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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人7色 아이돌과의 가상연애
작가 : 엘리신
작품등록일 : 202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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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데이트
작성일 : 20-09-16     조회 : 368     추천 : 3     분량 : 5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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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덜투덜 거리면서도 아빠 같은 리더의 말은 정말 잘 듣는 막내였다. 물론 마음은 답답했지만 형들 때문에 참을 수가 있었다.

 

 컵라면에 물을 부어 돌아오니 아직도 입술을 내밀고 저에게 달려드는 정민을 보았다. 민국은 그저 웃었다. 오죽하면 이러겠나.

 

 ‘연애 초보인 만큼 여자의 심리를 전혀 모르니까 이러는 거겠지.’

 

 한편, 막내가 가져온 라면만 우두커니 바라보던 리더도 마음이 이상했다. 동생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뭐든 양보해야 했다. 저는 음악만 있음 된다고 여겼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돌았다. 만약 방송이 끝나면 현실로 간다면 그때 사귀자고 해볼까. 리더는 괜히 민국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한숨만 쉬었다.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막내 동생이 우선이었다. 가만 보니 태영도 윤재 형도 감정이 있는 눈치였다. 본인까지 일부러 더 보탤 일이 없었다.

 

 “형, 왜 한숨을 쉬어? 아침부터 땅 꺼질라.”

 

 태영이 묻자 리더가 눈을 비벼대며 말했다.

 

 “그냥. 잠을 일찍 못 잤더니 피곤해.”

 “허허, 이제 일어나 놓고 벌써 피곤하다니. 윤재 형 닮아가나 봐.”

 “그러게 밥을 먹는 것도 피곤해.”

 

 리더가 한숨을 쉬자 태영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큰일이야. 우리 다 보니까 윤재 형한테 전염됐나봐. 다들 게을러져.”

 “그래서 연애를 못하나보지.”

 

 리더의 말에 막내가 반응을 보였다.

 

 “오오, 하고는 싶었나봐?”

 막내의 질문에 리더가 컵라면의 종이를 뜯어내면서 말했다.

 

 “안 하고 싶은 남자가 어디 있어.”

 “맞는 말이잖아. 나도 하고 싶어. 정말 진지하게.”

 

 정민이 말하자 태영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리더가 새삼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서 직접적으로 말을 이었다. 동생라인의 얼굴이 금세 수궁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우리의 문제점은 지금 한 여자한테 다 꽂혔다는 거야.”

 

 주방에서는 석제와 현석이 떠들고 있었지만 거실을 매우 조용했다. 각자의 상념에 컵라면 후루룩 먹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

 

 윤재와 지원은 드라이브를 마치고 늦은 밤에 들어왔다. 그녀의 팔 안에는 대형인형이 들려있었다. 생전 멤버들에게도 밥 이외에 생일선물 조차 안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원에게만 예외의 모습을 보였다. 멤버들은 생소한 그 모습을 보면서 한 마디씩 건넸다.

 

 “설마 윤재 형이 사줬어?”

 “아니지, 인형 뽑기에서 뽑은 거 아니야? 아니면 사격놀이 해 갖고.”

 “그럴 일을 윤재 형이 할 수 없잖아. 원래 게임 못하는 양반인데.”

 “하긴 그렇지.”

 

 정민이가 말하면 태영이 대답하는 방식이었다. 거기에 소문의 장본인 윤재는 괜히 얼굴이 화끈거려 재빨리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지원은 라이언 인형을 안고 활짝 웃었다.

 

 “왜들 그래요. 윤재 오빠가 어때서요. 얼마나 다정하신 분인데.”

 “뭐? 다정? 저 놈이 요새 머리가 돌…”

 

 석재의 육두문자가 하마터면 전국적으로 방송을 탈 뻔했다. 아무리 녹화방송이지만 서둘러 지원이 나서서 석재를 말렸다. 12금이라 하구 실제 15금인 방송에서 욕설은 자체 금지였다.

 

 “앗 정말. 오빠 그러지 마요.”

 “아, 미안. 욕이 생활화가 되서…흠, 조심할게.”

 

 석재가 뒷머리를 긁자 정민은 인형에 눈독을 들였다. 지원은 그에게 안아보라고 넘겨주었다. 그러자 정민은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제 품에 꼭 안았다. 얼굴도 귀여운데 행동이나 말투까지 애교가 묻어났다.

 

 “와, 근데 이거 되게 비쌀 텐데.”

 

 석재가 말하자 정민이가 인형을 지원에게 돌려주면서 말했다.

 

 “백만 부자가 이깟 인형 하나 사주지 못하게요.”

 “하긴 인형가게를 차려줘도 될 놈이지. 그런데 우리 막내는 뭐하느라 안 나오니? 누나가 왔는데. 냉큼 나와서 멍멍해야지. 꼬리 팔랑팔랑 흔들거리고 응?”

 

 순간 개 취급하는 그의 팔을 살짝 꼬집는 지원이었다. 이때 귀신도 제 말하면 온다고 민국이 방에서 나왔다. 얼굴을 보니 게임 삼매경에 빠지다 온 표정이었다.

 

 “어, 왔어요?”

 “응, 잤나봐?”

 

 지원의 물음에 그가 뒷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잠도 자고 게임도 하고. 어, 그 인형은 뭐래? 딱 정민이 형 취향이잖아?”

 

 그러자 정민이가 입을 삐죽거리면서 말했다.

 

 “그런데 형은 나한테 안 사줌.”

 

 마침 옷을 갈아입고 나온 윤재가 이들을 보고 뒤에서 한 마디 건넸다.

 

 “아직도 지원이 방에 못 들어가고 있었니? 그만 놔 줘라.”

 “누가 잡았나. 어서 들어가. 옷 갈아입고 쉬어. 윤재, 쬐려 보는 것 보면 무서워.”

 “아, 형! 내가 언제!”

 

 석재와 윤재의 한판 승부에 지원이 킥킥 웃다가 제 방으로 들어갔다. 이때 정민이 곧바로 윤재한테 달려갔다.

 

 그의 등에 훅 업히더니 귀에다가 대고 속삭였다. 그는 누군가가 달라붙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나마 참는 것은 오로지 동생라인 뿐이었다.

 

 “나도 인형 사줘. 형!”

 “징그러. 사내자식이 툭하면 업히고 매달리고 인형 타령은.”

 “나도 사줘! 형~.”

 

 정민의 애교에 석재와 민국이 피식 웃고 말았다.

 

 윤재가 밤에 잠이 들 때까지 딱 달라붙어 인형 타령을 하는 참에 지원은 더 이상 윤재와 많은 이야기를 얼굴 보며 하지 못했다. 대신 그와 진지한 음악 얘기와 작사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메시지로 나누며 어느새 잠이 들었다.

 

 ***

 

 그러고는 날이 밝고 말았다. 오늘은 마지막 데이트 날이었다. 지원은 평소보다 더욱 모양을 내고 거실로 나오니 멤버들의 눈이 모두 휘둥그레졌다.

 

 “어디 가기에 예쁘게 꾸몄어?”

 

 그러자 지원이 수줍게 웃고 말았다. 이때 리더도 말끔한 정장을 입고 걸어 나왔다. 그를 보고 석재와 정민은 궁금해서 자꾸 물었다.

 

 “왜 그렇게 궁금해 해? 나중에 방송으로 보면 되지.”

 “그래도 알려줄 수는 있잖아.”

 “맞혀봐.”

 

 그러자 멤버들이 다 들고 일어날 판국이었다. 아침부터 쏟아지는 관심 속에 괜히 부끄러운 것은 그녀뿐이었다.

 

 사실 오늘 리더와의 데이트는 전시회와 뮤지컬 관람이었다. 평소 그의 취미생활이니 만큼 여태 했던 데이트와는 차원이 다른 고급이었다.

 

 아침나절부터 생활 한복을 입고 나온 막내나 초록 추리닝을 입고 나온 윤재와는 다른 패션을 선 보였다. 평소보다 꾸민 그녀와 더 멋지게 보이는 리더를 보고 엄지 척을 내민 막내가 말했다.

 

 “좋은데 가나보다. 잘 다녀와요.”

 “응, 고마워.”

 

 내일부터는 사실 그들에게는 매우 바쁜 날이라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내일까지 그들의 생방송까지 같이 있기로 했었다.

 

 그렇게 지원과 리더가 문을 나서자 멤버들은 우르르 주방으로 향했다. 아침밥을 먹고 리더가 빠진 연습실로 가야 했다.

 

 “내일 마지막 촬영 하면 이제 여기서 나가는 건가?”

 

 오물오물 우유에 탄 시리얼을 먹던 정민이 말했다.

 

 “아마도 그렇겠지.”

 “시간 참 빠르네.”

 

 정민과 태영, 민국이 나란히 시리얼에 빠져 있을 무렵 석재와 윤재도 대충 물에 밥을 말아 먹기 시작했다. 이때 냉장고를 열던 현석이 코를 막았다.

 

 “헉, 김치가 너무 익었네.”

 “형, 이왕 연 김에 거기 닭 가슴살 소시지 꺼내 줘. 게맛살도.”

 

 태영의 말에 현석이 재료들을 손에 들었다.

 

 “음식을 안 해 먹었더니 밑반찬이 너무 없네.”

 “요새 바빠서 누가 사올 시간이 없었잖아. 그냥 대충 먹어.”

 

 석재가 말하자 현석은 소시지와 맛살을 꺼내서 식탁으로 가져왔다.

 

 “설마 그걸 그냥 먹으려고?”

 

 석재가 눈이 커지고 말았다. 태영은 소시지와 게맛살을 손에 들고 석재만 바라보았다. 뭔가 요리를 해야 하는데 사실 자신이 없었다. 그러자 석재가 벌떡 일어나 냉장고를 열고 양배추를 꺼내서는 툴툴거렸다.

 

 “기다려. 소시지 볶음이랑 샐러드 만들어 줄게.”

 

 역시 맏형이었다. 하기 싫어 잔소리해도 늘 그는 동생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했다.

 

 ***

 

 정적인 데이트만 하루 종일 해서 그런지 머릿속도 맑고 기분도 좋았다. 저녁까지 맛있게 먹고 나온 길에서 지원은 리더에게 말했다.

 

 다른 때보다 마음이 편한 탓에 지원의 표정이나 말투가 발랄했다. 리더는 지원이 얘기할 적마다 싱긋 웃어주었다.

 

 “오빠, 오늘 정말 유익한 데이트였어요.”

 “춤보다 노래보다 또 수영보다 훨씬 낮죠.”

 

 그는 첫날부터 여태 바른 행동을 보여주었고 말투까지도 여전히 존대를 사용했다. 음악적 능력도 매우 높았다. 새삼 본받을 점도 많았다.

 

 그는 멤버들을 이끄는 리더 자리가 쉽지가 않을 텐데도 늘 형들과 동생들을 아껴주고 응원해주면서 다독였다. 그러한 점들이 정말 대단했다.

 

 “네, 맞아요.”

 “이제 오늘이 마지막 날이군요. 혹시 마음의 결정은 했어요?”

 

 그의 질문에 지원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차라리 이성적인 리더에게 고민 상담을 해볼까. 그는 어느 한쪽에 치우쳐있지 않고 항상 중립의 원칙을 지켰다.

 

 가끔 동생들에게 맞춰주려고 장난도 쳤지만 그 시간이 아니면 늘 조용하고 차분했다. 그러한 성격을 알기에 지원은 윤재만큼이나 믿음이 생긴 리더에게 입을 열었다.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러자 리더가 말했다.

 

 “제가 보기에 그쪽은 지금 막둥이한테 더 쏠린 것 같은데.”

 “물론 그랬어요.”

 “그렇다면 지금은 아니라는 건가요?”

 

 예리한 그의 질문에 아파트 입구에서 망설였던 지원이다.

 

 “아니오. 관심은 있어요. 남자답고 착하고 같이 있으면 즐겁고요.”

 “그런데 문제가 뭐에요?”

 “그걸 잘 모르겠어요.”

 

 그러자 리더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큰일이네요. 다들 그 결정에 마음 조리고 있을 텐데. 아시다시피 다들 모태 솔로 아니면 연애고자들이에요. 뼈를 깎는 스케줄에 겨우 찾은 자유연애라 다들 긴장하고 있을 겁니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딱 민국과 사귀겠다고 하질 못했다. 누굴 선택하면 그만큼 다른 멤버들이 상처받을 것이다. 특히 늘 호의를 베풀어준 석재도 정민이도 정말 여린 성격이었다.

 

 “휴, 일단 잘 생각하고 결정하세요. 또 딱히 결정을 안 해도 되잖아요. 너무 고민하지 마요. 아니면 아닌 거라고 말해도 우리 애들 다 이겨낼 겁니다.”

 

 그의 말에 지원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는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확실히 냉철했다. 물론 힘을 내라는 뜻으로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다독여주었지만 이성적인 감정은 넣지 않은 순수한 위로였다.

 

 “이제 숙소로 들어갑시다.”

 “네…”

 “애들 연습실에서 일찍 온다고 했으니 가서 진짜 파티 해요.”

 “하하하. 매일이 파티네요.”

 

 지원의 밝아진 웃음에 리더 남혁이 말했다.

 

 “그래도 덕에 즐거운 일도 많았어요. 원래 우리끼리 있으면 형제다툼이나 하지. 아기자기한 재미가 없어서."

 "제일 고마운 것은 오빠에요. 많이 중심을 잡아주시고 항상 모범적이었어요.”

 

 그러자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중간에 끼어서 어쩔 수 없죠.”

 

 이렇게 리더와 수준 높고 정적인 데이트를 끝내고 돌아온 시간은 늦은 저녁이었다. 이들의 하루 휴가도 곧 끝이 났다. 그리고 결정의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마침 방송분량도 모두 마친 상태였다.

 

 

 

 

 

 

 

 

 

 

 

 

 

 

 

 

니카 20-09-20 20:01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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