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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틈새
작가 : INFP
작품등록일 : 202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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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틈새 관리자의 시간(1)
작성일 : 21-12-26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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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랜턴을 양손으로 잡는 순간, 랜턴에서 은은한 빛이 났고, 한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만화에 나올법한 여신 모습이었다.

 

 “인혜빈, 맞지?”

 “네? 누구..”

 나 참, 갑자기 랜턴한테서 내 이름을 듣다니. 이런 인생이 다 있나.

 

 “혹시 방금 네가 살던 곳에 있다 왔어?”

 “예.. 근데 누구세요..?”

 “아, 나는 므네미온이야, 시간을 관리하는.”

 “그게.. 뭔..”

 “자세한 건 내가 이따가 설명해 줄게, 지금 좀 바쁜 상황이라”

 “아, 네"

 

 꿈인가 보다, 근데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이 된다. 이런 걸 자각몽이라고 하던가?

 

 “아까 네가 있던 너네 동네는 현실 세계가 아니고, 시간의 틈새야.”

 “네? 뭔 틈새요?”

 “그니까, 네가 떨어진 구멍이, 시간의 틈새야.”

 “무슨.. 말이신지..”

 “간단히 설명해 주자면, 시간의 틈새는 선한 사람이 억울하게 죽거나, 너무 어린 나이에 갑작스럽게 죽은 경우에 생을 이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공간이야.”

 “그럼.. 저.. 죽은 거예요?"

 “네가 죽은 게 아니니까 내가 바쁘겠지?”

 “아.. 네.."

 

 저 말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내가 죽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전.. 어떻게 해야 하죠..?”

 “일단 현실 세계로 당장 보내주기가 어려워, 지금도 틈새에 가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럼 난 갇혀있으라는 건가.

 

 “틈새로 다시 데려다줄게, 손등에 모래시계가 그려져있는 틈새 관리자를 찾아봐.”

 “네?”

 “보내줄게~”

 “아니.. 저기요!!”

 

 또, 또 누운 채로 깨어났다. 아까 서 있었던 길이었다. 이번에는 정신을 더 일찍 차리고 재빠르게 일어났다. 손등에 모래시계라니, 그나마 여름 이어서 다행이지 겨울이었으면 아마 사람들의 손이 다 주머니에 있었을 것이다.

 

 손등에 모래시계가 있는 사람을 어떻게 찾나 싶던 찰나에, 길 건너편에 한 여자가 보였다. 손등엔 선명하게 모래시계가 그려져 있었다.

 

 “저기요!!!”

 

 여자가 내 쪽을 보더니 멈춰 섰다. 나는 재빠르게 길을 건너서 그 여자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그 혹시.. 손등에.. 모래시계가..”

 “아, 네. 틈새 관리자입니다.”

 

 생각보다 차가운 말투에 나도 모르게 잠시 얼어있었다.

 

 “.. 관리자를 찾고 계셨나요??”

 “네.. 혹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여기 카페 가실까요??”

 “아.. 네..”

 

 여자는 나를 카페로 데리고 들어갔다. 20대 초반 같았고, 굉장히 예뻤다.

 

 “여기 앉으세요.”

 “네.."

 “관리자는 왜 찾으신 거죠?”

 “그.. 므네..마온? 이라는 분이랑 얘기를 나눴는데요..”

 “아, 므네미온님이요? 시간의 여신님.”

 “뭐.. 네,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요??”

 “제가 죽은게 아닌데 여기 들어왔다고.. 하시던데요??”

 “아.. 어쩐지, 아까 여신님이 굉장히 초조해하시더라고요."

 “저한테도 바쁘다고 하던데.. 아, 하시던데요..”

 “흠.. 제가 관리자이니, 현실 세계로 보내 드릴 순 있습니다. 가는 과정이 길긴 하겠지만요.”

 “길어요?? 어떻게 가는데요??”

 “현실 세계에서 겪은 당신의 기억들을 지나쳐야 해요.”

 “금방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저 어린데.”

 “보는 것만이 아니라, 고쳐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제 기억을요??”

 “지금 틈새에 있잖아요, 오면서 당신의 기억이 조금 왜곡됐을 수 있어요. 그럴 경우에 므네온의 도움을 받아서 고치면서 가야죠.”

 “아.. 네...”

 “걱정 마세요, 저랑 같이 가실 거예요.."

 “네...!”

 “제 소개부터 해야겠네요, 저는 마이아입니다.”

 “마이아..요?”

 “관리자 명은 마이아, 본명은 김유헬 입니다. 혼혈은 아닌데, 이름이 좀 이국적이에요.”

 "우와.. 이름 너무 예뻐요.. 저는 인혜빈, 16살입니다..!”

 “저는 23살이에요.”

 “아.. 그러면 혹시...”

 

 마이아는 내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이해했다는 듯 끄덕거렸다.

 

 “작년에, 신혼여행 갔다가 사고가.. 있었어요.”

 “그럼 선하게 사셨겠네요??”

 “네?”

 “므네미온한테 들었어요, 여긴 너무 어릴 때 죽은 아이나, 선한 사람이 죽었을 때 오는 곳이라고.”

 “뭐.. 나름 선하게 살았죠.”

 

 마이아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갈까요? 얼른 돌아가셔야죠.”

 “네!”

 

 마이아와 나는 카페에서 나왔다. 마이아는 시간의 관리소로 향해야 한다고 말하며, 큰 구멍을 만들었다.

 

 “들어가세요.”

 “네?”

 “떨어져도 아픈 거 아니니깐, 들어가세요.”

 “네.. 그냥 떨어지면.. 되나요...?”

 “네, 저도 바로 따라 들어가겠습니다.”

 

 내가 무서워하는 것이 마이아에게도 느껴졌는지 괜찮다고 계속 다독여주었다. 마이아의 응원에 힘입어 구멍에 뛰어들었고, 착지할 때는 아무 느낌도 나지 않았다. 눈을 떴을 땐 마이아가 관리소의 벽에 현실 세계로 가는 구멍을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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