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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관찰
작가 : 용두삼
작품등록일 : 201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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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관찰(2) - 직경 28mm 배관
작성일 : 18-12-14     조회 : 467     추천 : 4     분량 : 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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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민우는 깜짝 놀라며 무전기의 볼륨을 줄였다. 그리고 재빨리 모니터를 살폈다. 움직이는 그림자 몇 개가 보였다. 난감했다. 일단 무전기를 끄고 숨을 죽여 카메라를 보았다. 좀비 셋이 가만히 서서 천장을 쳐다보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좀비들은 다시 천천히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손민우는 트레이에 엎드려 전기테이프로 카메라를 아래쪽으로 고정했다. 무전기의 볼륨을 최소로 줄인 채 무전기를 켰다. 모니터를 응시하면서 나직하게 말했다.

 “기민아! 기민아!”

 “아~ 손대리님, 어디 계세요?”

 “나는 임마, 천장에 있지. 넌 지금 어디야?”

 “저도 아직 옥상에 있어요. 장윤정 교도관님과 같이요.”

 “장윤정?”

 “네, 아까 그, 우리 안내 해주신 분요.”

 “거기서 뭐해?”

 “아까 작업하러 올라왔다가 여기 갇혔어요.”

 “야, 기민아. 여기 절대 내려 오지마라. 난리도 아니다.”

 “내려가고 싶어도 못가요. 문이 잠겨서요. 근데 밑에 무슨 일인지 아세요?”

 “뭐? 좀비들?”

 “아~ 좀비 맞구나. 여기도 올라왔었는데 문이 잠겨서 나오진 못하데요.”

 

  손민우는 남기민과 무전을 하는 동안에도 계속 카메라를 확인했다. 좀비들 몇이 와서 천장을 노려보다가 가고, 또 다른 좀비들이 와서 천장을 보고 가길 반복했다. 그러던 중 무전기에서 싸이렌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기민아, 싸이렌 소리가 들리는데 뭐가 보이냐?”

 “네, 지금 교도소 버스가 여러 대 오고 있어요.”

 

  손민우는 이제 살았다 싶었다. 조금만 있으면 좀비들은 해결이 될 것이고 자신은 무사히 내려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일단 트레이 위에 누웠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래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기다리다 지친 손민우는 다시 무전기를 들었다.

 “기민아, 바깥은 어떻게 되고 있냐?”

 “네, 손대리님~ 사람들이 저희, 옥상에 있는 건 봤거든요. 서로 손 흔들고 그랬어요. 그런데 아직 아무런 조치가 없네요. 벌써 해가 지려고 하는데... 방패를 든 교도관들이 교도소 입구를 빙 둘러 막았어요.”

 

  케이블에 쌓인 먼지를 많이 마셔서 그런지 과도하게 긴장한 탓인지 손민우는 목이 말라 기침을 했다. 조금만 더 참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 할 때, 교도소 전체에 방송이 울렸다.

 “교도소장입니다. 지금 밖에는 기동대가 대기 중입니다. 곧 진입을 시도하겠으니 안에 계신 분들은 손을 머리에 올리고 바닥에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립니다...”

 

  손민우는 내심 반가웠다. 빨리 들어와서 저 좀비들을 말끔히 정리하고 자신을 내려 주었으면 하고 바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문을 부수거나 사람들이 들어오는 기척이 없었다. 손민우는 아래를 살폈다. 천천히 걸어 다니는 몇몇의 좀비를 외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화가 나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야, 빨리 치고 들어오지 않고.”

 손민우가 짜증을 내며 남기민을 불렀다.

 “기민아, 쟤들 뭐하냐? 안 들어오고?”

 “손.. 대리.. 뭐라.. 하시는.. 안들.. 요.”

 “야, 기민아. 안 들려?”

 

  손민우는 아차 싶었다. 배터리가 다 되었을지도 모른다. 공구박스에서 AAA 사이즈 배터리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껍질뿐이었다. “미리미리 챙겨뒀어야 하는데...”라고 후회를 하지만 소용이 없다. 내시경 카메라와 미니라이트의 배터리는 AA 사이즈라 쓸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레이저 포인트가 눈에 들어왔다. 거기엔 AAA 사이즈 배터리 1개가 들어간다. 무전기 배터리는 3개가 들어가지만 그중 하나만 교체를 해도 당분간은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서둘러 배터리를 교체했다.

 “기민아! 기민아!”

 

  손민우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자신의 목소리가 컸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래로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역시 몇 놈이 몰려왔다.

 “손대리님, 이제 들려요.”

 “야, 기민아! 잘 들어, 아까 빼려고 했던 케이블 있지?”

 “네!”

 “그거 지금 찾아서 잘라!”

 “네? 지금, 작업을 하시려고요?”

 “아니, 임마. 이 와중에 작업은 무슨... 일단 자르고 연락해!”

 “네, 뭐... 일단 자를게요.”

 

  손민우는 애가 탔다. 휴대폰도 없는 상황에서 무전기마저 끊기면 바깥과 완전히 단절된다. 기동대가 당장 들어오면 상관없지만 만약 늦어진다면 그때까지 아무 정보도 없이 막연하게 기다려야 한다. 상황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반드시 통신을 유지해야 한다.“손대리님, 잘랐어요.”

 “그래, 기민아! 너 공구박스에 무전기 배터리 있는지 찾아봐!”

 “네, 새 걸로 3개 있어요.”

 “전기테이프 있지?”

 “네, 그건... 검정색 6개, 초록색 2개, 빨강색 2개...”

 “어, 어, 그래, 그래, 알았어. 잠시 기다려!”

 

  손민우는 케이블 타이※를 잘라내기 시작했다. 제대로 힘을 주어 당기려면 여유가 좀 있어야 한다. 몇 개를 더 자른 후 배관에 들어 있는 케이블을 당기기 시작했다. 한 팔 정도의 길이로 당기면서 케이블이 땅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트레이 위에 말았다.

 ※케이블 타이(Cable tie) : 케이블을 고정하는 플라스틱 밴드

 

  한참을 당기니 끝이 빠져 나왔다. 얼굴에서 땀이 줄줄 흘렀다. 하지만 손민우는 쉴 틈이 없었다. 와이어를 배관 안으로 밀어 넣었다. 와이어는 힘들지 않아도 쑥쑥 밀려 올라갔다. 어느 정도 밀어 넣고 나서 무전을 했다.

 “기민아! 와이어 나왔어?”

 “네, 나왔어요.”

 “거기다가 AAA 배터리를 일렬로 감아. 전기테이프로.”

 “아, 알겠어요. 우와~ 손대리님 머리 진짜 좋으시네요.”

 “흐흐, 머리는 좋은데 재수는 왜 이리 나쁘냐?”

 

  손민우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배터리가 내려오면 최소한 무전기는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손대리님, 다 감았어요.”

 “튼튼하게 감았냐?”

 “네, 튼튼하게 굵지 않게 잘 감았어요.”

 “오케이, 대기”

 “대기”

 

  손민우는 피싱 와이어를 당기기 시작했다. 28mm 배관이라 배터리는 저항 없이 딸려 나왔다. 남기민에게 오케이 신호를 주었다. 제법 야무지게 감아 놓았다. 배터리를 갈아 넣고 남은 배터리를 공구박스에 넣고 나니 좀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저 사람들은 왜 안 들어오지?”

 

  한편 그 시간, 남부교도소 주차장에 차려진 상황실에서는 긴급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사안의 심각성 때문에 본부장과 교정단장이 직접 내려왔다. 본부장이 자리에 앉아 턱을 끄덕 하자 총무과장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총무과장입니다. 브리핑 시작하겠습니다.”

 “잠시만요.”

 본부장 옆에 앉은 교정단장이 말을 끊고 교도소장에게 물었다.

 “보안 문제인데 왜 총무과장이 브리핑을 하죠?”

 총무과장 옆에 서서 안절부절 못하던 교도소장이 대답했다.

 “저, 보안과장도... 안에 있습니다. 못 나왔습니다.”

 

  총무과장의 브리핑이 다시 이어졌다.

 “금일 16시부터 할렐루야 선교단의 위문공연이 있었습니다.”

 “이에, 전 수용자들은 강당으로 집합하여 공연을 관람하였습니다.”

 “16시 30분경, 공연을 하던 선교단의 단원 1명이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졌습니다.”

 “즉시, 저희 교도소의 의료과 직원들 2명이 출동해서 들것을 이용하여 환자를 옮기던 중.”

 “다른 선교단원 여러 명이 동시에 쓰러졌고, 수용자들이 동요하기 시작했습니다.”

 “16시 40분경. 수용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보안과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추가 투입됐습니다.”

 “이때, 들것에 누워있던 환자가 갑자기 일어나 근처에 있던 수용자를 공격했습니다.”

 “이에, 교도관들이 환자를 떼어 놓으려고 했으나 그 환자는 교도관까지 공격했습니다.”

 “곧이어, 쓰러진 다른 선교단원들도 일어나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수용자들과 교도관들이 그에 대응해서 싸웠습니다.”

 

  교정단장이 브리핑을 멈추게 했다.

 “본부장님을 모시고 오면서 강당에서 찍힌 CCTV 동영상을 봤는데... 강당에서 발생한 사안이 강당 안에서 왜? 마무리가 안됐는지 모르겠네요. 규정대로라면 강당 출입구가 폐쇄됐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교정단장이 고개를 돌려 교도소장을 바라보았다. 잔뜩 주눅이 들어 있는 교도소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규정대로 출입문을 폐쇄하는 게 맞지만, 난동을 진압하기 위해 우리 대원들이 들어가던 중이여서...”

 “대원들이 들어 갈 때는 양쪽 문을 다 열어도 됩니까? 규정위반 아니에요?”

 

  교정단장이 소리를 치자 교도소 직원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교도소장이 기어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규정위반 맞습니다. 그래서 저희 기동대를 투입하려고...”

 “소장님! 이게 남부교도소 기동대로 해결이 되겠어요?”

 교도소장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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