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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산드라
작가 : 건망고
작품등록일 : 2017.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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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한 수
작성일 : 24-04-03     조회 : 42     추천 : 0     분량 :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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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네가 하려는 일이 뭔지 스스로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해.

 너는 지금 신탁의 뜻에 맞지 않는 일을 한 가지 저지른 거야.

 만일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그건 신탁과 적이 되겠다는 뜻이야."

 

 왕은 여기까지 말하고 쉰다.

 그러고 보니 나는 왕의 목소리를 거의 처음 듣는다.

 목소리는 왕의 모습처럼 온화하다.

 피치는 높은데 밝은 느낌은 아니고 차분하다.

 성품이 느껴진다.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나는 트럼페터다.

 뮤지션이다.

 그래선지 귀가 예민하다.

 

 왕의 목소리는 전혀 경고의 목소리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무런 감정이 실려 있지 않은 것도 아니다.

 거기엔 분명 감정이 실려 있다.

 그 목소리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가. 한 발 더. 네가 한 발 더 가. 우리도 원해.'

 

 나는 왼쪽으로 흘끗 형제를 본다.

 그리고 왕 쪽으로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다시 앞을 본다.

 왕을 한 번 더 봐두고 싶다.

 그렇지만 그러지 않기로 한다.

 어쩌면 이건 마지막일 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나는 한 가지 쯤은 남겨두고 싶다.

 

 뜸을 들인 뒤 문을 열고 나간다.

 나는 OO시에서 잔다.

 그것도 어딘가에서 여자와 함께 잔다.

 내일 내 몸에 그 남자, 히틀러가 들어온다면 그에게 메시지를 남길 것이다.

 그것이 지금의 내 계획이다.

 

 만일 체스가 여기서 중단된다면 신탁은 나를 죽이기로 한 것이다.

 체스가 이어진다면 신탁은 내게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나의 수에 응수해온 거니까.

 나는 그땐 게임을 계속할 거고 히틀러에게도 확인을 받아낼 거다.

 이 게임의 진위를.

 그렇게 결국 나는 다가갈 거다.

 카산드라에게.

 

 카산드라.

 나는 그 이름이 낯설지 않다.

 분명 그게 그 친구의 이름이 맞다.

 들었던 적이 있다.

 쇠창살의 방에서 나와 눈이 마주쳤던 친구.

 

 나는 카산드라의 성별도 모른다.

 마주친 건 눈뿐이었다.

 온몸을 가리는 옷을 입고 있었기에.

 그 빛나는 눈.

 

 카산드라는 그 방에서 무슨 운명을 지고 있었던 걸까?

 지금도 그 방에 있는 걸까?

 그리고 그 카산드라의 기억만이 남아있는 이유가 뭘까?

 다른 기억은 신탁에 의해 모두 지워졌는데.

 카산드라가 열쇠라는 건 분명하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이 체스 게임을 계속해야 한다.

 나에게 유리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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