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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악마 왔어요
작가 : 백지백
작품등록일 : 202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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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천사 서연재
작성일 : 22-01-23     조회 : 372     추천 : 2     분량 : 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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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천사 서연재

 .

 .

 .

 고요하고 적막한 지금, 나는 숨을 절제했다.

 어떻게 이 집에 오신 거예요, 어떻게 제 꿈에 나오신 거예요, 이 둘 중 어떠한 말을 골라야 잘 골랐다고 소문이 날까 생각하던 와중 그가 먼저 입을 떼었다.

 

 "안녕."

 "안녕하세요."

 "..."

 "..."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 침묵에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다.

 

 "나는... 연재야, 서연재."

 "네, 저는 김예현이에요."

 "응, 예현아."

 "... 네. 그 혹시, 제 꿈속에 나오셨던 천사님 맞으시죠..? 그 셔츠에다가 파란 눈..."

 "응."

 

 천사님은 뭔가 함축된 듯한 대답을 하고는 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답을 기다리는 건지, 나를 살펴보는 건지 의도를 알 수 없어 내가 시선을 피하자, 천사님은 조용히 입술을 떼어 말했다.

 

 "있잖아 예현아, 나도... 살고 싶어."

 "그럼요, 천사님 사셔야죠!"

 "너랑 같이 살고 싶어."

 

 네?

 

 "본의 아니게 집주인인 너에게 제일 마지막으로 말을 꺼내게 됐네, 미안해... 참고로 백대빈은 좋다고 했어. 걔가 이 제안의 장본인이기도 하고."

 

 얼이 빠져 말이 나오지를 않았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너만 괜찮다면 어떻게 안될까?"

 

 천사님은 순진무구하신 얼굴로 사람을 당황시켰다.

 분명 만나러 온 거라며... 나를 만나기 위해 온 거라며... 동거하러 온 거였냐고.

 

 "아! 물론 싫다고 하면 바로 나갈게, 너무 걱정하지 마."

 "아... 네."

 "그럼 생각하면서 일단 이거 좀 마셔줄 수 있어? 네가 너무 떨려 하는 것 같아서 차차 말해줄게, 너 주고 싶어서 열심히 만들었어."

 "어, 음... 떨려 한 건 갑작스러워서 그랬어요... 그럼 마시면서 들을 테니까 어서 말씀해 주세요, 네..."

 

 뭐가 뭔지는 모르겠었으나 일단 스푼으로 벌건 차를 저으며 천사님의 설득을 들어보기로 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천사님이시잖아.

 

 후읍, 하고 한 움큼 들이킨 홍차는 마냥 달았다.

 

 "네가 백대빈이랑 같이 사는 이유가 백대빈이 너에게 굉장히 효율적이고 만족스러운 조건을 달아서 그랬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네... 수능 만점을 조건으로 걸어서... 그건 그렇죠."

 "그런데 걔가 그만한 에너지를, 그것도 평소에는 네 앞이라 능력도 절제하고 있을 텐데, 그걸 한 번에 움켜 쓰면 무슨 일이 생길 거라 생각해?"

 

 문득 악마의 속삭임을 들었을 때 난조하던 컨디션이 떠올랐다.

 그래, 악마의 목소리 몇 번 듣는다고, 옷깃 조금 잡힌다고 그렇게까지 아플 일이 아니었는데.

 

 "나는 네가 받게 될 위험과 위협을 내가 전부 막아낼게. 할 수 있어.

 백대빈이 너의 부를 책임져주는 악마라면, 나는 너의 건강을 챙겨주러 온 천사야."

 

 "... 네."

 

 사실 대답은 했지만, 천사님이 무슨 말을 하시는지 모르겠다.

 다짜고짜 찾아와서 나를 챙겨준다고?

 

 '음... 하... 어쩌라는 거지...'

 

 우습게도 귀찮은 게 질색인 나.

 내 머릿속에는 두 가지 생각만이 떠올랐다.

 

 지금 내 머릿속에 든 생각, 첫 번째는 내 사랑 소파였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 든 생각, 두 번째는 방에 대한 걱정이었다.

 

 '만약 같이 산다고 하면...? 잠깐, 방이 없잖아, 계속 천사님 아니면 백대빈 저 자식이 소파에서 계속해서 지내야 하는 건가? 그럼 침대와 소파 둘뿐이던 내 휴식공간 한 군데가 또 사라지는 거야?

 맞다, 악마까지도 벅찬데... 왜 벌써부터 같이 산다는 생각을 했지? 더군다나 천사가 우리 집에 있는 것도 이상하잖아!'

 

 "예현아? 너 지금 무슨 생각 해?"

 

 "푸읍-"

 뿜어버렸다. 천사님이 주신 벌건 홍차를, 그것도 곱디고운, 아주 새하얀 천사님의 셔츠 위로.

 

 '와우... 망했다, 제대로 실수했다. 어떡하지.'

 

 그런데 천사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로 자신의 새하얀 옷에 가슴팍에 붉게 물든 얼룩을 봤다가, 내 얼굴을 보는 동작만 반복했다.

 처음 볼 때부터 천사님의 얼굴에 커다란 웃음기는 없었기에 나는 천사님이 화난 건지 아닌 건지를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아무 말도 못 하고 벙쪄있던 와중에,

 

 부스럭.

 

 "우와, 아침부터 얼굴 두 개가 내 앞에 서 있네?

 아 맞다. 서연재도 같이 살자 했지!! 어이, 둘이 얘기는 좀 해봤어? "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파에서 잠을 자던 악마가 깼다.

 

 "아, 둘이 대화중이었나? 내가 대화를 깼다면 미안한데."

 "그래, 대화 중이긴 했는데... 마침 잘 왔어 대빈아. 이 사건의 시발점의 주인공이 너잖아?"

 

 이건 뭘까.

 한쪽에서는 벌겋고 다른 한쪽에서는 마냥 파란, 그 둘의 싸한 기운이 느껴졌다.

 

 /

 

 "그러면 예현아, 너하고 살아도 돼?"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겠다.

 악마 백대빈도 아닌 천사님이기에 당연히, 당장이라도 좋다고 말하고 싶지만, 방이 두 개뿐인데... 잠을 어디서 청하냐고...

 

 "그래, 예현아. 서연재가 마냥 하찮아 보여도 같이 있으면 확실히 내 마력을 막아주긴 할걸~? 안 그래 연재야?"

 "하찮은 건 잘 모르겠고... 나는 그냥 예현이 말만 듣고 싶어, 네 생각은 어때?"

 "그러니까..."

 "응?"

 "응?"

 

 아, 깜짝이야. 전혀 다른 목소리를 지닌 둘이, 내 말에 동시에 대답할 줄이야... 이럴 때는 뭐라고 해야 하지...?

 

 "음, 저기... 일단 천사님, 홍차 뿜은 건 정말 죄송해요. 우선 셔츠 벗으세요! 수건 가져다드리고 하던 얘기 마저 할게요."

 

 "벗으라고?"

 

 아까부터 거슬리던 셔츠 위 붉은 자국을 위해, 마냥 해맑아 초롱초롱한 네 개의 눈동자를 피해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등 뒤로 천사님의 맑은 음성이 들려왔다.

 

 "챙겨줘서 고마워! 예현아. 셔츠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고."

 "아 네! 저 그럼 아까 하던 얘기를 할게요. 본론부터 말하자면 천사님이 묵으실 곳이 없어요...

 제 방을 빼고서는 방이 하나밖에 없는데 지금 그 방을 백대빈이 쓰는 중이어서 그건 안 될 것 같고요...!"

 "아, 그래?"

 "안되겠다. 야, 서연재. 우리 방 같이 쓰자."

 "뭐?"

 

 어휴, 천사님 예쁜 얼굴 굳어지신다,

 천사랑 악마가 방을 같이 쓴다니... 이건 악마 놈이 조금 말실수한 거 같은데...

 

 "아, 저기 그냥......"

 

 "그래, 좋아."

 "네?"

 "예현아, 나랑 백대빈이 같은 방을 쓸게."

 

 이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건 오히려 좋은데?

 악마랑 천사한테 도움도 받고, 내 소파도 지키고!

 이 정도 조건이면 나도 좋지!

 .

 .

 .

 그렇게 우리 셋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작가의 말
 

 백지백 : 벌써 6회네요!

 태현 : 저 지금 소파에 누워있어요 알럽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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