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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총아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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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덕의 속셈
작성일 : 17-07-28     조회 : 637     추천 : 1     분량 : 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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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지부는 소림으로 가던 중 혜명 대사가 이미 소림 제자들과 함께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왕총아를 만나기 위해 아미로 갔었지만, 아미에 아무도 없어 양양으로 되돌아가던 중 우연히 왕총아와 마주친 것이다.

 

  "길이 엇갈리지 않아 천만다행이군요!"

 

  왕총아는 요지부를 만난 것이 몹시 기뻤지만, 기쁨도 잠시, 제림이 걱정되어 근심어린 얼굴로 말했다.

 

  "헌데, 지부, 큰일났어요! 진광 스님이 사부님이 백련교 총교수임을 혜명 대사님께 누설하셨는데, 이제 어쩌죠?"

 

  요지부는 믿겨지지 않는 듯 연거푸 되물었다.

 

  "정말이오? 확실한 것이오?"

 

  요지부는 유청원의 사형인 진광이 백련교를 배신하는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왕총아는 진광을 믿었던 터라 믿는 도끼에 발등찍힌 것 같아 한숨을 내쉬었다.

 

  "진광 스님 입으로 하신 말씀이니 확실하지요."

 

  제림이 걱정된 요지부는 근심어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우리 사부님이 위험에 빠지셨군!"

 

  그러고는 재빨리 말에서 내리더니 왕총아를 번쩍 들어 말에 태우며 말했다.

 

  "총아, 그대가 빨리 양양으로 돌아가 혜명 대사를 말리시오. 혜명 대사께서 당신의 말은 귀기울여 들으실지 모르니 말이오."

 

  왕총아는 요지부만 홀로 남겨 두고 떠나기가 몹시 미안했지만, 지금으로선 다른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부, 그럼, 저 먼저 가보겠어요."

 

  바로 이때였다.

 

  멀리서 말을 탄 한떼의 무리들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한떼의 무리들이 말을 달리면서 뿌연 흙먼지가 일어나는 바람에 잘 보이지 않아 요지부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저 무리들은 누구일까?"

 

  왕총아는 관병이 아니면 아미 제자들일 것이란 생각에 대답했다.

 

  "관병이 아니면 아미 제자들, 둘 중 하나 일꺼예요."

 

  그러고는 요지부를 향해 산길 숲속으로 숨자는 뜻으로 손짓했다.

 

  왕총아와 요지부 둘 다 화신이 제림을 역적으로 몰아 체포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만, 관병이라면 통행을 금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만약을 대비해 숲속에 숨을 생각이었다.

 

  요지부 역시 왕총아의 생각과 마찬가지라 재빨리 왕총아와 함께 산길 숲속에 숨었다.

 

  이윽고 말을 탄 한떼의 무리들 모두 백의를 입은 것이 시야에 들어오자 왕총아와 요지부는 백련교도임을 알 수 있었다.

 

  왕총아가 먼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우리 형제들이 틀림없어요!"

 

  요지부도 확신에 차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형제들이 맞군!"

 

  바로 이때 맨 앞에서 말을 달려오는 사내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오자 요지부와 왕총아가 약속이나 한듯 동시에 외쳤다.

 

  "왕교사님!"

 

  다름 아닌 서천 교사 왕응호였다.

 

  전속력으로 말을 달리던 중에 산길 숲속에서 요지부와 왕총아가 외치는 소리를 들은 왕응호는 급히 말을 멈춰 세운 후 외쳤다.

 

  "거기 누구시오? 백련교 형제 자매시오?"

 

  왕응호는 요지부와 왕총아가 외친 소리가 들려온 산길 숲속을 향해 외친 것이다.

 

  "요형제입니다. 왕교사님, 오랜만입니다."

 

  요지부가 먼저 숲속에서 나와 왕흥호에게 인사하자 왕총아도 숲속에서 말을 몰고 나와 왕응호에게 인사했다.

 

  "왕교사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왕응호는 요지부와 왕총아를 보자 먼저 왕총아에게 인사한 후 요지부에게 인사했다.

 

  "이사부님, 오랜만에 뵙는군요. 요형제도 오랜만이오."

 

  그러고는 곧장 왕총아에게 물었다.

 

  "이사부님의 사저이신 장자매가 아미산에서 연기를 피워 우리 형제들에게 양양으로 오라는 신호를 보냈는데, 이사부님께선 그 이유를 아시오?"

 

  장소연은 왕총아가 먼저 떠난 후 아미산에서 연기를 피워 서천 백련교도들에게 양양으로 오라는 신호를 보냈던 것이다.

 

  왕총아는 이제서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실은 지금 소림의 장문인 혜명 대사께서 수백여 소림 제자들을 이끌고 양양으로 간 상태라 총교수님께서 위태로우신데, 사저께서 연기를 피워 서천 형제들에게 신호를 보낸 모양입니다."

 

  왕총아는 마음이 급한 나머지 자세한 설명없이 말했지만, 이미 광천 대사가 백련교도의 손에 살해당했다는 소문을 들은 왕응호는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큰일이군요. 제가 듣기론 혜명 대사가 수백여 소림 제자들을 이끌고 양양으로 간 것이 오래 전이라, 우리가 지금 양양으로 간다고 해도......"

 

  왕응호의 말을 듣자 더욱 마음이 조급해진 왕총아는 왕응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말을 자르며 물었다.

 

  "왕교사님, 제가 탄 말이 지쳤으니, 저와 요형제가 타고 갈 말 두 마리를 빌려주실 수 있습니까?"

 

  왕총아가 탄 요지부의 말도 지쳐 있어 이렇게 말한 것이다.

 

  왕응호는 대뜸 고개를 끄덕였다.

 

  "이사부님의 분부신데, 제 말이라도 빌려드려야지요."

 

  왕응호는 말을 마치자마자 말에서 뛰어내려와 말고삐를 왕총아에게 건네주었다.

 

  "제 말이 천리마이니, 제 말을 타고 가십시오."

 

  그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제 말은 원래 송교수님의 말인데, 제가 임시로 타고 있는 것이니, 제 말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말을 빌려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송교수님의 말을 잘 다룰 것을 약조드리겠습니다."

 

  이 말을 하고서 왕총아는 재빨리 왕응호의 말에 올라탄 후 요지부를 가리켰다.

 

  "요형제가 타고 갈 말도 빌려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왕총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말에서 뛰어내리며 요지부를 향해 말했다.

 

  "요형제는 제 말을 타십시오."

 

  이 말을 한 사람은 나교사라 불리우는 나기청이었다.

 

  서천 백련교의 양대 교사인 왕응호와 나기청은 솔선 수범하여 각각 왕총아와 요지부에게 자신이 탄 말을 빌려준 것이다.

 

  "나교사님, 말을 빌려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요지부는 나기청에게 감사를 표시한 후 나기청의 말에 올라타며 왕총아에게 말했다.

 

  "사모님, 어서 갑시다."

 

  왕총아는 왕응호와 나기청에게 차례로 작별인사를 했다.

 

  "왕교사님, 나교사님, 저희들 먼저 가보겠습니다."

 

  속히 출발하기 위해 말머리를 돌리는 순간, 왕총아는 수백여 명에 이르는 서천 백련교 무리들을 한 차례 둘러보았다.

 

  송지청의 후임으로 선출된 신임 서천 교수 서천덕이 보이지 않아 서천 백련교 무리들을 한 차례 둘러본 왕총아는 의아한 얼굴로 왕응호와 나기청을 보며 물었다.

 

  "서교수님께서는 이번에 동행하시지 않으셨는지요."

 

  왕응호는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교수님께서 총교수님께서 위급한 상황인 줄 아셨더라면 필시 우리 서천 형제들과 동행하셨을 터인데, 참으로 아쉽게 되었습니다."

 

  "서교수님께서 동행하지 않으셨다니, 참으로 아쉽군요. 알겠습니다."

 

  왕총아가 이 급한 와중에도 서천덕이 서천 백련교 무리들과 동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구태여 아쉽다 말한 것은 제림에게 변고가 생겼을 시에 서천덕 본인이 총교수의 지위에 오르려는 속셈을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서천덕 역시 혜명 대사가 수백여 소림 제자들을 이끌고 양양으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터인데, 장소연이 연기를 피워 양양으로 오라는 신호를 보냈음에도 동행하지 않은 것만 봐도 그의 속셈을 눈치챌 수 있었다.

 

  왕총아는 급한 마음에 말고삐를 당기며 왕응호와 나기청에게 다시 한번 급히 작별인사를 했다.

 

  "저희들 먼저 가보겠습니다. 왕교사님과 나교사님은 서천 백련교 형제들을 이끌고 최대한 빨리 양양으로 와 주세요."

 

  "이사부님의 분부에 따르겠사옵니다."

 

  왕응호와 나기청이 이구동성으로 대답을 마치자, 왕총아와 요지부는 약속이나 한듯 나란히 전속력으로 말을 달려가기 시작했다.

 

  말을 달려 그야말로 순식간에 서천 백련교 무리들과의 거리가 멀어지자 왕총아가 요지부에게 불만을 토했다.

 

  "지부도 눈치챘나요? 서교수님께 꿍꿍이가 있는 듯하군요."

 

  요지부도 왕총아의 말에 동의하듯 대뜸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소."

 

  그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왕교사님이 이미 아시고 계신 것으로 보아, 서교수님께서도 혜명 대사께서 수백여 소림 제자들을 이끌고 양양으로 간 사실을 모르시지 않으실 텐데, 곧바로 양양으로 가지 않은 것만 봐도 그 속셈을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겠소?"

 

  왕총아가 불만에 찬 목소리로 대꾸했다.

 

  "맞아요! 이 위급한 상황에서 사저께서 연기를 피워 양양으로 오라는 신호를 보냈는데도 서교수님이 서천 형제들과 동행하지 않은 것은 꿍꿍이가 있어 그런 것이 틀림없어요!"

 

  요지부가 푸념하듯 말했다.

 

  "서교수님이 앞으로 꿍꿍이를 드러내는 꼴을 안 보려면, 하루 빨리 송대협을 구출해야겠소!"

 

  북경의 감옥에 하옥되어 있는 송지청을 구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왕총아는 문득 제림이 걱정되어 요지부에게 물었다.

 

  "우리가 돌아갈 때까지 사부님께서 무사하실까요?"

 

  요지부는 걱정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마시오! 우리 사부님의 무공이 혜명 대사께 조금도 뒤지지 않으니, 틀림없이 무사하실거요!"

 

  요지부는 말을 이렇게 했지만, 정작 자신도 걱정되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요지부는 속셈이 있어 보이는 서천덕 때문에 더욱 걱정되었다.

 

  '전국 각지의 백련교 중 서천 백련교가 신도도 가장 많고 세력도 가장 큰데, 교수란 자가 벌써부더 저 모양이니, 만에 하나 사부님께 불행한 일이 생긴다면 백련교는 분열을 면치 못할 것이다.'

 

  요지부가 지금 무엇보다 걱정하는 것은 제림이 혜명 대사와 결투를 벌이다 죽는 것이다.

 

  비록 제림이 혜명 대사와의 지난 번 대련에서 승리하긴 했었지만, 운이 크게 따랐을 뿐만 아니라 왕총아의 훈수에 큰 도움을 받아 승리한 것임을 생각해볼 때 광천 대사의 죽음으로 이성을 잃어 있을 혜명 대사를 상대로 제림이 목숨을 건 결투를 벌인다면 불리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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