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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坡州)
작가 : 메뚜기
작품등록일 : 2018.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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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작성일 : 18-11-28     조회 : 338     추천 : 1     분량 : 3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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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녁 9시

 

 부대의 정문은 조용하기만 하다. 혹시 몰라 부대 앞에 있는 철제 바리케이드를 향해 돌을 던졌다.

 [땅!]

 반응이 없다. 일단 정문에는 아무도 없다는 뜻이다. 정문에 아무도 없다는 것은 인원이 그리 많지 않다는 증거일 것이다.

 낮에 준비한 사다리를 담벼락에 세웠다. 넘어갈 생각은 아닌 듯하다. 그리고는 사다리에 올라가 부대 안을 살폈다. 인기척이나 불빛 등을 살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사다리에서 내려와 사다리를 어깨에 맨 채 부대 담 길을 한참 걸었다. 여전히 다리는 절고 있다. 그리고 담벼락에 사다리를 세운 후 다시 한 번 인기척을 살폈다.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안으로 들어가야 하나?’

 하지만 이 몸으로는 무리다. 다시 걸었다. 걷는 것이 영 시원치 않다.

 한참을 걸은 후에 다시 사다리를 세웠다. 불빛이다. 한 건물에서 희미하게나마 불빛이 세어 나온다. 굴뚝이 있는 것을 보니 식당 건물인 듯 했다. 굴뚝에서는 소량의 연기가 피어 나오고 있었다. 밤이었지만 연기는 눈에 보였다. 아마도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 불을 떼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 안에 몇 명이 있는지는 파악이 불가능하다.

 ‘일단 위치를 알았으니까…….’

 

 

 ☞ 다음 날

 

 햇볕이 겨울임에도 따갑게 느껴진다.

 파주 LCD 산업단지. 대형 컨테이너 트레일러 여러 대를 본 기억이 있어 이곳을 찾았다. 트레일러 사무실에 열쇠가 있었다.

 “오케이, 일단 확보.”

 

 

 ☞ 울롱초등학교

 

 얼마 전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변종들을 한 대 모았던 장소이기도 하다. 대략 마흔 마리 정도는 있을 듯싶다. 이곳은 공장 단지가 있어서 생각보다 많은 변종들이 있었던 곳이다.

 ‘변종들이 아직 있어야 할 텐데.’

 다행이다. 변종들은 학교를 빠져 나가지 못했다. 변종들은 많이 굶주려 있어서 신경이 날카로웠다.

 “오케이.”

 

 

 ☞ 다시 트레일러

 

 냉장고에서 인육을 모두 꺼내 트레일러 뒤에 붙은 컨테이너 안쪽에 실었다. 그리고 캠핑등도 반짝 거리는 모드로 바꿔서 함께 던져 넣었다.

 

 

 ☞ 울롱초등학교 정문

 

 민철은 조심스럽게 후진을 했다. 학교 정문 앞에 차를 세우고는 컨테이너의 한쪽 문만 열었다. 다시 운전석으로 와서는 요란하게 경적을 울려댔다.

 [빠아아아아앙! 빠아아아아앙! 빠아아아아앙! 빠아아아아앙!]

 아니나 다를까 변종들이 트레일러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한다. 민철은 컨테이너 지붕 위로 올라가 포복을 한 상태로 변종들이 달려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정문에 다다른 변종들은 불빛이 반짝이고 있는 컨테이너 안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컨테이너 안의 고깃덩어리를 보자 환장하듯이 물어뜯기 시작했다. 사십여 마리가 순식간에 컨테이너로 빨려 들어가다시피 하면서 서로 고깃덩어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피 터지는 싸움을 하고 있었다.

 변종들이 모두 컨테이너 안에 들어왔다 싶을 때 민철은 컨테이너 위에서 열려 있는 한 쪽 문을 닫았다. 작전은 일단 성공이다.

 

 

 ☞ 오토바이 상점

 

 오토바이를 트레일러 앞부분과 컨테이너 사이 공간에 실었다.

 

 

 ☞ 미군부대

 

 다시 군대부로 향했다. 군부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차를 세우고는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견딜 수 없이 추웠지만 시동을 켤 수는 없었다. 혹한을 생으로 견딜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날씨도 추웠지만 몸 상태가 추위를 더 느끼게 만들었다.

 [탁탁탁탁탁탁탁!]

 치아가 자동적으로 부딪쳐 소리를 내고 있다. 여름은 무척 찌더니 겨울은 무척 추웠다.

 [탁탁탁탁탁탁탁탁탁!]

 가방 속에서 스팸 하나를 꺼냈다. 배가 차면 추위가 덜하지 싶었다. 짜디 짠 햄을 한 입 물자 미간이 찌푸려졌다.

 ‘구워 먹어야 맛있는 건데.’

 “오산리 짬뽕, 오장동 회냉면, 일산 닭 칼국수, 서대문 김치찜, 종로5가 닭한마리, 연남동 순대국밥, 아! 그 집은 없어졌지. 신림동 순대볶음, 삼촌네가 단골이었는데, 원흥동 오리구이, 종로2가 우거지국밥.”

 민철은 마치 실성한 듯 중얼거린다.

 “먹고 싶다. 이제 다시는 못 먹겠지?”

 [탁탁탁탁탁탁탁탁탁!]

 계속 치아가 떨린다.

 “핫도그 아줌마, 핫도그 주세요. 케첩도 듬뿍 발라주세요. 하! 젠장.”

 

 

 ☞ 부대 안

 

 “그 미친 새끼가 말이야. 변종을 키우고 있는 거야.”

 일중이 일행들에게 잘난 척하듯 무용담을 털고 있다.

 “변종을 왜 키워?”

 수진은 변종을 키운다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기의 새끼라고 그러는 것 같은데, 지 새끼를 우리에 가둬놓고 먹이고 있더라고.”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냉장고 안이 인육으로 가득 찼던 거 알아?”

 종현이 말을 거든다.

 “완전 미친놈이네. 그래서?”

 “이게 다 그 새끼한테서 빼앗은 것들이야. 무지 많이 짱 박아 놨더라고.”

 “몇몇 마트가 비었던 이유가 다 그 사람 때문이었나 보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죽여 버렸지.”

 “죽여? 왜? 변종도 아니잖아.”

 “야, 사람 시체 가지고 다니는 거 보면 모르냐? 완전 사이코지. 그런 사이코 살려뒀다가 우리도 그 꼴 나게?”

 “하긴 그렇긴 한데…….”

 “한 200미터 거리 쯤 되었나? 피융!”

 일중이 총 쏘는 자세를 취하며 말한다.

 “더 멀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그 새끼를 단 한 방에 쓰러뜨렸지.”

 “200미터는 무슨? 100미터도 안 돼 보이더만.”

 성준이 비웃는다.

 “야, 100미터는 아니다. 150미터 쯤?”

 “그래서, 죽은 건 확인했어?”

 “수진아, 확인할게 뭐 있냐? 오빠 모르냐? 한방이면 끝난 거지. 피융! 피융! 피융!”

 

 

 ☜ 1년 전

 

 “형님, 꼭 결혼을 해야 해요?”

 세준이 사진을 행복하게 바라보고 있는 민철에게 영민이 묻는다.

 “결혼? 글쎄.”

 “저는 결혼하지 않을까 봐요.”

 “왜?”

 “괜히 결혼했다가 와이프 고생시키고, 와이프만 고생하나요? 자식새끼들도 고생시킬 게 뻔 한데 말이에요.”

 “여자 친구나 있냐?”

 “없죠.”“여자 친구도 없는 게 아직 있지도 않은 와이프 걱정이나 하고 있냐?”

 “히히!”

 “영민아, 결혼은 왜 하는 걸까?”

 “그거 제가 방금 질문한 거잖아요?”

 “그러니까. 결혼은 무엇 때문에 하는 걸까?”

 “글쎄요, 왜 할까요?”

 “결혼은 말이다. 미래의 아내를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미래의 자식들을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야.”

 “그러면요?”

 “남자는 말이다. 여자의 만족을 위해서 여자를 사귀는 것이 아니라, 나의 만족을 위해서 여자를 사귀는 거야.”

 영민이 신호를 무시하고 직진을 하자 민철이 나무란다.

 “야 인마, 신호 안 지킬래?”

 “쏘리요.”

 “마찬가지야. 나의 만족을 위해서 정주를 만났고, 정주와 결혼을 했어.”

 “그렇구나.”

 영민이 영혼 없이 대답한다.

 “나의 만족을 위해서 정주와 결혼했지만, 결혼을 하니까 정주의 만족을 위해 나를 희생하게 되더라고.”

 “바이크 말하는 거죠?”

 “인마, 그건 아니고.”

 “히히히!”

 “우리 부부는 결혼을 했고, 때가 되자 우리 부부의 만족을 위해서 자식을 계획했어.”

 “네.”

 “세준이가 태어나자, 우리 부부는 세준이의 만족을 위해 희생을 하게 되었지.”

 “네.”

 “영민아?”

 영민이 영혼 없는 대답이 들켜다는 듯 깜짝 놀라 대답을 한다.

 “네?”

 “결혼은 말이야. 미래의 아내나 자식의 만족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만족을 위해서 하는 거야. 아내에 대한 희생이나 자식에 대한 희생은 아내가 생기고 난 후에, 자식이 생기고 난 후에 그 때 하는 거야.”

 “네.”

 “지금은 말이야. 너의 만족을 위해서 여자를 만나는 거야. 지금부터 미래의 아내와 자식을 위해 희생할 필요는 없단 말이지.”

 “내 만족을 위해서요?”

 “그래, 지금은 네 만족을 위해서야. 네 만족을 위해서 여자를 만난다고 그 누가 뭐라 할 사람 없어. 그러니까 일단 여자 친구나 사귀고 그런 말을 해. 알았냐?”

 “나의 만족이라? 옙 형님, 명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형수님한테 친구하나만…….”

 “야 인마, 직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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