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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로국왕자 비름
작가 : 코리아구삼공일
작품등록일 : 202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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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욕심의 끝
작성일 : 22-02-16     조회 : 228     추천 : 1     분량 : 4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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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믐날 밤, 가시혜국 농부들과 적화국의 농부들이 모두 손에 곡괭이, 낫, 창을 들고 반로국의 성 근처 대나무숲에 모였다. 비름과 까마중을 비롯한 뱀무상단의 호위무사들도 모두 모였다.

 “자정 무렵 하늘말나리가 보초를 서는 병사들에게 술을 먹이고, 성문을 열어주기로 했다. 그때 들어가자.”

 가시혜국 수장 장대가 말했다. 모두들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정 무렵, 하늘나리는 시녀를 시켜 보초를 서는 병사들에게 술과 고기를 갖다주게 했다.

 하늘말나리가 살금살금 다가와서 잠든 병사들을 살피고 나서 성문을 열려고 빗장을 풀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천남성과 호위무사들이 나타났다.

 “게서 뭘 하는거요? 하늘말나리.”

 하늘말나리는 화들짝 놀라면서 돌아섰다.

 천남성이 다가와서 하늘말나리의 뺨을 철썩 때렸다.

 “네년이 무슨 꿍꿍이가 있다 생각했다. 왜? 밖에 농사짓는 놈들이 곡괭이라도 들고 기다리느냐? 여봐라! 이년을 당장 끌고 가서 감옥에 처넣어라.”

 호위무사들이 하늘말나리를 끌고 갔다. 천남성은 술에 취해 쓰러져있는 병사들을 발로 걷어찼다.

 “이런 병신같은 놈들. 아주 떡이 되도록 마셨군. 이놈들도 치워라.”

 천남성이 호위무사들에게 명령했다.

 “오해요. 이거 놓으시오. 오해란 말이오.”

 하늘말나리는 끌려가면서 소리쳤다.

 “흥! 오해. 정말 오해인지 아닌지 두고보자. 네가 뜨거운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어둠 속에서 네 개의 눈동자가 하늘말나리가 끌려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앗! 엄마가 끌려갔다. 이걸 어쩌지?”

 벌노랑이가 말했다. 구름송이는 벌노랑이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쉿! 조용히 해. 넌 어서 할머니에게 가서 일러바쳐. 아저씨가 엄마를 감옥으로 잡아갔다고. 빨리.”

 벌노랑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뛰어갔다. 벌노랑이는 은난부인의 침실로 뛰어들었다.

 “할머니, 할머니 엄마가 잡혀갔어요. 아저씨한테.”

 잠에서 깨어난 은난부인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뭐라? 엄마가 왜?”

 은난부인이 감옥 안으로 들어가자 천남성이 채찍으로 하늘말나리를 때리고 있었다.

 “누구의 사주를 받고 한밤중에 성문을 열려고 했느냐? 네 아비냐? 말해! 당장 말하지 못해!”

 “이 무슨 짓이냐? 천남성. 당장 멈춰라!”

 은난부인은 화가 나서 천남성에게 소리쳤다.

 천남성은 은난부인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늘말나리에게 채찍질을 했다.

 “신경쓰지 마십시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은난부인은 독이 잔뜩 올라서 천남성의 손을 잡았다.

 “이놈! 뭐하는 게냐? 그래도 하늘말나리는 네 사촌형수니라.”

 “천출놈이 버린 여자요! 상관하지 마시오!”

 천남성이 은난부인을 뒤로 떠다밀자 은난부인은 벽에 머리를 부딪쳐 주저앉았다.

 은난부인의 머리에서 피가 흘렀다.

 “네 이놈. 네가 나를......”

 은난부인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하늘말나리가 외쳤다.

 “어머니!”

 

 구름송이는 성문의 빗장을 열려고 안간힘을 썼다. 새 보초가 가까이 다가오자 얼른 다시 숨었다. 구름송이는 평소에 벌노랑이와 드나들던 철쭉덤불에 가려진 성벽의 개구멍으로 기어가서 성 밖으로 빠져나왔다.

 구름송이는 근처 달빛이 없는 나무그늘 아래를 골라서 발을 디디면서 근처 대숲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대숲 안의 사람들에게 나지막히 소리쳤다.

 “하늘말나리엄마가 잡혀갔어요. 구해주세요.”

 그 말을 들은 장대와 비름이 다가왔다.

 “뭐라고? 하늘말나리가 잡혀갔다고?”

 구름송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네, 성문을 열려고 하다가 천남성아저씨에게 들켜서 감옥으로 잡혀갔어요.”

 “그럼, 넌 어떻게 나왔니?”

 비름이 묻자 구름송이는 멀찍이 떨어진 개구멍쪽을 가리키면서 대답했다.

 “꽃나무덤불 아래에 있는 개구멍으로 나왔어요.”

 “그곳으로 나와 함께 가자.”

 비름은 몸이 가장 가늘고 날렵한 까마중을 개구멍으로 들어가게 했다. 까마중은 개구멍으로 성 안으로 들어가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성문을 지키는 보초에게 다가갔다. 까마중이 한눈을 파는 보초의 뒷통수를 몽둥이로 한 대 갈겼다.

 “퍽!”

 “으악!”

 보초가 쓰러지자 어디선가 천남성의 호위무사가 한 사람 달려왔다.

 “웬 놈이냐?”

 하지만 바로 그다음 순간 까마중의 칼날 아래 호위무사는 쓰러지고 말았다.

 “으악!”

 까마중이 성문을 열자 밖에 있던 가시혜국 농부들과 적화국의 사람들, 뱀무상단의 호위무사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천남성과 천남성의 사병들이 이 소리를 듣고 달려나와 칼을 뽑아 들었다.

 “아니? 이런 순 무지렁이같은 놈들이. 곡괭이 들고 달려왔구나? 쳐라! 저놈들을 모조리 잡아죽여라!”

 천남성이 소리쳤다. 그러자 가시혜국 수장 장대가 소리질렀다.

 “가자! 가서 저놈들을 쳐죽이자! 더이상 핍박받고 살 수는 없다!”

 장대의 말에 농부들과 대장장이들이 삽과 곡괭이를 높이 흔들면서 우레같은 함성을 질렀다.

 “우우우우”

 그 다음 순간 농부들과 대장장이들이 천남성의 사병들에게 우르르 덤벼들었다.

 순식간에 양편의 사내들이 뒤섞여 살육전이 벌어졌다.

 가시혜국의 농부들과 야철소의 대장장이들이 천남성의 사병들에게 칼을 맞고 쓰러지자 비름과 뱀무상단의 무사들이 칼을 뽑았다. 뱀무상단의 무사들이 천남성의 사병들을 공격하여 쓰러뜨렸다. 천남성은 자신의 사병들이 싸우다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슬슬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더니 감옥이 있는 곳으로 냅다 뛰어갔다. 비름은 천남성을 잡기 위해 따라갔다.

 천남성은 감옥에 갇혀있던 하늘말나리에게 다가가 하늘말나리의 목에 단도를 들이댔다.

 “이놈! 가까이 오지 마라! 가까이 다가오면 네 아내를 죽일 것이다.”

 “하늘말나리! 하늘말나리에게 손대지 마라! 그럼 넌 뼈도 못추리고 죽는다!”

 비름이 소리치자 천남성은 하늘말나리의 목에 단도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하늘말나리의 목에서 피가 주르륵 흘렀다. 하늘말나리는 비름을 바라보며 눈물을 주루룩 흘렸다.

 “사..살려줘!”

 “다가오면 이 여자부터 죽는다!”

 비름은 천남성의 말에 더이상 다가가지 못하고 눈치만 살폈다. 천남성은 하늘말나리를 인질로 붙잡고 슬금슬금 밖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천남성이 하늘말나리를 방패삼아 감옥밖의 마굿간 쪽으로 향했다. 그때 까마중이 담장 위에 올라가서 천남성의 어깨에 활을 쏘았다.

 “으윽!”

 천남성은 까마중의 활을 맞고 쓰러지면서, 하늘말나리의 목을 단검으로 찔렀다.

 “컥!”

 하늘말나리의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았다. 하늘말나리가 바닥에 쓰러졌다.

 “하늘말나리!”

 비름과 까마중은 동시에 천남성에게 달려들어서 그의 목을 베었다.

 하늘말나리는 땅바닥에 누워 눈을 크게 뜨고 힘들게 숨을 내쉬었다. 숨을 내쉴 때마다 목에서 피가 벌컥벌컥 쏟아졌다.

 “하늘말나리. 하늘말나리. 미안하다. 내가 너를 버려두고 떠나서....용서해다오.”

 비름은 하늘말나리의 손을 꼭 잡았다. 하늘말나리는 곧 숨을 거두었다. 비름은 한참동안 하늘말나리를 시신을 붙들고 울었다. 가시혜국의 수장 장대가 다가와서 딸의 죽음에 눈물을 흘렸다.

 “불쌍한 것....”

 

 날이 밝자, 반로국 군장의 거처 앞마당에는 죽은 시체가 즐비하게 놓였다.

 반로군 군장의 방에서 각 부족의 족장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천남성과 은난부인이 죽었으니 이제 누가 반로국의 군장자리를 맡으면 좋겠소?”

 가시혜국 장대가 물었다.

 “고광 군장님의 둘째 아들 비름이 돌아왔으니 비름에게 맡겨야하겠지요. ”

  적화현의 촌장이 말했다. 그러자 비름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반로국을 오래 떠나있어서 이곳 사정을 아직 잘 모릅니다. 그래서 장대어르신이 반로국 군장에 오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뱀무상단에서 일을 하고 있는 처지라 얼마후 다시 왜나라와 곤륜으로 떠나야합니다.”

 “비름은 상단을 이끌고 있으니 우리 반로국에서 나는 철과 무기들을 외국에 파는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적합한 것 같습니다. 가시혜국 장대어른이 군장에 오르셔서 반로국을 다스리시고 그 후계자는 앞으로 천천히 생각해도 좋을 듯 합니다.”

 강 아래에 있는 나루터마을의 촌장이 장대에게 권유했다.

 그러자 장대는 마지못해 군장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수락했다.

 “감사합니다. 저를 대신해서 구름송이와 벌노랑이도 잘 돌봐주세요.”

 비름이 장대에게 말했다. 그러자 장대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후, 적화국 산사에서 비름과 은방울은 혼례를 올렸다.

 먼 길을 돌고 돌아온 두 사람의 첫날밤 대지의 여신이 나타나 곡식자루에서 씨앗을 뿌려주었다.

 “이제야 비로소 태양과 불꽃무늬가 만났군. 하하하”

 

 비름은 적화국 야철소에서 수많은 철제무기와 농기구를 싣고 남쪽지방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구슬붕이, 이진아시, 우리 가서 넓은 세상을 보고 오자꾸나.”

 비름이 이끄는 뱀무상단에 섞여 구슬붕이와 이진아시, 은방울 모두를 데리고 곤륜을 향하여 길을 떠났다.

 

 <1부 끝>

 

야곱의축복 22-02-17 09:24
 
저 완전 신기한게..... 저 많은 지명과 이름을 헷갈리지 않고 쓰시는 게 진짜 대단하세요..
전 읽으면서도 헷갈려서 윗부분 다시 보고 하는데... 제가 특별히 머리가 나쁜 탓도 있겠지만요ㅋㅋ
  ┖
코리아구삼공… 22-02-17 11:10
 
아~~  등장인물과 지명이 좀 많은가보군요. 저는 제가 잘 아는 분야라 잘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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