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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생각시의 살인교사
작가 : 기쁨을아는몸
작품등록일 : 20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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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배니싱 트윈(Vanishing Twin) - ①
작성일 : 17-11-21     조회 : 348     추천 : 0     분량 : 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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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2016년 12월 31일, 05:29

 

 

 24. 배니싱 트윈(Vanishing Twin) - ①

 

 

 간호사라던 여자는 의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동원에게 이것저것 지시를 내리며 승희를 돌볼 준비를 서둘렀다.

 

 “환자를 침대 위에 눕혀요. 피를 많이 흘려서 체온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 담요도 덮어주고요.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침대에 누우세요.”

 

 그러면서 자신은 의무실을 뒤져 수혈과 각종 처치에 필요한 도구들을 찾아 준비했다. 그런 다음 동원의 팔에서 혈관을 찾은 뒤 간호사들이 주사 바늘을 꽂기 전 으레 입버릇처럼 하는 말을 했다.

 

 “처음엔 약간 따끔할 거예요.”

 

 그리고 곧바로 혈관에다 주사 바늘을 꽂은 다음 능숙하게 헌혈에 필요한 일련의 조치를 마쳤다. 그렇게 헌혈이 진행되는 동안 그녀는 다시 쉬지 않고 승희의 몸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상태를 살폈다. 동원은 처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는데, 이렇게 전문가가 척척 알아서 도와주는 것을 보니 비로소 마음이 놓이고 또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동원의 인사말에 그녀는 생긴 것만큼이나 쿨 하게 대답했다.

 

 “고맙긴요, 직업인데.”

 

 “저 그러고 보니 성함도 못 물어봤네요.”

 

 “저요? 화림이에요. 백화림. 그냥 화림이라고 불러요.”

 

 그런데 동원은 이름을 듣고 나니 그녀의 정체가 다시 궁금해졌다. 옷차림도 화려하고 말투도 시원시원한 것이 여간 예사롭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저 …… 국회 직원이세요?”

 

 그러자 화림은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동원을 힐끗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왜요? 내가 너무 싼 티 나게 옷을 입고 있어서요?”

 

 정곡을 찔린 동원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아, 아니요. 그런 뜻이 아니라 …….”

 

 “괜찮아요. 그냥 한번 놀려본 것뿐이니까. 맞아요. 전 국회 직원이 아니에요. 의원의 정부죠.”

 

 “네에?”

 

 동원은 깜짝 놀랐다. 정부가 있는 의원이 있단 얘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정작 대통령 탄핵안을 처리하는 날 밤까지 여자를 국회에 들일 정도로 막나가는 의원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니 그 전에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화림이 놀라웠다.

 

 “농, 농담이시죠?”

 

 그러자 화림은 마치 몸매를 과시하듯 허리를 세워 보이며 말했다.

 

 “내 차림새를 보고도 못 믿겠어요?”

 

 너무나도 당당한 화림의 태도에 동원은 되레 말문이 막혀버렸다. 아무래도 화제를 돌려야 할 것 같은데 마땅한 이야깃거리가 떠오르질 않았다.

 

 그때 학현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곧장 화림에게 승희의 상태부터 물었다.

 

 “승희 어때요? 괜찮아요?”

 

 화림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다행히 혀도 완전히 아물어 있고 특별한 염증 반응도 없어요. 일단 수혈만 좀 해주면 여기서 나갈 때까지 아무 문제없을 거예요. 뭐, 나갈 수만 있다면요.”

 

 한편 학현의 뒤를 밟았던 지혜는 이때부터 문 바깥쪽에서 귀를 대고 안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훔쳐듣기 시작했다. 그때 불쑥 동원이 학현에게 물었다.

 

 “선배, 승호 형 어떻게 했어요? 정말 죽였어요?”

 

 “안 그래도 그 얘기를 하러 온 거야.”

 

 학현은 그러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더니 또 화림을 의식하며 힐끔 쳐다봤다. 동원은 학현이 왜 그러는 지 알 것 같았다.

 

 “화림 씨는 믿을 만한 분이에요. 상관하지 말고 말해요.”

 

 학현은 그제야 이야기를 털어놨다.

 

 “난 실은 승호가 어디 있는지 몰라.”

 

 하긴 동원은 승희나 지인이 학현에게 그걸 말했을 리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아까 사람들한테 안다고 그랬어요?”

 

 “그래야 너한테 쏠린 사람들의 관심을 나한테 돌릴 수 있었으니까.”

 

 그 말을 들은 동원은 문득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그럼 지금쯤 사람들이 선배 말이 거짓말인 거 알았을 거 아니에요? 설마 지금 사람들 죄다 열 받아 가지고 이리로 오고 있는 거 아니에요?”

 

 “걱정 마. 내가 잘 해결했어. 먼저 죽은 의원 시체를 가져다가 승호라고 속이고 보여줬어.”

 

 “사람들이 그걸 믿었어요?”

 

 “얼굴 못 알아보게 처리 했으니까 괜찮아. 그리고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갑자기 본회의장 전광판에 죽은 의원들 명단이 자동으로 떴거든? 그런데 거기 승호가 죽은 걸로 표시가 됐었어. 그 덕분에 무사히 넘어갔지. 아마 앞으로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

 

 동원은 전광판에 대한 이야기는 좀 의아했지만, 일단 학현 덕분에 위기는 넘긴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학현이 왜 승호를 감싸줬는지 그게 궁금해졌다. 솔직히 혹시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란 의심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직접 물어봐야 하나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학현이 뜻밖의 말을 했다.

 

 “승호가 있는 델 나한테 말해줘.”

 

 “네?”

 

 동원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학현을 쳐다봤다. 학현은 거듭 진지하게 말했다.

 

 “넌 계속 여기서 승희를 돌봐야 할 거 아냐? 그럼 지인 씨도 없는 마당에 승호를 지켜 줄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되잖아. 그러니 나한테 승호가 있는 곳을 말해줘. 그러면 내가 책임지고 승호를 보호할 테니까.”

 

 하지만 동원 입장에선 그 말을 쉬이 신뢰할 수가 없었다. 학현은 동원이 그러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동원을 계속 설득했다.

 

 “니가 뭘 걱정하는지는 알아. 하지만 너도 알 거야. 내가 승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런 내가 승희 친오빠를 함부로 죽이거나 할 것 같아? 그건 날 위해서도 절대 좋은 일이 아냐. 그러니 걱정 말고 날 믿어.”

 

 듣고 보니 그런 듯도 했다. 하지만 그냥 덜컥 믿어버리기엔 학현에 대한 동원의 불신이 결코 적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승호를 가까이서 보호해 줄 사람이 지금으로선 학현 밖에 없다는 사실 또한 현실적으로 외면하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동원은 어쩌다보니 화림에게로 눈길이 갔다. 그러자 화림은 대뜸 동원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동원은 여전히 학현을 완전히 신뢰하긴 어려웠지만, 이상하게도 화림의 판단엔 신뢰가 갔다. 그리하여 마침내 학현에게 말했다.

 

 “통한당 대표실에 있는 개인 화장실에 있어요.”

 

 그리고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학현에게 넘겼다.

 

 “이게 그 열쇠예요.”

 

 학현은 열쇠를 받아들며 말했다.

 

 “믿어줘서 고맙다. 그럼 난 거길 상황실로 쓰면서 지키고 있을 게.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그 쪽으로 기별해. 그럼 내가 직접 오든지 사람을 보내든지 할 테니까.”

 

 그러고는 바로 돌아서서 대표실로 가기 위해 의무실 문의 손잡이를 붙잡고 돌렸다.

 

 문밖에서 몰래 안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던 지혜는 화들짝 놀랐다. 실은 승호가 죽은 게 아니라는 말에 정신이 과도하게 팔려 있던 나머지 미처 자리를 피할 시기를 놓쳐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지혜가 그렇게 당황하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안에서 동원이 불쑥 학현을 불러 세웠다.

 

 “선배.”

 

 학현은 나가려다 말고 동원을 돌아봤다. 지혜는 이 때다 싶어 얼른 자리를 피했다. 학현이 동원에게 물었다.

 

 “왜?”

 

 “난 여전히 선배를 믿을 순 없어요. 하지만 선배가 승희를 생각하는 마음은 믿어요. 그러니 부디 승희를 실망시킬 행동은 하지 말아요.”

 

 그러나 학현은 즉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동원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었다. 그리고 끝내는 아무 말도 남기지 않은 채 다시 고개를 돌려 의무실 밖으로 나갔다.

 

 한편 의무실 문 앞에 있다 몰래 자리를 피한 지혜는 그 길로 곧장 승호가 숨어 있다는 통한당 대표실로 향했다. 지인에 대한 복수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감과 학현이 오기 전에 빨리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조바심에 지혜의 발걸음은 저도 모르게 점점 빨라져갔다.

 

 그런데 대표실 바로 근처까지 왔을 때, 문득 묘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것은 대표실 맞은편에 있는 남자 직원용 화장실에서 나는 듯했다. 지혜는 학현이 오기 전에 한시바삐 승호를 찾아 처리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뭐에 홀린 것처럼 자꾸만 화장실 쪽으로 이끌렸다.

 지혜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고 얼마 후, 학현이 아무것도 모른 채 그 앞을 지나쳐 대표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꽃님이 화장실 입구 바깥쪽에서 홀연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화장실 안쪽 방향을 주시하며 한참을 가만히 서 있었다.

 

 

 - § -

 

 

 헌혈을 마치고 어딘가를 다녀온 동원이 다시 의무실로 돌아왔다. 승희를 옆에서 돌보고 있던 화림은 바로 일어나 동원을 맞았다.

 

 “구했어요?”

 

 동원의 왼쪽 팔엔 비닐에 쌓인 여자 옷이 한 벌 걸쳐져 있었다.

 

 “마침 지하 구내 세탁소에 승희가 전에 맡겨놨던 원피스가 있었어요.”

 

 그러면서 동원이 새 원피스를 화림에게 건네자, 그걸 본 화림은 피식 웃었다.

 

 “뭐야, 이것도 흰색이잖아? 승희씨 참 생긴 대로 옷도 귀엽게 고르네. 꼭 유치원생 같아.”

 

 동원도 멋쩍게 따라 웃었다.

 

 “나이만 먹었지 완전히 어린애에요.”

 

 화림은 옷을 들고 곧장 승희에게로 갔다.

 

 “옷 갈아입히게 좀 도와줘요.”

 

 “네?”

 

 동원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화림은 그런 동원이 이해가 안 갔다.

 

 “왜요? 둘이 애인 사이 아니에요?”

 

 “그야 그렇지만 …….”

 

 화림은 씩 웃었다.

 

 “뭐야, 설마 아직 승희 씨 옷 못 벗겨본 거예요?”

 

 동원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그게 그러니까 …….”

 

 화림은 동원이 그렇게 계속 우물쭈물하자 불쑥 장난기가 발동했다.

 

 “어머, 진짠가 봐? 뭐 그럼 더 잘 됐네. 이번 기회에 한번 벗겨봐요?”

 

 “네? 아, 아니 그게 그러면 안 되는 게 …….”

 

 동원은 어느 새 귀까지 빨개져서 식은땀마저 흘리고 있었다. 숫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동원의 그런 모습에 화림은 웃음보가 터졌다.

 

 “깔깔깔! 아휴 참 순진하기는.”

 

 동원도 자신이 한심하다고 느껴져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잠시 후 웃음을 멈춘 화림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승희 씬 도움이 필요한 환자예요. 그리고 여자인 저 혼자 힘으론 옷을 갈아입히기가 힘들어요. 승희 씨한테 마냥 피 묻은 옷을 입고 있게 할 순 없잖아요. 그러니 얼른 와서 도와줘요.”

 

 그 말을 듣고 보니 동원은 단순히 민망해하기만 했던 자신의 행동이 오히려 부끄럽게 여겨졌다.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고 화림의 옆으로 갔다.

 

 “네…….”

 

 “우선 원피스부터 벗겨야 하니까 상체 좀 일으켜 줘요.”

 

 동원은 화림이 시키는 대로 승희의 상체를 들어 화림이 등 뒤의 원피스 지퍼를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줬다. 화림은 간호사답게 원피스를 능숙하게 벗겨냈다. 그러고는 따뜻한 물에 적신 거즈로 아까 미처 닦아내지 못해 여전히 승희 몸 여기저기에 묻어 있던 핏자국들을 말끔히 닦아냈다. 그리고 그걸 다 끝내자 다시 동원에게 말했다.

 

 “새 원피스를 머리에서부터 입힐 테니까 도와줘요.”

 

 “네.”

 

 동원은 그렇게 대답을 한 뒤 화림이 승희의 몸에 옷을 끼워 입히기 쉽도록 승희를 지탱했다. 마침내 모든 작업이 끝나자 화림은 비로소 한숨을 돌리며 침대 옆 의자에 털썩 앉았다.

 

 “아, 다 끝났다. 이제 승희 씨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돼요.”

 

 화림이 그렇게 자신하니 동원도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헌혈을 하고 난 뒤라 좀 어지럼증도 있고 해서 옆에 있던 다른 의자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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