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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사를 소개한다냥!
작가 : 오단로봇
작품등록일 : 201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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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냥, 이 냄새는?
작성일 : 18-12-24     조회 : 441     추천 : 0     분량 : 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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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장국 집에서 동물병원으로 돌아오면서 연이가 약국에 들렀다. 혹시 어디가 아픈가 걱정하며 현수는 밖에서 잠시 기다렸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연이는 약국을 나오자 약봉지를 현수에게 건넸다. 열어보니 소화제 드링크와 소화제 캡슐이 들어있었다.

 

 “배도 안 고픈데 억지로 먹은 거죠?”

 

 “배가 고프진 않았는데 억지로는 아니에요. 근데 어떻게 아셨어요?”

 

 “현지 언니가 무조건 아침을 먹는다면서요. 저녁은 걸러도 아침 거르고는 못 산다고 저한테 말했거든요. 오늘 현지 언니가 집에 있으면 아침 먹었을 텐데, 어제 나만큼 많이 마셨으니 일찍은 못 일어났을 테고……. 맞죠?”

 

 “훗, 맞아요. 선생님은 못 속이겠네요.”

 

 “내가 눈치 보고 산 세월이 길어서 이런 거 맞추는 거 귀신이에요.”

 

 “……저는 선생님이 이제 누구 눈치 안 보셨으면 좋겠어요.”

 

 현수가 조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걱정하는 그 말투에 연이의 마음도 조금 살랑였다.

 

 “이제 현수 씨 눈치 말곤 안 봐요.”

 

 “…….”

 

 연이가 저의 눈치를 본다는 게 그다지 나쁜 의미가 아닌 걸 아는 현수가 연이를 내려 보며 씩 웃었다.

 

 

 잠시 그렇게 현수와 연이는 나란히 걷다가 멍구네 정육점 근처를 지났다. 그때 정육점 아저씨가 이리저리 멍구를 부르다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선생님. 우리 멍구 못 보셨나요?”

 

 “아니요. 왜요?”

 

 “이 녀석이 온종일 쏘다니다가도 밥 먹을 때가 되면 꼬박꼬박 들어왔는데 아직 안 들어오네요.”

 

 “곧 들어오겠죠. 멍구 은근 똑똑하고 소심한데 멀리 안 갔을 거예요. 혹시 제가 보면 연락드릴게요.”

 

 “네. 부탁해요.”

 

 정육점 아저씨와 헤어지고 연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 시간쯤 점심을 먹고 오다가 정육점 앞을 지나치면 꼬박꼬박 나와서 꼬리를 흔들며 반가워하던 멍구였다.

 

 중성화 수술을 일찌감치 해서 발정이 날 리도 없었다. 멍구의 아빠한텐 안심하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연이도 걱정스러웠다.

 

 “복날이 내일인데…….”

 

 “…….”

 

 그렇지 않아도 어미가 그 용도로 키워졌고 그렇게 희생을 당했다. 어미를 꼭 닮은 멍구는 덩치가 커서 더욱 걱정스러웠다.

 

 “이 동네 사람들은 멍구가 어느 집 개라는 거 다 아는데요. 설마요. 선생님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그렇겠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걱정스러운 표정의 연이가 자꾸 주변을 두리번댔다. 그렇게 조금 불안한 듯한 연이와 현수는 동물 병원 앞에서 헤어졌다.

 

 

 저녁때 배추가 거실 벽에 걸린 가슴 줄을 이빨로 물어내렸다. 배추가 시계를 볼 줄 아는 건 아니었지만, 거실 창 너머로 햇살이 그림자를 길게 늘이면 항상 산책을 하러 가곤 해서 때를 알았다. 이제 시간이 됐으니 빨리 나가서 어제 못 만난 공주가 보고 싶었다.

 

 그 시간 현수는 아직 작업에 몰두 중이었다. 집중력이 좋은 현수는 배추가 방에 들어온 지도 모르고 계속 손을 움직였다. 낮에 연이와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하고 나니 더욱 일이 잘됐다.

 

 배추가 가슴 줄을 질질 끌고 현수 곁으로 갔다. 반바지 차림의 현수가 배추를 본 척도 안 하자 배추는 현수의 외모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다리털을 핥았다.

 

 “배추야. 왜?”

 

 「집사야. 그림자 꼬리가 길어졌단 말이야! 빨리 우리 공주한테 가장!」

 

 “아! 산책하러 갈 시간이구나.”

 

 현수는 배추가 옆에 놔둔 가슴 줄을 보고서야 시간이 이렇게 흐른 걸 알았다. 근데 오늘은 집중이 너무 잘 돼서 산책 때문에 흐름이 끊기는 게 아쉬웠다.

 

 그 맘을 알았던 건지 조금 전까지 숙취로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던 현지가 현수의 방 문턱 앞에 섰다. 현지는 배추와 가슴 줄을 보더니 방으로 들어와 가슴 줄을 배추에게 메며 말했다.

 

 “밥하기 귀찮다. 내가 배추랑 산책하고 도시락 사 올 테니 저녁엔 도시락 먹자.”

 

 “으, 응.”

 

 공주한테로만 갈 수 있으면 현수든 현지든 상관없었다. 배추는 신이 나서 현지가 현수의 방을 나서기도 전에 가슴 줄을 끌고 현관으로 달려갔다.

 

 집을 나온 배추는 마음이 급해서 자꾸 뛰려고 했다. 그런데 느긋하게 걷는 현지 덕분에 한 발 뛰다 두 발 끌려가고 두 발 뛰었다가 세 발 끌려 다시 현지 옆으로 복귀했다.

 

 “먀옹!”

 

 「누나 집사야, 빨리 가자규! 공주가 기다린단 말이야.」

 

 “야! 배추! 우린 지금 산책을 하는 거지, 조깅을 하는 게 아니라고!”

 

 그렇다고 질 배추가 아니었다. 진짜 이젠 생각도 안 나는 엄마 젖 먹던 기운을 다 쓰며 다시 뛰었다. 덕분에 뛰는 것도 아니고 걷는 것도 아닌 어정쩡하게 끌려오던 현지가 소리를 빽 질렀다. 그럴수록 배추는 흥분해서 더 속도를 높였다.

 

 “야아아옹!”

 

 「공주야! 오빠가 지금 간다!」

 

 배추가 오는지 일찌감치 알아차린 공주가 과일가게 문 앞에 나와 있었다. 그걸 알아챈 배추는 아주 전력질주를 하려 했다. 배추가 공주랑 잘 논다는 걸 아는 현지도 그냥 반쯤 포기하고 그 속도에 맞춰줬다.

 

 결국 현지도 뛰어서 과일가게 앞에 도착했다. 배추가 애정행각을 벌이는 동안 현지는 허리를 숙인 채 숨을 몰아쉬었다. 이제 겨우 숙취에서 벗어났는데 뛰기까지 해서 옆구리가 꽤 아팠다.

 

 「오빠 어제 왜 안 왔어?」

 

 「멍청한 집사가 날 데리고 수의사 누님 꼬시러 병원 다녀왔거든. 그래서 못 왔어. 기다렸어?」

 

 「웅! 오늘은 멍구도 없고 많이많이 기다렸어.」

 

 「그러고 보니까 멍구 없네. 어디 갔어?」

 

 「몰라. 엄마 찾으러 간다고 했는데 아직 안 왔어. 엄마 찾았나 봐.」

 

 「정육점 엄마?」

 

 「아니. 진짜 엄마. 멍구는 매일매일 엄마 찾으러 나갔다 와. 정육점 아저씨가 멍구 찾으러 갔는데 아직 안 들어왔어. 엄마 만났으면 다시 안 올까? 잘 가라고 인사도 못 했는데…….」

 

 배추는 여전히 멍구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이젠 보면 털을 세우거나 이빨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봐도 인사 한번 한 적 없었다.

 

 그런 멍구가 오늘은 보이지 않아서 좋았다. 그래도 공주가 신경 쓰는 게 싫어서 관심을 돌리려 열심히 그루밍을 했다.

 

 배추가 공주를 정성스레 핥아 주는 게 현지의 눈엔 그냥 좋아 죽는 걸로 보였다. 여전히 옆구리에 손을 얹은 채 허리를 숙이고 있던 현지는 그런 둘을 보고 혀를 찼다.

 

 “에휴, 눈꼴 시린 커플 냥이들 같으니라고. 내가 배추 너 부러워서 선이라도 봐야겠다.”

 

 “배추 누나. 선보게?”

 

 그때 과일 가게에서 공주 엄마가 나왔다. 발 넓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아줌마의 특성상 현지의 혼잣말을 그냥 넘겨듣지 않고 끼어들었다.

 

 “아, 아니요. 그냥 해본 말이에요.”

 

 “왜 그냥 해본 말이야? 말 나온 김에 한번 볼래? 내가 괜찮은 총각 아는데. 배추 누나보다 서너 살 많고, 직장도 좋고, 신도시에 아파트 마련해뒀대. 막내아들이라 부모 모실 걱정 안 해도 되고 외모도 괜찮아.”

 

 “제가 지금은 제 일도 바빠서요.”

 

 “잘 생각해봐. 이런 자리 또 없다니까.”

 

 “아, 감사한데요. 아무래도 안 될 거 같아요. 죄송합니다.”

 

 지금보다 나이가 적었을 땐 가볍게 만나는 사람은 있었다. 근데 지금은 만나면 진짜 결혼을 해야 할 거 같았다. 현수가 제대로 자리 잡기 전까진 하면 안 될 거 같아 요근래는 계속 싱글이었다.

 

 사람 좋은 공주 엄마가 좋은 뜻으로 하는 말인 거 알지만 불편한 얘기고 거절하는 것도 괜히 미안했다. 그래서 배추를 끌고 도시락집이나 얼른 가려고 했다. 근데 배추가 공주를 핥고 노느라 떨어지려 하질 않았다.

 

 그때 마침 어깨를 축 늘어뜨린 정육점 아저씨가 과일가게 쪽으로 왔다. 과일가게와 정육점은 붙어 있으니 정육점으로 들어가려면 어쩔 수 없이 거치는 길이었다.

 

 현지는 서둘러 정육점 아저씨한테 인사를 했다. 그러자 공주 엄마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다가와 정육점 아저씨에게 물었다.

 

 “그래. 멍구는 아직도 못 찾은 거예요?”

 

 “네.”

 

 “걱정하지 말아요. 곧 들어오겠죠.”

 

 “에휴, 오늘이 다른 날이면 걱정 안 하는데…….”

 

 현지는 공주 엄마와 정육점 아저씨가 걱정스레 대화를 나누는 사이 인사를 하고 배추의 가슴 줄을 끌었다. 역시 공주와 떨어지지 않으려 해서 억지로 배추를 안아버렸다.

 

 “야아앙!”

 

 「공주야!」

 

 현지의 품에 억지로 안긴 배추가 몸부림쳤으나 현지의 팔뚝 힘과 마음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이놈! 커플 지옥이다!”

 

 “냐옹 냐옹!”

 

 「나쁜 노처녀 히스테리 마녀 집사!」

 

 “쬐끄만 게 어디서 신경질이야?”

 

 현지는 울부짖는 배추의 미간을 손가락으로 아프지 않을 정도로 튕겼다. 결 좋은 배추의 미간 털이 흐트러졌다. 조금 전까지 신경질 나서 현지를 깨물까 잠깐 고민했는데 미간 털 흐트러진 게 신경 쓰였다.

 

 ‘마녀 집사, 두고 보자!’

 

 배추는 앞발에 침을 발라 미간을 닦고 털을 정리하느라 저 혼자 휴전을 선택했다. 그렇게 흐트려서 미간의 털을 손질하느라 바빠서 잠깐 공주를 잊었다.

 

 

 도시락집을 들렸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 어차피 과일가게를 안 들려서 현지는 배추를 바닥에 내려놓고 마음껏 걷게 했다.

 

 그때 바람결에 불쾌한 냄새가 배추의 후각신경을 자극했다.

 

 ‘흠냥, 이 냄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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