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연재 > 무협물
왕총아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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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3-25     조회 : 579     추천 : 0     분량 : 5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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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모님의 명에 따르겠사옵니다."

 

  왕낭선이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화효공주가 왕총아의 처소를 찾아왔다.

 

  "왕부인, 아바마마를 뵈러 황궁에 가려 하는데 나를 호위해줄 수 있겠는가?"

 

  "제가 공주마마께 큰 신세를 지고 있는데, 당연히 호위해 드려야지요."

 

  "그럼, 따라오게."

 

  화효공주는 따라오라 손짓하며 앞장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왕총아가 화효공주를 따라가다 보니 화신 뿐만 아니라 화신의 아내 풍제문과 아들 풍신은덕이 땅에 넙죽 업드려 있었다.

 

  이를 본 화효공주가 깜짝 놀라 세 사람 앞으로 급히 달려갔다.

 

  "아버님! 어머님! 낭군님! 어찌 이러십니까?"

 

  화효공주가 먼저 풍제문의 손을 잡아 일으키자 풍제문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저희 일가족이 공주마마께 큰 죄를 지었는데, 어찌 공주마마께 엎드려 용서를 빌지 않을 수 있겠사옵니까?"

 

  "낭군님, 일어나소서. 시아버님도 일어나소서."

 

  화효공주는 풍신은덕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운 후 풍제문의 말에 대답했다.

 

  "어머님, 부디, 자책하지 마소서. 이 며느리가 시집와서 시아버님을 바른 길로 인도하지 못한 죄도 크니, 이제와서 잘잘못을 따진들 무슨 소용이 있겠사옵니까?"

 

  풍제문은 고개를 들 면목이 없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울먹였다.

 

  "공주마마를 대할 면목이 없사옵니다......"

 

  풍신은덕도 고개를 들 면목이 없는 듯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저희 일가족이 공주마마께 누를 끼쳐 면목이 없습니다만, 부디, 아버님의 죄를 용서해 주시기를 간청드립니다."

 

  풍신은덕은 화효공주가 조건부로 화신을 구명해주기로 한 사실을 모르고 간청한 것이다.

 

  화효공주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낭군님은 걱정하지 마소서. 시아버님의 죄가 곧 저의 죄인데, 어찌 제가 수수방관할 수 있겠습니까?"

 

  이 말을 하고서 화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님께서 이 며느리와의 약조를 지키시리라 믿겠습니다."

 

  화신은 화효공주의 말에 얼른 대꾸했다.

 

  "이 못난 시아비가 다시는 공주마마께 누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사옵니다."

 

  화효공주는 화신, 풍제문, 풍신은덕 세 사람을 차례로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님, 어머님, 낭군님, 저만 믿으시고, 제가 돌아올 때까지 처소에 들어가 편히 쉬소서."

 

  화신이 세 사람을 대표해 말했다.

 

  "공주마마의 뜻이니, 저희들은 이만 처소로 들어가보겠사옵니다."

 

  "이 며느리는 황궁에 다녀오겠사옵니다."

 

  화신이 풍제문, 풍신은덕과 함께 자리를 뜨려는 순간, 이때서야 화효공주의 뒤에 서 있는 왕총아가 눈에 뜨였다.

 

  왕총아는 화신과 시선이 마주치고 싶지 않아 고개를 돌린 상태였다.

 

  이러한 왕총아를 보는 순간, 화신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왕부인이 자기 남편을 살리려고 공주마마께 나를 고발한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제림을 모함해 죽이고 왕총아를 차지할 속셈인 화신의 뇌리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처소로 들어간 화신은 곧바로 화란을 불렀다.

 

  "화란아, 네가 나를 위해 꼭 해주어야할 일이 있다."

 

  화신이 어떤 일을 시키려는지 짐작한 화란은 복수를 다짐하듯 주먹을 불끈 쥐며 이를 갈았다.

 

  "아버님, 무슨 일이든 소녀에게 맞겨만 주십시오. 왕부인이 공주마마께 고자질해 이 지경이 된 것이 틀림없을 터, 제 손으로 왕부인을 죽여버리고 싶사옵니다."

 

  왕총아를 죽여버리고 싶다는 말을 듣자 화신은 오히려 화를 냈다.

 

  "예끼! 왕부인을 죽여버리고 싶다니! 공주마마의 손님께 그 무슨 되먹지 않은 소리냐?"

 

  눈치빠른 화란은 왕총아를 차지하려는 화신의 속셈을 눈치채 재빨리 말했다.

 

  "소녀가 아버님의 뜻도 모르고 함부로 지껄여 송구하옵니다."

 

  화신은 신중을 기하기 위해 화란의 귀에 속삭였다.

 

  "이 아비가 죽이고 싶은 사람은 왕부인이 아니라 제림이란 말이다. 알겠느냐?"

 

  화란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화신의 귀에 속삭였다.

 

  "소녀가 어찌하면 제림을 죽일 수 있겠사옵니까?"

 

  "지금 혜령이 제림의 부하들을 문초 중인데, 네가 가서 그들을 회유해 보거라. 한 사람만 회유해도 제림은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터이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회유해 보거라."

 

  화란은 회유란 말에 감탄한듯 손뼉을 쳤다.

 

  "아버님의 말씀대로 소녀가 어떻게 해서든 제림의 부하들을 회유해 보겠사옵니다."

 

  화란은 그길로 황궁의 감옥을 찾아갔다.

 

  "화대인의 수양따님이 황궁의 감옥엔 어인 일이오?"

 

  황궁의 감옥에서 제림의 부하들을 문초 중이던 혜령이 화란을 집무실로 데려와 묻자 화란이 혜령의 귀에 속삭였다.

 

  "아버님께서 제림의 부하들을 회유하라 말씀하셔서 온 것이옵니다."

 

  화신이 이미 탄핵된 사실을 알고 있는 혜령은 곰곰이 생각했다.

 

  '비록 지금은 화대인이 탄핵되었지만, 머지 않아 다시 이전의 자리를 되찾을 터이니, 화대인의 뜻에 따르는 것이 나의 장래를 위해 좋을 것이다."

 

  혜령이 잠시간 이해득실을 따진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화란 낭자께서 화대인의 뜻대로 제림의 부하들을 회유해 보도록 하시오."

 

  화란은 혜령과 함께 문초장으로 가서 형틀에 묶여 있는 제림의 부하들을 하나하나씩 살펴보며 말했다.

 

  "나는 군기대신 화대인의 수양딸로, 너희들에게 제림의 역모를 밝힐 공을 세울 기회를 주러 왔다. 누구든 제림의 역모를 밝히는 자가 있다면, 목숨을 구하는 것은 물론이요, 아버님께서 너희들에게 평생 잘 먹고 살 수 있는 재산과 천하제일의 미인을 하사하실 것이다. 자, 이같은 천우신조의 기회가 왔을 때 주저하지 말고 어서 제림의 역모를 밝혀보거라."

 

  바로 이때 화란의 시야에 동요하는 듯한 제림의 부하 하나가 들어왔다.

 

  '옳거니! 저 자가 내 말을 듣고 마음이 동요하는 모양이니, 내가 잘 구슬려봐야겠구나!'

 

  화란이 제림의 부하 하나를 가리키며 혜령에게 말했다.

 

  "제가 저 자를 설득해볼 생각이니, 자리를 마련해 주십시오."

 

  혜령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동의한 일이라 고개를 끄덕였다.

 

  "제림의 부하들이 어찌나 지독한지 온갖 고문을 다해봐도 소용없었지만, 화란 낭자께서 한번 회유해 보도록 하십시오."

 

  그러고는 화란이 가리킨 자를 가리키며 병사들에게 명을 내렸다.

 

  "화란 낭자가 이 자를 회유해보겠다 하니 집무실로 데려가라."

 

  병사들이 형틀에 묶여 있던 제림의 부하를 포박한 채로 집무실로 데려가자 화란이 혜령에게 말했다.

 

  "제가 회유하는 동안만 이 자의 포박을 풀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자가 화란 낭자에게 협조하면 모르되, 지금 포박을 풀어줄 필요가 있겠소?"

 

  "이 자가 술이라도 마시도록 해줄 생각이니, 제 뜻대로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알겠소."

 

  화란의 말을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여 동의한 혜령이 명을 내렸다.

 

  "이 자의 포박을 풀어주거라."

 

  병사들이 제림의 부하의 포박을 풀어주자 화란이 혜령에게 말했다.

 

  "여기는 제게 맡겨주시고 대감께서는 보시던 공무를 보시는 것이 좋을 듯하옵니다."

 

  "그럼, 화란 낭자가 알아서 하리라 믿고 이만 가보겠소."

 

  혜령이 떠나자 술상을 가져오게 한 화란은 술을 손수 따라주며 제림의 부하에게 권했다.

 

  "목이 많이 마를 터이니, 술을 마시게."

 

  자금성의 감옥에 하옥된 이래 음식은 커녕 물 한 모금 못 마신 제림의 부하는 화란이 술잔을 건네주자 단숨에 마셔버렸다.

 

  "더 마시게."

 

  화란이 다시 술을 손수 따라주며 권하자 제림의 부하가 또 다시 단숨에 마셔버렸다.

 

  이같은 일이 몇 차례 반복된 후 화란이 제림의 부하를 구슬리기 시작했다.

 

  "죽을 때까지 고문당하다가 죽겠는가? 아니면 제림의 역모 사실을 내게 실토하여 평생토록 절세미녀를 끼고 호위호식하며 살겠는가? 이는 자네의 생각에 달린 일일세."

 

  화란이 구슬리는 말에 제림의 부하는 잠시 망설이더니 실로 놀라운 말을 내뱉었다.

 

  "사실대로 실토하기만 하면 화란 낭자께서 내 목숨을 살려주실 수 있소?"

 

  '만세! 드디어 제림의 부하를 회유하는데 성공했구나!'

 

  화란은 속으론 만세를 불렀지만, 아직 제림의 부하의 의중을 몰라 대뜸 물었다.

 

  "사실대로 실토하겠다니, 제림의 역모 사실을 실토하겠단 말인가?"

 

  이미 결심을 굳힌 제림의 부하는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제지현의 역모 사실을 실토하겠소."

 

  '아니, 정말 제림이 역모를 꾸몄단 말인가?'

 

  화란은 흥분으로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며 재촉했다.

 

  "어서 말해보게. 제림이 역모를 꾸민 사실을 실토하려는 것이지?"

 

  제림이 백련교 총교수임을 꿈에도 모르는 화란은 제림이 역모를 꾸몄다고 말하도록 유도하려 했다.

 

  바로 이때 제림의 부하의 입에서 화란이 꿈에도 상상조차 하지 못한 말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제지현은 백련교 총교수로, 애초에는 정월 대보름에 백련교와 구대문파가 연합해 거병을 일으킬 계획이었으나, 소림의 장문인인 혜명 대사의 사제인 광천 대사가 백련교 일당으로 위장한 자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바람에 거병이 연기되었고, 혜명 대사가 소림 제자들을 양양 관청으로 이끌고 와 제지현과 결투를 벌이는 사이에 화대인께서 제지현과 제지현을 따르던 병사들을 체포하게 된 것입니다."

 

  제림의 부하의 말을 끝까지 듣자 화란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힘들 정도였다.

 

  "군사 요충지 양양의 지현이 백련교 총교수라니, 하마터면 이 나라가 뒤집힐 뻔 했구나!"

 

  바로 이때 혜령이 집무실로 뛰어들어와 재촉했다.

 

  "내가 못 들었으니, 처음부터 다시 소상히 말해보거라! 어서!"

 

  혜령은 병사들에게 제림의 부하가 화란에게 실토한 말을 보고받고 급히 돌아온 것이다.

 

  제림의 부하가 화란에게 했던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반복해 말하자 혜령이 명을 내렸다.

 

  "곧 입궐하여 황제 폐하께 제림이 역모를 꾸민 사실을 밝힐 것이니, 어서 마차를 준비하라!"

 

  그러고는 화란에게 말했다.

 

  "긴급한 상황이니, 나는 지금 당장 황제 폐하를 찾아가 보고토록 하겠소. 화란 낭자도 속히 화대인을 황제 폐하의 처소로 모셔오시오."

 

  화란이 그 즉시 화신의 집으로 돌아가 제림의 부하에게 들은 사실을 말하자 화신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정말 제림의 부하 입으로 제림이 백련교 총교수고, 구대 문파와 손잡고 거병을 일으키려 했다고 말했단 말이냐?"

 

  "그렇다니까요."

 

  화신은 승리감에 도취해 껄껄 웃었다.

 

  "하하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더니...... 제림이 나를 살려주는구나. 하하하......"

 

  껄껄 웃던 화신은 문득 왕총아 역시 죽음을 면하기 힘들 것 같아 고심하기 시작했다.

 

  '음, 제림이 백련교 총교수라면 왕부인도 죽음을 면하기 힘들 것 같은데, 왕부인을 살릴 방법이 없을까? 옳거니, 왕부인은 제림이 백련교 총교수인 사실을 몰랐다고 황제 폐하께 보고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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