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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총아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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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 사태의 서신을 읽은 혜명 대사
작성일 : 17-07-29     조회 : 659     추천 : 1     분량 : 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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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무렵 3만여 호북성 관군이 지나가는 하남의 길거리는 개미새끼 한 마리 얼씬 거리지 않을 정도로 인적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조정으로부터 관할 지역의 백련교도를 체포하라는 명을 받은 관병들이 툭하면 무고한 백성들을 백련교도로 몰아 체포해 버리니 백성들은 두려워 관군이 지나가는 길은 얼씬 거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바로 이때 스님 하나가 3만여 호북성 관군 행렬 쪽으로 말을 몰아 달려오자, 수백여 관병들이 일시에 우르르 몰려가 스님 앞을 가로막으며 제지했다.

 

  "관군의 행렬로는 지나갈 수 없으니, 당장 말을 멈추시오!"

 

  관군들의 제지에 말을 멈춰 세운 스님은 자신이 입은 황색 도포를 가리켰다.

 

  "나는 소림 제자이니, 장문인을 뵙게 하여 주시오."

 

  거만한 태도로 소림의 스님 앞을 가로막았던 관병들은 소림 제자라는 말을 듣자 태도가 크게 달라졌다.

 

  "소림 제자이신 스님의 법명이 무엇이오?"

 

  "소승은 진광이라 하오! 급한 용무로 온 것이니, 한시 빨리 장문인을 뵙도록 해주시오!"

 

  소림 제자는 다름 아닌 진광이었다.

 

  바로 이때 혜명 대사가 소림 제자 몇 명과 함께 진광 쪽으로 다가와 큰소리로 물었다.

 

  "진광아, 소림에 있어야 할 네가 여기는 어쩐 일로 왔느냐?"

 

  혜명 대사는 진광에게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소림을 떠나지 말라고 엄명을 내리고 떠났지만, 진광은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갖혀 있던 유청원을 풀어준 후 아미로 가서 천성 사태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후 도움을 청했었고, 지금은 천성 사태의 서신을 갖고 혜명 대사를 찾아온 것이다.

 

  진광은 급한 마음에 품속에서 다짜고짜 천성 사태의 서신을 꺼내 혜명 대사에게 내밀었다.

 

  "천성 사태의 서신이옵니다."

 

  혜명 대사는 곧장 천성 사태의 서신을 받아 읽기 시작했다.

 

  '아미의 천성 사태가 소림의 장문인 혜명 대사님께 삼가 글월을 올리는 바이오.

 

  다름이 아니라 혜명 대사님과 내 제자 남편 사이에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서신으로 다 설명하기는 어려우나 요지를 말씀드리자면, 내 제자 남편의 무고함은 내 명예를 걸고 보장하겠으니, 부디 서로 오해를 풀고 화해하기를 바라겠습니다.

 

  지금 내가 제자들과 함께 양양에 와 있는데, 먼저 혜명 대사님과 내 제자 남편과의 오해를 풀어야 예전에 우리가 의논했던 일이 추진될 수 있을 터이니, 한시 빨리 약속 장소를 정해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천성 사태의 서신을 읽는 혜명 대사의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양양에 와 있는 천성 사태를 볼 면목이 없었다.

 

  혜명 대사는 이미 너무 늦었다는 듯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진광에게 말했다.

 

  "내가 지금 제자들과 함께 호북성 관군 행렬과 동행 중이니, 천성 사태께 나중에 뵙자고 전하거라."

 

  그러고는 눈으로 함거(죄인을 나르는 수례)에 있는 제림을 가리켰다.

 

  이때서야 함거의 쇠사슬에 손발이 묶인 채 나무칼을 목에 쓴 제림을 본 진광은 깜짝 놀라 되물었다.

 

  "제지현께서 무슨 죄로 체포된 것이옵니까?"

 

  "역모죄네."

 

  대뜸 대답한 혜명 대사는 진광의 귀에 살며시 속삭였다.

 

  "왕부인께 백련교가 거병을 일으킨다면 우리 소림은 못 본 척 할 것이라고 전하거라."

 

  혜명 대사는 군기대신인 화신의 명에 어쩔 수 없이 소림 제자들과 함께 제림을 압송하는 호북성 관군 행렬에 동행 중이었지만, 백련교가 거병을 일으킨다면 못 본 척 할 생각이었다.

 

  진광은 기쁜 표정을 애써 감추었다.

 

  "사부님의 말씀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바로 이때 십여 명의 무리들이 빠른 걸음으로 호북성 관군 행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으니, 다름 아닌 왕총아와 요지부가 이끄는 무리들이었다.

 

  요지부와 함께 맨 앞에서 무리들을 이끌고 있는 왕총아가 호북성 관군 행렬 중 수백여 소림 제자들이 있는 쪽을 가리켰다.

 

  "저기, 소림의 스님들 사이에 함거에 실린 우리 사부님이 계시군요!"

 

  수백여 소림 제자들 사이에 목에 나무칼을 쓰고 손발이 쇠사슬에 묶인 채 함거에 실린 제림이 왕총아의 시야에 들어왔던 것이다.

 

  제림이 아직 무사한 것을 보자 왕총아는 뛸듯이 기뻐했다.

 

  "다행히도 우리 사부님께서 무사하시군요."

 

  요지부는 수백여 소림 제자들을 보자 걱정이 앞섰다.

 

  "사부님께서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만, 수백여 소림 제자들이 버티고 있는 한, 사부님을 구출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왕총아는 천성 사태가 혜명 대사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제 사부님께서 혜명 대사님만 설득해 주신다면, 우리 사부님을 구출할 수 있을 거예요."

 

  왕총아는 천성 사태는 '제 사부님', 제림은 '우리 사부님'이라 부르고 있었다.

 

  요지부가 대뜸 물었다.

 

  "천성 사태께서도 양양으로 가시지 않고 우리처럼 곧바로 하남으로 오고 계실 것 같습니까?"

 

  왕총아는 잠시 생각해보더니 대답했다.

 

  "제 사부님께서는 우리 사부님께서 관군에 체포되신 것을 모르실 테니, 아마도 양양으로 오셨다가 하남으로 오실 거예요."

 

  요지부는 수백여 소림 제자들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는 제림을 구출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에 초초해졌다.

 

  "천성 사태께서 빨리 오셔야 할 텐데......"

 

  왕총아와 요지부의 생각은 정반대였다.

 

  왕총아는 천성 사태가 나선 이상, 광천 대사를 백련교에서 죽였다는 오해가 풀릴 것이라 낙관하고 있었지만, 요지부는 오해가 풀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하고 있었다.

 

  천성 사태와 혜명 대사의 관계가 얼마나 돈독한지 잘 모르는 요지부로서는 걱정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지만, 왕총아로서는 천성 사태와 혜명 대사의 돈독한 관계에 대해 함부로 발설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 한마디만 요지부에게 말했다.

 

  "제 사부님께서 틀림없이 혜명 대사님을 설득하실 수 있으실 테니, 그 문제는 걱정하지 마세요."

 

  왕총아가 이처럼 자신있게 말하자 요지부도 안심이 되었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사부님의 말씀대로 그 문제는 더이상 걱정하지 않겠습니다."

 

  요지부는 호북성 관군의 규모를 살펴보기 위해 행렬의 앞부터 끝까지 살펴보던 중 소림 제자들이 있는 쪽에서 한참 떨어진 곳을 가리켰다.

 

  "진광 스님과 혜명 대사님이 저기에 계시군요."

 

  때마침 진광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혜명 대사가 요지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이다.

 

  왕총아는 진광을 보자 기뻐했다.

 

  "진광 스님이 제 사부님의 서신을 혜명 대사님께 전달하러 오신 것 같은데, 제 생각이 맞다면, 제 사부님께선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계실거예요."

 

  요지부는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혜명 대사를 가리켰다.

 

  "진광 스님께 청해 혜명 대사님을 이쪽으로 오시게 하여 이사부님께서 설득해 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요지부는 한시라도 빨리 제림을 구출하고 싶은 마음에 왕총아에게 제안한 것이다.

 

  왕총아도 좋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이때 혜명 대사는 진광에게 말하고 있었다.

 

  "천성 사태께는 백련교와의 오해는 다 풀렸으니, 걱정하지 마시라 전해드리거라."

 

  "지금 당장 천성 사태께 가서 사부님의 말씀을 전해드리겠사옵니다."

 

  혜명 대사는 걱정되는 것이 있는 듯 근심어린 얼굴로 진광에게 말했다.

 

  "문제는 제대협이 나로 인해 관군에 체포되셨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백련교가 소림을 습격해 올 수도 있으니, 너는 천성 사태께 내 말을 전해드리는 대로 빨리 소림으로 돌아가 만반의 준비를 해놓거라."

 

  "천성 사태께 사부님의 말씀을 전해드리는 대로 소림으로 돌아가 만반의 준비를 해놓겠사옵니다."

 

  혜명 대사는 할 말을 다 하자 손을 휘두르며 재촉했다.

 

  "어서 천성 사태께 가보거라."

 

  진광은 합장하고 고개를 숙여 혜명 대사에게 작별을 고했다.

 

  "제자는 이만 가보겠사옵니다."

 

  혜명 대사에게 작별을 고한 진광이 천성 사태가 있는 곳을 향해 말을 달린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진광 스님!"

 

  왕총아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말을 멈춘 진광의 입에서 이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사모님이 여기에 계시구나!"

 

  진광은 곧장 왕총아의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말을 달렸다.

 

  이윽고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왕총아의 모습이 진광의 시야에 들어왔다.

 

  "사모님!"

 

  진광은 제림을 구출하기만 하면 자신의 과오를 씻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희망을 품고 왕총아를 향해 말을 달려갔다.

 

  진광에게 희망이란 바로 왕총아를 자신의 여인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왕총아와 제림이 가혼인한 사이란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이같은 헛된 희망을 품어 왔던 것이다.

 

  왕총아는 진광이 자신 쪽으로 말을 달려오자 대뜸 물었다.

 

  "진광 스님, 제 사부님이신 천성 사태께선 어디에 계시지요?"

 

  진광은 말을 멈춰 세운 후 대답했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계십니다."

 

  그러고는 말에서 뛰어내리자마자 혜명 대사의 말을 왕총아에게 전했다.

 

  "저희 사부님께서 백련교가 거병을 일으킨다면 저희 소림은 못 본 척 할 것이라고 사모님께 전해드리라 말씀하셨습니다."

 

  진광의 말을 듣자 왕총아와 요지부를 비롯한 십여 명의 무리들이 일제히 두 손을 번쩍들고 환호했다.

 

  진광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당장 거병을 일으켜도 무방한 일이 아닌가!

 

  왕총아가 요지부를 비롯한 십여 명의 무리들에게 말했다.

 

  "형제들이 모이는 대로 거병을 일으킬 터이니, 지금부터 거병 준비에 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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