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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로국왕자 비름
작가 : 코리아구삼공일
작품등록일 : 202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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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연들
작성일 : 22-02-11     조회 : 200     추천 : 1     분량 : 3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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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새로운 인연들

 

 그 후, 비름은 형 야고가 사냥을 하러 갈 때나 낚시를 하러 갈 때 늘 뒤를 졸졸졸 따라다녔다.

 7년 후, 어느새 비름은 키가 큰 소년으로 자랐다. 비름과 야고는 산에서 멧돼지를 사냥해서 메고 왔다.

 “자, 여기 내려놓자! 비름이 너 혼자 멧돼지 가죽 벗겨놔. 난 오늘 밤 약속이 있으니까.”

 야고가 굵은 목소리로 명령하자 비름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귓속말을 했다.

 “응. 형 오늘 잔대누나 만나러 가는 거지?”

 “짜식이~~. 왜 부럽냐?”

 “형. 어제는 찔레누나 만나러 갔잖아. 피곤하지도 않아?”

 야고가 비름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으면서 말했다.

 “그런 걸로 피곤하면 천하의 야고가 아니지? 그리고 여자들은 며칠에 한번씩 만나줘야 징징대지 않는다고.”

 야고가 거들먹거리면서 나가자 비름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곧 멧돼지가죽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 뒤로 은난부인이 나타나 비름을 싸늘한 눈초리로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야고는 또 어딜 갔느냐?”

 “아! 큰어머니. 저 혀...형님은 볼일이 있다고 잠깐........ ”

 은난부인은 혀를 끌끌차면서 말했다.

 “배를 부리는 집안의 딸과 혼사가 정해져서 의논할 일이 산더미같은데. 어딜 또 나갔단 말이냐? 어휴, 정말 이 집안 사내들은 하나같이 내 속만 썩이니...쯧쯧쯧.”

 그때 시녀가 다가와서 말했다.

 “비름도련님, 아버님께서 부르십니다.”

 비름이 아버지의 거처로 가자 아버지 옆에 어떤 상인이 한 명 서 있었다.

 “인사하거라. 이분은 우리에게 철제무기를 대어주는 상단 행수 뱀무라는 분이시다. 낙랑, 대방에서 물건을 사서 남쪽지방뿐만 아니라 바다 건너 섬나라까지 장사를 하러 다니는 분이시지.”

 비름은 상인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제 아들놈입니다. 이번에 떠나실 때 이놈도 좀 데려가주시오. 넓은 세상 구경도 시켜주시고.”

 뱀무라는 상인은 얼굴이 검고 길쭉하며 눈이 길게 찢어져서 무척 날카로운 인상을 주는 사내였다.

 “안 그래도 일꾼이 한 사람 필요했는데 잘 되었군요. 내일 아침 적화국으로 떠날 때 함께 가도록 하지요. 일찍 가서 쉬는 게 좋겠군요.”

 다음날 아침 일찍, 비름은 아버지가 시키는대로 뱀무상단의 행수를 따라 나섰다.

 반로국 수장 고광은 뱀무에게 넌지시 귓속말을 했다.

 “제 아들놈에게 야철소와 철산을 많이 구경시키도록 하시오.”

 “염려 마십시오.”

 고광은 뱀무에게 무언가를 슬며시 건넸다. 뱀무는 교활하게 웃으며 받아넣었다.

 

 뱀무상단을 따라서 한나절 정도 걸어갔을 때, 산자락에 커다란 마을이 나타났다.

 뱀무가 비름을 불러서 마을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곳이 철을 많이 생산하는 철산이 있는 적화국이라는 곳이다. 저 아래에 야철소가 보이는구나. 이제부터 저 야철소를 구경하러 갈 것이다. 저곳 사람들 앞에서 너는 이제 내 아들이 되어야한다. 이제부터 나를 아버지라고 부르거라.”

 비름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반로국에서 왔다는 것을 알려서는 안된다. 알겠느냐? 왜 대답이 없느냐?”

 뱀무행수가 대답이 없는 비름을 다그치자 비름이 얼른 대답했다.

 “예.”

 뱀무상단은 적화국의 수장 시우쇠의 거처로 갔다.

 “어서 오시오. 뱀무행수. 먼 길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소이다. 들어가시지요.”

 뱀무행수가 비름을 데리고 들어간다. 적화국 수장 시우쇠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이 아이는 처음 보는 아이인데 누구요?”

 “하하하. 제 막내아들놈입니다. 올해부터 쭈욱 데리고 다니면서 장사를 가르쳐볼까 하구요.”

 시우쇠는 뱀무에게 조심스런 표정을 보이면서 말했다.

 “우리 이야기가 아이들이 들을 이야기는 아닌 것 같소이다.”

 “그렇지요. 아들놈은 여기 야철소 주위나 구경하라고 하겠습니다. 비름아. 넌 저쪽에 가서 야철소나 구경하고 있거라.”

 “넌 이리 나오너라. 우리하고 저쪽에 가서 쉬자.”

 비름보다 몇 살 많은 상단의 일꾼 벌개미가 비름의 팔을 잡아당겼다. 벌개미는 점심으로 주먹밥 하나를 주었다.

 “정 기다리기 심심하면 잠시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오너라.”

 벌개미의 말에 비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근처의 야철소 주변을 기웃거렸다. 주변에는 철을 녹이는 제련로가 마련되어있고, 주변에 철을 만들고 나온 쇠찌꺼기를 잔뜩 쌓아놓은 곳도 있었다.

 대장간에서는 건장한 남자들이 쇠를 두드리면서 철제무기를 만들고 있었다.

 비름은 모든 것이 신기하여 어리둥절 쳐다볼 뿐이었다. 농사를 주로 짓는 반로국과는 달리 적화국에는 온통 철로 된 물건들이 즐비하였다. 벌겋게 달아오른 용광로에서 나오는 불빛과 뜨거운 열기. 철로 된 강철검들과 농기구들. 그리고 무언가를 사러 온 듯한 서역인들도 보였고, 근방의 여러 나라에서 온 상인들이 분주하게 왔다갔다하는 것이 활기가 넘쳐보였다.

 비름은 그런 풍경들에 취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었다.

 그런데 그때 어떤 사내가 비름이 입은 옷을 눈여겨보더니 갑자기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면서 비름에게 부딪쳤다.

 “아~~ 미안하오.”

 비름은 사내에게 사과를 하고 길을 찾기 위해 돌아섰다. 그러자 사내는 자기의 옷을 더듬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아니, 내 돈주머니가 없네. 오늘 여기서 강철검 서른 자루를 사려고 오수전을 넣어온 주머니가 없어졌다. 저...저..저 놈이 내 돈을 훔쳤다! 야! 이놈아. 너, 거기 서지 못해!”

 비름은 사내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 나 말이오? 그쪽이 나한테 부딪친거지. 내가 언제 그쪽 돈을 훔쳤단 말이오?”

 그러자 갑자기 서너 명의 험상궂은 사내들이 나타나더니 비름의 멱살을 잡았다.

 “생긴 건 멀쩡해가지고. 도둑질이야? 야, 이놈아. 니놈 애비가 누구냐? 너 오늘 낙랑에서 온 상단을 따라온 놈이지? 돈은 니놈 애비에게 물어내라고 해야겠다. 당장 가자!”

 “앗! 이거 놔욧.”

 비름은 자신의 멱살을 잡은 사내의 손을 깨물었다.

 “악! 이노무 새끼가! 개도 아니고.”

 비름은 사내의 손에서 풀려나자마자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사내들이 우르르 비름을 뒤쫓았다.

 “저놈 잡아라! 도둑놈 잡아라!”

 비름은 여기저기 골목을 헤집고 달렸다. 그러다가 과일 무더기가 쌓인 수레 뒤의 무너진 담벼락을 뛰어넘어 곁에 있는 산자락 위로 뛰어올랐다.

 “저...저기다. 저놈이 산 위로 도망간다!”

 사내들을 피해 정신없이 산 위로 달리던 비름은 한적한 숲에서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멈추어섰다.

 “헉헉헉. 여긴 또 어디야?”

 근처에는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목이 말랐던 비름은 물소리를 따라 무작정 수풀을 헤치고 나아갔다. 그러다가 갑자기 발밑이 꺼지는가 싶더니 비름의 몸이 아래로 쿵 떨어졌다.

 “으악! 멧돼지를 잡는 함정이었네.... 사람 살려요! 거기 아무도 없어요? 사람 살려요!”

 비름은 한참동안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가던 다람쥐나 새들이 함정 주위를 왔다갔다 돌아다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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