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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시대
작가 : 이원호
작품등록일 : 2016.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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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화
작성일 : 16-07-25     조회 : 657     추천 : 0     분량 : 1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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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장 편의공작대(便衣工作隊) 33

 

 

  “분대장 대기할 것.”

 선임하사 강동수의 목소리가 RPC-77 무전기에서 울렸다. 오전 4시 반, 이광이 마악 골짜기 아래로 떠나려는 참이다. 놀란 통신병 고장남이 핸드세트를 쥐고 물었다.

 “예, 무슨 일입니까?”

 “연대에서 간다, 부분대장 양만호 병장도 같이 대기하고 있을 것.”

 그때 이광이 핸드세트를 빼앗아 들었다.

 “연대에서 누가 온단 말입니까?”

 소리치듯 묻자 강동수가 주춤하더니 말했다.

 “조영관이 헌병대에 체포되었어.”

 이광이 숨을 들이켰고 둘러선 양만호, 허상도, 고장남 등도 몸을 굳혔다.

 “어디서 말입니까?”

 이광이 갈라진 목소리로 묻자 이제는 강동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금전리에서 떡치다가 잡혔다. 그놈이 다 불었다!”

 “뭘 말입니까?”

 “네가 된장으로 술 바꾸라고 보냈다면서? 그놈이 술은 안 바꾸고 떡치다가 연대 헌병대에 걸린 거다!”

 “내가 보내요?”

 “그놈이 자백했어!”

 “그놈이 훔쳐서 도망친 것이라구요!”

 “헌병대는 그렇게 믿고 있어!”

 그러더니 강동수가 서두르듯 말했다.

 “부분대장한테 업무 인계하고 순순히 끌려가, 내가 잘 말할 테니까.”

 “아니, 이런.”

 “그게 아닙니다!”

 하고 양만호, 허상도, 고장남이 일제히 소리를 질렀을 때 통신이 끊겼다.

 “아, 이, 시발.”

 허상도가 발을 굴렀다. 눈을 부릅뜨고 있다.

 “이 개새끼를 기관총으로 쏴 죽여야 하는데!”

 “아니, 그 개새끼 말만 믿는단 말입니까? 헌병대 놈들도 쏴 죽입시다!”

 평소에 차분했던 고장남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아니, 우리가 증인입니다. 헌병대에 다 말할 테니까 분대장님은 걱정 마시죠.”

 허상도가 소리쳤다. 그때 무전기가 울렸으므로 모두 숨을 들이켰다. 고장남이 핸드세트를 귀에 붙였을 때 낯선 목소리가 벙커를 울렸다.

 “고구마3! 고구마3! 여긴 연대헌병대다! 지금 골짜기를 올라가고 있으니까 분대장 나와 있도록! 알았나? 오바!”

 “예! 알았습니다. 오바!”

 엉겁결에 대답했던 고장남이 숨을 들이켰을 때 무전이 끊겼다. 잠깐 벙커 안에 무거운 정적이 덮여졌고 그것을 이광이 깨뜨렸다.

 “걱정하지 마라, 말년에 헌병대 구경하고 올 테니까.”

 “미치겠네!”

 고장남이 주먹으로 무전기를 내려쳤다. 얼굴이 일그러져 있다.

 “내가 쏴 죽일 거야.”

 문득 양만호가 말했으므로 모두의 시선이 모여졌다. 침상에 걸터앉은 양만호가 초점이 흐려진 눈으로 앞쪽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내가 그놈을 꼭 쏴 죽일 거야.”

 헌병대가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20분쯤이 지난 후다. 벙커 밖에 나와 있던 분대원 넷은 다가오는 헌병 다섯 명을 보았다.

 모두 헌병 화이버를 썼고 M-2 칼빈을 메었는데 허덕이고 있다. 골짜기 경사가 완만한데도 그렇다.

 “분대장이 누구야?”

 그중 선임이 소리쳐 묻자 이광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섰더니 헌병 둘이 다가왔다. 하나가 손에 흰색 로프를 들었다. 포승줄이다. 이광은 잠자코 서 있었고 헌병들은 익숙한 솜씨로 이광의 팔을 뒤로 꺾어놓고 묶었다. 그리고는 남은 끈을 목에 교수형을 시키는 것처럼 묶고 끈을 3미터쯤 늘어뜨려 끝을 잡았다. 이제 이광은 흰 포승줄로 상반신이 칭칭 감긴 채 목이 개 줄처럼 매어졌다.

 헌병들은 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선임헌병과 나머지는 이제 부옇게 어둠이 가시고 있는 벙커 주위를 신기한 듯 둘러보았지만 말을 걸지는 않았다.

 양만호와 허상도, 고장남은 증언을 하겠다면서 발을 구르고 주먹으로 치기까지 했지만 모두 몸을 굳힌 채 눈동자만 굴렸다. 얼어붙은 것이다. 목까지 묶고 나서 헌병선임이 셋을 둘러보며 말했다.

 “누가 부분대장이야?”

 “예, 제, 제가…….”

 양만호가 겨울 말했을 때 선임헌병이 발을 떼면서 말했다.

 “네 소대본부에다 보고해, 끌고 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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