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테마파크] /가족, 영원한 동반자/ 근심스러운 꿈을 꾸고, 외가의 제사를 직접 지내다.
글쓴이 : 한작협  16-04-11 11:38   조회 :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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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년 3월 25일, 김택룡은 아침에 잠깐 동안 외할아버지의 기제(忌祭)를 지냈다.
이 제사는 매년 택룡의 외가에서 지냈기 때문에 원래 택룡 자신이 지낼 생각은 없었는데,
지난 잠에 예안 집에 무슨 일이 있어 제사를 지내지 못한 듯한 꿈을 꾸었기 때문에 지낸 것이다.
택룡은 꿈을 깬 후 근심스럽고 슬픈 생각이 들어 소실에게 말했다.“간밤에 내가 이런 꿈을 꾸었으니,
아무래도 인근에 전염병이 돌아 예안 외가에서 제사를 지내지 않아서 그런 것 같네. 낮에 있었던 일이 반드시 밤에 감응되어
꿈으로 나타난다고 하니, 이는 정령께서 일러주셔서 내가 그런 꿈을 꾼 듯하오.”택룡은 즉시 제사상을 깨끗이 차리도록
명하여 급한 대로 제사를 지내며 또 말했다.“제사를 건너뛰는 것보다야 낫지 않은가?”

배경이야기
◆ 조선시대 집안의 제사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또 지키고 있는 유교적인 제사 문화는 『주자가례』에서 지향하는 제사 설행 방식이다. 이 제사의 설행 방식은 조선시대에 유교적 소양을 지닌 사족들을 중심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보급되기는 했지만, 실제적인 보급 과정에서 완전하게 적용되지는 못하였다. 이전부터 행해지고 있던 풍속이 있었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굴절되는 과정을 겪게 되었는데, 그 결과 유교식 제례를 바탕으로 기존의 전통 방식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독특한 제사형태가 생성되었다. 그래서 조선 전기는 기일제 중시 및 3대봉사와 더불어 윤회봉사, 외손봉사가 함께 나타난다. 기일제(忌日祭)란 조상이 돌아가신 날 올리는 제사이다. 3대봉사란 제사를 지내는 조상의 범위를 가리킨다. 『주자가례』에서 4대봉사를 규정하였으므로 조선중기 즉 16세기 중반 이후부터는 이 4대봉사가 대체적으로 지켜졌으나, 그 이전에는 대체로 3대까지를 가묘에서 봉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윤회봉사란 오늘날처럼 큰 아들이 제사를 전담하지 않고, 모든 자녀들이 아들 딸 구별없이 돌아가면서 한 차례씩 제사를 맡아지내는 방식이다. 김택룡의 일기에는 이러한 기록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외손봉사는 유교적 관념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우리나라의 전통에 따라 형성되었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제사를 돌아가며 맡아서 지냈기 때문에 딸도 부모의 제사에 참여하고 직접 담당하였으며, 딸과 사위가 세상을 떠났을 경우에는 그들의 자식, 즉 외손이 외조부모의 제사를 담당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리고 아들이 없을 경우에도, 양자를 세우는 것보다는 딸과 외손이 재산을 상속받아 제사를 담당하는 외손봉사가 널리 행해졌다. ( 『조선시대 생활사 2』 ‘기제사와 묘제’ 중 참고 )
 위의 장면에서 김택룡은 간밤에 꿈을 꾸었는데 전염병 때문에 외가에서 자신의 외조부 제사를 지내지 못한 꿈이었다. 그래서 그는 급히 소실에게 제사음식을 마련하도록 시켜 자신이 외조부 제사를 거행하였다. 김택룡이 살던 시대는 15세기 중반에서 16세기 초반이었고, 당시 제사문화는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외손봉사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었기에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전통은 조선후기로 내려올수록 『주자가례』를 중시하는 양반사대부들의 관념에 따라 점차 사라지게 되었지만... 명절이 되면 또 제삿날이 되면 고생스럽게 제사상을 차리면서 괜히 갈등을 빚는 며느리들을 위해 이러한 전통을 되살려 보는 것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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