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르카
작가 : JakeCello
작품등록일 : 202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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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레아
작성일 : 21-12-31     조회 : 197     추천 : 0     분량 : 1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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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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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중이 바라보는 단상에 굵은 밧줄로 두 손목이 묶인 한 청년이 올랐다. 마르카는 교수대에 두 번째 오르면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어머니와 눈을 마주쳤다. 아침이라 얼굴이 깨끗하게 보였다.

 얼마 전까지 대장장이의 단골이었던 사형집행자가 마루에 오른 사형수의 손목에서 밧줄을 풀어주었다. 그러자 뒤에 있던 가장 나이 많은 원로가 투명한 유리잔과 주전자를 들고 사형수 청년 앞에 다가섰다. 마르카는 손을 내밀어 잔을 받았다. 늦은 오후에서 저녁 사이로 흐르는 시간처럼 노을빛 차가 따라 나왔다. 지금껏 재배한 차 중에 가장 밝고 다채로웠다. 단상 아래에서 향을 맡은 이들은 오랜만에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유언은 사람이 죽어야 그 효력이 발생한다는데, 사형수의 언약은 죽기 전에 이뤄지는 계획이라 해도 될까. 마르카는 차를 음미하면서, 이 순간을 모두가 영유하길 바랐다. 그리고 자기가 누울 관에 박을 쇠못이 충분하다는 걸 상기했다.

 사형수는 찻잔을 세 번 비웠다. 집행인이 다시 밧줄로 그의 손목을 묶고 사형 집행을 기다렸다. 그 순간 마을 어귀에서 울화에 가까운 비명이 들렸다. 다수가 처음 들으나 몇은 전에 들어본 적 있는 소리.

 누주에 처음 온 여자아이가 레아를 알아보고-정확히 말하자면 레아의 냄새를 알아채고- 그쪽으로 달려갔다. 여자아이의 왼쪽 위팔은 정교한 솜씨로 봉합되었다. 레아는 여자아이의 손에 쥔 메스를 보았다. 아이가 메스를 쥔 손으로 교수대를 가리키며 목소리를 내었다. 듣기 괴로웠으나 레아는 견뎠다. 한 음 한 음 놓치지 않고자. 그리고 작지만 낯익은 글씨가 새겨져 있는 메스를 아이에게 달라고 했다. 작은 칼날을 건네 받은 여자는 여자아이를 안고 교수대로 걸어갔다. 누구도 말릴 새 없이. 마르카는 아이의 상흔을 보고 한쪽 얼굴을 실룩였다.

 단상에 오른 나이 든 여자는 아이를 내려놓고 눈물을 흘렸다. 올가미를 쥔 집행자의 손목을 붙잡아 밀쳤다. 레아는 아들을 끌어안고 얼굴을 구겼다.

 “나는 이 애가 죽기 원하지 않는다. 이 애가 처벌받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리고 메스로 아들의 목에 건 포승을 끊었다. 꺼슬꺼슬한 감촉이 벗겨지자 대장장이는 한 가지 일을 계획했다. 못과 망치를 가져와 교수대를 손보기로.

작가의 말
 

 이번 에피소드까지 1부입니다. 이어서 2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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