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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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리체의 부활
작성일 : 24-05-04     조회 : 15     추천 : 0     분량 : 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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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5화

 베아트리체의 부활

 

  - 에, 아니던데?

 - 그러게 말이야, 나도 나 자신의 행동에 놀랐어, 네가 안아보면 알 텐데, 했을 때 나

  도 모르게, 그래 안아보자 얼마나 컸는지 하며 내가 팔을 벌리고 너를 안았잖아,

  도저히 내가 할 수 없는 행동이었어, 난, 무심코 남자가 내 팔만 스쳐도 소름이 끼

  치고 식은땀이 나, 몸 상태가 그래, 공황장애라고 할까, 하여튼 그래, 근데 널 안

  고, 니 가슴을 치고, 너 어깨에 타고, 할 수 있을까, 될까? 하며 계속해 봤던 거

  야...

 - 내가 마루타네, 킥...

 - 그러지 마, 나름 나 심각하단 말이야...

 - 알았어, 누난 그게, 모성 본능이라 말이지?

 - 달리 설명할 게 있어...

 - 그럼 누나 레즈비언이야?

 - 아냐, 남성혐오증 있다고 레즈비언이라는 논리 좀 그렇다...

 - 나야, 원래 단순한 놈이잖아.

 

 누나의 생각은 확고했다. 결혼하자 하면 어떡하지? 큭, 에라이 인간아, 아직 정신 못

 차렸네, 한 대 퍽...

 

 - 미안, 누나, 내가 너무 치근댔지, 그냥 나는 누나랑 어릴 때 추억이 좋아서...

 - 나도 알아, 그래서 나도 그때로 돌아가 널 편하게 대할 수 있었던 거야... 문제는 다른 남자랑 사귈 수 있겠냐는 거

  지, 아마 힘들 거 같아...

 - 힘들지 않아, 내 말만 들으면...

 - 그게 뭔데?

 - 뽀뽀, 헤...

 - 이리 와, 낭심을 차버리게, 그러면 당분간 그런 생각 안 하겠지...

 - 참 나, 누나도... 나는 다른 뜻이 아니라 누나를 낫게 하려는 치료의 의미지.

 - 어휴, 저 궤변, 그래 돌연변이가 맞는 거 같아, 내가 알기로는 니네 집에는

  너같이 징그럽게 치근대는 분들이 없는 거 같아... 대체 몇 명의 여자가 그 이빨에

  넘어갔어.

 - 없어, 누나 빼놓고...

 - 뭐어?!

 - 입을 안 열고 있으면 오는데 입만 열면 다 도망가더라고, 히...

 - 에이구, 이 골칫덩어리, 진짜로 그럼, 내가 그래, 좋아 뽀뽀하자, 뽀뽀하자,

  달려들면 어쩔래?

 - 그땐 도망가는 거지, 뭐, 헤...

 - 킥킥, 그 봐, 입만 살아가지구, 근데 니가 그렇게 나오니까 은근히 서운하다, 킥, 너 전설로 내려오는 한 끼에 4억

  짜리 식사에 대해서 알아?

 - 응...

 - 그 일로 연못을 메꾼 것도?

 - 응...

 - 법정에 간다고 떠들고 난리 났잖아?

 - 핸드폰에 녹음된 걸 틀었지...

 - 두 손 들었구나?

 - 응...

 - 아, 통쾌해!~

 

 누나는 통쾌하다며 박장대소(拍掌大笑)했다.

 어떤 그림이 상상되는지 데굴데굴 구를 태세다.

 

  - 뭐가 그렇게 재밌어? 내가 가까이 가도 모를 정도로?...

 

 베아트리체의 목소리에 시간 여행에서 깨어났다.

 베아트리체 손에는 커피포트와 커피잔이 들려 있었다.

 얼굴이 너무 밝았다. 빛이 났다. 아우라가 감쌌다.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용천이 제대로 할 일을 한 게 틀림없다.

 

 - 일어났어요?

 - 엄마, 이렇게 걸어도 돼요, 괜찮아요?

 

 나는 따로 할 말이 없었다. 내가 한 것에 대한 자부심의 발로라고 할까...

 수진 누나는 놀란 토끼 눈으로 다가가 엄마 품에 안겼다. 베아트리체 엄마와

 수진 누나가 안은 채 서로 마주 보며 무한한 그리움의 눈빛을 교환했다.

 

 - 커피가 너무 땅기더라.

 

 수진 누나가 베아트리체의 커피포트와 커피잔을 받아 탁자에 놓고 커피를 따랐다.

 맑은 공기 속 코끝에 스치는 커피 향이 너무 좋았다. 아니 내 옆에 앉는 베아트리체 엄마의 살냄새가 너무 좋았다. 베아트리체 엄마가 내 옆에 앉으며 내 손을 따뜻하게 잡은 뒤 고등학교 입학할 때 했듯이 내 귓불을 부드럽게 만졌다. 나는 봄빛에 망중한을 즐기는 고양이처럼 베아트리체 엄마의 손끝을 즐겼다. 아무 말 없었지만 나를 쳐다보는 눈은 그윽했다.

 

 - 그렇게 좋아요?

 

 커피가 든 잔을 베아트리체에게 건네며 누나가 물었다.

 

 - 응, 아들 덕으로 살아났는데, 너무 좋아, 몽대 고마워 날 살려줘서...

 - 아이 쑥스럽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건데요, 뭐...

 

 베아트리체는 나에게 고마워하며 손에 든 진한 커피 향을 코끝으로 느끼며 말했다.

 

 - 그렇지 않아, 니가 한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냐...

 - 우리 몽대, 내 동생, 잘했어, 자랑스러워. 오늘따라 왜 이렇게 귀여워...

 

 내가 입술을 내밀었다. 누나가 다가왔다. 내가 눈을 감았다.

 내민 내 입술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때리고 내 두 뺨을 꼬집고 흔들었다. 으이그~

 그러고는 미안했는지 누나가 동생한테 하듯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 여기서 뛰어내리면 새처럼 날 거 같아 기분이... 몸이 너무 가벼워,

  무중력 상태에 있는 거 같아.

 

 베아트리체가 눈을 감고 달에 첫발을 내디딘 우주인같이 밤공기를 마시며 속삭이듯 말했다.

 

 - 엄마가 그러시니 너무 좋아요, 이렇게 빨리 기운을 차릴 줄 몰랐어요, 너 혹시 신

  돈이나 라스푸틴 쪽이야?

 - 난, 누나 눈 속에 있는 신비의 못 오채지(五彩池)에 빠져 허우적거리는데 아무 말도 안들려...

 - 아이구, 이 악동!

 

 철썩! 누나가 내 등짝을 후려쳤다. 그렇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사랑의 매인가? 큭...

 그러나 수진 누나 눈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무한한 우주의 별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물에서 건져 올린 지 열흘쯤 되는 썩은 동태 눈깔 같은 내 눈하고는

 담고 있는 세계가 달랐다.

 

 - 아야, 엄마~

 

  티격태격 둘의 모습에 베아트리체가 환하게 웃었다.

 

 - 친남매 같아, 좋다... 이 맛있는 커피 같아서 좋다...

 

 (E) 윙~윙~윙~

 

 탁자 위에 놓인 수진 누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수진 누나가 핸드폰을 들고 한발짝 벗어나서 받았다. 영어로 말했다. 손으로 핸드폰을 막고 베아트리체에게 물었다.

 

 - 엄마, 면담하실래요?

 - 누구?

 - 이번 프로젝트 합작 건에 관한 책임자하고...

 - 좋아, 지금 어딘데?

 - 학교 둘러보고 있답니다, 오라고 할까요?

 - 오라고 그래, 몽대도 만나봐야 하니까.

 - 아, 아닙니다, 전 그만 가볼게요.

 - 있어 봐...

 

 베아트리체가 나를 만류했고 누나가 영어로 상대편에게 기다리겠으니 오라고 했다.

 

 - 너무 오래 있었어요, 전 가보겠습니다, 카톡이나 메일로 제출할

  서류 리스트를 보내주면 준비해서 다시 올게요.

 - 몽대야, 좀 더 있어 주면 안 되니?

 

 베아트리체가 아쉬움 가득한 눈빛으로 가지 말라고 말렸다.

 난 숫기가 없어서 모르는 사람 만나는 건 극도로 경계하고 망설였다.

 그러다가 친해지면 간까지 빼주지만...

 갑자기 쥰페이, 다이히토 그리고 아야코등 삼인방이 생각나 울컥했다.

 

 아마 성제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 같은 것인 줄 모른다.

 

 - 누나가 뽀뽀도 안 해준다는데 가야죠...

 - 얘 정말 끈질기네, 자 이리와 해줄게, 도망가면 죽어, 대체 이 수법으로 몇 여자가 넘어갔어? 이리 와 빨리, 더러워서 정말, 꼭 안 해주는 사람이 야박한 것처럼 만들어, 자, 입 내밀었어.

 - 크 크 크 큭 큭 큭~

 

 베아트리체가 환호작약(歡呼雀躍)하듯 우스워 넘어갔다.

 

 - 안 할래...

 - 왜?

 

 누나가 뒷말을 예상했는지 톡 쏘았다.

 

 - 천박해 보여서...

 - 엄마! 몽대, 저거 어떡하면 좋겠어요?

 

 수진 누나가 약이 올라 붉으락푸르락했고, 베아트리체는 갑자기 웃다가 숙연해졌다.

 

 - 이렇게 잘 놀았는데... 둘이...

 

 죽은 아들이 생각난 것 같았다. 베아트리체 눈에 눈물이 맺혔다.

 내가 다가가 살포시 안고 베아트리체 뺨에 내 뺨을 갖다 댔다.

 

 - 제가 잘할게요.

 - 저도요, 엄마...

 

 수진 누나도 다가와서 베아트리체를 안았다.

 

 - 고맙다, 둘이 어떤 사이가 되던 친밀하게 지냈으면 원이 없겠다.

 - 그럴게요, 연상의 와이프가 낫겠네요.

 - 뭐?~ 이게 정말 맞아야 정신 차리겠네.

 

 누나가 신발을 벗을 동안 나는 저만치 도망을 갔다.

 

 - 아니, 내가 소꿉놀이할 때처럼 누나 아들로 설정하면 그럼, 엄마는 뭐야 할머니가 되잖아, 아니 이렇게 젊고 동안

  인 할머니가 어딨어? 그러면 설정이 잘못된 거지... 내가 지금 엄마한테 작업 들어가도 전혀 이상하게 안 보일걸,

  선남선녀로 볼 거야. 기분 나쁠지 모르겠지만 엄마는 지금 누나보다 피부가 탱글탱글할 걸, 방년 18세 꽃처녀지

  뭐.

 

 나는 멀리서 소리쳤다.

 끝내 누나가 신었던 신발 한 짝을 내게 던졌다.

 

 - 엄마, 몽대하고 남매 안 할 거예요, 저렇게 약 올리는 동생 싫어요.

 - 내 말이... 그래서 알콩달콩 부부로 가는 게 좋잖아.

 

 내가 또 나서서 짓궂은 농담을 했다.

 베아트리체 엄마는 내말이 재밌는지 너무나 맑고 고운 웃음을 웃었다. 이게 행복이구나 싶었다. 이런 행복이 있었나 싶었다. 남편에 대한 짝사랑, 짧은 연애, 죽은 아들과의 길지 않은 삶...

 

 누나는 마지막 남은 신발 한 짝도 벗어서 던졌다. 그리고 날 잡으려고 달려왔다.

 나도 신발을 벗어 던졌다. 넓은 마당의 잔디가 극세사 담요처럼 부드러웠다.

 100m 세계 기록보유자인 누나는 충분히 나를 잡을 수 있었는데도 일부러 잡지 않았다.

 잡힐 듯 말 듯 모닥불이 있는 쪽으로 도망가다가 방향을 틀어 대문 입구 쪽으로 도망갔다.

 멈춰 섰다.

 놀랬다.

 이시하라 유우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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