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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관찰
작가 : 용두삼
작품등록일 : 201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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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관찰(23) - 쓰러진 윤상근
작성일 : 18-12-25     조회 : 465     추천 : 3     분량 : 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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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용동 출입문 앞에 선 손민우는 남기민을 불렀다.

 “기민아, 임마. 거기 있냐?”

 “네, 손대리님. 차에 있어요.”

 “혹시, 장교도관 하고 같이?”

 “아니요. 교도관들 오늘 전부 야근이래요. 컨테이너에 있어요.”

 “장교도관한테 뭐 좀 물어 볼게 있는데...”

 “뭔데요? 제가 전달해볼게요.”

 “저번에 작업하러 들어갈 때 기억나지? 철장으로 된 통로 지나던 거 말이야?”

 “네, 기억나죠. 문 여러 개 지나서요.”

 “그래, 그 문. 말인데, 카드키가 다 다른 건지? 아니면 어떤 건 되고 어떤 건 안 되는지?”

 “네, 제가 물어 볼게요.”

 “아, 그거랑 하나 더 있는데, CCTV 봤을 거잖아. 좀비들이 어디에 많고 어디에 적은지. 뭐 이런 것들 말이야.”

 “네, 알겠어요. 일단 통화해보고 연락드릴게요. 그런데 나오시려고요?”

 “그래, 될지 안 될지는 몰라도 시도는 해보려고.”

 “아! 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물어 볼게요.”

 

  손민우는 수용동 바닥에 굴러 있던 헬멧을 주워 윤상근에게 내밀었다.

 “상근아! 이거 써라.”

 “전 괜찮아요. 형이 쓰세요.”

 

 손민우는 가방에 달린 안전모를 풀어 두드리며 말했다.

 “나는 임마, 내꺼 있잖아. 안전제일! 이게 더 편해.”

 윤상근은 헬멧을 받아 마지못해 머리에 쓰며 말했다.

 “답답할 것 같은데...”

 

  남기민에게 연락이 왔다.

 “손대리님! 듣고 계세요?”

 “그래, 기민아. 말해.”

 “출입문에 보면 불빛이 4개가 있데요. 빨강, 파랑, 노랑, 흰색요. 빨간색이 켜져 있으면 잠김. 그리고, 불이 켜진 색깔에 맞는 카드를 데면 열린데요. 흰색에만 불이 들어 와있으면 흰 카드, 두 가지 색깔에 불이 켜졌으면 두 가지 색깔 중 아무 색... 그런 식이래요.”

 

  윤상근이 카드를 꺼내서 분류를 했다. 노랑과 흰색은 있는데 파랑색이 없었다. 손민우가 물었다.

 “기민아, 좀비들은?”

 “나가는 통로가 세 곳이래요. 운동장, 옥상, 민원실. 좀비들은 강당에 거의 다 있데요. 근데... 어디로 나가든 강당 앞을 지나야 한다고...”

 “알았어. 기민아. 좀 더 기다려줘.”

 “네~ 손대리님. 조심하세요.”

 

  손민우와 윤상근이 어디로 나갈지 얘기했다. 손민우는 세 통로를 다 염두에 두고 있는 반면, 윤상근은 민원실만을 얘기했다.

 “형, 민원실로 나가면 밖이지만, 운동장이랑 옥상은 또 갇히는 곳이에요.”

 “그래도 건물 밖으로 일단 나가면 구조 받을 수 있잖아?”

 “만약에, 또 안 오면요?”

 

  윤상근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손민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윤상근이 말을 이었다.

 “이 문을 일단 열면, 강당까지 바로 가서 거기 문부터 닫아야 되요. 이 안에 200놈 정도 되는데, 나머지 900놈은 대부분이 강당에 있을 거예요. 걔들 나오면 답 없어요.”

 “상근아.”

 “네?”

 “나한테 무슨 일 생기면... 그냥 가라. 돌아보지 말고.”

 윤상근은 한참동안 대답을 하지 못하다가 말했다.

 “형도요.”

 

  손민우와 윤상근이 일어섰다. 철창 너머는 조용했고 출입문은 다 열려 있었다. 윤상근은 멀리 보이는 두 번째를 지나서 세 번째 철장을 꼭 닫아야 한다고 했다. 카드키를 대고 문을 열었다. “철컥” 소리가 났지만 밖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크르르. 첫 번째 문을 열자마자 윤상근이 먼저 달려 나갔다. 손민우는 수용동 문을 닫아 잠그고, 케이블을 끌며 따라 뛰었다. 통로로 들어가는 순간, 왼쪽에서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났다. 강산훈은 무시하고 달렸다.

 

  두 번째 철장에 거의 다 왔을 때 왼쪽 철창에서 뻗은 손이 손민우의 어깨에 있는 혈액주머니 가방을 잡았다. 손민우가 뺏기지 않으려고 버티는데 윤상근이 소리쳤다.

 “뛰어! 뛰어!”

 

  손민우는 가방과 케이블을 놓고 달렸다. 온 사방에서 좀비들이 으르렁 거리며 하나 둘 튀어나왔다. 윤상근이 강당 앞에 있는 철창에 거의 다다랐을 때 강당에서도 좀비가 나오기 시작했다. 윤상근이 조금 더 빨랐지만 문이 완전히 닫히기 전에 좀비의 팔이 들어와 걸렸다.

 

  뒤이어 달려 온 손민우에게 윤상근이 외쳤다.

 “옆 문! 옆 문!”

 

  손민우는 좌우의 문을 모두 닫았다. 윤상근은 아직도 강당 쪽 문을 닫지 못했다. 출입문에 발을 대고 열리지 않게 버티면서 망치로 좀비의 손들을 찍어 내고 있었다. 그런 윤상근의 주변에는 수십 개의 손이 윤상근의 헬멧과 케이블 갑옷을 긁어댔다.

 

  좌우의 문을 닫은 손민우는 몽키 스패너를 들고 철창 건너에서 윤상근을 공격하는 좀비의 머리를 찍었다. 대여섯 마리를 찍어 냈음에도 좀비들의 수는 줄어 들지 않았다. 손민우는 문에 끼어 있는 좀비의 팔을 발로 차서 부러뜨렸다.

 

  팔이 꺾여 축 쳐졌지만, 너덜거리는 팔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이어 다른 좀비의 팔 하나가 문틈으로 또 들어왔다. 손민우는 왔던 길로 다시 달렸다. 양쪽 철창에서 좀비들이 따라 왔다. 케이블과 혈액주머니를 손에 쥔 손민우는 다시 윤상근에게 되돌아갔다.

 

  윤상근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로 뻗어 오는 좀비들의 팔을 망치로 때리고 있었다. 손민우는 케이블 끝을 들어 문틈으로 들어 온 좀비의 팔에 갖다 대었다. “지직” 소리와 함께 좀비가 넘어지면서 팔 하나가 빠졌다. 손민우는 철창에 붙어 있는 좀비들의 목을 차례차례 찔렀다.

 

  좀비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면서 문틈에 끼인 팔들이 빠졌다. 하지만 강당 안에서는 끝도 없이 좀비들이 밀려 나왔고, 쓰러진 좀비들을 밟고 철창으로 다가왔다. 손민우가 철창에 케이블을 대자 좀비들이 순간적으로 움찔하며 물러났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윤상근은 발로 문을 밀었다.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잠겼다. 수용동과 연결되는 통로를 제외한 나머지 세 방향의 문이 모두 닫혔다. 좀비들은 사방에서 팔을 뻗고 으르렁 거리고 있었다. 윤상근은 일어나서 손민우에게 바짝 붙었다.

 

  다음 문에는 노랑색 불만 켜져 있었다. 윤상근이 노랑색 카드키를 꺼냈다. 하지만 세 번째 문 뒤에는 기동대 복장으로 헬멧을 쓴 좀비 둘이 있었다. 손민우가 전기 케이블로 교도관 좀비의 목을 노렸지만 틈이 보이지 않았다.

 

  손민우는 전기 케이블로 좀비의 손을 찔렀다. 좀비는 움찔하며 물러섰지만 죽지는 않았다. 윤상근은 블로우건을 만지작거렸지만 목과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이상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윤상근은 망치로 좀비의 팔꿈치를 때리기 시작했다.

 

  양쪽 팔꿈치가 다 부러졌다. 좀비는 부러진 팔을 덜렁거리면서도 철창에 붙어 으르렁 거렸다. 윤상근은 다른 좀비의 팔도 부러뜨렸다. 그리고는 한 좀비의 양쪽 손목을 잡아당기며 외쳤다.

 “커버 벗겨서 얼굴을 찌르세요.”

 

  손민우는 전기 케이블을 손에 들고 철창으로 다가갔다. 한 손으로 헬멧의 커버를 벗기자 좀비의 눈과 이빨이 드러났다. 손민우는 케이블 끝으로 얼굴을 찔렀다. “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좀비가 뒤로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윤상근도 쓰러졌다. 같이 감전된 것이다.

 

  손민우는 윤상근을 수용동쪽 통로로 끌고 갔다. 헬멧을 벗겨 뺨을 때려 깨웠다.

 “상근아! 상근아! 정신 차려! 임마!”

 

  윤상근이 깨어나지 못하자 손민우는 심장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을 열어 자신의 입으로 공기를 불어 넣었다. 이러길 서너 차례. 윤상근이 깨어났다. 일어나 앉은 윤상근은 주변의 좀비들을 보면서 정신이 드는 듯 했다.

 

  윤상근이 머리를 흔들며 일어나서 헬멧을 썼다. 다시 세 번째 문으로 간 윤상근은 손민우에게 케이블을 받았다. 팔이 부러진 교도관 좀비의 헬멧 커버를 올리더니 케이블로 찔렀다. 교도관 좀비는 뒤로 나가떨어져서 움직이지 않았다.

 

 “아~ 아까도 그냥, 이렇게 했으면 됐는데...”

 

  다시 손민우에게 케이블을 건네 준 윤상근은 노랑색 카드키를 꺼내 세 번째 문을 열려고 하는데 손민우가 윤상근의 어깨를 잡았다. 손민우는 네 번째 문과 다섯 번째 문 사이에 있는 오른쪽 문을 가리켰다.

 

 “상근아, 이 문 열면 오른쪽 안에 있는 얘들이랑 바로 통하는 것 같은데?”

 

  손민우의 말이 맞았다. 네 번 째 문과 다섯 번째 문 사이에 있는 오른쪽 문이 열려 있었고 그 문은 오른쪽에서 팔을 내밀고 있는 철창과 바로 통했다. 그 철창 안에는 헬멧을 쓴 교도관 좀비 대여섯을 포함해 스무 마리 정도의 좀비가 있었다.

 “일단 들어가자마자 저 문부터 닫읍시다.”

 

  윤상근이 짐을 손민우에게 건넸다. 그리고 세 번째 문을 열고 뛰어 들어갔다. 손민우는 윤상근의 짐을 챙겨 세 번째 문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아 잠갔다. 윤상근은 오른쪽 문을 닫으려 했지만 반대편에 있던 좀비에게 어깨를 잡혔다. 그 모습을 본 손민우가 케이블을 들고 뛰어 가며 외쳤다.

 “조금만 버텨!”

 

  하지만 전기 케이블이 어딘가에 걸렸는지 네 번째 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손민우는 케이블을 버려두고 뛰어가서 몽키 스패너로 좀비의 머리를 때렸다. 앞에 있는 윤상근 때문에 힘껏 내려칠 수 없었다. 두 번, 세 번에 계속해서 때렸지만 꿈쩍하지 않았다.

 

  윤상근은 좀비의 어깨를 같이 잡아 버티며 물리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손민우가 몽키 스패너로 좀비의 머리를 계속 내리치던 어느 순간. 좀비가 풀썩 쓰러졌다. 윤상근이 뒤로 넘어지면서 손민우를 밀쳤다.

 

  손민우는 뒤쪽에서 뻗어 나온 좀비의 손에 가방이 잡혀 당겨졌다. 본능적으로 다섯 번째 문을 잡았지만 문이 스르륵 닫히면서 좀비와 더 가까워졌다. 손민우는 어깨에서 가방을 빼버렸지만, 다른 손에 의해 안전벨트가 잡혔다. 또 다른 손은 어깨에 있던 혈액주머니를 잡아 찢어냈다.

 

  윤상근이 오른쪽 통로로 향하는 문을 닫고 돌아서자 좀비의 손들이 손민우의 여기저기를 잡아당기고 있었고, 손민우는 창살을 잡고 버티고 있었다. 윤상근은 앞주머니에서 독극물 주사기 두 개를 꺼내 좀비의 얼굴을 차례로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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