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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생각시의 살인교사
작가 : 기쁨을아는몸
작품등록일 : 20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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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반목(反目) - ⑤
작성일 : 17-11-20     조회 : 351     추천 : 0     분량 : 4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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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반목(反目) - ⑤

 

 

 그러던 어느 순간 드디어 꽃님에게서 변화가 일어났다. 흉측한 얼굴은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공중에 뜬 채로 당장이라도 동원을 덮쳐버릴 것 같았던 꽃님이 돌연 바닥에 내려선 것이었다. 동원은 마침내 자신의 진심이 통했나 싶어 반색했다.

 

 그런데 갑자기 꽃님이 고개를 홱 돌려 어딘가를 쏘아봤다. 거기에 있던 건 다름 아닌 방금 전 학현의 손에 이끌려 도망쳤던 승희였다.

 

 꽃님과 눈이 마주친 승희는 순간 심장이 턱 멎어버리는 줄 알았다. 그러나 곧 정말로 숨이 턱 멎어버릴 것 같은 일이 일어났다. 동공에 갑자기 검은 잉크가 차오르듯 밑에서부터 시야가 점점 가려지기 시작하더니, 마치 암전이 돼버리는 것처럼 이내 눈앞이 완전히 캄캄해져버렸던 것이다.

 

 당황한 승희는 손으로 눈을 마구 더듬거렸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무서웠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 그렇게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하며 벌벌 떨던 승희는 결국 두 눈을 부여잡은 채 비명을 내지르며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꺄악!”

 

 곁에 있던 학현이 깜짝 놀라며 승희를 살폈다.

 

 “승희야, 왜 그래?”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승희 뒤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던 궁녀 유령도 승희처럼 눈을 부여잡은 채 ‘우워어어’하는 꺼림칙한 신음 소리를 내며 괴로운 듯 몸을 비틀어 대고 있었다.

 

 순간 동원의 뇌리엔 학현에게 명치를 맞고 기절해 있을 때 봤던 장면이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궁녀들이 인두로 지져진 눈을 부여잡고 괴로워하다 끝내는 생매장당해 죽는 장면이었다.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동원은 벌떡 일어나 승희에게로 달려갔다.

 

 “승희야, 왜 그래? 눈이 이상해?”

 

 승희는 팔을 앞으로 뻗으며 울먹였다.

 

 “오, 오빠. 앞이 안 보여!”

 

 학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멀쩡하던 눈이 왜 갑자기 안보여!”

 

 “몰라! 안보여, 안보인단 말야!”

 

 동원은 다급한 마음에 승희의 눈앞에다 손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승희야, 이 손 안 보여? 정말 안 보여? 잘 한 번 봐봐!”

 

 그런데 돌연 승희가 묻는 말엔 대답을 안 하고 엉뚱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오빠? 동원 오빠? 왜 아무 말이 없어?”

 

 “뭐어?”

 

 동원은 당혹감에 말을 잇지 못했다. 방금 말했는데 아무 말도 없냐니……. 동원은 설마 하는 마음에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승희를 불렀다.

 

 “승희야! 내 말 안 들려? 승희야!”

 

 그러나 승희는 여전히 딴 소리였다.

 

 “오빠? 왜 대답이 없어? 나 무서워!”

 

 그러더니 결국 울음을 팡 터트리고 말았다. 동원은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리고 기절했을 때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가면 쓴 무당이 꽃님과 궁녀들을 해치는 장면을 본 것이 떠올랐다.

 

 ‘설마 날 그 무당으로 알고 …… 그래서 복수를 …….’

 

 한편 학현은 바닥에 주저앉아 서럽게 눈물만 펑펑 쏟아대는 승희를 계속 보고 있자니 불쑥 속에서 피가 확 솟구치는 느낌이었다. 그 때문에 학현의 눈엔 꽃님이 마치 아주 만족스럽다는 듯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머금은 채 승희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뻗쳐버린 학현은 갑자기 욕을 버럭 쏟아내며 꽃님에게로 돌진했다.

 

 “이 새끼, 죽여 버리겠어!”

 

 사람들은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왔다. 미치지 않고서야 저토록 무모하게 꽃님에게 덤벼들 순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믿을 수 없는 일은 또 일어났다. 꽃님이 별안간 눈을 확 부릅뜨며 학현을 쏘아보는가 싶더니, 갑자기 거센 돌풍이 꽃님을 휩싸며 일어나 학현을 반대편 벽까지 단숨에 날려 보냈다.

 

 “으아악!”

 

 벽에 부딪힌 학현은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런데 그때 난데없이 동원이 벌떡 일어나 학현에게 달려가 멱살을 붙잡으며 분통을 터트렸다.

 

 “야 이 자식아! 잴 화나게 해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왜 자꾸 승희 일에 나서? 니가 도대체 뭔데!”

 

 하지만 아직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학현은 대꾸는커녕 동원과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한편 승희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상황에서 동원의 기척마저 곁에서 멀어지자 불쑥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팔을 이리저리 뻗어 허공을 더듬으며 동원을 찾았다.

 

 “오빠, 오빠 어디 있어? 나 무서워. 오빠?”

 

 동원은 불쑥 마음이 약해졌다. 생각 같아선 학현에게 못 다한 욕도 다 퍼붓고 한 대 갈겨 버리고도 싶었지만, 승희의 울먹이는 소리가 자꾸만 가슴을 후벼 팠다. 결국 동원은 신경질을 부리며 학현의 멱살을 확 놔버렸다.

 

 “에이씨!”

 

 그러고 막 돌아서서 승희에게로 돌아가려던 찰나, 꽃님이 돌연 눈알을 홱 뒤집더니 보란 듯이 입에서 피를 좌르륵 토해내기 시작했다. 입에서 턱을 타고 흘러내린 피는 일부는 목을 타고, 또 일부는 곧장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동원이 수 시간 전 예배당에서 헛것을 본 것인 줄 착각했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동원은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승희는 거듭 동원을 찾았다.

 

 “오빠, 왜 안 와? 어디 가버린 거 아니지?”

 

 꽃님에게 정신이 팔려있던 동원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어 승희를 쳐다봤다. 그리고 곧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어느 새 둘로 늘어난 궁녀 유령들이 승희를 앞뒤에서 에워싸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유령들의 손에 뭔가가 들려 있었다. 승희 등 뒤에 있는 유령의 손에는 쇠로 만든 재갈 모양의 도구가, 승희 앞에 있는 유령의 손에는 끝부분에 날이 시퍼렇게 서 있는 쇠집게가 들려 있었다.

 

 ‘저건?’

 

 동원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승희야 안 돼!”

 

 그러나 유령들은 동원이 미처 어떻게 해보기도 전에 승희의 입에다 재갈을 물리고 쇠집게로 혀를 잘라 버렸다. 승희는 순간 어깨를 움찔하더니, 곧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서리를 쳤다.

 

 “읍! …… 끼야아!…….”

 

 동원은 한달음에 달려와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승희를 품에 안았다. 그러자 유령들은 마치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스르르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제야 정신을 추스른 학현도 헐레벌떡 승희에게로 달려왔다. 동원은 다짜고짜 학현을 쏘아붙였다.

 

 “너 때문이야! 니가 꽃님일 화나게만 안 했어도 ……!”

 

 학현은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끝내는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동원은 꽃님에게도 울분을 터트렸다.

 

 “승희 당장 살려내! 안 살려내?”

 

 그 모습은 마치 상대가 악령처럼 돌변한 귀신이라는 것도 잊은 듯했다.

 

 “이대로 승희가 죽기라도 해 봐! 그럼 난 널 평생 저주할 거야! 설령 그게 너한테 아무 소용이 없다고 해도, 난 절대 포기 안 해! 아니 못해!”

 

 그 순간 꽃님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고함을 치는 동원의 모습 위로 500년 전 자신을 구하기 위해 천명의 앞을 가로막으며 똑같이 악을 쓰던 강 내관의 모습이 겹쳐져 보였던 것이다.

 

 

  - 설령 아무 소용이 없다고 해도, 난 절대 포기 안 해. 아니 못 해!

 

 

 동원의 눈가엔 원망인지 두려움인지 모를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고 몸은 사시나무 떨듯 후들거렸다. 퍼렇게 질려있는 입술은 숨을 내쉬고 들이쉴 때마다 파르르 파르르 떨렸다. 그러나 두 눈만은 계속 꽃님을 노려보고 있었다. 둘 사이엔 한동안 마치 기 싸움이라도 하는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런데 그 팽팽하던 균형을 먼저 깬 쪽은 뜻밖에도 꽃님이었다.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던 섬뜩한 기운이 일순간 가라앉는가 싶더니, 이내 꽃님이 어린 아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뒤집혔던 눈알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고 입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던 피도 어느 샌가 멈췄다. 그때 학현이 소리쳤다.

 

 “피가 멈췄어!”

 

 동원은 허겁지겁 승희의 입안을 살폈다. 정말로 피가 멈춘 듯 보였다. 동원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다 문득 잘린 혀가 이렇게 쉽게 지혈될 리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혹시……?’

 

 동원은 설마 하며 다시 꽃님을 쳐다봤다. 꽃님은 어느 새 눈처럼 하얀 원래의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그런데 그 표정이 지금까지와는 사뭇 달랐다. 무서워 보이기보단 어딘지 모르게 시무룩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옷과 바닥에 흥건했던 피마저 말끔히 사라져있었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되레 꽃님이 측은해 보일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였다.

 

 꽃님은 이후로도 한참을 마치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서 동원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체념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동원에게 등을 보이며 돌아섰다. 그러고는 앞으로 몇 발자국을 걸어가다 이내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동원은 이게 갑자기 무슨 조화인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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