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테마파크] 신흥강습소의 종업식
글쓴이 : 스토리야  16-10-26 14:06   조회 : 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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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년 12월 28일, 김대락에게 오늘은 이국땅 만주에서 맞는 첫 입춘이었다. 입춘이라지만 날씨는 바람이 심하고 차가웠다. 하지만 오늘은 학교(신흥강습소)에 경사스러운 일이 있어 마냥 집에만 있을 수 없었다. 얼마 전 학교에서는 한 해를 마치는 연말시험을 치렀다. 그리고 한 해를 마감하며 시험에 따른 시상식이 있었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종업식, 즉 방학의 시작인 셈이다. 김대락은 매서운 바람을 헤치고 추가가에 있는 학교로 갔다.

학교에는 이미 많은 손님들이 와 있었다. 다 낯익은 얼굴들. 사람들은 학교를 찾은 늙은 조선의 선비를 강당으로 안내하고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김대락은 차분히 앉아 있었다.

시상은 본과(本科)와 소학(小學) 과정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학교에서는 각 과정별로 반장 1명과 우등생 4명을 뽑았다. 김대락은 그 가운데 자신의 손자인 정로를 보았다. 정로(正魯)는 기쁘게도 반장과 우등생에 동시에 선정되었다. 손자의 이름이 불리자 김대락의 가슴속에 잠심 뭉클함이 다가왔다. 상장이 김대락의 손자 정로에게 주어졌고, 이어 부상이 전해졌다. 김대락은 “조국독립을 위한 배움의 길로 이미 들어섰다면 낙제를 하거나 남들에게 뒤처지는 것보다는 낫다”고 마음으로 읊조렸다.

잠시 후 손자가 다가와 할아버지에게 부상으로 받은 상품을 보여주었다. 손자는 반장상과 우등생상을 동시에 받아 부상 역시 다른
사람의 곱절이었다. 김대락은 부상으로 받은 것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공책이 한 권에다 연필이 열 자루, 붓 한 자루가 있었다.
이와 함께 다시 서양식 종이 여덟 장과 다시 연필 여섯 자루, 펜 한 자루, 먹 하나, 고무지우개 하나, 붓 한 자루, 그리고 「출애급기」
한 권이 있었다.

김대락은 손자에게 “당장 얻은 부상으로 기뻐하고 근심할 것이 못 된단다”라고 우선 경계를 시켰다. 그러나 할아버지로서 마음이 놓이고 다행스러워 하는 것은 스스로도 막을 수 없었다.



배경이야기

◆ 여전히 강한 힘을 발휘한 군주제

이 이야기에서 신흥강습소, 소위 학교의 운영 상황을 볼 수 있다. 이 당시 학교는 본과와 소과로 나누져 수업을 하고 있었다. 본과는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한 것이고, 소과는 오늘날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교과 내용을 자세히 기록하지 않아 분명하게는 알 수 없지만, 본과에서는 이미 독립운동을 위한 기초 군사지식 등을 가르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신흥강습소의 종업식이 실상은 매우 늦게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입춘과 설은 오늘날에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나타난다. 1911년 12월 18일을 양력으로 환산하면 1912년 2월 5일에 해당한다. 이것으로 보면 학교의 운영은 음력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이후 얼마간의 방학 기간을 가지게 되었다. 1911년 12월 20일 조목에 ‘방학’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정식으로 방학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일기는 다음 해 2월까지는 학교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그 이후 신흥강습소는 통화현 합니하로 학교와 부지를 옮기게 된다.



출전 : 백하일기(白下日記)
저자 : 김대락(金大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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