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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악마 왔어요
작가 : 백지백
작품등록일 : 202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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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나 한국 간다!
작성일 : 22-01-20     조회 : 421     추천 : 3     분량 :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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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 나 한국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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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덜 익은 나뭇가지 위로는 어린 새들이 줄지어 합창했다.

 벚꽃은 절정에서 덜 피어 잠깐 하얗다가 말았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열 살이 되던 봄에,

 우리 집은 캐나다를 향한 이민을 결심했다.

 

 /

 

 "아빠, 그러면 있잖아요."

 "응응. 우리 딸."

 "우리 진짜 캐나다로 이민 가는 거예요...?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그 넓은 캐나다에 아무것도 없을 리가 있겠니, 딸. 그곳에 가면 구름에서도 벽돌에서도 살아 숨 쉬는 냄새가 나. 가면 너도 엄청 좋아할 거야."

 

 "설마... 그런 거는 한국에 더 많을 걸요. 죄송하지만 저는 한국이 더 좋아요."

 

 아빠가 허리를 굽혀 나와 눈을 맞추었다. 햇살이 삼킨 듯 아빠의 눈동자는 반짝했고 매 순간 향연이 되어 나에게 부딪혔다. 한국이 꿈이던 나와는 달리 아빠의 꿈은 조금 멀리 있었다.

 

 "우리가 만들면 돼, 새로운 터전과 보다 더 나은 가정을.

 아빠 한 번만 믿어주라, 토론토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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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그때로부터 지금 8년이 지났다.

 

 "... 아니야..."

 

 한때는 아빠의 다정함에 힘입어 우리 가정이 토론토를 꿰뚫을 수만 있을 거라고도 생각해본 적이 있다. 다만 지금은, 사람 하나도 제대로 사랑을 해본 적이 없는 내가 참으로 괴상한 향수병에 걸려 팔 년째 한국을 사랑하는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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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녀왔습니다."

 

 무언가를 고치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아빠는 바닥에 고개를 수그리고 망치를 움켜쥐셨다.

 그러고 나서 먼지를 뒤집어쓴 해맑으신 얼굴로 나와 눈을 맞추었다.

 

 "왔어, 우리 딸?"

 "네."

 "학교 곧 방학인데, 기분은 좀 어때? 좋아?"

 "좋을 리가 있나요... 물론 얼마 안 있으면 방학이라 좋긴 한데... 걱정 시켜드려서 죄송하지만 저는 팔 년째 한국만 바라보는 중입니다, 아빠도 아시잖아요."

 "우리 딸이 한국 사랑하는 건 잘 알지, 처음엔 한국에 누굴 두고 왔나 했는데 그러기엔 네가 누구를 사랑할 사람이 아니고...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딸은 타고난 애국자라니까, 애국자."

 

 아빠가 이렇게 다정한 능청을 떠시는 건 한두 번이 아니다.

 내 마음을 아시는 건지, 모르는 척하시는 건지.

 나는 습관대로 네, 네를 연발하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지난 겨울 방학 때 잠깐 한국으로 여행이라도 다녀오겠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조금 전과 같이 이러한 아빠의 너스레 덕분에 타이밍을 놓쳐 어쩔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부엌에서 시작된 엄마의 밝고 호탕한 음성이 집안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예현아, 김예현!"

 "네."

 "듣고 있자니 영 답답해서 참을 수가 없네. 너희 아빠는 뜸 들이는 게 버릇이라 답답하니까 엄마가 지른다!!"

 "네? 뭘 질러요?"

 "한국, 가자!!!!!!"

 

 "진짜요???"

 

 어머니, 우리 어머니.

 뜸 들이는 게 버릇이 아니라 더욱이 사랑스러운 우리 어머니.

 나는 소리를 지르려다가 아빠의 구슬프신 표정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처음부터 이민을 제안한 건 아빠였고 아빠는 그 누구보다 토론토를 원하셨으니까.

 

 근데 딸, 너무 기뻐하지는 말았으면 해. 아직 더 중요한 말이 있거든."

 "... 그게 무슨 말인데요?"

 "이 말은 아빠가 할게, 엄마한테 기쁜 소식을 빼앗겨버린 게 영 슬퍼서."

 "흑흑, 뭔가 두렵네요. 말씀하세요."

 "갈 거면 너 혼자 가야 해."

 "... 네?"

 

 예상 밖이었다. 혼자 가야 한다니? 엄마랑 아빠를 두고?

 나 없이 엄마 아빠는 어떻게 사시지...?

 그건 좀 별로인데...

 

 "네가 하도 한국을 좋아해서 엄마랑 아빠가 대화 많이 해봤다. 고민 끝에 결정한 건데, 교환학생 알지? 한번 가면 1년에서 길어봤자 2년 정도 있어야 될 듯한데... 엄마랑 아빠는 지쳐서 파릇파릇한 딸 못 따라가."

 "생각보다 더욱더 슬프네요."

 "그리고 한국에서 수능을 보고 한국에서 계속 살 건지, 아니면 캐나다에서 공부를 마저 할지 결정하는 것도 네 몫이야."

 "네. 전 한국이 좋아요."

 "여름방학 끝나면 학교 가는 거 잊지 말고! 학교엔 이미 얘기해놨다. 그리고 엄마랑 아빠랑 연락하는 거 잊지 마~"

 "네, 감사합니다~."

 "아, 참. 자취방은 우리 딸이 마음 가는 집으로 구해 보렴, 네 행복에 보태줄게. 어때?"

 "그럼 안 갈 이유가 없죠."

 "두구두구, 그렇다면 우리 딸의 선택은?"

 "한국 갈래요."

 

 나는 내가 닿지 못해 애달파하던 한국에 가기로 결정했다.

 

 /

 

 그렇게 딱 사흘이 지나 한여름날, 내 손바닥 위로는 경쾌한 티켓이 쥐였다.

 티켓 속에는 내가 나고 자란 도시의 이름이 굵은 고딕체로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이제 내 캐나다 생활 8년 청산, 애국 실천하러 간다.

 독립이건 자취건 수능 빼고는 하나도 안 무서워!

 

 그러니까 딱 기다려! 나 한국으로 출발한다! 지금 비행기에 발 얹는다~!

작가의 말
 

 백지백 : 잘 부탁드립니다!

 태현 : 여덟 번의 수정을 거쳐 만들어진 바닐라맛 청포도맛 프롤로그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말도 계속해서 변화 중인데 눈치 채주셨다면 그 또한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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