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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푸른 은하에 해적선 하나
작가 : 과하객
작품등록일 : 2018.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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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초전 전야 (3)
작성일 : 18-12-03     조회 : 504     추천 : 2     분량 : 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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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3장. 초전 전야 (3)

 

 #11. 우주력 5세기. 어떤 평론가의 2세기 해적문학에 관한 기록

  “해적선 신천지호는 -신천지호라는 이름을 등장시킨 이는 소설가들이다. 후일 사실로 밝혀졌지만 소설가들은 진작부터 ‘타이탄의 유형수들’이 탈출 때에 타고 떠났던 죄수 호송용 수송선 신천지호를 소위 ‘우주해적’과 연계하여 한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스스로 정체를 드러내는 것으로 지구 인류 전체의 각성을 불렀다.”

  소설가들이 작품 속에서 주장하는 결론이다. 우리는 그들의 주장이 작품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창작해 낸 허구만은 아니라고 믿고 있다. 초기의 우주해적들이 지구군을 초월한 무장을 갖추고 있었음은 정부도 인정하는 사실이었고, 그들을 따라잡기 위한 노력이 오늘과 같은 첨단 우주과학시대를 열게 된 기폭제가 되었음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해적들은 위에 예로 든 소설 속에 나타난 것처럼 경쟁자가 없는 우주 종횡에 진력이 난 끝에 지구 인류의 소걸음식 행보에 채찍질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스스로 표적이 되기를 자청했을 것이다.

 

 #12. 우주력 2세기. 어느 해적선 포로의 수기

  …모를 일은 그들의 태도였다. 우리를 적대시했으면서도 도무지 적의가 없는 언행을 보이는 것이었다. 절친한 친구를 손님으로 맞은 이웃사촌과 같았다고나 할까.

  포로가 된 뒤 우리가 받은 접대는 대단한 것이었다. 첫째 음식물의 제공이 정성을 다한 것이었다. 우리 함대의 식탁도 평균은 넘는 것이었지만 그들의 식탁에 비하면 도무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조미용 야채 하나까지도 자연산 아닌 것이 없었다. 고기 한 토막도 조리법에 정성을 들이지 않은 것이 없었고, 볶음과 지짐, 튀김 등 온갖 조리법을 능숙하게 사용하여 한 가지 재료를 열 가지 맛으로 변하게 하는 마술을 부렸다. 우리가 감탄사를 연발하자 해적들은 기쁜 표정으로 요리사를 소개해 주었다.

  “왕선생입니다. 지구별의 고대국가 중국의, 요리 전문 명가의 계보를 이은 달인이시죠.”

  보통 사람 두 몫을 할 정도의 큰 덩치에 대머리를 한 40대의 요리사가 수줍게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작품을 칭찬해 준 데 대해 감사의 말을 하였다. 위생복과 위생모로 표정을 감추고 겸손으로 포장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작품에 만족하는 예술가의 면모가 엿보이는 태도였다.

  “재료가 상등품이지요. 지구산 순수 자연 생물을 손수 재배해서 식탁에 올린 것이라서 영양가가 최고라오. 물론 고대의 조리법에 따라 요리했지요.”

  음식의 맛과 질의 고급스러움 외에도 해적들의 행동은 우리를 감탄하게 하는 것들뿐이었다. 식탁에 나온 술이며 음식을 담은 용기가 모두 고전의 격식을 따른 것이었고, 그들의 입성이며 손님을 맞는 태도 역시 예에서 벗어남이 없었다. 특히 우리 중의 부상자를 치료해 주는 손길의 정성스러움은 지구의 의료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전투 중에 육신을 잃은 우리 중의 하나가 완전하게 재생된 몸으로 나타났을 때 우리의 감사의 마음은 절정에 달했다. 그 친구는 말했다.

  “수십 년 고질병이던 신경통이 말짱하게 나았어. 마술에 걸린 듯한 기분이야.”

  “전문가가 있다오. 재생 의료학의 대가가.”

  해적들의 설명이었다. 새로운 육체를 얻었을 뿐 아니라 고질병까지 치료받은 우리의 친구는 은인인 재생 의료 전문가에게 인사를 드릴 수 있게 해달라고 졸랐고, 그 결과 우리는 또 하나의 기인을 만날 수 있었다.

  왜소한 체격에 머리통만 커다란 외계인-한 눈에 외계인이라고 생각했다-이 파란 색깔 눈빛을 번뜩이며 들어 왔다. 우리가 놀라 뒷걸음질을 하자 해적들이 통쾌하게 웃으며 인사를 시켜 주었다.

  “우리 배의 재생 의료 책임자인 간디씨라오. 간디씨는 스스로 제2세대 지구인이 되었다오.”

  “우주에는 이 몸이 맞아. 많이 생각하고 운동은 적게 하는 나 같은 게으름뱅이에게는 특히.”

  파란 눈의 외계인-그는 스스로 자신을 파란눈 간디로 불러 달라고 했다-은 지구인과 외계인의 첫 번째 혼혈인 간디013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자신의 전신인 간디012가 새로운 행성을 탐험하던 도중에 원주민에게 습격당해 부상을 입고 죽어 갈 때 스스로 자신을 해친 원주민과 유전인자를 혼합시켜 새로운 인종으로 재생되었다고 했다. 해적들은 대부분 정상적인 지구인의 모습이 아니었는데 비슷한 경우인 듯했다.

  “당신도 원래의 당신과 같지 않은 점이 많을 것이야. 내가 원래 지구에 있을 때부터 편리한 몸을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었거든.”

  파란눈 간디가 재생의 은덕에 감사하는 우리의 동료에게 하는 말이었다. 과연 우리의 동료는 자신에게 새로운 생기가 넣어졌음을 자랑했다.

  “확실히 달라. 날아갈 것 같아. 나도 이제 제2세대 지구인인가요?”

  “아냐, 당신은 아직 1.5세대 정도야. 아무나 제2세대가 될 수 있나. 나처럼 흉한 모습이 되어도 좋다면 그때에 저축해 둔 외계인의 유전인자가 아직 남아 있으니 고쳐 주어도 좋지만…… 물론 싫겠지?”

  파란눈 간디는 그 큰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쓸쓸한 빛을 보이며 말했다. 새로움을 얻기 위해 버려야 했던 과거가 아쉬웠기 때문이었을까?

 

 #13. 우주력 2세기. 지구연방군 청문회. 어떤 고급사관의 증언

  …적선의 선장은 창백한 얼굴빛을 한 40대의 신사였습니다. 그는 부하들로부터 극진한 존경을 받는 좋은 상관으로 보였습니다. 나를 인도하여 선장실로 들어선 오덕양018이라는 이름의 해적은 중간 간부급인 모양이었는데 선장에게 최고의 경례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선장은 잔뜩 긴장하고 있는 나에게 미소를 보내 주었습니다. 창백한 얼굴빛에 어울리는, 어딘가 뒤틀림이 보이는 미소였습니다.

  “잘 오셨소. 이 배의 선장인 김진욱019요. 마침 볼 만한 경치가 있다고 하여 함교로 가던 중인데 함께 가시지요.”

  선장은 그렇게 말하며 앞장섰습니다. 함교로 연결된 회랑을 지나는 동안 마주치는 선원들은 모두 한 몫 하는 외양이었지만 선장에게 대해서는 최고의 경의를 표하곤 하였습니다.

  함교는 선내의 지휘실과 조종실을 겸한 듯 보였습니다. 오퍼레이터들의 경례를 받으며 전망 스크린으로 다가간 선장은 내게 스크린 속의 지점 한곳을 손짓해 보였습니다.

  “초기 우주시대의 무인 우주선이로군요.”

  내가 말했습니다. 전망 스크린 속에서는 원통형의 볼품없는 소형 무인 우주선이 화면을 점해 오고 있었습니다.

  “지구의 21세기 초에 명왕성 탐사용으로 쏘아 올렸던 보난자 시리즈 우주선 중의 하나로 보입니다마는……”

  그렇게 상식 속의 기억을 끌어내던 중에 저는 부지중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곳에? 보난자 시리즈 무인 우주선은 태양계 내 탐사용으로 항성간 여행이 불가능한 기종인데?”

  선장의 지시에 의해 무인 우주선이 배 안으로 끌어올려졌습니다. 저는 선장과 더불어 무인 우주선의 내부를 볼 수 있었는데, 문득 선장이 가리키는 시계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2038년 6월 1일 08시 30분…… 최초 발사일이 2025년 1월 1일로 되어 있는 보난자 시리즈가…… 어떻게 이런 일이?”

  “그것이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요. 이 무인 우주선은 13년의 시간으로 150광년의 거리를 달려 온 거요. 공간도약 항법의 기본을 응용해 광속 이상의 속도로 달려온 우리 우주선을 비웃듯이 먼 시간 전에 이미 현재에 도착해 있는 과거의 유물……”

  선장은 내 질문에 그렇게 답하며 문득 시선을 전망창 쪽으로 돌렸습니다. 그리고 원망을 가득 담은 어조로 독백 같은 중얼거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어느 시대의 어떤 우주에 있을 지…… 시공의 법칙이 무시된 채 무한인 양 펼쳐져 있는 이 혼돈의 우주 공간에서……”

  아마 그렇게 들린 듯싶습니다마는,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14. #1의 연속. 이번 이야기의 종장

  -지구연방이 은하연방으로 발전하는 데는 그렇게 많은 병사들의 희생이 있었네.

  -류우 가문의 사람들이 용케 참고 있었군요.

  -지구연방의 힘을 필요로 했거든. 해적선 신천지호와 일전을 벌이기에는 류우의 사설함대 황금전함의 실력은 태부족이었어.

  -그럼 말씀하신 은하대전은……

  -본격적인 전쟁은 류우 가문의 사람들이 지구연방군의 함대 전체를 장악한 후에 비로소 시작되었네. 수직 수평을 가리지 않고 복제를 하여 종족의 숫자를 늘린 류우 일가는 지구계 전투우주선 모두의 사령관과 함장을 자기 사람으로 바꾼 후 정식으로 은하연방의 수립을 선포했네.

  -!

  -류우 가의 사람들이 힘을 키우는 데는 적이 필요했네. 해적은 사실상 류우 가가 만든 필요악이었다네.

  -범선(帆船)으로 변신한 해적선단과 황금전함 함대로 탈태를 이룬 지구군의 대결이라면……

  -제1차 은하대전, 지구계 우주인의 모든 실력이 동원된 대란이었지.

콜비송 18-12-07 16:36
 
* 비밀글 입니다.
  ┖
과하객 18-12-08 22:06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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