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테마파크] /가족, 영원한 동반자/ 아들의 병을 고치기 위해 무당을 불러 푸닥거리를 하다.
글쓴이 : 한작협  16-04-11 11:50   조회 :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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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6년 10월 16일, 김택룡은 이 날 운심이를 군내(郡內)로 보내 무당[巫史(무사)]을 찾아보게 하였다.
김택룡은 또 복이(福伊)를 둘째아들 김적이 있는 산양(山陽)으로 보내 그 편에 편지를 써서 아들의 병을 물었다.
그리고 아들에게 18일에 푸닥거리[사신(祀神)]를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날 10월 17일, 아침에 군내로 갔던 운심이가 돌아왔다. 돌아와서 전하길, 순좌(舜佐)의 처를 부르려고 했는데 사정이 있다고
핑계대고 오지 않으려 한다고 하였다. 김택룡은 ‘순좌의 처는 무당이긴 해도 꽤 영리해서 운수도 점칠 줄 알아[추수(推數)] 괜찮건만.
그리고 우리 집에 오랫동안 출입하였으니 그 점도 안심인데...’라고 생각하였다.
10월 18일, 이 날 김택룡은 예정대로 영주 산장(山庄)에서 푸닥거리를 하며 아들 김적의 병이 낫기를 기도하였다.

배경이야기
◆ 조선시대 질병
 푸닥거리가 있던 날 밤 김택룡은 밤이 깊도록 술을 마시며 손님과 이야기하다가 약간 술기운이 오르자 응인(應寅)을 데리고 계곡 가의 임정(林亭)으로 갔다. 그 곳에서 김택룡은 낮처럼 밝고 맑은 달빛을 바라보면서 오랜 시간 동안 이리저리 배회하다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나서야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 그는 깊은 밤 계곡의 누정에서 무슨 생각에 잠겼던 걸까? 아들의 병이 심해질수록 그의 시름도 깊어졌을 것이다. 급기야 푸닥거리까지 감행했던 김택룡이다. 묵묵하지만 애끓는 부정(父情)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조선시대는 후기로 내려올수록 유교적 생활방식이 점차 고착되었지만, 중기까지만 해도 시속(時俗)이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을 때였다. 유교국시를 내세웠지만 민간에서는 여전히 불교뿐만 아니라 무속도 크게 성행하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은 16세기 경북 성주에서 유배생활을 했던 이문건(李文楗, 1494~1567)이 쓴 『묵재일기(默齋日記)』에도 잘 나타난다. 이문건은 풍수와 주역에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래서 운세를 추첨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비교적 우호적이었다. 이문건은 시묘생활 중에도 개장(改葬) 및 가족의 운수를 점쳐보도록 하는 등 관심을 보였는데, 점술가인 김자수와 자주 왕래하면서 온갖 대소사를 일일이 김자수에게 묻고 의논하기도 했다. 또 가족의 병환이 심할 때에는 반드시 김자수를 시켜 그 향방을 점치게 하였고 그의 권유로 무녀의 굿을 열기도 했었다. 이문건 집안의 가족들은 특히 병약해서 그 집에서는 해마다 2~3차례의 굿이 차려졌는데, 부인이 도맡아 밥이나 떡을 준비하였다. 이문건의 집에서 무사가 행해진 가장 중요한 동기는 손자의 건강과 아들의 소생을 위하여 그리고 아들이 죽은 후 상심하여 병을 얻은 아내를 위해서였다. (이문건의 묵재일기 부분은 『조선시대 생활사』 중 ‘사대부의 가정생활’ 참조)
 김택룡이 살던 때도 그랬다. 그도 역시 일기에서 운수를 점치는 모습들을 자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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