버린 그 참혹한 현장에 먼지가 자욱하게 깔려있었다.

 

  “흑... 으흐흑... 우이 씨, 저 다박한 새끼...”

 

 진호는 그 가운데 찢어 발겨진 토끼쿠션을 품에 꼭 안고 망연자실해 있으니.

 

  “형......”

 

 장호는 차마 그 처량한 꼴을 못보겠는지 고갤 돌려버리고 만다.

 

 저벅저벅 스쳐가는 정박을 수찬이 붙잡아 속삭인다.

 

  “야, 저거 시트 값 니가 물어줘라, 알았나?”

 

  “저 오늘부터 바니 팀 탈퇴합니다.”

 

  “뭐라꼬?! 야, 인마! 정박!”

 

 쿨 하게 가버리는 정박의 발걸음을 붙잡는 진호의 마지막 발악이 울려 퍼지는데,

 

  “이거 한정판인데!!!!!”

 

  “!!!!! 저 새끼가!!!!!”

 

  “으앗! 야!! 너거들 가만있을래?!!?!!!”

 

  “형님! 그만!!!!”

 

  “팀장님!!!”

 

 도대체 이 괴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모두를 돌파하고 진호에게 다시 달려든 정박을 말릴 수는 있으려나.

 

  “으아아아악!!! 악! 얼굴 때리지 말라고!!! 다 박!”

 

  “닥쳐!! 안 닥쳐!!!!!”

 

  “형! 죽지 마!! 진호 형!!!”

 

  “선장호! 넌 죽었어!!!!!! 끄아아아아악!!!!”

 

 뒷문이 다시 닫히는 건 그저 환상인 것으로.

 

 

 

 ♥☆♥☆♥☆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 속을 걷는 것이 익숙한 사람도 있다.

 

  “흐음.”

 

 그렇다고 죽음을 가까이 두고 사는 건 아니다.

 

 누구보다 살고 싶은 욕망도 의지도 강한 인간이란 말이고, 빛을 제대로 보고 싶어 안달난 인간이란 말이다.

 

  “어쭈.”

 

 누구에게나 말론 설명할 수 없는 사정 하나씩 있듯이, 이 인간에게도 그런 빛을 못 보는 사정이 있을 뿐.

 

  “요것 봐라.”

 

 방 세 개가 있는 2층엔 불이 켜질 일이 없고, 1층은 정박이 집에 있을 때에만 형광등이 켜지는 곳이다.

 

 지금은 정박이 집에 없으니, 집에 있는 인간 하나가 깜깜한 1층 주방에 홀로 서 있다.

 

 그런데 어쩐 일로 희미하게 불빛이 일렁인다 싶었더니 손에든 휴대폰 액정에서 나오는 불빛이었다.

 

 뭘 보면서 혼자 중얼중얼 신음을 내는 가 했더니 다름 아닌, ZIINO의 게이설에 관한 인터넷 뉴스 기사를 보고 있는 중이다.

 

 문득, 탁! 소리와 함께 토스트 기에서 식빵 두 장이 튀어 올랐다.

 

  “짜증나. 감히... 우리 진호오빠를.”

 

 얼굴을 좀 보여주나 싶었는데 짜증나 읊조리며 휴대폰 불빛마저 꺼버린다.

 

  ‘우리 진호오빠.’

 

 라고 했으니 어둠속의 짜증난 목소리는 정박을 향한 것이겠지?

 

 토스트 기에서 꺼내든 한 장의 토스트를 아그작 물고, 다른 한 장은 익숙하게 찾아낸 접시에 담아 발걸음을 옮긴다.

 

 이토록 깜깜한 곳을 걷는데 스치는 가구 하나 없다. 아니, 없는 게 아니라 잘 피해가고 있는 것이다.

 

  “아... 토스트까지 괜히 맛없어. 죽일까... 정박.”

 

 1층 주방과 거실을 구분해주는 현관이 있는데, 그 바로 옆에 2층으로 올라가는 나선형의 폭이 좁은 계단이 있다.

 

 보통의 가정집에 달린 현관 센서등?

 

 그딴 건 개나 주라고 빼버린 지 오래라 그곳도 어두컴컴하다.

 

 그래도 발끝하나 미끄러짐 없이 잘 올라가는 인간은 마치,

 

  “야-옹....”

 

 거실과 마당 사이에 굳게 닫혀 있는 커다란 유리문을 톡 치고 가는 도둑고양이 같달 까.

 

 어둠이 더 익숙한 그 인간, 그녀의 이름은 도로이. 필자는 그녀를 ‘어둠속에 인형사’라 부른다.

 

 1,2층 거실보단 조금 밝은 그녀의 방.

 

 널찍한 책상 위에 켜진 스탠드 불빛 덕분이다.

 

  ‘쩝, 쩝, 쩝....’

 

 입에 물었던 토스트는 벌써 절반을 뜯어 먹었고, 접시에 담아 온 한 장은 책상 위에 내려놓는데,

 

 헉!!! 이곳은 마치 끔찍한 ‘살인현장’ 같달 까?!

 

 사람의 몸, 팔과 다리가 따로 널브러져 있는데다 머리는 온풍기 아래에, 그 옆엔 눈동자가 굴러다니고.......

 

 그 주변엔 여러 형태의 조각칼과 커다란 재단가위를 비롯해 기다란 핀셋도 보인다.

 

 색색의 물감이 들어 있는 팔레트에선 빨강색이 유난히 눈에 띠기까지 하니 징그러워 절로 눈을 질끈 감겠다만.

 

 도로이는 인형사다. 인형을 만드는 인.간.인.형!

 

  “음~ 음~ 음~ 음~.......”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조각, 조각 신체부위들을 모아 조립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주 분야는 ‘브라이스인형’이다. 일명 가분수인형이라고 하는 그것인데,

 

  “얼굴이 크지요~ 몸은 짜리몽땅에 팔다리는 가늘어요~ 라라라~ 그래도 난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브라이스~ 제일 예쁜 브라이스~ 랄라~”

 

 제멋대로 만들어 부르는 노래가 아님을 알아주시길. 가사만 제멋대로 바꿔 부르는 노래는 ZIINO의 데뷔곡이란 걸.

 

 이래 보여도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다.

 

  “라라라~ 제일 예쁜 브라이스~ 나는야 브라이스~ 해피~ 하트~ 하우스~ 브라이스 도로시~”

 

 그런데도 이렇게 천진난만할 수 있는 건 그녀의 직업 때문일지도.

 

 미니온풍기 아래서 건조되고 있는 얼굴을 기다리며 스케치북을 펼친다.

 

 인형에게 입힐 옷을 디자인해 놓은 디자인 북이다.

 

  “소공녀. 음... 코트를 체크로 할까?”

 

 짙은 초록색이던 코트에 빨간 선을 그려넣으며 머릿속으로는 벌써 원단을 고르고 있다.

 

  “장갑을 레이스 소재로 하고.... 흐음, 귀찮아도 가방을 하나 새로 만들까?”

 

 흥얼거리던 노래도 멈추고, 하염없이 집중해간다.

 

 일 할 때의 로이를 보고 있자면 뭐라 할까? 인형에 미친 인형 같다고 해야 하나.

 

 방 안의 삼면을 꽉 채우고 있는 가지각색의 브라이스 인형에 둘러싸인 마론 인형.

 

 방해되지 않게 보랏빛 감도는 긴 머리카락은 하나로 질끈 묶어 둔다.

 

 좁은 어깨에 왜소한 체형을 가리려는 의도인지는 몰라도 입고 있는 티셔츠는 축 늘어진 박스티다.

 

 그 안에 짧은 핫팬츠를 받쳐 입었지만 보이는 건 그녀의 가늘고 흰 다리뿐.

 

 뒷모습만 봐서는 그야 말로 살아있는 마론 인형을 보는 듯하다.

 

 아직 보여주지 않은 그녀의 얼굴은 곧 밝혀질 것인데,

 

  “아... 자꾸 생각나네?”

 

 문득, 바삐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휴대폰을 집어 든다.

 

 ZIINO와 정박의 맞닿은 입술 사진이 꽤나 맘에 걸리는 모양이다.

 

 그때, 문 밖에서 탁탁탁 하는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오니 절로 귀가 쫑긋 선다.

 

  “오셨구만, 쳇.”

 

 자리에서 일어나 잽싸게 방문 고리를 붙잡고 선다.

 

  “나 왔어.”

 

 발소리만큼이나 익숙한 그의 목소리.

 

 그는 12년 째 동거 중인 로이의 남자(?) 정박이다.

 

  “나 왔다고.”

 

  “............”

 

  “자나? 웬일로 이 시간에...”

 

  “안 자.”

 

 이 무슨 로봇스러운 말투인지. 심기 불편하다는 걸 이리 표현해보는 로이다.

 

  “그럼 그렇지. 나와 봐, 할 말 있어.”

 

  “말 해.”

 

  “얼굴보고 해야 돼. 잠깐만 나와 봐.”

 

 죽어도 안 열 것 같던 문을 끼익, 아주 조금 열어 보여주는 것은 한쪽 눈동자뿐이다.

 

  “.............”

 

 살포시 흘러내린 보라색 머리카락 몇 가닥이 그마저도 가리고 있으니.

 

 언뜻 보면 외눈박이 처녀귀신 같기도 한데,

 

  “나오라고.”

 

 가끔 보는 광경이라 전혀 놀라지 않는 정박이다.

 

  “어째서. 얼굴보고 얘기하기 껄끄러울텐데.”

 

  “뭐, 아... 기사 봤냐? 일하는 시간에 일은 안 하고 그딴 걸 왜 봐?”

 

  “너야 말로. 일하는 시간에 그딴 짓을 왜 하지.”

 

  “야!.. 아, 진짜...”

 

 처녀귀신 로봇과 말싸움할 기력도 없는 정박이건만.

 

  “그딴 거 볼 시간에 차라리 잠을 자던 가... 일단 나와 봐.”

 

 뭔 중요한 얘기가 있는 지 어쩐 일로 억지스럽게 문고리를 확 잡아당기는데,

 

  “어쭈? 야, 도로시!”

 

 그 가녀린 손목 어디에서 이런 힘이 나오는 걸까나?

 

 전직 태권도 선수의 악력에도 방문이 꿈쩍도 않는다했는데,

 

  “!!!! 아이, 씨......”

 

 갑자기 힘을 뺀 로이 때문에 당기던 정박이 뒤로 휘청거린다.

 

 드디어 얼굴을 보이는 ‘도로이’의 프로필을 잠깐 읊어보자.

 

 본명은 ‘도 로이’고, 활동 명이라 하면 정박만의 애칭인 ‘도로시’다.

 

 그녀가 운영하는 브라이스인형 온라인 쇼핑몰의 이름도 ‘H♥Bryce Dorothy’이고.

 

 나이는 34세, 그녀 또한 87년생 토끼띠다.

 

 먹은 나이는 그런데 외모로만 보자면 교복을 입어도 하 수상할 것 없는 외모다!

 

 안 늙는다, 이 여자!

 

 앞서도 말했지만 로이는 인간이 된 인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외모의 소유자다.

 

 심지어 까만 뿔테안경을 쓰고, 후줄근한 차림을 하고 있는 지금도 그녀의 외모는 빛을 낸다.

 

 직업은 프리랜서 인형디자이너로 브라이스 같은 구체관절인형을 주로 만들고,

 

  ‘어둠의 인형사...... 저러다 사람도 인형으로 만드는 기술을 익힐 것만 같다고.’

 

 옛날 언제인가 정박은 그녀를 보며 이렇게 말했더랬다.

 

 인형 만들기가 취미이자 특기인 그녀의 성격을 단 두 마디로 표현하자면,

 

  ‘아무도 몰라. 저도 저를 몰라.’

 

 하루에도 수십번 롤러코스터를 타는 성격의 소유자인지라.

 

 좋아하는 것은 브라이스 애기들과 경호하는 애!

 

 싫어하는 건, 조금 아픈 얘긴데 ‘백열등 아래서 일어나는 화이트아웃’ 그리고 보이는 귀신.....

 

 독특하다면 독특하고, 평범하다면 평범한 그녀는 12년째 이 말을 가슴에 품고 있다.

 

  ‘빛이 있는 곳엔 귀신이 있고, 빛이 없는 곳에 사람이 있다.’

 

 로이와의 문고리 밀당에서 휘청거렸던 정박이 멍청하게 서 있는 그녀의 안색을 살핀다.

 

  “도로시? 왜 그래?”

 

 미세한 숨소리에 한 마디 툭 내뱉는데,

 

  “잠...... 감히 우리 진호오빠랑 잠까지....”

 

  “뭐?!”

 

  “행복해라, 정박.”

 

 쾅!..........

 

 그렇게 인형사는 저만의 공간으로 들어가버렸다.

 

 불이 꺼진 2층 거실에 드는 빛은 밤하늘 달빛이요, 그 빛 안에 홀로 서 있는 정박은 외로운....

 

 게이?

 

  “..... 아오! 나진호!!!!!”

 

 악에 받친 정박의 절규가 메아리가 되어 밤하늘을 날아간다.

 

 멀리, 멀리 강남 한복판 높이 솟은 빌딩 꼭대기까지.

 

  “으음.......”

 

 세상 순진한 얼굴로 자고 있는 진호의 펜트하우스에 쳐들어가 그의 잠을 방해할 목적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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