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테마파크] 온화한 겨울날의 신행(新行), 신부가 가마타고 오고, 손님들은 즐거움에 취하다
글쓴이 : 스토리야  16-09-28 13:49   조회 : 2,369  
   ../bbs/link.php?bo_table=mento3&wr_id=83.. [461]
1621년 1월 28일, 김령은 눈보라로 돌아올 수가 없어 하룻밤을 머문 지인의 집에서 아침부터 술잔을 또 기울였다. 그리고는 지인의 집을 나섰는데, 돌아오는 길에 또 다른 지인 이실의 집에 들렀다. 다음날이 신행(新行) 날이었으므로, 여러 도구들을 준비하느라 꽤 요란스러웠다.
1월 29일, 마을의 여러 사람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느즈막이 신행이 이르렀다. 정시형(鄭時亨) 외 여러 사람이 신부를 이끌고 왔다. 김령은 주인과 함께 손님을 맞았다. 그 다음날, 손님들이 간 뒤에는 마을의 여러 친족들이 이실의 집에 가서 안팎의 청에 자리를 마련하여 모였다. 날씨가 온화하고 따뜻하여 매우 조용하였다. 사람들은 밤이 깊도록 번갈아 술을 돌리며 자리를 뜨지 않았다. 주인의 정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배경이야기

◆ 조선시대 신부의 신행 모습

 신부가 혼례식을 마치고 신방(新房)을 치른 뒤 신랑집으로 가는 의식으로, 우귀(于歸)라고도 한다.
초행(醮行)과 재행(再行)은 신랑이 신부집에 오는 것인 데 반하여 신행은 신부가 신랑집으로 가는 것이다.
혼례식을 올리면 신랑이 신방을 치른 뒤 신부를 친정에 두고 혼자 집에 간다.
그 뒤 몇 차례의 재행 걸음을 한 뒤 신부가 신행을 간다. 혼례식을 올린 뒤 달을 묵혀 신행을 하면 ‘달묵이’라 하고, 해를 묵혀 신행을 하면 ‘해묵이’라 한다. 해묵이를 하게 되면 자녀를 출산하여 자녀와 같이 시가(媤家)에 가는 경우도 있게 된다.
신행을 하는 날은 따로 길일(吉日)을 택하여 한다.
택일(擇日)은 신랑집에서 정하여 신부집에 보내기도 하고, 신부집에서 정하고 신랑집에 양해를 얻기도 한다. 신부의 신행에는 신부·상객(上客)·가마꾼·하님·수모(手母)·짐꾼 등 많은 사람이 따른다. 신부는 가마를 타며 가마 위에 호피(虎皮)를 얹어 액이 따라오지 못하게 한다. 가마에는 숯과 목화씨를 깔고 그 위에 방석을 깔고 앉는다.
가마 한구석에는 요강을 놓고 앞쪽에는 종이를 꼬아 묶은 종이조각을 몇 개 가지고 가다가 강을 건널 때나 서낭당을 지날 때 한 조각씩 던지면서 잡귀가 따라오지 못하게 한다. 상객은 말을 타고 짐꾼들은 짐을 지거나 마차에 짐을 싣고 따라가는 경우도 있다.
신부의 신행이 신랑집에 다다르면 문 앞 양편에 짚불을 피워놓고 이것을 넘게 하거나 집 앞에 다다랐을 때 콩·목화씨·팥 등을 가마 위에 던져 잡귀가 근접하지 못하게 한다.
신부의 가마가 집안에 도착하면 마루 앞에 세우고 신랑이 가마문을 연다. 그러면 신부는 깔았던 방석을 들고 나와 지붕에 얹게 한다. 방석이 지붕에 올려지면 신부가 시가에 도착하였다는 표시가 되는 것이다. 시가에 들어온 신부가 새로이 단장해 놓은 방에 들어가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곧 요기상이 들어오고 그 뒤 신부와 상객은 신랑집에서 준비한 큰상을 받는다.
이때 큰상은 별로 손대지 않고 물리면 이를 빠짐없이 광주리에 담아 신부집으로 보내고, 신부집에서는 이 음식을 친척 및 마을사람들과 나누어 맛본다. 신부는 큰상을 물린 다음 시가댁 어른들에게 첫 인사를 올린다. 이것을 흔히 폐백(幣帛)이라고 한다.
조부모님이 계셔도 폐백은 시부모에게 먼저 올린다. 시부모·시조부모·백숙부모·고모·이모의 순으로 인사를 하고 같은 세대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는 맞절을 한다.
이것을 현구고례(見舅姑禮)라고도 한다. 이때 친정에서 준비해온 밤·대추·육포·닭·술 등을 올린다. 가문에 따라서 사당참례를 먼저 하고 그 다음에 폐백을 하기도 하고, 이와 반대의 순서로 하기도 한다. 그 다음날 아침 신부는 일찍 일어나 몸단장을 하고 시부모에게 문안을 올린다. 저녁에도 시부모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인사를 올린다. 문안인사의 방법과 기간은 지역과 가문에 따라서 다르다. 신부는 시집온 지 사흘만에 부엌 출입을 하며 밥을 지어 올리는데, 이때부터 본격적인 시집살이가 시작된다.
그 뒤에 최초로 신랑과 신부가 친정에 다녀오는 것을 근친(覲親)이라고 한다. 지방에 따라 차이가 있어 일주일 이내 하는 곳도 있으나, 원래의 근친은 신부가 시가에 와서 첫농사를 끝내고 난 뒤 그 결실물로 떡과 술을 만들어 친정에 다녀오는 것이었다.


출전 : 계암일록(溪巖日錄)
저자 : 김령(金坽)

 
 

 원천스토리 ( 98 )  
  원천스토리 카테고리 설명
밭을 갈던 여인, 알고 보니 딸이로다! - 타향에서 포로로 잡…
[스토리테마파크]     스토리야  /  작성일 : 02-23  /  조회 : 4124
저희 남편은 사도세자의 죽음과 무관하옵니다 - 상소에 거론…
[스토리테마파크]     스토리야  /  작성일 : 06-29  /  조회 : 4464
20년만에 만난 관기 몽접, 그녀의 노래실력은 여전하다
[스토리테마파크]     스토리야  /  작성일 : 05-31  /  조회 : 4744
친정에 간 여인들, 얼마나 오랫동안 머물렀을까?
[스토리테마파크]     스토리야  /  작성일 : 05-29  /  조회 : 4693
흉흉한 세상에도 열녀들은 나오게 마련이다
[스토리테마파크]     스토리야  /  작성일 : 12-27  /  조회 : 4733
피난길, 비내리는 5월의 아침에 태어난 왕세자의 아이
[스토리테마파크]     스토리야  /  작성일 : 12-27  /  조회 : 4951
아름다운 여인 앞에서 사나이 결심이 무너지다
[스토리테마파크]     스토리야  /  작성일 : 12-23  /  조회 : 3555
신흥강습소의 종업식
[스토리테마파크]     스토리야  /  작성일 : 10-26  /  조회 : 3227
고강을 피하고자 하는 이들로 온 고을이 들썩이다
[스토리테마파크]     스토리야  /  작성일 : 10-19  /  조회 : 3018
항복비문을 짓다
[스토리테마파크]     스토리야  /  작성일 : 10-11  /  조회 : 3146
정뇌경이 정명수를 치려다 도리어 참수당하다
[스토리테마파크]     스토리야  /  작성일 : 10-11  /  조회 : 3078
대리 시험을 친 자들이 탈락을 면하다
[스토리테마파크]     스토리야  /  작성일 : 10-06  /  조회 : 2969
올해도 역시 시험부정이 만연하다
[스토리테마파크]     스토리야  /  작성일 : 10-06  /  조회 : 2911
조부의 조부까지 뼈대 있는 가문이어야 한다 - 엄격한 과거…
[스토리테마파크]     스토리야  /  작성일 : 10-04  /  조회 : 3006
지방 과거 시험의 풍경 - 비오는 시험장에 나타나지 않는 응…
[스토리테마파크]     스토리야  /  작성일 : 10-04  /  조회 : 3036
밀무역이 적발되어 곤경에 처하다
[스토리테마파크]     스토리야  /  작성일 : 09-29  /  조회 : 2513
온화한 겨울날의 신행(新行), 신부가 가마타고 오고, 손님들…
[스토리테마파크]     스토리야  /  작성일 : 09-28  /  조회 : 2370
17세기 초, 선비의 하루 - 이어지는 모임과 행사, 그리고 잔치
[스토리테마파크]     스토리야  /  작성일 : 09-28  /  조회 : 2083
전염병으로 절이 북적북적하다
[스토리테마파크]     스토리야  /  작성일 : 09-27  /  조회 : 2024
효혜공주의 부마간택을 위해 혼인을 금지시키다
[스토리테마파크]     스토리야  /  작성일 : 09-27  /  조회 : 2588
 
  
 1  2  3  4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