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공포물
좀비관찰
작가 : 용두삼
작품등록일 : 201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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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관찰(20) - 패닉(Panic)
작성일 : 18-12-21     조회 : 449     추천 : 3     분량 : 4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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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신들에 의해 도미니카공화국 사태가 국내에 알려지자 국민들의 불안감도 점차 커졌다. 부동산 시장과 증시는 연일 폭락했고, 국내에 거주하던 외국 대사관 직원들과 기업인들이 출국하기 시작하면서 소문은 더 빠르고 불안하게 퍼졌다.

 

  한국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병력을 오키나와로 옮기고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부터, 남부교도소에 있는 좀비들을 제거하라는 시위가 거세지더니 청와대와 국회의사당을 점령했다. 반대 집회를 하던 감염자들의 가족들과 유혈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사회 전체가 공포에 사로잡혔다. 결정적인 사건은 중학생들에 의한 좀비놀이였다. 중학생들의 장난을 실제라고 오해한 시민들이 급하게 대피했고, 주변 사람들도 덩달아 대피하다가 사상자가 속출하였다.

 

  전국에서 생필품 사재기도 잇따랐다. 편의점과 마트가 습격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중국 언론은 좀비가 한국에서 중국까지 걸어오는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한 뉴스가 화제가 되었다. 북한도 남한정부가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고 비난하고 일본, 러시아도 좀비제거에 대한 촉구성명을 발표했다.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각 부처의 각료들이 모여 앉은 자리에서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아시다시피 지금 국민들은 집단적 공황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TF팀이 잘 해주셔서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만... 백신 개발에 대한 진척이 좀 있습니까?”

 

  윤팀장이 대답했다.

 “사고가 발생한지 6주차입니다. 그동안 내부의 생존자들이 적극적으로 협력을 해주셔서 연구에 상당한 진척은 있습니다만, 백신이 개발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이제, 초기...”

 

  한 각료가 따지듯이 물었다.

 “아직 멀었다니요? 아니 그렇게 무책임한 대답이 어디 있습니까?”

 

  윤팀장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백신 개발이 몇 주 만에 되는 일이 아닙니다. 사건 발생 직후, WHO(세계보건기구)와 미국의 CDC(질병통제예방센터)에도 바이러스와 자료를 보냈지만, 우리나라의 연구가 가장 앞서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른 각료들도 한 마디씩 거들었다.

 “언제 될지도 모르는 백신만 기대하면서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국민들이 동요하고 있어요. 이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폭탄을 안고 있는 것보다 더 위험한 상황입니다.”

 

 “맞습니다. 국가적인 위기상황입니다. 남부교도소 뿐만이 아니라 연구소의 바이러스도 폐기하는 것이 안전 할 것 같습니다.”

 

  여러 각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러자 대통령이 물었다.

 “저는, 여기 계신 분들의 의견에 따르려고 합니다. 다른 의견은 없습니까?”

 

  윤팀장이 대답했다.

 “백신이 개발되어도 감염자들의 소생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크게 문제 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연구가 진행 중인 바이러스를 폐기하는 것은 너무 큰 손실입니다. 백신개발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남부교도소 안에 있는 생존자들도 구조를...”

 

  한 각료가 말을 끊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도미니카와 아이티 사태를 보고도 그런 소리를 하십니까? 시신 한 구 때문에 두 나라가 멸망했습니다. 그걸 보고도 구조라니요? 아름다운 희생으로 남을 수 있도록 훈장을 수여하고 국가유공자로 지정을 해줍시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그 각료의 말에 동의했다. 결국 회의에서는 남부교도소 내부의 감염자들을 없애고, 생존자들의 구조는 포기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연구소의 백신개발은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추가한다는 조건으로 계속 할 수 있게 되었다.

 

  교도소 천장.

 손민우는 전기 충격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케이블을 조심스럽게 내렸다. 바닥에 혈액을 뿌리자 좀비들이 몰려나왔다. 윤상근이 물을 들고 기다렸다가 바닥을 기고 있는 좀비들 위에 뿌렸다. 손민우는 케이블로 조준해서 어느 한 좀비의 목덜미를 찔렀다.

 

  스파크가 튀면서 좀비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비교적 멀리 있던 좀비들은 곧 다시 일어나서 바닥의 혈액을 핥았지만 목덜미를 찔린 좀비와 그 주변의 좀비들은 일어나지 못했다. 손민우는 움직이는 좀비들 중에 하나를 골라 케이블을 목에 갖다 대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감전된 좀비들이 쓰러졌다. 손민우는 케이블을 걷어 올려 고정해두고 아래를 살폈다. 윤상근도 쓰러진 좀비들을 자세히 살폈다. 목에 직접 닿았던 좀비들은 쓰러진 채 일어나지 못했지만 주변에서 감전된 좀비들은 얼마 후 일어나 움직였다.

 

  손민우와 윤상근은 실험을 종료했다. 손민우는 케이블과 도구들을 정리한 후 종이에 오늘 실험결과를 메모해서 배관을 통해 올려 보냈다. 자리에 앉아 한숨 돌리려는 손민우는 윤상근의 쪽지를 발견했다.

 

 『 전기 케이블, 어느 정도까지 연결이 가능할까요? 바깥까지도 가능한가요? 』

 

 손민우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

 

 『 천장에 있는 것 중에서 몇 가닥 골라서 연결하면 얼추 비슷할 것 같은데. 』

 

  TF팀 상황실.

 윤팀장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교도소의 감염자들을 제거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리고... 생존자들 구조도 포기하구요. 그나마... 다행히 백신연구는 계속 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습니다.”

 “사실, 저희 경찰에서도 구조작전에 대한 부담을 많이 가지고 있긴 했지만... 막상 생존자들을 포기한다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생존자에게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국가유공자로 지정하고 훈장을 추서한다는데... 그게 그 분들에게...”

 “훈장요???”

 

  교정단장의 큰 목소리에 주변 사람들이 쳐다보자 민망한 듯, 금방 말을 돌렸다.

 “훈장은 산 사람에게나 필요하지, 그보다는... 차라리... 좀 편안하게 갈 수 있도록 안락사를 준비해주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윤팀장이 물었다.

 “감염자들 제거에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폭탄을 사용하면 건물이 붕괴 될 텐데... 혹시나 모르니, 건물이 다치지 않는 쪽이 나을 것 같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이런 경우에는 가스나 소각을 택하는데, 가스를 쓰기에는 창문이 많고 공간도 큰데다가 감염자에게 효과가 있을지도 없을지 확실치 않으니, 모르니 소각이 나을 것 같습니다.”

 

  TF팀은 교도소를 소각하기로 결정하고 임무를 나눴다. 윤팀장은 손민우와 윤상근에게 상황설명을 하고 위로의 말을 전하기로 했다. 교정단장은 안락사를 위한 주사기를 전달하고 옥상텐트를 철수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후, 경찰특공대는 교도소 내부로 휘발성 물질을 주입하고 소각작전을 진행하기로 했다. 소각은 48시간 후였다. 상황실 밖으로 나오던 교정단장이 윤팀장을 발견했다. 무전기를 만지작거리며 망설이고 있는 것을 본 교정단장은 윤팀장에게 다가갔다.

 

 “팀장님, 고민이 있으신 것 같은데... 제가 도와 드릴 수는 없을까요?”

 “고민이라기보다는...”

 “아무래도... 생존자들에게 위로하는데 부담이 있으실 것 같은데... 그 역할을 제가 대신 하면 어떻겠습니까?”

 “교정단장님께서요???”

 “네, 요즘은 거의 없지만, 예전에 사형집행 할 때, 제가 그런 일을 많이 했었거든요. 팀장님의 부담을 제가 덜어 드리고 싶네요. 팀장님께 부탁드릴 것도 있고...”

 “부탁요?”

 “아, 네... 뭐... 이제 소각 후에는 TF팀이 해체 될 테고, 팀장님이 청와대에 보고서를 올리지 않겠습니까? 거기 제가 좀... 두드러지게... 승진하려니 상장도 필요하고 좀 그렇습니다. 하하하.”

 “아, 그런 일이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부탁을 안 하셨어도 다들 열심히 해주셨기 때문에...”

 “아이고~ 감사합니다. 팀장님. 생존자들 위로는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제가 전문가입니다.”

 “마음의 상처가 크지 않도록 잘 부탁드릴게요.”

 “팀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개발된 백신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아, 아직 실험단계라...”

 “아니, 실험단계라도 테스트를 하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요.”

 “그야 그렇지만...”

 

  다음 날 아침. 교정단장은 무전기를 들었다.

 “자~ 오늘의 미션은, 백신 투여입니다. 연구소에서 개발한 실험용 백신을 감염자에게 투여하고 일정시간 이후에 감염자의 혈액을 채취하는 미션입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는 두 분의 건강을 위해 특별히 영양제를 드릴 예정입니다. 오늘도 파이팅 하시길~”

 

  기분 좋게 아침식사를 하던 손민우는 배관을 통해 세 개의 백신 주사기와 세 개의 채혈용 주사기를 받았다. 주사기를 윤상근에게 전달을 하고 미션 수행을 위해 와이어로 만든 올가미를 준비하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형님, 오늘 기분이 좋은 것 같습니다.”

 “오! 동생 덕분에 기분이 날아갈 것 같네.”

 “흐흐, 오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뭐, 장사 하루 이틀 하나? 모가지 딱! 매달고 찍, 찍, 찍. 커피 한 잔 하고 쭉, 쭉, 쭉.”

 “큭큭. 네, 저도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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