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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관찰
작가 : 용두삼
작품등록일 : 201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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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관찰(21) - 관찰보고서3(섭식 선호도)
작성일 : 18-12-24     조회 : 459     추천 : 3     분량 : 4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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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부교도소.

  교도관들은 철수를 준비했다. 옥상 텐트에서 사무용품과 집기들이 하나둘씩 내려졌다. 교도관 컨테이너에서 수용자들의 자료를 정리하고 있던 장윤정은 동료 교도관으로부터 그 소식을 듣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자신의 눈으로 옥상에서 짐을 빼는 모습을 확인한 장윤정은 남기민에게 전화를 했다. 택배 배달 중이던 남기민은 깜짝 놀라며 차를 돌려 교도소로 향했다. 가는 길에 박기자에게 전화를 해서 교도관들이 옥상에서 철수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교도소 앞에서 박기자와 남기민이 만났다. 남기민은 손민우가 울면서 무전기에 대고 말했던 녹음파일을 들려주면서 이거라도 방송을 하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박기자는 자신 없었지만 시도는 해보자고 했다. 박기자는 지금까지의 취재 자료를 모아 기사를 쓰러 갔다.

 

  남기민은 수용자들의 가족이 있는 시위대를 찾아갔다. 시위대 컨테이너에는 사람이 몇 명 남지 않아 초라하고 썰렁했다. 도와달라고 얘기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교도소를 소각하라는 대규모 시위대의 컨테이너로 갔다.

 “안에 두 사람이 살아 있어요. 아무 죄도 없이요. 그 사람들 구조부터 한 다음에...”

 

 남기민의 말에 시위대의 대답은 거칠고 공격적이었다.

 “아니, 이 사람이 제정신이야? 그러다가 좀비가 밖으로 나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도미니카랑 아이티가 어떻게 됐는지 못 봤어? 그 사람들도 안됐지만, 살 사람은 살아야지?”

 분위기가 살벌하자 남기민은 주춤주춤 물러 설 수밖에 없었다.

 

  교도소 천장.

 손민우는 와이어 올가미를 내리고 바닥에 피를 뿌렸다. 좀비들이 몰려나왔다. 덩치가 작은 좀비를 골라 목에 와이어를 걸었다. 윤상근은 발목을 걸어 철창으로 당겼다. 발목을 잡은 윤상근은 백신이 들어 있는 주사기를 찔러 넣었다.

 

  좀비는 몸을 부르르 떨다가 곧, 축 늘어졌다. 그 사이 손민우는 다른 좀비의 목으로 올가미를 옮겼다. 아까와 같은 방식으로 올가미를 들어 올렸고, 윤상근은 다리를 끌어당겨 주사기를 찔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몸을 부르르 떨더니 움직임이 없어졌다.

 

  세 번째 좀비에게도 주사를 놓은 후에, 윤상근은 케이블 타이로 좀비들의 발을 묶었고 손민우는 위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이렇게 8시간을 기다렸다가 저녁식사 후에 혈액채취를 하면 미션이 완료되는 것이다.

 

  손민우는 점심 도시락과 함께 서류를 받았다. 연구소에서 지금까지 진행된 사항을 알려 주는 것이었다. 손민우가 현장에서 실험을 하고 메모를 해서 보내면, 연구소에서는 그것을 토대로 동물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손민우와 TF팀에 보내주었다.

 

 『 관찰보고서3(섭식선호도)

 

  감염된 동물의 섭식 선호도에 대한 실험결과, 감염체는 동물보다는 사람을 선호했다. 사람에 대해서도 혈액을 가장 우선으로 하고, 이후 장기였으며 마지막으로 신체조직의 순이었다. 이는 혈액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혈액에 포함된 어떤 성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계속 실험 중.)

 

  감염체의 휴면에 대한 실험결과, 감염체는 천천히 걸어 다니며 공격대상(먹이)을 찾다가 일정 수준 이하로 에너지(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음)를 소진하면 수 분 이내로 휴면에 들어간다. 휴면한 이후에는 에너지 소모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이며, 공격대상(먹이)이 나타나면 다시 깨어나 활동한다. 』

 

  서류를 읽은 손민우는 운동을 시작했다. 트레이 잡고 팔굽혀 펴기를 한 다음 케이블 타이에 발을 끼워 윗몸 일으키기를 하고, 안전벨트 고리를 걸어두고 턱걸이를 하는 것이 빠지지 않는 하루 일과였다. 그런 후에, 교도관에게 호스를 내려 달라고 했다.

 

  옷을 다 벗고 몸에 물을 뿌린 후, 비누칠을 해서 거품을 내었다. 오랜만에 샴푸를 써서 머리도 감았다. 시원하게 샤워를 마친 손민우는 수건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털며 교도관에게 끝났다고 알리고 자리에 앉아 자료들을 꺼내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관찰했던 메모들과 연구소에서의 실험결과들이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는 붉은 동그라미를 그려가며 집중했다. 자료를 읽다가 하늘을 쳐다보고 가만히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자신의 정리에 실험실의 연구결과를 추가했다.

 

 『 < 좀비는? >

 1. 혈액과 타액으로 감염 : 물리거나 긁히면 안 된다.

 2. 야간에 시력이 좋다. : 어둠에서 쉰다. 레이저 포인트를 싫어한다.

 3. 청각, 시각, 후각이 발달 : 사람의 움직임과 소리, 피 냄새에 민감하다.

 4. 상처에 따라 전염 시간이 다름 : 절대 죽었다고 생각하지 말자.

 5. 무리를 이룬다 : 무리지어 쉬다가 먹이가 나타나면 같이 움직인다.

 6. 물린 사람의 비명 소리가 멈추면 좀비로 변한다.

 7. 사람보다 가볍고 빠르다.

 8. 약점은 머리, 얼굴, 목이다.

 9. 전기충격 : 즉시

 10. 독극물 : 30초 이내 효과

 11. 마취제 : 30초 이내 효과, 3~5분 지속

 10. 피 > 내장 > 나머지 』

 

  ㈜ OO전기.

  남기민은 예전에 다니던 전기회사에 가서 무전기를 달라고 사정했다. 담당자가 난색을 표하며 안 된다고 하자 무릎을 꿇으며 싹싹 빌었다. 결국 무전기를 빌린 남기민은 다시 택배차를 몰아 급하게 교도소로 향했다.

 

  교도소 수용동.

  그렇게 저녁이 되었다. 윤상근은 첫 번째 좀비의 발목을 잡았다. 손민우는 목에 올가미를 걸어 만일에 대비했다. 혈액채취가 끝날 때까지 좀비는 움직임이 없었다. 그렇게 두 번째 좀비와 세 번째 좀비에게서도 혈액채취를 했다.

 

  바늘을 빼고 따로따로 비닐백에 넣은 후 작은 플라스틱상자에 담았다. 윤상근은 상자를 주머니에 담아 올가미 끝에 걸아 주었고 손민우는 와이어를 끌어 올렸다. 주사기 상자는 배관을 통해 위로 올려 보냈다.

 

  저녁 도시락과 함께 주머니가 하나 더 들어왔다. 주머니 안에는 주사기가 들어 있었다. 무전기에서 교정단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전에 말 한대로 영양제 주사를 하나씩 넣었습니다. 오늘 주무시기 전에 한 대씩 맞으면, 내일은 완전히 새로운 느낌일겁니다.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편히 쉬세요.”

 

  손민우는 주사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공구박스에 넣어두고 도시락을 먹었다. 밥을 먹고 나니 윤상근에게 쪽지가 왔다. 손민우는 밥을 씹으며 쪽지를 열어봤다.

 『 뭔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영양제며, 인사말이며... 왠지 느낌이 안 좋은데요. 』

 

  쪽지를 본 손민우는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무전기를 들고 잠시 고민을 하다가,

 “교도관님, AA배터리 2개만 주시겠습니까?”

 

  교도소 옥상.

  텐트가 철거되어, 텅 빈 옥상에는 교도관 둘이 남아 주변 정리를 하고 있다. 무전기로 흘러나오는 손민우의 목소리를 들은 교도관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 중 한 교도관이 엄지로 끄라는 표시를 했고, 다른 교도관은 무전기를 꺼서 바닥에 놓여 차례를 기다리는 박스에 넣어 버린다.

 

  TF상황실에 백신처방을 한 좀비의 혈액을 전달하러 간 교정단장은 상황실 무전기에 나오는 손민우의 목소리를 들었다. 다른 통화를 하고 있던 윤팀장 몰래 슬그머니 무전기를 집어 들고 끄면서 뒤에서 대기하던 교도관에게 주었다.

 “이건 왜 아직 안 챙겼어? 국가재산을 소중하게 다뤄야지. 가져가서 즉시 반납해.”

 

  무전기를 들고 있는 손민우도 뭔가 불길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배터리를 달라는 얘기를 몇 번을 더 했지만 교도관들은 응답이 없었다. 손민우가 윤상근의 방을 내려다보자, 윤상근도 철창 앞에서 손민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간, 남기민은 교통체증 탓에 아직도 운전 중이었다. 그때 장윤정에게 전화가 왔다.

 “기민아, 옥상은 철수가 완전히 끝났어. 내일 아침부터 교도소 안으로 기름을 흘려보내고 불을 붙여서 태운데.”

 “뭐? 그게 말이 돼? 안에 살아 있는 사람이 있잖아?”

 “그래서... 고통을 줄여 주기 위해서 안락사 할 때 쓰는 주사기를 넣어줬데... 영양제라고 하면서... 흑흑. 어떡해?”

 “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교도소 수용동. 윤상근과 손민우가 서로를 바라보며 무전기를 들었다.

 “형, 이거 좀 이상한 거 맞죠? 뭔가 분명 있는 것 같은데요?”

 “그래, 지금껏 한 번도 교도관들 응답이 없었던 적이 없는데... 이거 또, 뭐. 테스트 그런 거 아냐? 교도관님들 듣고 있죠? 별로 재미없습니다.”

 “...”

 “진짜 이상해요. 이거 아무래도 나가야 할 것 같은데요.:

 “나가고야 싶지만...”

 “철컥!”

 

  손민우는 말문이 막혔다. 윤상근이 카드키로 자기 방문의 잠금장치를 해제했기 때문이다.

 “일단, 닫아! 닫고 얘기하자. 불안하니까.”

 윤상근이 철장을 밀어 닫자 다시 “철컥” 하는 소리가 나며 잠겼다.

 “어떻게 나갈 계획인데? 저번에 무슨 생각이 있다면서?”

 “시간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준비를 좀 해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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