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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시대
작가 : 이원호
작품등록일 : 2016.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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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화
작성일 : 16-07-25     조회 : 524     추천 : 0     분량 : 1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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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장 편의공작대(便衣工作隊) 24

 

 

  산에서 내려온 최용식은 바로 당번과 통신병, 경호병을 데리고 뒤도 안 보고 돌아갔다. 계곡 끝까지 최용식을 배웅하고 돌아온 이광이 벙커 앞에서 우물거리는 분대원들을 보았다. 조영관은 따로 떨어져서 바위 위에 앉아 있었는데 이광의 눈치를 보았다. 분대원들은 벙커 앞에서 셋이 우물쭈물했고 개울가에 넷이 씻는 시늉을 했지만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 이광이 다가가자 모두 긴장했지만 입을 여는 사람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 눈치였다. 소대장에게 총을 쏜 사건인 것이다. 전시(戰時)라면 당장 총살일 것이고 지금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군법회의에서 사형이 언도 될 수도 있다.

 “집합!”

 벙커 앞에 선 이광이 M-1을 앞에 총 자세로 들고 소리쳤다. M-1에는 이미 8발짜리 클립을 장탄한 상태, 그러자 분대원들이 서둘러 모여들었다.

 “1열 횡대!”

 이광의 말에 허상도가 먼저 우측 끝에 서더니 소리쳤다.

 “기준!”

 분대원들이 허상도 왼쪽으로 주르르 횡대로 섰는데 조영관이 꾸물거리며 맨 끝에 섰다. 그런데 모두 총기를 쥐었지만 조영관은 M-1을 바위 옆에 기대 놓았다. 다른 사람이 기대놓은 것 같다.

 “이 시발 놈들 동작 봐라?”

 이광이 눈을 치켜뜨고 소리쳤다.

 “헤쳐!”

 “헤쳐!”

 따라서 복창한 분대원들이 흩어지는 시늉을 했을 때 이광이 다시 소리쳤다.

 “집합! 1열 횡대!”

 “집합! 1열 횡대!”

 모두 복창을 해서 골짜기가 떠들썩했고 이번에도 허상도가 기준이 되었다.

 “기준!”

 분대원 8명이 정연하게 1열 횡대로 섰는데 조영관은 여전히 맨 끝이다. 이광의 시선이 차려자세로 선 분대원들을 허상도로부터 차례로 훑다가 조영관에게서 멈췄다. 시선이 마주치자 조영관이 입을 달싹였지만 말이 뱉어지지는 않았다. 그렇게 3초쯤 시간이 지났을 때 이광이 말했다.

 “야, 조영관, 총 집어.”

 이광의 시선이 바위 위에 걸쳐놓은 조영관의 M-1으로 옮겨졌다.

 “총 집어,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지?”

 “분대장님.”

 조영관의 목소리가 갈라져 있다.

 “나는, 아니, 저는…….”

 “소대장이 나한테 맡겼다. 널 쏴 죽이건 말건 내 책임이다.”

 이광이 눈을 치켜떴다.

 “하지만 비겁하게 그냥 쏘지는 않겠어, 너, 소대장한테 한 것처럼 날 쏴라.”

 “분대장님.”

 조영관이 손까지 저으면서 입을 열었을 때다. 이광이 조영관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꽝!”

 모두 소스라쳤고 조영관은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총구는 조영관 쪽으로 향해졌지만 옆으로 총알이 지나갔다. 그때 이광이 소리쳤다.

 “모두 비켜! 저 시발 놈하고 나하고 오늘 결판을 낸다. 야, 총 집어!”

 “분대장님!”

 “꽝!”

 이제는 총탄이 바로 옆쪽 땅바닥에 맞아 자갈 파편이 튀었고 분대원들은 우르르 비켜섰다. 말리는 분대원은 없다.

 “총 안 집어!”

 이광의 목소리가 다시 골짜기를 울렸을 때였다. 조영관이 털썩 자갈밭에 무릎을 꿇더니 울부짖었다.

 “분대장님! 왜 그러십니까! 저는 아까 소대장한테 겁만 주었을 뿐입니다!”

 “꽝!”

 다시 총알이 조영관의 옆쪽 자갈을 맞아 파편이 몸으로 튀었다.

 “시발 놈아, 이젠 나한테 겁을 줘봐라! 날 쏴 죽이고 탈영해!”

 “꽝!”

 “아이고!”

 조영관이 두 손으로 귀를 막더니 아우성을 쳤다.

 “다 아시면서 왜 그럽니까! 내가 분대장님을 어떻게 쏩니까!”

 “이런 개새끼가, 그럼 왜 소대장한테 쏘았어!”

 “겁을 줘도 다른 데서 말 못할 걸 알고 그런 겁니다! 체면 때문에요!”

 조영관이 다시 울부짖었을 때 이광의 가슴이 서늘해졌다. 이 늙은 곰의 머리 회전 좀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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