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공포물
파주(坡州)
작가 : 메뚜기
작품등록일 : 2018.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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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작성일 : 18-12-10     조회 : 314     추천 : 1     분량 : 3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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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굴까?’

 민철은 궁금했다.

 ‘누구였을까?’

 아마도 이 변종은 1년 전 그 변종일 것이다. 아니 그 변종이다. 옷차림이 눈에 익기 때문이다.

 민철은 변종의 주머니를 뒤졌다. 그리고 지갑을 찾아 열었다.

 [720123-]

 민철과는 동갑이다. 그것도 태어난 달이 같은 빠른 년생.

 민철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안 그랬다면 둘의 운명이 바뀌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민철은 생각했다.

 다시 변종의 주머니를 뒤져서 담배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는 담배 한 가치를 입에 물었다. 한 모금 빨아들이자 기침이 심하게 나왔다.

 ‘이 독한 걸 왜 피는지?’

 피던 담배를 변종의 입에 물렸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갑시다.”

 민철은 기독교인이지만 나름 변종의 제사를 지내주고 있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동물원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동물원에는 직원들을 위한 숙소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동물원은 비어 있었다. 누군가가 동물들을 모두 풀어 준 것이다. 동물들이 없는 동물원은 매우 을씨년스러웠다. 금방이라도 뭔가가 튀어 나올 것 같은 음산한 분위기다.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러한 분위기에서 잠이 들기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바로 파주로 갈까?’

 아니다. ATV 바이크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더 안정적이리라. 그렇게 민철은 뜬 눈으로 날이 밝기만을 기다렸다.

 

 ☞ ATV 물류센터

 

 아침 일찍 ATV 물류센터를 찾았다. 물류센터 창고로 들어가자마자 문을 닫는 것을 잊지 않았다. 문을 닫지 않은 관계로 변종들에게 습격을 당했던 아찔했던 경험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또한 바이크 위에서 사색에 잠기는 짓도 하지 않았다.

 바이크의 종류는 1년 전과 사뭇 달랐다. 성능이 좋은 바이크들이 많이 입고 된 듯 했다. 싱글실린더, 4 밸브, 495CC. 성능이 매우 우수한 바이크를 골랐다.

 

 

 ☞ 파주시 파주읍

 

 두 번 째라 그런지 변종들을 초등학교에 가두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마찬가지로 담을 넘어서 처갓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곧바로 창고 열쇠를 찾았다. 열쇠를 돌리는 손이 떨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변이 되어버린 세준이었지 않는가? 변이된 세준이가 아닌 살아있는 세준이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눈물이 절로 났다.

 ‘혹시 세준이가 없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창고문을 열었다. 녹이 많이 슬어 있는 철문 소리가 역시 굉장히 날카로웠다. 민철은 혹시나 철문 여는 소리에 변종들이 나타나지는 않을까 신경을 고추 세웠다. 이전에도 문소리가 날카로웠지만 지금 이 순간이 더 긴장되고 더 불안한 건 왜일까? 아마도 세준이를 살리겠다는 그 간절함 때문은 아닐까?

 역시 인기척이 느껴졌다. 문 입구에서 움직임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주위가 조용해서 그런지 아이의 숨소리가 들렸다. 분명 세준이의 숨소리가 맞다. 그 숨소리만으로도 민철의 눈에 눈물이 쏟아졌다.

 역시 세준이는 창고 안에서 잠들어 있었다. 멀쩡한 세준이를 다시 보다니? 눈물이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수족구로 인해 잠시 처가에 맡겨 며칠 동안 보지 못한 세준이가 아니라 자신의 실수로 변이가 되었고 오랫동안 정상적이지 못한 체 우리에 가두고 다녔던 세준이가 정상적인 모습으로 잠들어 있기 때문이다.

 세준이는 2016년도에 비해 더 많이 자라 있었다. 키도 많이 큰 거 같았다. 민철은 너무나도 감격에 겨웠다. 멀쩡한 세준이를 다시 보다니, 이것 또한 꿈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랐다.

 민철은 떨리는 목소리로 세준이를 불렀다.

 “세준아?”

 민철의 목소리는 떨림을 넘어서 흥분되어 있었다.

 “세준아?”

 급기야 세준이를 끌어안고는 대성통곡을 했다. 깜짝 놀라 깨어난 세준이 또한 대성통곡을 했다.

 “으아아아앙!”

 “세준아, 아빠야 우리 세준이의 하나밖에 없는 아빠.”

 “아빠, 으아아아앙!”

 “세준아, 아빠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 아빠가 잘못했어.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이번에는 아빠가 우리 세준이를 반드시 지켜줄게.”

 민철은 이전보다 더 구슬피 울었다. 너무나도 기뻤고 너무나도 반가웠고 너무나도 행복했다.

 살아있는 세준이를 다시 보게 되다니…….

 그렇게 민철과 세준은 아침이 될 때까지 곰팡이 냄새를 참아가며 창고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그것도 가장 행복한 하룻밤을 말이다.

 

 “으아아아악!”

 민철은 벌떡 일어나 아들을 살폈다. 곤히 자고 있는 세준이의 모습. 다행이다. 이전과 동일한 꿈. 꿈 또한 2016년도와 일치했다. 마찬가지로 민철은 꿈속에서 세준이를 죽였다. 그 꿈은 너무나도 현실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생생했다. 그리고 그 꿈이 복선이 아니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다.

 다시금 기나긴 여정이 시작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먹을 것을 많이 확보해야만 한다. 2016년도에 먹을 것 때문에 그렇게도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먹을 것을 많이 확보해야만 했다.

 원래대로라면 그 때 그 마트를 향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곳은 세준이를 잃은 마트다. 지금까지 작년의 루트를 밟아왔다면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세준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세준이를 다시 잃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 다른 길을 선택해야만 한다. 마트를 가되 다른 마트를 가야만 한다. 좀 더 안전하게 먹을 것을 구할 수 있는 마트를 선택해야 했다.

 그렇게 민철은 이전과 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틀었다.

 “아빠, 왜 저쪽으로 안 가고 이쪽으로 가?”

 “응?”

 세준이의 말에 민철의 머리가 쭈뼛 서 버렸다.

 “세준아, 뭐라고?”

 “왜 저쪽으로 안 가고 이쪽으로 가냐고?”“그, 그게 무슨 소리야?”“아이참! 왜 이쪽으로 가냐니까?”

 “세, 세준아, 왜, 왜 그렇게 묻는 거야?”

 “아이참! 원래 저쪽으로 가야 하는 거잖아.”

 세준의 말에 민철은 급하게 자동차의 브레이크를 밟았다.

 “세준아, 너 뭔가 알고 있는 거야?”

 “뭘 알아?”

 “원래 저쪽으로 가야 하는 거라니?”

 “그게 말이야. 아빠가 원래 저쪽으로 갔잖아.”

 민철은 곰곰이 생각했다.

 ‘이전에 세준이와 같이 저쪽 길로 간 적 있었나?’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서 세준이와는 그 쪽으로 간 적이 없었다. 2016년 꿈 속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분명 세준이가 작년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세준아, 잘 생각하고 대답해야해? 혹시 세준이랑 아빠랑 저쪽으로 간 적 있었어?”

 “응, 있었어.”

 “언제?”

 “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빠랑 저쪽에 있는 마트에서 먹을 거 많이 샀었잖아.”

 그 말에 민철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마트에서 먹을 거를 많이 샀다고?”

 “응.”

 “그럼, 호, 혹시 마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생각이 나?”

 “무서운 아저씨들이 아빠하고 나한테 막 달려왔잖아.”

 “그,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모르겠는데? 거기까지만 기억이 나.”

 분명 세준이 그 마트에서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 그것도 변종에게 물리기 전까지 말이다. 그렇다는 것은 민철이 꿈이라고 생각했던, 그것도 예지몽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일들이 꿈이 아니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분명 민철과 세준은 그 꿈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민철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어쨌든 민철은 다른 길로 방향을 틀어 다른 마트를 찾았다. 그렇게 찾아간 마트에서의 음식물 구비는 수월했다. 그리고 이전처럼 도끼와 같은 무기들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세준아, 아빠가 다시 올 동안 방에 잠시 들어가서 과자 먹고 있어. 알았지? 절대로 나오면 안 돼. 만약에 나오면 지난번처럼 무서운 아저씨가 달려올지도 몰라. 알았지?”

 마트 안에는 직원들이 휴식할 수 있는 작은 방이 있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항상 촉각은 세준이가 있는 방을 향했다.

 민철은 먹을 수 있다고 판단되는 모든 물건을 담아다가 승합차에 실었다. 주위를 살피는 것을 잊지 않고 말이다.

 그 순간.

 “꼼짝 마!”

 분명 인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어느 새 민철의 등 뒤에서 누군가 총을 겨누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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