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테마파크] /가족, 영원한 동반자/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흉흉한 시절, 어머니의 제삿상에 떡을 올리다.
글쓴이 : 한작협  16-04-12 15:49   조회 :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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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4년 6월 5일, 도세순(都世純)은 형님과 누이, 그리고 동생을 만나보고, 또 8일 어머니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형과 동생이 있는
고향 마을 운곡(雲谷)으로 출발하였다. 도세순은 매실[毛也]에서 밀 약간과 보리, 젓갈, 그리고 콩가루 약간을 마련하여 직접 짊어지고 홀로 길을 나섰다. 이 가운데 콩가루는 도세순이 길을 가며 쓸 양식이었다.도세순은 출발한 날 저녁에는 용담(用淡)에서 묵고,
6월 6일에는 한배미[大夜]에 묵었다. 그리고 6월 7일 도세순은 몸이 몹시 피곤함을 느끼며 겨우 운곡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운곡에 와 형님과 누이, 동생을 보니 겨우 명줄이나 보존하고 있었고, 몸 전체는 굶주림에 들뜬 모습이 확연하였다.
도세순은 형님과 이마를 맞대고 통곡을 하며, 그 동안 만나지 못한 사연들을 이야기하였다.
그러나 도세순은 저간의 사정을 이루 다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날 도세순과 형님, 누이와 동생들은 굶주려 죽을 지경인데도 감당하지 못할 제수를 마련하고, 떡과 술, 나물을 갖추었다.
다음날(6월 8일) 새벽, 세순의 형제들은 어머니의 허위(虛位)를 진설하고 어미니에게 제사를 올렸다.
이날 숙모(숙부 배응보의 처)가 우박촌(于朴村)에서 와 제사떡을 음복하고는 깊이 탄식하여 세순의 형제들에게 말하였다.
“사람의 자식 된 정이야 정말 귀한 것이네.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이 험한 시절에 떡을 만들어 제사를 올리다니, 자네들이야말로 정말 기특하고 기특하이.” 아니나 다를까 이때 기근이 극에 달하여 굶어 죽은 사람들이 들판에 널려 있었다.
시체들은 살쾡이와 이리의 밥이 되고, 까마귀와 솔개가 쪼아대었다. 이를 직접 목도한 도세순은 어머니의 제사와 참혹한 시절이 함께
겹쳐져 그저 한탄할 수밖에는 없었다.그러던 차에 세순의 형은 보리에 관한 일 때문에 팔계(八溪)로 갔다.
도세순은 형님의 빈자리도 채우고 또 누이와 동생을 돌보기 위해 함께 옛 집터에 남았다. 그런데 하루 이틀이 지나자 식량이 떨어졌다. 도세순은 누이와 동생을 데리고 나무열매를 따고 푸성귀를 뜯어 먹으며 겨우 죽지 않고 연명을 하였다.
그런데 어린 동생 도복일(復一)은 기력이 쇠잔해지고 있었다. 도세순은 걱정에 또 걱정이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배경이야기
◆ 임진왜란과 조상의 제사
 도세순의 어머니는 1593년 6월 8일 전염병으로 광대원에서 죽었다. 그 후 1년이 지난 1594년 6월 8일 제사를 지내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이날은 소상(小祥)을 지내야 한다. 소상은 전체 상례(喪禮) 가운데 하나에 포함되는데, 이때 모두 상복을 차려 입으며, 특히 상주의 경우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바깥에서 지팡이를 짚고 곡을 해야 한다. 또한 친척들도 소상에 맞는 복식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도세순과 그 형제들이 어머니에게 제사를 지낸 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제사를 지낸 것이다. 특히 신위조차 다른 곳에 있어 이를 가져올 수 없었다. 이는 당시 상황이 좋지 않아 소상 등의 상례 의식은 제외하고 간략히 지방을 써서 제사를 올린 것이다.도세순이 형제들과 헤어진 것은 1594년 2월이었다. 그리고 3월에 한 번 형제들을 방문하였는데, 그때는 며칠만 머물다가 돌아왔다. 그리고 대략 석 달이 지나 어머니 제사를 위해서 1594년 6월에 다시 고향에 있는 형제들을 방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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