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공포물
파주(坡州)
작가 : 메뚜기
작품등록일 : 2018.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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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작성일 : 18-12-05     조회 : 366     추천 : 1     분량 : 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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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엇!’

 코앞까지 다다른 변종이 민철 앞에 허무하게 쓰러진다. 그런데 이것은 민철의 권총 소리가 아니다.

 [탕탕탕탕! 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

 민철의 눈앞에서 변종들이 하나 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뭐지?’

 군인들이다. 다수의 군인들이 학교 건물 쪽에서 나와 변종들에게 집중 사격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변종들이 다 쓰러졌다는 것이 확인되자 몇몇의 군인들이 다가왔다.

 “물린데 있어요?”

 “…….”

 “변종들한테 물렸어요?”

 “네?”

 “변종들한테 물리셨냐고요?”

 “물렸으면 제가 대답했겠습니까?”

 “그렇긴 한데, 확인이 필요해서 말입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김민철입니다. 그런데 누구?”

 “다행입니다. 일단 차에서 나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연기가 심하게 납니다.”

 “몸이 꼈어요.”

 “네?”

 “몸이 차에 꼈다고요.”

 “아! 알겠습니다. 야, 빨리 도구 가져와. 그리고 너는 차량 살펴 봐.”

 잠시 후 차량을 살피던 병사가 큰소리치며 달려온다.

 “중대장님, 차량 안에 변종이 있습니다.”

 “그런 거는 알아서 처리 안할래?”

 “그게 말입니다. 이상해서 말입니다.”

 “뭐가 이상한데?”

 “잠시 와서 보시지 말입니다.”

 중대장이 차량 안으로 들어가자 세준이 중대장을 향해 달려드는 자세로 우리에 몸을 던진다.

 “깜짝이야. 야, 이거 뭐야? 이거 왜 이래?”

 “저도 모르지 말입니다.”

 “사살해.”

 “잠시만요.”

 간신히 차량에서 빠져나온 민철이 다급하게 중대장을 만류한다.

 “잠시만요. 중대장님,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뭡니까?”

 “제발요, 제발 부탁입니다.”

 “뭐가요?”

 “아들이에요.”

 “아들?”

 “네, 이 아이는 제 아들입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아들이라……. 지금까지 아들을 이렇게 해서 데리고 다닌 겁니까?”“네, 그렇습니다.”

 “이봐요, 미쳤어요? 아무리 아들이라고 해도 상대가 변종이에요, 변종. 잘못하면 본인도 당할 수 있어요.”

 민철은 예전에 최 병장에게 했듯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사정하기 시작한다.

 “제 잘못이었어요. 살릴 수 있었어요. 한눈을 팔지만 않았더라도…….”

 “이봐요. 김민철씨, 그 마음은 이해 안 가는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이 아이는 아저씨 아들도, 사람도 아니에요. 그냥 변종일 뿐이에요. 이 아이가 아저씨를 알아는 봅디까? 아니잖아요. 미안하지만, 민철씨 아들은 이미 죽은 겁니다. 이 아이는 민철씨 아들의 탈을 쓴 짐승일 뿐이라고요.”

 “그래도 부탁드릴게요. 제발요. 지금까지 제 목숨을 걸고 지켜왔어요.”

 “그 마음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변종의 소탕을 명받았습니다. 저희뿐만 아니라 이렇게 명령을 받은 병사들이 곳곳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어요. 수행할 때마다 사정을 다 봐줄 수 없는 입장입니다.”

 “제발요.”

 “저도 아이가 둘이나 있어요. 같은 아빠로서, 마음 같아서는 민철씨를 돕고 싶지만 이렇게 가족이라고, 친구라고, 지인이라고 하나 둘 살려 뒀다가는 그나마 남아있는 사람들도 다 죽게 될 겁니다.”

 민철은 계속 흐느낄 뿐이다. 민철의 생각으로도 이제 더 이상 막을 수 없다고 판단된 모양이다.

 “이제 포기하세요. 아마도 죄책감 때문에 그러신 것 같은데, 아닙니다. 민철씨 잘못이 아니에요. 내 탓도 아니고 남 탓도 아닙니다. 그 누구 탓도 아니에요.”

 민철의 눈에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야, 김민철씨 학교 안으로 모시고 가라.”

 “예, 알겠습니다.”

 “민철씨, 우리가 대신 해줄게요. 더 이상 아파하지 마세요. 민철씨는 훌륭한 아빠였고 지금도 훌륭한 아빠입니다. 빨리 모시고 가라.”

 “잠시만요.”

 “민철씨?”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중대장님 말씀이 맞아요. 지금까지 이 아이를 살려온 것은 이 아이 때문이 아니라 저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제 만족 때문이었을 겁니다. 이 아이가 있어서 제가 행복했고, 이 아이가 있어서 위안이 되었습니다.”

 “…….”

 “제 만족으로 결혼을 했고, 제 만족으로 아이를 가졌지만 제 만족으로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우리 아이의 만족을 위해서 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만족이 오히려 다른 사람을 아프게 했었네요. 결국 아이의 만족이 아니라 제 만족 때문이었어요. 중대장님.”

 민철이 오열을 하면서 중대장에게 호소한다.

 “중대장님,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드릴게요.”

 “네, 말씀하세요.”

 “5분만 아니 1분만이라도 우리 아이와 단둘이 함께 있게 해주세요. 마지막으로 말입니다. 부탁드립니다. 마지막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하시든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중대장님.”

 “네, 그렇게 하세요. 타이머로 정확히 5분 맞추겠습니다. 귀한 결정 내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얘들아, 잠시 하던 일 멈추고 사주 경계 실시한다.”

 민철이 캠핑카 안에 들어가 세준을 빤히 쳐다본다. 하지만 세준은 그럼에도 계속 으르렁 거릴 뿐이다. 민철은 울면서 세준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세준아, 세준이가 이 세상에 태어난 날은 하늘에서 눈이 너무나도 많이 내린 날이었어. 엄마가 새벽에 진통이 온다고 아빠를 깨우는 바람에 잠옷 차림에 잠바 하나 걸치고 병원까지 어떻게 갔는지 정신없이 갔던 기억이 난다. 너를 처음 가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아빠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에어컨 설치 일을 하기 시작할 때였어. 그리고 네가 태어날 때는 겨울이라서 에어컨 설치 일도 거의 없기에 많이 힘들어 하던 때였단다. 그렇게 많이 힘들 때 네가 이 세상에 와 준거야. 너의 탯줄을 직접 자르면서 아빠가 얼마나 떨렸는지 아니? 그렇게 에어컨 동관을 잘 잘라내던 아빠가 아주 작은 탯줄 하나 못 끊어서 벌벌 떨었지 뭐니. 세준아, 가장 힘들 때 세준이가 와 주었기에 엄마, 아빠에게는 너무나도 큰 힘이 되어 주었고, 네 덕에 아빠 하는 일이 점점 잘 됐단다. 너는 우리 집의 복덩이고, 너는 우리 집의 최고의 보물이었단다. 세준아, 이제 아빠와 헤어지게 될 거야. 부디 아픔도 없고 고통도 없는 저기 저 천국에서는 행복하고 또 행복하거라. 참 많이 고마웠다. 세준아.”

 [띠띠띠띠띠! 띠띠띠띠띠!]

 중대장의 시계에서 5분이 경과되었다는 알람이 울린다.

 “시간 다 되었습니다. 민철씨.”

 그 순간 민철이 자신의 머리에 권총을 겨눈다. 민철의 눈에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세준아, 우리 저 세상에서는 행복하자.”

 [탕!]

 

 민철의 몸이 힘없이 바닥으로 고꾸라지듯 쓰러져 버렸다.

과하객 18-12-06 04:19
 
결국 이렇게 되는군요. 아빠로서 달리 선택지가 없었겠지요. 다음 회가 기다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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