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공포물
파주(坡州)
작가 : 메뚜기
작품등록일 : 2018.11.1
  첫회보기
 
22화
작성일 : 18-12-07     조회 : 336     추천 : 1     분량 : 3966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형님, 형님, 형님, 빨리 일어나세요. 빨리요.”

 “뭐야! 여기가 어디야? 뭐야! 네가 왜 여기에 있어?”

 “꿈꾸셨어요? 여기에 왜 있냐니요? 깨우라면서요?”

 ‘꿈? 꿈이라고? 이게 꿈이라고? 꿈이 아닌데?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한데?’

 “내가 얼마나 잤냐?”

 “10분 정도 주무셨을 거예요.”

 ‘10분? 10분이라고? 꿈이 이렇게 길었는데…….’

 “형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큰일 났어요.”

 “무슨 큰 일? 왜, 에어컨 가스 센데?”

 이건 민철이 꿈속에서 이미 했던 말이다.

 “그게 아니고요. 철책선이 뚫렸데요.”

 “철책선? 뭔 소리야?”“변종이요. 변종. 북한에서 만들어진 변종 말이에요. 우리 철책선이 변종들한테 뚫렸데요.”

 “무슨 소리야? 철책선이 왜 또 뚫려? 설마 임진각 쪽에서 뚫린 거야?”

 “알고 계셨네요? 지금 난리도 아니에요.”

 “씨발, 이게 뭐야! 이거 또 꿈이야?”

 이미 꿈을 통해서 분명히 겪은 일이다. 그렇다면 꿈이 반복되고 있는 것인가? 민철은 벌떡 일어나서 휴대전화를 살폈다. 그런데 민철의 휴대전화가 아니다.

 “야, 내 휴대폰 어디 있어!”

 “형님 손에 들고 계시잖아요.”

 “이거 내거 아니잖아. 네가 가지고 있냐?”

 “무슨 소리에요. 그거 형님 폰 맞는데.”

 뭔가 이상하다. 이 휴대폰은 생전 처음 보는 기종이다. 어쨌든 민철이 휴대전화를 살폈다. 휴대전화에서는 여러 통의 문자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여보, 지금 전화가 안 돼요. 통화량이 많아서 모든 전화가 불통인거 같아요. 파주도 전화 안 받아요. 어떡하죠? 우리 세준이 어떡하죠? 문자가 전달될지도 모르겠어요.]

 [여보, 지금 어디에요? 미안하지만 세준이좀요. 세준이좀 데려와 주면 안돼요? 전화도 안 되고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저는 일단 안전한 곳에 가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여차하면 옆 집 지후네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민철이 허공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러댄다.

 “씨발, 미쳐버리겠네. 도대체 이게 뭐야? 왜 다시 시작되는 거야?”

 “형님, 왜 그래요? 정신 차려요.”

 “진짜 돌아버리겠네.”

 “형님, 어떡하죠? 일단 저는 집으로 가야 될 거 같아요. 형님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민철이 멍한 상태로 대답한다.

 “파주.”

 “네?”

 “파주 가야지.”

 “파주가 뚫렸다잖아요. 그런데 파주 간다고요?”“세준이가 파주에 있다잖아.”

 “형님, 정신 차리세요. 다들 파주 피해서 피난 중일 텐데 파주라니요.”

 분명 이 모든 것이 꿈속과 일치한다. 민철은 휴대 전화를 다시 확인한다. 그런데…….

 [2017년 8월]

 “야, 영민아, 지금이 2016년도 맞지?”

 “뭔 소리에요? 형님, 정신 좀 차려요. 하긴, 정신없을 만도 하지…….” “장난치지 말고 말해 봐 지금이 2016년도냐 17년도냐?”

 “됐고요. 저도 빨리 움직여야 할 것 같아요.”

 아무리 정신이 없다하지만 지금이 몇 년도인지 조차 헷갈릴 민철이 아니다.

 지금이 2017년도일 리가 없다. 2017년도는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말이 안 된다. 정주가 2015년도에 임신을 했고 2016년 8월이 예정일이다. 세준이가 파주에 있는 이유는 정주의 임신중독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이 2017년도라면 왜 세준이가 파주에 있는 것일까?

 “영민아, 한 가지만 물어보자. 세준이가 왜 파주에 가 있는 거냐?”

 “뭔 소리를 또 하시는 거예요. 이 형님이 실성을 하셨나? 세준이가 수족구병에 걸려서 아기가 옮을까봐 잠시 보냈다고 하셨잖아요. 형님이 직접 말씀하셨다고요.”

 “아기? 정주가 출산을 했다고? 아이! 미쳐버리겠네. 이게 무슨 상황이야!”

 “형님, 어떻게 하실 거예요?”

 “영민아, 한 가지만 더 물어보자. 우리 둘 째 아이 이름이 뭐냐?”

 “나 참! 현준이잖아요. 그러니까 어떻게 하실 거냐고요?”“너는 이 차 타고 일단 집으로 가.”

 “형님은요?”

 “파주 간다니까.”

 다행이다. 꿈이 반복이 되는 것이라면, 아직 세준이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아니 살아 있어줘야 했다. 그리고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지만 그것이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민철은 이것이 하나님이 주신 세준이를 다시 살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그대로 반복이 된다면 분명 세준이를 충분히 살릴 수 있으리라. 이것은 기회였다.

 “반드시 살린다.”

 

 

 ☞ 서울 서대문구

 

 저 멀리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고 달려오고 있었다. 민철이 그 오토바이를 보자 옆에 있던 쇠파이프를 집어 들었다. 그 때 그 오토바이다. 정확히 그 오토바이가 맞다.

 [퍽!]

 [우당탕! 탕탕!]

 민철이 휘두른 쇠파이프에 맞은 오토바이 운전자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다시 한 번 미안합니다.”

 1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오토바이 운전자와 오토바이가 똑같을 수 있을까? 게다가 달려오는 속도나 달려가는 방향이 어쩌면 이리도 같을 수가 있을까?

 2017년도의 민철은 2016년도의 민철이 아니었다. 꿈이었지만, 2017년도의 민철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2016년도의 꿈은 민철에게 있어서 꿈이 아닌 현실 그 자체였다.

 민철은 자신이 이미 움직였던 루트를 밟아갈 생각이다. 혹시나 있을 변수에 대비해야만 했기에 시간까지 맞추어 파주를 향해 움직였다.

 기억이 너무나 또렷하다. 꿈이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생생한 기억들이다. 마치 시간 여행을 다녀온 듯한 느낌도 든다.

 

 

 

 ☞ 경기도 고양시

 

 민철은 논길을 거침없이 달리던 오토바이를 멈췄다.

 ‘이쯤에 양수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꿈속에서는 오토바이가 논길을 달리다 양수기에 걸려 튕겼었다. 그리고 민철은 그 덕에 몇 시간 동안 기절해 있었다. 이미 그 사실을 알았기에 오토바이를 세워두고는 도랑의 하수관 속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를 잡았다기 보다는 숨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하지만 꿈속과 다른 점은 민철의 정신이 멀쩡한 상태라는 것과 손에 무기가 들려 있다는 것이다.

 

 

 ☞ 서해 공해상 전함 임시 대통령 관저

 

 “대통령님, 지금 바로 판단해 주셔야 합니다. 한시가 급합니다.”

 “지금 다리를 폭파한다면 수많은 시민들이 목숨을 잃을 겁니다.”

 서해 공해상의 임시 대통령 관저 또한 2016년도의 상황과 흡사했다. 하지만, 상황은 같지만 대통령은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다.

 2016년도의 대통령이 여자였다면, 2017년도의 대통령은 남자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판단을 내리시지 않으면 결국 더 많은 희생이 생기게 됩니다.”

 “맞습니다. 장관님 말씀이 맞습니다. 더 많은 희생을 막기 위함이라는 것은 압니다.”

 “결정하시더라도 그 누구 하나 대통령님을 비난할 수는 없을 겁니다.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후손들도 이 부분을 인정해 줄 겁니다.”

 “이것 보세요. 국방장관님, 한 사람도 우리 국민이고 열 사람도 우리 국민입니다.”

 “하지만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끝장입니다. 더 이상의 유입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시바삐 한강의 모든 대교를 폭파해야 합니다.”

 “그냥 폭파하자고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다리들은 폭파되었다. 하지만 2016년도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각 다리마다 무조건 미사일을 퍼 부운 것이 아니라 인력을 동원해서 다리 중간에 폭약을 설치하는 방법을 택했다. 많은 인파들로 인해 육로로 다리에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헬기를 이용해야 했고, 폭파 직전에 수차례의 경고방송이 이어졌다.

 다리 마다 10m 정도의 거리만을 폭파시켰다. 이 정도면 변종들이 건너지 못할 거리라고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람들의 희생을 최소화해야 했다. 이것은 2017년도의 새 대통령의 지시사항이었다.

 

 

 ☞ 경기도 고양시

 

 민철은 하수관 속에서 한참을 숨죽여 있었다. 숨죽여 있는 동안에 변종들인 듯한 움직임 소리가 하수관 밖에서 한참 동안 계속되었다. 그 소리 또한 공포 그 자체였다. 해가 져 버리고, 어둠 속에서는 풀벌레 소리만이 정적을 깨고 있었다.

 민철은 무기를 든 손을 다시 확인했다. 분명 한 놈이 주변에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싹한 기운이 민철에게 느껴졌다.

 “크아아아아아악!”

 이 변종과의 첫 대면, 아니 두 번째 대면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도망치지 않았다. 이미 많은 변종들을 경험했던 터라 변종 한 마리 정도는 그리 무서운 대상은 아니었다. 민철은 달려드는 변종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퍽! 퍽! 퍽!]

과하객 18-12-07 20:56
 
1화에서 예고하신 과거 오가기군요. 미리 알고 읽는데도 아리송다리송하네요. 스토리가 어디로 흘러갈 지 계속 보겠습니다.
 
 

맨위로맨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28 마지막화 (1) 12/26 371 1
27 27화 (1) 12/24 367 1
26 26화 12/20 313 1
25 25화 12/17 319 1
24 24화 12/13 322 1
23 23화 12/10 315 1
22 22화 (1) 12/7 337 1
21 21화 (1) 12/5 368 1
20 20화 (1) 12/3 330 1
19 19화 (1) 11/30 355 1
18 18화 11/28 332 1
17 17화 11/26 334 1
16 16화 11/22 340 1
15 15화 11/21 309 1
14 14화 11/20 322 1
13 13화 11/19 312 1
12 12화 (1) 11/16 357 1
11 11화 11/15 322 1
10 10화 11/14 300 1
9 9화 11/13 318 1
8 8화 11/12 325 1
7 7화 11/9 333 1
6 6화 11/8 326 1
5 5화 11/7 314 1
4 4화 (1) 11/6 353 1
3 3화 11/5 327 1
2 2화 11/2 318 1
1 1화 (2) 11/1 56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